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벽 - 평화로운 일상을 가로막는 냉전의 유산
김려실 외 지음 / 호밀밭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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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4.5.

인문책시렁 413


《냉전의 벽》

 김려실과 일곱 사람

 호밀밭

 2023.6.25.



  여덟 사람이 다르지만 하나인 목소리를 낸 《냉전의 벽》을 읽었습니다. 이 나라 이 땅이 아직 얼마나 차디차게 얼어붙은 담벼락인지 짚는 줄거리입니다. 첫머리를 인천 이야기로 여는데, ‘자유공원·인천상륙작전·맥아더·월미도’를 하나로 묶어서 짚습니다.


  인천이 아닌 부산에서 이렇게 짚는 목소리를 들으니 낯설면서 새롭습니다. 이 네 가지를 하나로 묶는 이야기를 인천 바깥에서는 아예 들을 수 없다시피 하거든요. 다만 조금 더 “사람들 곁으로” 스미려고 했다면 ‘얼음담’을 훨씬 낱낱이 부드러이 풀어냈을 텐데 싶더군요.


  ‘그들(권력자)’끼리 쓰고 맺은 발자취가 아닌, ‘우리(사람들)’가 어떻게 살림을 지으면서 마을을 이루고 어깨동무를 하는 터전을 사랑해 왔는지 알아보려면, 말 그대로 “사람들 곁으로” 스밀 노릇입니다. ‘송학동·월미도’ 같은 이름으로 그치기보다는, 스스럼없이 마실해 보았다면 달랐을 텐데요. 송학동 1가와 2가와 3가를 벼슬자리(시청·구청·동사무소)에서 가르기는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저 골목이자 마을입니다. 송학동 곁에 있는 관동과 송월동과 만석동과 화수동과 화평동과 송현동 모두 그저 사람골목이자 사람마을이요, 곳곳에 텃밭과 쪽마당과 나무가 그윽하면서 크고작은 새가 넘실넘실합니다.


  나라지기 아닌 우두머리는 이 땅을 ‘겨울담’으로 틀어막으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멋도 모르고 나라가 시키는 대로 ‘싸움노래(전쟁가요·군가)’를 고무줄놀이뿐 아니라 모든 골목놀이를 하면서 그냥 부르면서 자랐어요. 순이가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부르기만 하지 않았어요. 돌이도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나 갖은 놀이를 하면서 함께 불렀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학술연구·학술논문’으로 뜻깊은 글감을 잡아서 되도록 쉽게 풀려고 애쓴 책이라고 느끼되, 왜 쉽게 풀려고 애썼나 싶어서 아쉽습니다. “쉽게 풀려고 애쓰기”보다는, 그저 “사람들 곁에서 나란한 사람으로 서서 살림하는 사람으로 있으”면 저절로 삶말·살림말·마을말·골목말로 모든 겨울나라를 녹일 새 줄거리와 이야기를 펼쳤을 텐데 싶더군요. 줄거리를 고갱이로 이끌려는가 싶다가도 자꾸 ‘학술’이라는 걸림돌에 붙들리면서 넘어가지 못 해서 여러모로 아쉽기까지 합니다. 또한 ‘외톨이(전쟁고아)’를 나라(이승만·박정희·전두환 + 박근혜·문재인·윤석열에 이르기까지 아직도)에서 어떻게 아기장사를 하면서 괴롭혔는가 하는 대목은 한 줄로도 못 짚습니다.


ㅍㄹㄴ


인천시 중구 송학동에는 ‘자유공원’이라는 한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 있다. 1883년에 제물포항이 개항하고 1년 뒤 조선 정부와 미·영·청·독·일의 외교관들이 서명한 인천제몰포각국조계장정의 첫 항에 따라 1888년에 조성된 공원이다. (17쪽)


그렇다면 9월 10일은 무슨 날일까? 인천 상륙 작전의 공식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그날, 월미도에서는 적이 아니라 강력한 우방 미군이 투하한 네이팜탄 폭격으로 줌니 100여 명이 사망하고 온 마을과 숲이 불에 탔다. 북한군이 월미산 정상에서 상륙 부대의 움직임을 간파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 맥아더 사령부가 그 섬을 초토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30쪽)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 무질서로 일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능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혼란 정국 수십의 힘은 누구에게 있을까. 그것은 과학자와 군인이다. (52쪽)


기억의 재생산은 주로 전투(군인) 위주의 연구 혹은 콘텐츠 제작에 쏠려 있지 않았던가? (81쪽)


+


《냉전의 벽》(김려실과 일곱 사람, 호밀밭, 2023)


우리나라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 우리나라가 멀쩡하지 않은 줄 언제 알았을까

→ 우리나라가 똑바르지 않은 줄 언제 알았을까

7쪽


편집자에게 필진을 대표하여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 지은이는 모두 엮은이한테 고맙다고 절을 올린다

→ 글쓴 모두는 엮은이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여쭌다

13쪽


함께 참전한 아들이 전사해 참척의 고통을 당한

→ 함께 싸운 아들이 죽는 바람에 괴로운

→ 함께 나간 아들이 일찍 죽으며 쓰라린

27쪽


투하되는 순간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 떨구면 둘레 모든 숨붙이를 죽이고

→ 떨어지면 둘레 모든 숨결이 떼죽음이고

35쪽


이처럼 냉전 시대가 갈음한 피아(彼我)의 정체와

→ 이처럼 얼음나라가 갈음한 너나라는 모습과

41쪽


한국의 정치적 특성만으로 세계적 데당트 분위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 우리나라 흐름만으로 온누리 온누리 어깨동무를 막을 수는 없었다

→ 우리 나랏일만으로 얼음이 녹는 온누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54쪽


전쟁은 인간에게 가장 참혹한 고통을 주는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싸움은 사람한테 가장 끔찍한 막짓일 뿐이다

→ 싸움은 사람을 가장 사납게 괴롭히는 짓이다

69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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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53 : 무언가를 선동 자기 수업 -의 ㅁ

무언가를 선동하듯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수업은 아이들의 배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무엇을 부추기듯이 저희 생각을 말하는 자리는 아이들이 배우지 못 한다
→ 무엇을 구슬리듯이 제 생각을 가르치려 하면 아이들이 배우지 못 한다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히라이 미쓰코/윤수정 옮김, 생각비행, 2020) 51쪽

“아이들의 배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매우 엉성한 옮김말씨입니다. ‘-의’를 털고 ‘-지’도 털면서 “아이들이 배우지 못 한다”로 다듬습니다. ‘무언가를’도 아리송한 말씨입니다. ‘무엇을’로 바로잡습니다. ‘-ㄴ + -가’를 어설피 붙이지 않을 노릇입니다. 부추기거나 외치거나 구슬릴 적에는 아이도 어른도 못 배우게 마련입니다. 누구나 제 생각을 밝힐 수 있어야 하되, 저 혼자만 외치거나 앞장설 적에는 배움길하고 멀지요. ㅍㄹㄴ

선동(煽動) :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 ≒ 유동
자기(自己) : 1. 그 사람 자신 2. [철학] = 자아(自我) 3.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을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수업(授業) : 1. [교육]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쳐 줌. 또는 그런 일 2. [교육] 학습을 촉진시키는 모든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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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54 : 진심 게 -졌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게 느껴졌어요

→ 깊이 걱정해 주신다고 느꼈어요

→ 무척 걱정해 주신다고 느꼈어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5》(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37쪽


‘것’에다가 옮김말씨 ‘-지다’가 섞이니 얄궂습니다. 둘 다 털어내어 “주신다고 느꼈어요”로 다듬습니다. 깊이 걱정하는 마음도, 무척 걱정하는 마음도, 속으로 걱정하는 마음도, 고맙게 맞아들입니다. ㅍㄹㄴ


진심(眞心) : 1.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 실심(實心) 2. [불교] = 심성(心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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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55 : 세상 제일 건 평소 평범 음식 거


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평소에 먹는 평범한 음식일 거예요

→ 아마 가장 맛있다면, 늘 먹는 수수한 밥이에요

→ 아마 늘 먹는 수수한 밥이 가장 맛있어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5》(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44쪽


늘 먹는 밥을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분이 많지만, 오히려 늘 누리는 밥이야말로 대수롭습니다. 늘 쓰는 말은 대단하지 않다고 보는 분이 많은데, 도리어 늘 쓰는 말이야말로 대단합니다. 수수하게 차려서 여느때에 즐기기에 빛나는 밥이요, 수수하게 나누면서 언제나 주고받기에 눈부신 말입니다. ㅍㄹㄴ


세상(世上) : 1.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세속 2.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또는 그 기간의 삶 3.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 4. 절, 수도원, 감옥 따위에서 바깥 사회를 이르는 말 5. = 세상인심 6. ‘지상’을 천상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7. ‘비할 바 없이’, ‘아주’의 뜻을 나타내는 말 8. ‘도무지’, ‘조금도’의 뜻을 나타내는 말

제일(第一) : 1.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 2. 여럿 가운데 가장

평소(平素) : = 평상시

평상시(平常時) : 특별한 일이 없는 보통 때 ≒ 단모(旦暮)·상시(常時)·생평(生平)·진일(鎭日)·통상시·평거(平居)·평상(平常)·평소(平素)·평시(平時)·평일(平日)

평범하다(平凡-) :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음식(飮食) : 1.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의 물건 ≒ 식선(食膳)·찬선(饌膳) 2. = 음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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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756 : 우선 탈코르셋 그걸 커밍아웃 위로 독려 창작된 만화


우선 탈코르셋을 했지만 그걸 커밍아웃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서로 독려하기 위해 창작된 만화입니다

→ 먼저 사슬을 벗었지만 이를 밝히기 힘든 사람들을 다독이고 서로 북돋우려고 그렸습니다

→ 무엇보다 굴레를 벗었지만 이를 보이기 힘든 사람들을 달래고 서로 힘내려고 그렸습니다

《탈코일기 1》(작가 1, 북로그컴퍼니, 2019) 4쪽


먼저 굴레를 벗는다고 할 적에는 빗장을 연다는 뜻입니다. 여태 스스로 쓰던 굴레를 벗을 적에는 이 굴레를 남한테 씌운다는 뜻이 아니라, 어디에도 굴레가 더는 없도록 마음을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굴레에 얽매이느라 괴로웠기에 굴레질에 앞장선 뭇사람을 미워할 수 있을 텐데, 굴레벗기란 미움질일 수 없습니다. 앙갚음을 하려고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다면 또다른 굴레를 쓰는 얼거리입니다. 굴레벗기와 빗장열기는 함께갑니다. 벗으면서 열기에 말없이 다독일 줄 알고, 찬찬히 북돋우게 마련입니다. 글 한 줄을 쓰든 그림 한 칸을 그리든, 사랑이라는 씨앗을 지을 노릇입니다. 미워하자고 외치는 불씨가 아닌, 사랑하자고 노래하는 꽃씨를 심으면서 온누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ㅍㄹㄴ


우선(于先) : 1. 어떤 일에 앞서서. ‘먼저’로 순화 2. 아쉬운 대로 ≒ 위선(爲先)

탈(脫) : ‘그것을 벗어남’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코르셋(corset) : 1. 배와 허리의 맵시를 내기 위하여 배에서 엉덩이에 걸쳐 받쳐 입는 여자의 속옷 2. [의학] 정형외과에서 쓰는 의료 기구. 환부를 고정·안정·변형 교정시키고 척추나 골반을 고정하는 데에 쓴다. 석고 붕대, 셀룰로이드, 인공 수지, 천, 가죽 따위가 재료이다

coming-out : (상류 계급 여성의) 사교계 정식 데뷔, 데뷔 축하 파티; [구어] 동성애자임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일

위로(慰勞) :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독려(督勵) : 감독하며 격려함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창작(創作) : 1. 방안이나 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만들어 냄. 또는 그렇게 만들어 낸 방안이나 물건 2.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냄. 또는 그 예술 작품 3. 거짓으로 지어낸 말이나 일을 비꼬는 말

만화(漫畵) : 1. 이야기 따위를 여러 장면으로 그린 그림. 대화를 삽입하여 나타낸다 ≒ 만필화 2. 사물이나 현상의 특징을 과장하여 인생이나 사회를 풍자·비판하는 그림 3. 붓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 4. 웃음거리가 되는 장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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