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8.


《동화 쓰는 법》

 이현 글, 유유, 2018.2.24.



이른아침에 큰아이가 일어나서 한자쓰기를 한다. 큰아이 곁에서 하루쓰기를 하고서 등짐을 멘다. 오늘 부산으로 건너가서 이틀에 걸쳐 두 가지 ‘이오덕 읽기 모임’을 꾸린다. 고흥·전남 배움길잡이(교육단체)한테 이 고장에서도 ‘이오덕을 배우고 읽는 자리’를 꾸릴 만하지 않느냐고 여쭈었다. 이곳 분들이 모임을 할는지 안 할는지 기다려 본다. 논두렁을 걸어 옆마을에 닿고, 시골버스로 읍내에 닿는다. 아직 한겨울이라 발이 언다. 부산으로 건너가는 시외버스에서 노래를 쓴다. 사상나루에 내려서 보수동으로 간다. 〈피스 카인드 홈〉은 아직 안 열었다. 〈온달서점〉과 〈대영서점〉에서 천천히 읽고 장만한다. 〈책과 아이들〉에 책짐을 풀어놓고서 〈카프카의 밤〉으로 간다. 《이오덕 일기》에 깃든 마음과 손길이 무엇인지 짚으면서, 우리가 스스로 하루글을 여밀 적에 어떻게 빛날 만한지 들려준다. 《동화 쓰는 법》을 지난해에 읽었다. 유유 펴냄터에서 “무엇 쓰는 법”이란 작은책을 꾸준히 내는데 어쩐지 알맹이가 없어 보인다. 무엇을 쓰든 삶·살림·사랑을 바탕으로 저마다 손수 숲빛으로 여미면 될 노릇인데, 자꾸 줄거리(소재·표현법)에 치우친다. 글감을 남다르거나 훌륭하게 안 뽑더라도, 누구나 삶을 쓰면 넉넉할 뿐인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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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오늘 여기에서 (2024.6.12.)

― 서울 〈서울책보고〉



  하루글(일기)은 하루에 한 줄만 적더라도 넉넉합니다. 이 한 줄로 이날 하루를 오롯이 떠올릴 만합니다. 손이 더 가면 다섯 줄이나 쉰 줄을 적어도 될 하루글입니다. 때로는 건너뛸 수 있습니다. 건너뛸 적에는 이만큼 바쁘고 힘겨웠구나 하고 돌아볼 만합니다. 날마다 즐거이 쓰기에 하루글에 하루쓰기입니다.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오면서 〈서울책보고〉에 들릅니다. 날마다 두 아이하고 하루쓰기를 함께합니다. 이른바 돌림쓰기(교환일기)인데, 아이들하고 말로도 끝없이 생각을 나누고, 나날이 꼬박꼬박 여러 생각과 이야기를 손글씨로 또박또박 남깁니다. 함께 일구는 돌림쓰기는 나중에 아이들이 물려받을 빛이에요.


  널따란 골마루와 책시렁 사이를 천천히 거닐면서 하나둘 고르다 보면 어느새 수북하게 쌓입니다. 서울은 사람도 가게도 집도 가장 많습니다. 서울은 책집도 책도 가장 붐빕니다. 모두 서울에 모이고, 모두 서울을 바라봅니다. 나라일을 맡는다고 할 적에는 다 서울에서 폅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다르게 헤아릴 때이지 싶습니다. 푸른집(청와대)은 서울에 두더라도, 벼슬집(국회의사당)은 부산에 둘 만합니다. 나라일은 일부러 온나라를 두루 돌아보면서 맡아야지 싶습니다.


  벼슬집을 부산에 둔다면, 큰곳(대법원)은 광주에 둘 수 있습니다. 꼭두잡이(국무총리)는 대전에서 일하고, 살림터(문화부)는 춘천에 두고, 살핌터(감사원)는 인천에 두고 …… 모든 일터를 온나라에 다 흩뜨릴 노릇이라고 봅니다. 이곳은 ‘서울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이니까요. 서울에만 빽빽하게 모인 큰배움터(대학교)도 모조리 떨어뜨릴 노릇입니다. ‘고을(시·군)’에 하나씩 옮기기를 바라요.


  저는 가까운 책집에 갑니다. 고흥에서는 어디나 먼 책집이라 여길 만하지만, 어느 고장 어느 책집으로 마실을 가든 “가까운 책집”이라고 여깁니다.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에 “가까운 책집”이기에 ‘이웃책집’이라고 느낍니다.


  책을 쥐던 손이란, 빨래하고 밥하던 손입니다. 글을 쓰는 손이란, 나무하고 풀꽃을 쓰다듬던 손입니다. 책집마실을 다니는 다리란, 시골 논두렁을 걷던 다리요, 두바퀴(자전거)를 달린 다리입니다.


  가볍게 비우는 손길에, 땀방울과 함께 즐거이 하루가 깃들기를 빕니다. 새롭게 채우는 손바닥에, 보람과 함께 반짝이는 하루가 드리우기를 바랍니다. 차근차근 여름바람 누리면서 펼치기를 바라요. 오늘 여기에서 이야기가 자랍니다. 오늘 여기에서 서로 만납니다. 오늘 여기부터 우리 손으로 가꾸고, 오늘 여기에 꿈씨에 사랑씨에 살림씨를 한 톨씩 묻습니다. 머잖아 씨앗이 싹틉니다.


ㅅㄴㄹ


《韓國의 歷史像》(이우성, 창작과비평사, 1982.8.30.첫/1983.2.25.재판)

《청춘이라는 여행》(김현지, 달, 2011.7.28.)

《평행과 역설》(다니엘 바렌보임·에드워드 W.사이드/장명준 옮김, 생각의나무, 2003.7.19.)

#Parallels and Paradoxes #Daniel Barenboim #Edward W. Said

《하천풍언 선생 강연집》(하천풍언/장시화 옮김, 경천애인사, 1939.4.20.첫/1960.4.14.재판)

《성경이야기 에덴동산》(김폴린, 총리원교육국, 1938.12.첫/1954.12.25.재판)

《우리 옛집 이야기》(박영순과 일곱 사람, 열화당, 1998.2.5.)

《口碑文學 1》(유창균·어문학연구실 엮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79.1.30.)

- 總販賣代理店 圖書出版 高麗苑 1200원

《재벌의 門》(조문진, 백제, 1979.3.15.)

《朴景利文學全集 18 斷層》(박경리, 지식산업사, 1986.4.30.)

《하얀마음이 열릴때까지》(전춘자, 인간사, 1988.6.5.)

《이제 이별입니다》(노은, 자유문학사, 1988.4.15.)

《사랑의 교실》(황금찬, 오상, 1989.5.30.)

- 양서의 전당, 전주 민중서관 6-2495

- 민중서관에서. 90.8.14.

《불란서 영화처럼》(전연옥, 민음사, 1990.3.30.첫/1992.3.20.3벌)

《땅의 뿌리 그 깊은 속》(배진성, 민음사, 1989.9.30.첫/1990.3.10.2벌)

《氷河가 흐르는 강》(이경옥, 목훈, 1996.7.20.)

- 1996.7.19. 이 경옥 드립니다

《동그라미 편지》(이준구, 월간문학사, 1973.1.11.)

- 五학년 九반 담임. 이준구 드림

《全國 저수지낚시터 新百科 : 全南北部篇》(월간낚시 편집부, 조선일보사, 1988.3.)

《삶과 꿈 135호》(편집부, 삶과꿈, 1995.10.5.)

《다시, 봄》(김은주, 눈빛, 2021.5.13.)

《悅話堂 美術文庫 4 피카소》(오광수, 열화당, 1975.8.31.)

《悅話堂 美術文庫 33 謙齋 鄭敾》(허영환, 열화당, 1978.11.25.)

《鬪魂 (검열대본)》(김지헌 각본·이상언 감독, 연방영화주식회사, 1979.)

《라·프랑스 1호》(최근덕 엮음, 라·프랑스사, 1971.10.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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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수다꽃, 내멋대로 60 중년남성 출입금지 (도서관 방문기)



  나는 ‘도서관’이라는 데를 안 간다. 안 간 까닭을 밝혀 본다. 먼저 1984년, 이른바 ‘국민학교 3학년’이던 무렵에 동무들하고 ‘책을 읽으려’고 〈인천 율목도서관〉에 찾아갔다. 그런데 이곳 〈인천 율목도서관〉을 지키는 사납게 생긴 어른들(도서관 경비 및 사서)은 “너희가 도서관에 왜 와? 여기서 놀려고 하지? 도서관은 애들이 노는 데가 아냐! 너희들 볼 책은 없어!” 하면서 내쫓았다. 1984년에 인천에 있던 국민학교에는 학교도서관도 학급문고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책이 고파’서, 우리가 사는 마을에 있는 가장 큰 책터인 〈인천 율목도서관〉을 넷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갔다. “도서관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틀림없이 책이 많겠지? 우리가 볼 책도 있겠지?” 하면서 웃는 마음이었지만, 아예 들머리에서 갖은 막말과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쫓겨나면서 넷은 나란히 풀죽을 뿐 아니라 “우리가 왜 도서관에 놀러간다고 여겨? 너무하지 않아? 어른들은 우리 말을 아예 듣지도 않고 욕부터 해! 너무 미워!” 하고 서로 얘기하면서 울었다.


  어릴 적에 인천에서 ‘도서관 쫓겨나기(문전박대)’ 탓에 멍울이 든 마음은 채 씻기지 않았으나, 푸른배움터에 들어간 열네 살인 ‘중학교 1학년’일 적에 〈인천 화도진도서관〉에 갔다. 이때에 ‘도서관 사서’는 “여기는 언니들이 공부하는 데야. 너희는 아직 오기 일러.” 하면서 부드럽게 내쫓았다. 암말도 못 하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서 뒷걸음을 쳤다.


  열여섯 살에 이르러 드디어 ‘중3 수험생’이라는 이름으로 〈인천 시립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도서관 입장권’을 받았고, 이 ‘도서관 입장권’은 두 시간마다 도장을 새로 받아야 했다.


  1992년 8월 28일에 인천 배다리책거리에서 여러 배움책(참고서)을 살피다가 〈아벨서점〉에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여태까지 어느 어른(교사·어버이)도 헌책집에 이렇게 온갖 책이 멧더미처럼 넘실거린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여태까지 둘레 어른은 “대학입시 공부만 해!”라는 말만 했을 뿐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배우렴” 같은 말을 들려준 적이 없다. 이날 뒤로 나는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얼씬하지 말자고 여겼다. 인천에 있는 〈대한서림〉이나 〈동인서관〉이나 〈한겨레문고〉는 댈 수 없을 만큼 책이 많은 데가 헌책집인 줄 처음으로 느꼈고, 이 책바다에서 헤엄치고 싶어서, 이레마다 이틀씩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빼먹고서 책마실을 다녔다.


  1994년에 대학생이 되었다. 인천을 떠나 서울 이문동에 있는 대학교까지 전철로 날마다 네 시간 남짓 납작떡이 되면서 오갔다. 왜 ‘지옥철’이라는 이름인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인천에서 서울 이문동까지 네 해 동안 지옥철로 오간 윗내기는 웃으면서 “야,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인천에서 대학교를 다니면 하나도 배울거리가 없어서 숨이 막혀. 지옥철로 오가야 배울 수 있단다.” 하고 들려주더라.


  1995년 봄부터 ‘대학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책갈무리를 맡으며 일했다. 그런데 이해 11월 6일에 싸움터(군대)에 들어가기까지 예닐곱 달을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다른 근로장학생’을 아예 본 적이 없다. 나 혼자서 대학도서관에서 책갈무리를 하더라. 나는 10월 즈음에 대학도서관 책지기(사서)한테 여쭈었다. “여기 장부(출퇴근 장부)에 이름을 적은 사람은 많은데 왜 얼굴도 안 보이지요?” 대학도서관 책지기는 흠칫 놀라면서 “어, 네가 이상한 거야. 다들 장부에 이름만 적고 일은 안 해. 그냥 이름만 적으면 근로장학생한테 장학금을 주거든.” 하고 알려주더라. “네? 근로장학생은 일을 해야 돈을 받고서 학비로 보태는 얼개가 아닌가요?” “아, 내가 말을 안 했나? 그러고 보니 학생(너)은 점심시간에 일을 안 했다고 해놓았네. 그냥 09∼18 이렇게 여기에 있었다고 적으면 되는데.” “네? 제가 여기에서 일을 안 하고도 장부에는 마치 일을 했다고 적으라고요?” “다 그렇게 해. 넌 여태 그렇게 안 했니?” “일을 안 하고서 일을 했다고 적으면서 장학금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 그래도 그렇게 하지? 너도 굳이 책정리 안 해도 돼. 그냥 이름만 적고서 장학금을 받으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여기 도서관에서 아무 일을 안 하고서 근로장학금을 받더라도, 저는 제가 일한 시간만 똑바로 적고서, 제가 일한 만큼만 장학금을 받겠습니다.”


  싸움터에 다녀온 뒤로는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안 가기로 했다. 이러면서 2007년 4월 5일에 인천 배다리에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라는 이름으로 책마루(서재도서관)를 연다. 우리나라에는 ‘허울 도서관’만 있다고 여겨서, 그냥 내가 ‘책숲다운 책숲’을 꾸리자고 생각했다.


  2017년 즈음, ㅇ이라는 고장에 있는 도서관에 갔더니 “중년남성 출입금지”라는 알림글이 있다. 그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는 몸으로 갔기에 그곳 책지기한테 이 알림글이 뭐냐고 물으니 “하도 사회에서 어린이 성범죄로 말이 많아서, 요새는 이렇게 합니다.” 하고 알려준다. “중년여성은 아무 문제가 없나요?” “아, 그게…….” “범죄자만 막아야 하지 않나요? 아저씨야말로 어린이책과 그림책과 동화책을 읽으면서 배움길을 넓히도록 도와야 할 텐데요? 그래야 우리나라가 바뀌지 않나요?” “…….”


  2024년에 이르도록 우리나라 여러 도서관은 “어린이·청소년 칸은 중년남성 출입금지”를 하더라. 적잖은 도서관은 “여성 전용 구간”도 마련해 놓는다. 가만히 보면 젊은 사내도 나이든 사내도 “거의 도서관 출입금지”로 가로막는 얼거리이다. 그리고 적잖은 독립서점(동네책방)도 ‘중년남성 방문’을 대단히 꺼린다. 어느 곳은 ‘중년남성’은 책손님으로 아예 안 받기도 한다.


  나는 사내라는 몸을 입고서 태어났기에, 우리나라에서 둘레 숱한 사내가 어떤 뻘짓과 막짓을 일삼는지 참 흔하게 숱하게 지켜보았다. 내가 안 저지른 일이라 하더라도, ‘똑같은 사내라는 몸’이기에 창피하게 여길 만하다. 그런데 젊거나 나이든 사내가 어린이책과 그림책과 동화책을 아예 읽지 못 하도록 막아 놓고 닫아 놓는다면, 게다가 ‘페미니즘’ 책까지 사내들은 건드리지 못 하도록 닫아건다면, 사내들은 뭘 배울 수 있을까? 오히려 “중년남성 절대환영!”이라고 내걸면서, 철없는 아저씨를 차근차근 달래고 가르치는 길을 열어야 이 나라가 바뀌지 않을까?


  철없는 아저씨도, 아직 앳된 젊은이도, 어린이책과 그림책과 동화책부터 읽으면서 마음을 가꾸고 살찌우면서 하나하나 새롭게 익혀야 한다고 여긴다. 아저씨도 젊은이도 푸름이도, 집안일을 즐겁게 맡으면서 집살림을 어질게 돌보는 길을 배워야 한다고 여긴다. 이렇게 하자면 “도서관 어린이·청소년칸 중년남성 출입금지”는 좀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동화읽는 아빠모임’을 나라에서 앞장서서 북돋우고 꾸려야 하지 않을까? ‘동화읽는 할배모임’을 시골과 서울 모두 앞장서서 이끌고 펼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열아홉 살이던 때부터 동화책과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비로소 읽었다. 열아홉 살에 이르던 때까지는 학교도서관이 아예 없기도 했고, 그무렵 인천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어린이책은커녕 그림책은 구경조차 못 했다. 1992년 8월에 인천 배다리책거리에 있는 헌책집에서 비로소 동화책과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만났고, 그때부터 꾸준히 어린이책과 그림책과 동화책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살찌우는 배움길을 걷는다. 나는 내 곁에 ‘중년남성’과 ‘젊은사내’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글썽이고 마음밥을 누리는 하루를 지을 수 있기를 꿈꾼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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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켜는 고슈 날개달린 그림책방 44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승민 그림, 박종진 옮김 / 여유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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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0.

그림책시렁 1533


《첼로 켜는 고슈》

 미야자와 겐지 글

 오승민 그림

 박종진 옮김

 여유당

 2021.7.10.



  처음 《첼로 켜는 고슈》를 글로 읽을 적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글에 그림을 덧입 그림얘기(만화영화)를 보고는 여러모로 잘 담았는데 둘레에서 얼마나 알아보려나 궁금했습니다. 2021년에 한글판으로 나온 그림책을 보았는데, 미야자와 겐지 님이 남기려는 마음씨앗을 어느 만큼 읽거나 헤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디차게 얼어붙은 나라가 사람들을 옥죄고 짓밟으며 이웃나라까지 뭉개는 한복판에서 속으로 울고 입으로도 울던 마음을 ‘가난한 시골 젊은이’가 ‘들숲바다 이웃한테서 노래로 배우는 살림’을 들려주는 줄거리이거든요. 그래서 미야자와 겐지 님 글에는 ‘밤과 낮’이 나란히 어울리면서 ‘살림짓는 사랑’이라는 길이 흐릅니다. 이와 달리 한글판 그림책에는 ‘가난’도 ‘시골’도 ‘날씨’도 ‘낮’도 ‘비바람’도 ‘눈물과 웃음’도 ‘수수하고 작은 얼굴빛’도 ‘개구진 여러 짐승이웃’ 매무새도, 무엇보다도 ‘가난하고 작은 시골 오두막’에서 텃밭을 일구면서 그릇 하나로 배고픈 끼니를 잇는 하루도 도무지 못 담았구나 싶더군요. ‘밤빛길(은하철도의 밤)’이라는 그림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나요? 낮이 없으면 밤이 없습니다. 밤만 있으면 삶이 없습니다. 꿈꾸는 밤을 누리기에 일하고 살림하고 노래하는 낮이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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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セロ弾きのゴーシュ


https://www.youtube.com/watch?v=Z4X2VFQIQ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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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날개달린 그림책방 35
미야자와 겐지 지음, 유노키 사미로 그림, 박종진 옮김 / 여유당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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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0.

그림책시렁 1532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유노키 사미로 그림

 박종진 옮김

 여유당

 2020.2.15.



  푸나무는 비를 먹고 바람을 마시고 해를 쬡니다. 해바람비를 머금는 푸나무는 튼튼하고 아름답고 싱그럽습니다. 예부터 누구나 ‘해바람비를 머금은 낟알·열매·푸새’로 밥살림을 삼았습니다. 고기를 먹을 적에도 ‘해바람비를 머금은 풀밥을 먹으면서 살던 짐승’을 잡았습니다. 어느덧 오늘날에는 ‘해바람비를 모르거나 잊거나 등진 먹을거리’가 온누리에 넘칩니다. 하루 내내 해를 안 보는 데에서 일하거나 지내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해가 내리쬐는 마을이나 골목이나 너른터에서 뛰노는 어린이는 거의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를 그림책으로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2016년에 유노키 사미로 님이 그림을 곁들인 판으로 찬찬히 넘깁니다. 어느덧 온해(100년)에 이른 오랜 글빛인데, 미야자와 겐지 님은 아찔하고 까마득한 얼음나라 일본이 어디로 치닫는지 몹시 슬프게 여기면서도 기운을 차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비에도 지지 않고”입니다. 그러나 어느새 “지거나 이기거나”를 잊어요. 사나운 비바람에 져야 할 까닭이 없어요. 얼핏 사나워 보이는 돌개바람이지만, 온누리 풀꽃나무를 한결 든든히 어루만지는 숨결이거든요. 어떤 ‘스마트팜’으로도 밥살림을 못 일굽니다. 어떤 ‘스마트폰’으로도 사랑살림하고 멉니다. 손길을 잊은 곳에는 꿈씨가 자라지 않습니다.


#宮?賢治 #雨ニモマケズ #柚木沙??

2016.10.1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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