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15.


《호랭면》

 김지안 글·그림, 미디어창비, 2024.6.12.



아침에 옆마을로 걸어간다. 구름빛과 하늘빛을 느끼면서 바람맛이 바뀌는 줄 읽는다. 고흥읍에서 11:30 부산버스를 탄다. 손님이 많다. 녹동 푸름이가 순천으로 꽤 놀러나간다. 시외버스는 매우 덥다. 다들 겉옷을 벗는다. 깡동소매만 입은 사람도 수두룩하다. 부산에 닿고 보니, 시내버스와 전철도 너무 덥다. 겨울엔 덥고 여름엔 춥다면, 우리는 철을 잊은 바보로 길드는 굴레이다. 판끊긴 그림책 《작은 새가 좋아요》를 ‘서면알라딘’에서 찾는다. 연산동 〈글밭〉으로 건너간다. 책을 한 꾸러미 장만하고서 〈카프카의 밤〉으로 걸어간다. ‘이응모임 10걸음’을 꾸린다. 오늘은 《거꾸로 사는 재미》라는 책에 이오덕 어른이 1974∼83년 삶을 어떤 눈길로 풀어냈는지 들려주고서 ‘철새’란 어떤 이웃이자 숨결인지 이야기한다. 《호랭면》을 어떤 눈길로 읽어야 할까. 재미난 붓끝으로 읽어도 될까. 발자취(역사)하고 살림살이를 모르는 채 장난스럽게 내놓은 붓끝이라고 짚을 수 있을까. 우리말은 ‘범’이다. ‘호랑(虎狼)’은 우리말이 아니다. 우리말에 ‘호로놈·후레놈’이 있다. ‘호리다·후리다’와 ‘회초리·회오리·휘두르다’하고 얽힌다. ‘국수’를 한자로 옮기기에 ‘면(麵)’이다. 어쩐지 우리 스스로 우리 삶길을 잊는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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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캠프파이어campfire



캠프파이어(campfire) : 야영지에서 피우는 모닥불. 또는 그것을 둘러싸고 하는 간담회나 놀이

campfire : 캠프파이어, (야영장의) 모닥불

キャンプファイア(campfire) : 1. 캠프파이어 2. 모닥불을 피워놓고 캠핑자들이 둘러앉아 친목을 도모하는 일. 또 그 불꽃



모아 놓고서 피우기에 ‘모닥불’입니다. 모닥불을 피우고서 둘러앉거나 둘러서서 놀기에 ‘모닥불놀이’입니다. 수수하게 ‘불놀이’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캠프파이어를 했나 봐

→ 불놀이를 했나 봐

→ 모닥불놀이 했나 봐

《늦여름》(호리 다쓰오/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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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비인칭 非人稱


 비인칭인 것을 지칭한다 → 아무개를 가리킨다 / 그냥그냥 집는다

 비인칭 시점으로 관찰한다 → 아무 눈으로 본다 / 멍하니 본다


  ‘비인칭(非人稱)’은 낱말책에 없는 일본말입니다. 굳이 이런 말씨를 쓰기보다는 우리말로 ‘것·거시기·거석’이나 ‘더미·덩어리·덩이’를 쓸 만합니다. ‘몬·무엇·뭣·뭐’나 ‘아무·아무것·아무개’를 써도 어울립니다. ‘그냥·그저’나 ‘멀거니·멍하니’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나의 죽음이 내가 아닌 것이 되는 비인칭의 죽음이라면

→ 내가 죽어도 내가 아닌 아무개 죽음이라면

→ 내가 죽지만 나 아닌 살덩이라면

→ 내 죽음이 나 아닌 어느 것이라면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진은영, 마음산책, 2024)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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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고인 故人


 고인의 무덤 → 가신님 무덤

 고인을 추모하다 → 죽은분을 기리다

 천리 타향에서 고인을 만나서 → 먼곳에서 동무를 만나서


  ‘고인(故人)’은 “1. 죽은 사람 2. 오래전부터 사귀어 온 친구”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가신님·죽은님·떠난님’이나 ‘가신분·죽은분·떠난분’이나 ‘가신이·죽은이·떠난이’로 고쳐씁니다. 둘쨋뜻으로는 굳이 쓸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말 ‘동무·벗‘이나 ‘오랜동무·오랜벗’을 쓰면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고인’을 일곱 가지 더 싣는데 싹 털어냅니다. 옛사람은 ‘옛사람’입니다. ㅍㄹㄴ



고인(古人) : 옛날 사람 ≒ 석인

고인(告引) : 죄를 짓고 발뺌하기 위하여 두 사람 혹은 세 사람 이상이 서로 상대편이 죄를 지었다고 일러바쳐 상대편을 끌어들이는 일

고인(高人) : 벼슬자리에 오르지 아니하고 고결하게 사는 사람

고인(雇人) : 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 = 고용인

고인(賈人) : 장사하는 사람 = 장수

고인(鼓人) : [음악] 조선 시대에, 악기를 연주하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악생(樂生)과 악공(樂工)이 있었다 = 공인

고인(?人) : ‘시각 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 = 맹인



공동묘지는 누구에게도 필요가 없어진, 고인의 생명이 없는 몸을 갖다 버리는 쓰레기 하치장 같은 것이란다

→ 한무덤은 누구한테도 쓸모가 없는, 목숨이 없는 떠난몸을 갖다 버리는 쓰레기터 같단다

→ 두레무덤은 누구도 찾지 않는, 목숨이 없는 몸을 갖다 버리는 쓰레기터 같단다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 한글샘, 2011) 96쪽


부디 고인의 그 모습을 써 주시길

→ 부디 가신님 그 모습을 써 주시길

→ 부디 죽은님 그 모습을 써 주시길

→ 부디 떠난님 그 모습을 써 주시길

《불멸의 그대에게 7》(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91쪽


누군지도 모르는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했다

→ 누군지도 모르는 가신님을 기렸다

→ 누군지도 모르는 떠남님을 되새겼다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진은영, 마음산책, 2024)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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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 호리 다쓰오 단편선 북노마드 일본단편선
호리 다쓰오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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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3.10.

다듬읽기 233


《늦여름》

 호리 다쓰오

 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8.31.



  한자말 ‘용서’는 우리말로는 ‘봐주다(보아주다)’를 가리킵니다. 이 말뜻을 모르는 분이 대단히 많은데, 못마땅하거나 싫으면 아예 고개를 돌리면서 “안 봅”니다. ‘봐주다(보아주다)’를 하려면 고개를 마주해야 하지요. “네가 무슨 짓을 하든 그대로 지켜보면서 받아주겠노라”는 뜻인 ‘봐주다·용서’입니다. 그저 보면서 받아들이기만 할 뿐, 안 따지고 안 나무라겠다는 뜻인 ‘봐주다·용서’예요. 그래서 ‘봐주다·용서’를 펴려면 그야말로 스스로 ‘사랑’이어야 합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보아주지(용서하지) 못합니다.


  미운놈을 보아줄 수 없기에, 차라리 팔을 자르거나 긋는 쪽이 낫겠다고 여기는 사람까지 있더군요. 미운놈이나 싫은놈이 아무리 착하거나 참하게 일하더라도 “하나도 안 보”게 마련이에요. 미운놈이 뭘 하면 티끌만 한 잘못이 바윗덩이처럼 크게 보이고, 미운님이 가만히 있더라도 저놈은 곧 뭔가 터뜨릴 테니까 미리 박살내야 한다고 여기기까지 합니다.


  잘하면 “잘했구나!” 하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잘못하면 “잘못했네!” 하고 말할 수 있나요? “잘했어!”하고 “잘못했어!”만 말하면서, 다른 군말은 한 마디도 안 붙일 수 있는지요?


  ‘우리 쪽’에 있는 사람은 커다랗게 잘못을 저질러도 ‘봐주’면서, ‘저쪽’에 있는 사람은 아무 잘못을 안 저질렀어도 ‘못 봐주’는 매무새를 이을 적에는 내내 싸움박질입니다. 두 쪽이 똑같이 잘못을 저지를 적에 두 쪽 모두 고르게 나무라고 탓하지 않을 적에도 자꾸자꾸 싸움박질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우리는 나부터 스스로 ‘보아주’어야 합니다. 나부터 보아주는 자리에서 너를 보아줄 수 있고, 오직 사람을 사람 그대로 마주하면서 함께 이 별에서 살림하는 길을 찾습니다.


  《늦여름》을 읽었습니다. 심심하고 수수한 글자락이로구나 싶고, 이 심심맛과 수수맛이 따사로울 만하다고 느낍니다. 다만, 옮김말씨는 매우 아쉽습니다. 이웃말을 우리말로 담는 길을 좀 찬찬히 ‘보아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ㅍㄹㄴ


《늦여름》(호리 다쓰오/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


이삼일 어딘가로 잠시 여행을 떠났다가

→ 이틀쯤 어디로 살짝 떠났다가

→ 사흘쯤 어디로 슬쩍 마실했다가

8쪽


여행 도중에 제법 무거워졌다

→ 다니는 길에 제법 무겁다

→ 돌아다니는데 제법 무겁다

9쪽


석연치 않은 마음도 들지만

→ 썩 내키지 않지만

→ 그리 내키지 않지만

9쪽


괜찮을 것 같은데

→ 나을 듯한데

→ 나쁘지 않은데

18쪽


프리드리히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 프리드리히가 그놈에 오른다

→ 프리드리히가 검은이름에 오른다

22쪽


내버려두는 게 낫겠다고 체념한 것인지도 모른다

→ 내버려두어야 낫겠다고 넋놓았는지도 모른다

→ 내버려두어야 낫겠다고 고개저었는지도 모른다

23쪽


아까 본 호상가옥 말고도 옛 민가가 여러 채 모여

→ 아까 본 못집 말고도 옛 살림집이 여러 채 모여

→ 아까 본 못물집 말고도 옛 시골집이 여럿 모여

25쪽


숲이 점점 길어졌다

→ 숲길이 더 잇는다

→ 숲길이 더 나온다

→ 숲이 더 깊다

31쪽


캠프파이어를 했나 봐

→ 불놀이를 했나 봐

→ 모닥불놀이 했나 봐

33쪽


접시 위에 샐러리가 없다 싶더니 수프 안에 있었다

→ 접시에 굵미나리가 없다 싶더니 국에 있다

36쪽


우비를 입은 남자가

→ 비옷을 입은 사내가

38쪽


한 청년이 비틀거리며 나왔다

→ 젊은이가 비틀거리며 나온다

41쪽


바람도 거리에 흩어진 종잇조각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공기의 흐름에 가까웠다. 그것이 내 등을 떠밀었다

→ 바람도 거리에 흩어진 종잇조각을 움직이지는 ㅇ낳는다. 오히려 가볍게 흐른다. 가벼운 바람이 등을 떠민다

49쪽


나는 격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 나는 몹시 지친다

→ 나는 고단하다

→ 나는 고달프다

49쪽


그녀도 나처럼 피로를 느낄까

→ 그이도 나처럼 지칠까

→ 그사람도 나처럼 힘들까

49쪽


개는 그 집의 불길한 그림자 속에 얌전히 웅크려 앉았다

→ 개는 그 집 시커먼 그림자에 얌전히 웅크린다

→ 개는 그 집 캄캄한 그림자에 얌전히 웅크려 앉는다

51쪽


자기 앞에 환상의 식물이 있음을 깨닫지

→ 제 앞에 눈부신 풀꽃이 있는 줄 깨닫지

→ 코앞에 빛나는 푸나무가 있다고 깨닫지

60쪽


어느 바 안에서 친구 몇몇을 찾아냈다

→ 어느 술집에서 동무 몇몇을 찾아냈다

→ 선술집에서 동무 몇몇을 찾아냈다

61쪽


골목 너머의 불길한 암흑 속을 응시했다

→ 골목 너머 꺼림히 어두운 곳을 본다

→ 골목 너머 꺼림칙히 까만 데를 겨눈다

66쪽


처음으로 밤이라는 것을 목도한 사람처럼

→ 처음으로 밤을 본 사람처럼

66쪽


술집에서 놀 수 있는 금액이었다

→ 술집에서 놀 수 있는 돈이다

80쪽


호수 주변을 드라이브했다

→ 못 둘레를 돌았다

→ 못 언저리를 몰았다

9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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