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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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12.

인문책시렁 336


《바다를 주다》

 우에마 요코

 이정민 옮김

 리드비

 2022.12.26.



  우리나라는 작으면서도 안 작습니다. 꽤 작기 때문에 이 고장에서 저 고장으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들숲메가 제법 깊고 넓은 터라, 여러 고장을 오가는 길이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작으면서 작지 않은 터전이라서, 이 고장에서 불거지는 잘잘못이 쉽게 저 고장으로 번져요. 이른바 더럼치(위해시설)을 어느 끝고장에 몰래 때려박는다고 하더라도, 온갖 저지레가 둘레로 번져서 온나라를 휩씁니다.


  사람이 무척 많이 몰린 고장으로 서울·부산이 있고, 대구·광주·대전이 있는데, 이렇게 큰고장에 사는 분치고 ‘군대 피해’가 무엇인지 뼛속으로는 거의 모릅니다. 모를 수밖에 없어요. 큰고장 한복판이나 기스락에 커다란 싸움터(군부대)가 있지 않거든요. 마실을 다니려고 타는 날개하고, 사람을 죽이는 데에 쓰는 날개가 하늘을 누빌 적에 내는 소리는 아주 다릅니다.


  인천은 서울 곁에 있는 큰고장인데, 서울에 안 놓는 갖은 더럼치(위해시설)를 인천에 몰아부었어요. 서울을 버티고 먹여살리는 밑바닥인 인천입니다. 이런 대목도 서울사람은 하나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큰고장 사람들은 온나라 시골과 들숲바다가 큰고장을 떠받치는 밑바닥인 줄 아예 못 느끼기 일쑤입니다.


  《바다를 주다》는 류우큐우(오키나와)하고 도쿄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어울리고 만나서 마을을 이루는가 하는 대목을 짚는 줄거리입니다. 마음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무너지고, 마음을 잃은 사람은 어떻게 앓는지 가만히 짚기도 합니다.


  작지만 작지 않은 이 나라에서 서로서로 자주 오갈 수 있기를 바라요. 다만, 재빠르게 달리는 쇳덩이를 몰기보다는 걷거나 두바퀴를 느슨히 달리거나 버스를 타고서 빙그르르 돌면서 오가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만나야 합니다. 자주 만나서 얼굴을 보면서 저마다 사투리를 그대로 들려주고 듣는 자리를 열어야 합니다. 전라사람하고 경상사람도 자주 만날 일일 뿐 아니라, 서울사람하고 시골사람도 자주 만날 노릇이에요. 서로 찾아갈 일입니다. 새하늬마높이 오순도순 도란도란 마주할 일입니다.


  이를테면 서울시에서 일한 사람이 전남 고흥군으로 옮겨서 일해 보아야 합니다. 부산시에서 일한 사람이 충북 보은군으로 옮겨서 일해 보아야 합니다. 전북 고창군에서 일한 사람이 대구시로 옮겨서 일해 보아야 합니다. 껑충껑충 뛰어서 휙휙 넘나들며 여러 해씩 일하며 깃들 때에 이 나라가 비로소 바뀔 만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국회의원 같은 자리는 이다음에 반드시 다른 시·도·군에서 나와야 하도록, 같은 고장에서는 다시 나올 수 없도록 돌려야 합니다. 한 곳에 뿌리를 오래 내리는 벼슬아치 가운데 안 썩은 놈이 있는지 볼 노릇이에요.


  바다는 늘 흐릅니다. 바다는 고이면 썩어문드러집니다. 바다는 언제나 새롭게 흐르면서 온누리를 고루 감쌉니다. 우리도 저마다 사람으로서 이웃을 만나고 동무로 사귀는 나날을 누릴 일이라고 봅니다. 자주 만나서 자주 얘기해 봐요. 이제는 ‘서울나라(서울에 쏠린 바보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우리가 서로 다른 줄 알아보면서 어울리는 나라)’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ㅅㄴㄹ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할아버지와 떨어지는 것은 쓸쓸했지만 할머니와 함께 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기뻤다. 야호, 나는 이제 벽장에 숨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제 할머니가 버럭 화내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40쪽)


지형이 바뀔 만큼 폭탄이 쏟아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아이와 자신은 늘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한 뒤 죽은 엄마가 있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굶주림과 공포로 인해 생리가 멎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할머니는 그 모든 것을 경험한 뒤 다시 한번 그곳에서 땅을 일구어 살아왔다는 것을 딸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66쪽)


“아무리 아이와의 시간을 쌓아 올려도, 잘 알지도 못하는 윗사람이 저와 아이의 시간에 끼어들어요.” (150쪽)


남편이 딸을 성폭행해 왔다는 것을 모르는 어머니는 딸이 왜 정신과에 가는지 알지 못한다. (193쪽)


도쿄에서 살았을 때 놀란 것 중 하나는 군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37쪽)



#上間陽子 #海をあげる


+


《바다를 주다》(우에마 요코/이정민 옮김, 리드비, 2022)


오키나와의 향토 음식 중

→ 오키나와 고을밥에서

→ 오키나와 오래밥에서

9쪽


일주일에 한 번은 밀폐 용기에 음식을 담아 오는

→ 이레마다 빗장그릇에 밥을 담아 오는

→ 이레마다 잠금그릇에 밥을 담아 오는

9쪽


세 사람의 관계라는 게 있잖아

→ 세 사람 사이가 있잖아

→ 세 사람 고리가 있잖아

14쪽


사람의 선의를 우려내는 건 무슨 억하심정에서 그러는 건지

→ 고마운 사람을 우려내는데 뭐가 미워서 그러는지

→ 따스한 사람을 우려내는데 뭐가 달갑잖아 그러는지

15쪽


그녀는 내 질문에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 그이한테 묻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 그이는 내가 물어도 말이 없다

16쪽


손쓸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 손쓸 길이 없단다

→ 손을 못 쓴단다

41쪽


시한부 선고가 떨어지면

→ 끝장이 떨어지면

→ 마감이 떨어지면

42쪽


캄캄한 가운데 할아버지가

→ 캄캄한데 할아버지가

42쪽


오션 뷰네 하고 생각했다

→ 바다트임이라고 생각했다

→ 바닷빛이라고 생각했다

44쪽


벌써 합류했을 거야

→ 벌써 붙었겠지

→ 벌써 왔겠지

→ 벌써 들어왔겠지

46쪽


등원한 아기는 무조건 그 선생님에게 마사지를 받는다

→ 아침길 아기는 바로 이분이 주물러 준다

→ 아침에 온 아기는 늘 이분이 다독여 준다 

52쪽


혈액검사에 협조한 사람들

→ 피살핌을 해준 사람들

→ 피보기를 도운 사람들

53쪽


100데시벨의 폭음을 내며 빈번하게 날아들고 있다

→ 100시끌을 내며 자주 날아든다

→ 100소리로 시끄럽게 또 날아든다

55쪽


근처에 사는 구십 대 할머니를 소개해 주었다

→ 가까이 사는 아흔줄 할머니를 알려주었다

→ 둘레에 사는 아흔 남짓 할머니를 말하였다

57쪽


장녀인 나한테

→ 맏딸인 나한테

→ 맏이인 나한테

60쪽


푸른 바다를 보고 친구는 환성을 질렀다

→ 파란바다를 보고 동무는 소리를 질렀다

→ 파란바다를 본 동무는 외쳤다

→ 파란바다를 본 동무는 기뻐했다

61쪽


지형이 바뀔 만큼 폭탄이 쏟아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 땅이 바뀔 만큼 벼락이 쏟아지는 싸움인 줄을

→ 땅이 바뀔 만큼 불지르는 싸움인 줄을

66쪽


아이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 아이들이 하나둘 죽어 가는 싸움인 줄을

→ 아이들이 하나씩 둘씩 죽어 가는 불바다인 줄을

66쪽


어떤 호스트한테 투자했는데

→ 어떤 꽃한테 돈을 쏟았는데

→ 어떤 지기한테 돈을 썼는데

94쪽


세뱃돈도 제가 줬어요

→ 절값도 제가 줬어요

→ 절돈도 제가 줬어요

98쪽


구급차에 실려 가서 입원했어요. 의식불명이었죠

→ 살림이에 실려 가서 들어갔어요. 넋을 잃었죠

99쪽


가끔 구토를 한다

→ 가끔 게운다

→ 가끔 멀미를 한다

115쪽


공휴일이었는데 그날 출근을 하게 된 친구와

→ 쉬는날인데 그날 나간 동무와

→ 쉬어야 하는 날 나온 동무와

120쪽


두 개의 볼에

→ 오목이 둘에

→ 우묵이 둘에

120쪽


아무런 답신도 오지 않았다

→ 아무런 대꾸도 없다

→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 아무런 말도 없다

123쪽


모임을 발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모임을 하는 줄 알았다

→ 모임을 차린 줄 알았다

→ 모임을 연 줄 알았다

127쪽


한기가 오싹오싹 스며든다니까

→ 오싹오싹하다니까

→ 찬바람이 스며든다니까

→ 겨울바람이 스며든다니까

128쪽


동트기 전의 청사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 동트기 앞서 나라터는 쥐죽은 듯했다

→ 동트기 앞서 나라일터는 조용했다

131쪽


악의가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 덫이 들썩거리는데도

→ 뒷셈이 넘실거리는데도

→ 나쁜뜻이 나풀거리는데도

→ 꿍꿍이가 나부끼는데도

131쪽


봉투 위에 돈을 올려놓고

→ 자루에 돈을 올려놓고

→ 꾸러미레 돈을 올려놓고

134쪽


월요일은 내가 아이들을 하원시키는 날이다

→ 달날은 내가 아이를 데려온다

→ 달날에는 내가 아이를 데려온다

143족


여러 차례 대화를 하고 가두서명을 벌여

→ 여러 자리서 얘기하고 길이름을 받아

→ 꾸준히 이야기하고 너울이름을 받아

→ 잇달아 만나고 물결이름을 받아

146쪽


나도 중재에 나서곤 했다

→ 나도 거들곤 했다

→ 나도 다독이곤 했다

147쪽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 둥그렇게 그리며

→ 동그라미를 그리며

151쪽


이번에는 여러분이 상급반이 됩니다

→ 이제 여러분이 윗칸입니다

→ 이제 여러분이 올라갑니다

→ 이제 여러분이 언니입니다

152쪽


플라워 데모가 열리는 곳 근처에서

→ 꽃너울이 열리는 곳 둘레에서

→ 꽃물결을 여는 곳 가까이에서

171쪽


유흥업계에서 일하는

→ 노닥술집에서 일하는

→ 질펀가게에서 일하는

179쪽


그 업소에서 고정으로 일하게 되었다

→ 그 가게에서 늘 일한다

→ 그곳에서 붙박이로 일한다

180쪽


옛날로 돌아가서 그 트리거를 정리했다

→ 옛날로 돌아가서 불씨를 치운다

→ 옛날로 돌아가서 밑싹을 자른다

185쪽


한 번 통원했을 뿐인데

→ 하루 다녔을 뿐인데

→ 한 걸음 했을 뿐인데

187쪽


1인실에서 다인실로 이동했다

→ 혼칸에서 모둠칸으로 갔다

→ 홑칸에서 두레칸으로 옮겼다

→ 홀칸에서 여럿칸으로 갔다

189쪽


팔십 대에 전신마취를 해도 괜찮냐고 물었다

→ 여든 줄에 온재움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 여든에 온몸재움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203쪽


장수 집안이라 그건 모르는 거야

→ 오래 집안이라 몰라

→ 오래사는 집안이라 몰라

204쪽


자는 동안 오줌을 지리는 야뇨가 반복되고 있어

→ 자다가 오줌을 자꾸 지려

→ 밤오줌이 자꾸 나와

223쪽


농로를 발견해 도중에 차를 세우고

→ 논두렁을 보자 부릉이를 세우고

→ 들길을 보자 수레를 세우고

226쪽


운을 떼자, 이렇게 주문했다

→ 말을 떼자 이렇게 시킨다

232쪽


기지 근처 폭음의 마을에 살고 있다

→ 싸움터 옆 시끄런 마을에 산다

→ 싸움마당 옆 꽝꽝 마을에 산다

2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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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926


《노래하지 못하는 새 이고르》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정해왕 옮김

 아이즐북스

 2005.11.11.



  사람은 다 다르기에, 말을 술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을 더듬더듬 들려주는 사람이 있어요. 날렵하게 뛰고 달리는 사람에, 느릿느릿 걷고 쉬는 사람이 있지요. 잘 하기도 하지만, 못 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빨리달리기에 셋째로조차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예전 어린배움터(국민학교)는 열 아이가 나란히 달리라고 하면서 첫째·둘째·셋째한테는 팔뚝이나 이마에 ‘1·2·3’을 철썩 찍어 주고서 덤으로 공책을 몇 자락 주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여섯 해 내내 ‘3’은커녕 공책 하나 못 받았습니다. 《노래하지 못하는 새 이고르》는 ‘노래바보’라면서 놀림받던 새 ‘이고르’가 아무도 없다고 여길 만한 벌판으로 날아가서 혼자 신나게 노래하는 길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이고르는 이고르대로 노래할 뿐이에요. 다른 새는 다른 새대로 노래할 뿐입니다. 낫거나 나쁘다고 가를 일이 아닙니다. 이고르는 노래하고 싶을 뿐인데, 다른 새는 배꼽을 쥐며 웃기만 합니다. 실컷 목청을 틔우고 난 이고르는 조금은 후련합니다. 이때 이고르가 부른 노래를 끝까지 들은 ‘새가 아닌 다른 짐승’이 있고, ‘너처럼 노래하는 이는 처음 보는데 참 즐거웠다’고 얘기합니다. 가만히 보면, 글이건 그림이건 노래이건 숱한 갈래가 있어요. 다 다른 글과 그림과 노래이기에, 우리는 저마다 우리 삶에 가락을 입혀 기쁘게 나누고 누리면서 스스로 아름다울 뿐입니다.


#きたむらさとし #おんちのイゴ?ル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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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829


《도시산업선교》

 도시산업선교위원회 엮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전도부

 1971.9.21.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하늘님입니다. 우리나라 몇 군데 절집은 ‘하느님·하나님’이란 이름을 놓고서 불꽃튀게 싸워 왔습니다만, ‘하늘·하나’는 그저 같은 말이고, ‘한’도 같은 말이며, ‘함’에 ‘하·하다’도 같은 말인데다가 ‘해’까지 같은 말입니다. 어느 이름을 쓰든 썩 대수롭지 않되, 다투거나 싸우거나 겨룰 이름이 아닌, 어울리고 어깨동무할 말을 살피고 찾아야 비로소 하늘빛을 품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한·기·장 여신도회, 베다니평신도교육원’에 깃들다가 버린 책인 《도시산업선교》를 2005년 첫가을에 서울 노고산동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이 책을 만나던 날, 책집지기하고 옆집 할매하고 두런두런 주고받는 말을 한참 옆에서 들었어요. 문득 궁금했어요. ‘옆집 할매는 말동무가 없을까?’ 아마 없었을 테지요. 날마다 헌책집지기랑 수다를 나누던 할매인데, 몇 해 뒤에 ‘말동무 없는 아파트’로 옮깁니다. 할매네 집을 할매네 아이들이 허물고서 높다랗게 ‘빌라’로 바꾸었어요. 《도시산업선교》를 펴면, ‘선교와 봉사와 노동운동’에 ‘시민단체’에 ‘교육공무원과 교사’하고 얽힌 얘기도 있고, 제가 나고자란 ‘인천’에서 여러 사람이 ‘도시 산업선교쎈타’를 꾸린 자취도 엿봅니다. ‘선교’는 왜 해야 했을까요? 믿음을 퍼뜨리려 하기보다는 그저 이웃으로 지내고 동무로 사귀면 넉넉한 일이지 싶습니다. 살림이웃에 말동무일 때에 마을이 살아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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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58


《하나뿐인 지구》

 신영식 글·그림

 파랑새어린이

 1998.10.30.첫/2005.6.25.고침



  하나인 별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우리 삶터가 참으로 하나인 별이라면, 모든 싸움질을 멈출 노릇입니다. 싸움붙이를 만드는 데에 쏟아붓는 돈이란, 모든 사람과 짐승과 푸나무가 넉넉하면서 즐겁게 살아갈 밑천이어야 합니다. 왜 가난한 사람이 있겠어요? 왜 누가 누구를 따돌리나요? 왜 위아래를 긋고서 종처럼 부리나요? 바로 총칼을 자꾸 만들어서 휘두르고 빼앗고 괴롭히거든요. 《하나뿐인 지구》는 사람 스스로 사람을 죽이는 바보짓을 어떡하면 멈추거나 끝낼 만한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려고 앓고 아파한 삶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러한 숲책(환경책)이 늘 놓치거나 빼놓는 이야기가 있으니 ‘싸움(전쟁)’입니다. 온누리 모든 나라가 싸움질에 끔찍하도록 돈과 품을 쏟아붓는 나머지 이 별이 망가지거나 흔들립니다. 남북녘을 이룬 두 나라가 싸움질에 퍼붓는 돈이 얼마나 끔찍한지 먼저 바라보아야 합니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쓸데없는 짓에 목돈을 끝없이 들이부으면서 모든 나라가 그 나라 사람들을 불구렁에 밀어대는 셈입니다. 아직 풀과 나무는 이런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을 등지지 않았어요. 나무가 다 말라죽고, 풀도 다 시들면, 사람은 숨조차 못 쉬고 바로 죽습니다. 시골지기는 “잡초 뽑느라 죽겠다!”고 풀을 너무 미워하는데, 풀이 안 돋으면 우린 곧바로 죽어야 합니다. 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는 이 아름별을 어떻게 돌보며 동무해야 하는가 하고 생각할 노릇입니다.


“저 은행나무는 공해에 강한 나무야. 그런데 잎이 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초여름인데도 벌써 떨어지고 있지. 나뭇잎이 제대로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야.” (376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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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972


《편집자란 무엇인가》

 도로시 카민즈 엮음

 김성재 옮김

 일지사

 1993.1.20.



  이 길도 저 길도 아니라고 여기면서 새롭게 그 길을 찾으려고 할 적마다 벼랑에 서는구나 싶었습니다만, 벼랑끝은 죽음이 아니더군요. 끝에 서기에 새로 건너뛸 만합니다. 벼랑끝에 섰으니 뒤돌아서서 예전 자리로 갈 수 있습니다만, 뒤돌아서더라도 다른 마을로 떠날 수 있어요. 그리고 벼랑끝에서 껑충 뛰어내려서 바다를 갈라 다른 뭍으로 찾아갈 만하지요. 끝없어 보이는 바다를 어떻게 가르느냐 하고 지레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어느 길을 가든 끝은 다 안 보여요. 그저 길을 갈 뿐입니다. 1999년에 책마을 일꾼으로 삶자리를 바꿀 무렵, 자주 만나던 책동무가 불쑥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건네었습니다. “출판사 입사를 축하하는 선물이야. 잘 읽어 봐.” 하더군요. ‘삭스 카민즈’라는 분이 책마을 일꾼으로 보낸 발자국을 이녁 곁님이 갈무리한 꾸러미입니다. 엮음이(편집자)란 늘 첫 읽음이(독자)일 뿐 아니라, 글꾼한테 싫은 말과 좋은 말을 스스럼없이 들려줄 길잡이에 동무에 스승이기까지 합니다. 엮음이가 글꾼한테 싫은 말을 안 하면 글꾼은 제멋대로 가고 말아요. 엮음이가 이따금 좋은 말을 보태어야 글꾼은 수렁을 헤치고 나올 기운을 차리지요. 엮음이는 글꾼을 감싸거나 지키는 몫이 아닙니다. 엮음이는 펴냄터를 먹여살리는 밥솥이 아닙니다. 엮음이는 먼저 읽고 새기고 배우면서 동무인 글꾼하고 오래오래 마음지기로 함께 일하는 사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엮음이가 있을까요? 글꾼한테 따갑게 싫은 말을 꾸준히 들려주면서 바로잡거나 이끄는가요? 축 처진 글꾼을 부드러이 토닥이고 달래면서 오래오래 빛나도록 어깨동무를 하는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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