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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전태일입니다 ㅣ b판시선 65
표성배 지음 / 비(도서출판b) / 2023년 10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2.
노래책시렁 448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표성배
도서출판 b
2023.10.24.
아름다운 사람은 예나 이제나 언제나 아름답다고 느껴요. 아름답지 않으나 아름시늉을 부리는 사람을 얼핏 아름답다고 잘못 바라보았다면, 아름시늉인 사람이 어떤 민낯인지 드러날 적에 “아, 나는 왜 이 민낯을 못 보고 못 느꼈을까?” 하고 돌아보아야 할 텐데, 아름시늉을 못 들여다본 스스로를 뉘우치는 사람을 본 적이 드뭅니다. 《당신이 전태일입니다》를 곰곰이 읽은 지 이태 즈음 흐릅니다. 예나 이제나 “일하는 사람”은 있지만, 어쩐지 “돈버는 사람”이 확 늘어난다고 느껴요. 어쩌면 언제나 “일하는 사람”과 “돈버는 사람”이 따로따로 있었다고 할 만하고요. “일하는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는 이웃이라면, “돈버는 사람”은 혼자 거머쥐는 우두머리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집안일을 함께하면서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준다면, “돈버는 사람”은 집안일을 안 하면서 아이를 다그치면서 들볶습니다. 오늘 우리가 바라볼 곳이란 ‘살림터·숲터·일터’여야 한다고 느껴요. 이제는 ‘돈터·서울·큰고장’은 그만 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공장’에 있기에 ‘전태일’이지 않습니다. ‘일터’이면서 ‘살림터’이자 ‘숲’에 있으면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전태일’입니다.
ㅍㄹㄴ
이은상이 쓴 시에는 철공소 이야기도 / 수출자유지역 어린 노동자 이야기도 없다 / 노비산에서 별을 보고 꿈을 키운 / 어린 노동자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다 (노비산에서 별을 보다/37쪽)
겉만 보면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노동자들이 / 꽃놀이패를 쥔 것처럼 어엿한 중산층이 되었다 / 더는 공장에 전태일이 보이지 않았다 (전태일이 보이지 않았다/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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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전태일입니다》(표성배, 도서출판 b, 2023)
그 아픔이 동서남북 산맥처럼
→ 아픈 데가 여기저기 멧줄처럼
→ 아픈 곳이 골골샅샅 줄기처럼
12쪽
노동자를 혹사하지 말라
→ 땀방울을 볶지 말라
→ 땀꽃을 닦달하지 말라
→ 일꾼을 억누르지 말라
12쪽
이 피맺힌 절규가
→ 이 피맺힌 말이
→ 이 피맺힌 소리가
13쪽
수많은 전태일이 만들고 지키고자 했던 노동조합
→ 숱한 전태일이 세우고 지키고자 했던 일두레
→ 숱한 전태일이 일구고 지키고자 했던 두레터
17쪽
지금도 철공소에는 근로기준법이 그림의 떡이다
→ 아직도 쇠터에서는 일꽃이 그림떡이다
→ 오늘도 쇠빚터에서는 밑꽃이 그림떡이다
31쪽
손에 익은 기술을 견장처럼 달고
→ 손에 익은 길을 어깨띠처럼 달고
→ 솜씨를 뽐내고
→ 솜씨를 드러내고
34쪽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살자
→ 들물결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일어서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홀로서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씩씩하게 하루를 살자
34쪽
민족시인이라 추앙받는 이은상은
→ 겨레글지기라 섬기는 이은상은
→ 겨레노래빛이라 모시는 이은상은
→ 배달글꾼이라 추키는 이은상은
→ 배달노래님이라 올리는 이은상은
36쪽
나는 깃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 나는 길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 나는 글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41쪽
주주가 우선이라고 배당금을 듬뿍 안겨주면서
→ 그루님이 먼저라고 모가치 듬뿍 안겨주면서
→ 그루지기 차지라고 몫을 듬뿍 안겨주면서
60쪽
진급에 차별이 있고
→ 내딛는 담이 있고
→ 앞길을 딱자르고
→ 앞을 쳐내고
62쪽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 드난자리라는 말이
→ 사잇자리라는 말이
→ 뜬자리라는 말이
66쪽
아웃소싱을 통한 해고를 쉽게 하려 했다
→ 밖에 맡겨서 쉽게 자르려 했다
→ 남한테 넘겨 쉽게 내보내려 했다
67쪽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 일돌이 일순이라 하던
→ 땀돌이 땀순이라 하던
73쪽
구조 조정이 할퀴고 간 자리에 훈장처럼 상처가 빛났다
→ 솎느라 할퀴고 간 자리에 꽃처럼 생채기가 빛났다
→ 쳐내며 할퀴고 간 자리에 보람처럼 멍울이 빛났다
76쪽
희망이라는 말은 얼마나 희망적인가
→ 봄꽃이라는 말은 얼마나 밝은가
→ 꽃눈이라는 말은 얼마나 부푸는가
78쪽
희망퇴직은 희망이 되지 못했다
→ 꽃마무리는 꽃이 되지 못했다
→ 끝꽃은 꽃이 되지 못했다
79쪽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걸
→ 그물이 빈 구석에 놓인 줄
→ 눈금이 없는 자리에 있는 줄
86쪽
재야인사 심지어 노동자에게까지 테러의 칼날을 겨눴다
→ 들사람 게다가 일꾼한테까지 막짓으로 칼날을 겨눴다
→ 들풀 더욱 일바치한테까지 주먹질과 칼날을 겨눴다
94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