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1000


《汎友에세이選 62 어느 누가 묻거든》

 한승헌 글

 범우사

 1977.8.25.첫/1977.12.10.2벌



  책은 돌고돕니다. 오늘 제가 읽은 책은 이튿날 아이 손으로 옮길 수 있고, 동무나 이웃 손으로 건널 수 있습니다. 어제 누가 읽은 책이 오늘 제 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돌고도는 책인데, 돌고도는 이야기입니다. 말길을 처음 여는 이가 있고, 글길을 먼저 여미는 이가 있다면, 이 말글을 듣거나 읽는 이가 있어요. 혼자 속으로 움켜쥐거나 웅크리지 않기에 돌고도는 이야기입니다. 《汎友에세이選 62 어느 누가 묻거든》은 예전에 이미 읽었으나, 2024년 11월 17일에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을 찾아가서 책시렁을 한참 누비고서 이제 책값을 셈해야지 하던 때에 마지막으로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 읽었어도 새삼스레 꺼내어 펼치다가 속에 적힌 여러 사람 손글씨를 봅니다. “一九八五.八.土. 서울 뿌리書店.”이 있고, “바람부는 날. 꼬마 서점. 겨레 달음.”이 있군요. 서울 〈뿌리서점〉은 용산에 있는 헌책집입니다. 그러니까 1977∼78년 무렵 누가 먼저 새책으로 장만해서 읽은 뒤에 헌책집으로 나왔고, 헌책집에서는 1985년에 새로 손길을 탔으며, 이 책이 다시 헌책집으로 나왔고, 아마 1990년대 첫무렵에 세 사람째 책임자가 바뀐 셈인데, 2024년에 다시 저한테 왔으니, 어느덧 적어도 네 사람이 이 작은책을 쓰다듬는군요. 처음 책을 장만한 분이 손글씨를 남겼으면, 저까지 네 사람째 손빛이 흘렀을 텐데, 나중에 또 누가 저를 이어서 손수 이야기를 얹을 수 있습니다. 처음이 무엇이고 끝이 무엇이냐고 묻는 분이 있으면, 저는 늘 “끝이란 처음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짚으면서 “처음이란 끝을 노래하는 발걸음”이라고 보탭니다. ‘섣달’하고 ‘설날’은 ‘서(서다)’라는 낱말이 밑동입니다. ‘서다’는 ‘멈춰서다’라는 뜻하고 ‘일어서다’라는 뜻을 나란히 품어요. 모든 끝자리란 언제나 새자리로 나아가려고 가볍게 잠드는 꿈집이지 싶습니다. 고요히 잠들어 꿈을 그리는 씨앗은 새봄에 눈을 뜨고서 푸른빛으로 활짝 깨어나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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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1006


《머나먼 갑자원 10》

 토베 료야 글

 야마모토 오사무 그림

 김갑식 옮김

 서울문화사

 1998.6.10.



  류우큐우(오키나와)는 워낙 일본이 아닌 류우큐우입니다. 일본은 스스로 저지른 불씨(전쟁범죄) 탓에 미국이 총칼을 이끌고 자리를 잡는데 ‘일본땅에 미국 총칼이 들어서지 않기’를 바라면서 모조리 류우큐우에 몰아넣었습니다. 류우큐우 사람들은 얼결에 미국 총칼받이 노릇을 해야 합니다. 논밭과 집을 빼앗기고, 아이들이 시달리고, 갖은 돌림앓이가 춤추었습니다. 미국 싸울아비가 잔뜩 들어앉은 둘레에서 태어난 숱한 아이들이 못 듣고 못 말하는 몸이었어요. 이 아이들이 다닌 ‘후쿠사토 농아학교’가 있고, “못 듣고 못 말하는 몸”이라 하더라도 “듣고 말하는 몸”인 아이들하고 똑같이 갑자원이라는 자리에 나아가려고 피땀과 피눈물을 쏟습니다. 《머나먼 갑자원 1∼10》은 토베 료야 님이 눈여겨본 ‘후쿠사토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담아낸 글을 바탕으로 새롭게 여민 그림꽃입니다. 후쿠사토 아이들은 먼저 ‘사람’으로서 살아갈 자리(권리)부터 없이 따돌림에 손가락질을 받는 나날을 살았습니다. 나라·마을·배움터 어디에서도 따스히 건네는 손길이 없이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 곁으로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고, 두 사람이 있고, 세 사람이 있어요. 아주 작은 손길을 느끼고 마주하면서 스스로 눈을 뜨려고 합니다. 언제나 높다란 담벼락에 부딪히며 울고 쓰러져야 하는데, 서로 토닥이면서 다시 일어섭니다. 후쿠사토 아이들을 비롯한 숱한 사람들은 “갑자원에서 이기려”고 땀을 쏟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내는 사람으로 서려”고 온마음을 기울입니다. 세 해 만에 드디어 “봉긋꽃(청각장애인)도 갑자원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첫발을 떼는데, 아슬아슬하게 첫 겨룸마당에서 떨어졌으나, 머나먼 길은 굴레도 수렁도 아닌, 오직 작은 발자국으로 함께 바꾸어 가는 길인 줄 느껴요.


#遥かなる甲子園 #山本おさむ #戸部良也


ㅅㄴㄹ


“하는 거야! 이기고 지는 것쯤이야 아무려면 어때! … 우린 지금 자유롭단 말야! 맘대로 해도 돼! 듣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감싸고 있던 벽으로부터!” (30, 31쪽)


“엄마, 우린 이 세상에 태어났던 게 너무도 다행이라 생각해. 우린 지금, 마음속으로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어 … 우린 더이상 외톨이가 아니야. 우리가 비록 들을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들의 마음은 태어날 때부터, 다들 친구들과 이어져 있었어.” (162, 163쪽)


“보청기는 어때? 괜찮니?” “반반이야.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리는 점에선 좋지만 사람들 말을 확실하게 들을 수 없을 때가 있거든. 근데 사람들은 이걸 끼고 있는 걸 보고 무슨 말이든 다 들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아.” (174쪽)


“그게 아니라 전 그냥 조금만 더 배려를 해주시면.” “배려? 학생의 장애는 학생 자신의 문제잖아? 그런데도 남한테 배려를 바란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194쪽)


“지금 네가 살아가고 있는 그곳, 네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그곳, 거기가 바로 갑자원이야.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친구를 만들어, 손을 잡고 하늘을 올려보았을 때, 거기에 바로 갑자원이 있는 거야.” (228쪽)


+


《머나먼 갑자원 10》(토베 료야·야마모토 오사무/김갑식 옮김, 서울문화사, 1998)


선두타자가 나갔어

→ 첫사람이 나갔어

→ 꼭두가 나갔어

67쪽


같은 학교에 청각장애자가 있었다니

→ 같은 배움터에 손말님이 있다니

→ 같은 배움터에 잠잠이가 있다니

231쪽


통역을 해주기 시작했거든

→ 옮겨 주거든

233쪽


수화의 꽃이 피어나고 있어

→ 손말꽃이 피어나

23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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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 -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한 비둘기 이야기
조혜민 지음 / 집우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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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11.

까칠읽기 49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

 조혜민

 집우주

 2024.9.9.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는 책이름처럼 서울내기(도시인)한테 비둘기를 차근차근 알리는(소개) 책이려나 싶어서 장만했는데, ‘비둘기를 다룬 글’을 누리바다에서 뒤져서 묶은 듯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비둘기를 그저 비둘기로 바라보면서 다룬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이 남긴 글도, 멧비둘기하고 서울비둘기하고 다르게 우는 소리를 가려들으면서 두 비둘기하고 사람살이를 찬찬히 짚은 이오덕 님이 남긴 글은 따오지 못 하는구나. 하덕규라는 분이 지은 노래에 〈비둘기에게〉가 있기도 하다. 더구나 검비둘기는 푸른꽃(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시골집 뒤꼍에는 멧비둘기가 여럿 밤잠을 누리면서 함께 지낸다. 우리 집에는 멧비둘기뿐 아니라 크고작은 여러 새가 어울려서 살아간다. 우리는 새한테 따로 먹이를 안 주는데, 새 스스로 벌레잡이를 하고 열매따먹기를 한다.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라면 글쓴이 스스로 마주하고 만나는 비둘기부터 짚고 살피며 들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비둘기는 오랜 옛날부터 스스로 살던 데에서 살 뿐이다. 온나라 곳곳에서 다 다르게 살아간다.


자, 이곳저곳 들춰보자. “예쁜 새들과 비교하면 비둘기의 첫인상에 끌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129쪽)”하고 말하는데, 좀 뻔뻔하다. 어떻게 새가 예쁜지 안 예쁜지 가를 수 있는가? 안 예쁜 비둘기라고 깎아내려도 될까? 이렇게 깎아내리면서 어떻게 비둘기를 들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결국 골치가 아픈 건, 사람입니다. 베란다 난간과 실외기 위로 비둘기들이 날아 앉으면서 배설물과 깃털이 쌓이고, 둥지를 짓기 위해 물어온 나뭇가지까지 더해져 지저분해지니까요. 각종 이물질과 세균이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습니다(190쪽)” 하고도 말하는데, 새가 둥지를 짓는 일을 ‘지저분하다’고 말한다니, 새를 아주 모르는 채 이런 책을 쓴 셈이로구나 싶다. ‘아파트’는 깨끗하고 살기 좋다고 외치는 셈이기도 하다.


“결국, 비둘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이게 진짜 문제입니다. 여러 퇴치 방법을 사용해 비둘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 비둘기가 또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을 것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195쪽)” 하고도 말하는데, 어쩌란 소리인가? 비둘기가 많다니, 무슨 소리인가? 자동차와 아파트야말로 끔찍하게 많을 뿐 아니라, 이 나라를 사납게 잡아먹지 않는가? 자동차와 아파트가 일으키는 끔찍한 저지레와 잘못을 돌아보자. 비둘기똥은 흙을 살리는 거름인데, 서울(도시)에서는 비둘기똥이 흙으로 돌아갈 땅뙈기가 없다. 무엇이 잘못이고 골칫거리인가?


“비둘기는 인간이 모여 살고 있는 거주지, 도시 지역에서 삽니다. 그러니 수렵을 바탕에 두고 있는 유해야생동물 관리 방식에 맞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비둘기를 잡으려고 총을 꺼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207쪽)” 하고도 말하는데, 비둘기가 왜 ‘도시에 산다’고 말을 하지? 서울에서 사는 비둘기는 그리 안 많다. 시골에서 사는 비둘기가 훨씬 많다. 이 책에서 살짝 다루기도 했지만, 적잖은 새는 늘 사람 곁에서 함께 살아왔다. 비둘기도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숱한 새 가운데 하나이다. 자동차 지붕이나 아파트에 똥을 남기는 비둘기가 그토록 밉고 싫다면, 그저 비둘기가 밉고 싫다고 말하면 될 뿐이고, “비둘기 소개서”라고 붙이는 책이름은 하나도 안 어울린다.


ㅅㄴㄹ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조혜민, 집우주, 2024)


어느 품종이든 어떤 모습이든 좋으니

→ 어느 갈래이든 어떤 모습이든

5쪽


이 개의 목에는 동그란 인식표가 달려 있습니다

→ 이 개는 목에 동그란 띠가 있습니다

→ 이 개는 동그란 목띠가 있습니다

→ 이 개는 동그란 목띠를 답니다

5쪽


논두렁 위를 걷다가

→ 논두렁을 걷다가

5쪽


아마 이 개는 탐지견인 듯합니다

→ 아마 살핌개인 듯합니다

→ 아마 길잡이개인 듯합니다

6쪽


또 유해야생동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 또 고약들짐승이라는 꼬리띠가 붙은

→ 또 밉들짐승이라는 꼬리말이 붙은

9쪽


전 세계 곳곳에는 300종種이 넘는 비둘기가 있습니다

→ 온누리에는 300가지가 넘는 비둘기가 있습니다

→ 푸른별 곳곳에는 300갈래가 넘는 비둘기가 있습니다

15쪽


각 장소마다 수백 개의 둥지 자리가 있어서

→ 자리마다 둥지가 숱하게 있어서

→ 터마다 둥지가 잔뜩 있어서

20쪽


여러 쓰임이 있었겠지만 가장 큰 목적은 식용이었습니다

→ 여러모로 쓰겠지만 무엇보다 밥으로 삼았습니다

→ 여러모로 쓸 테지만 먼저 즐겨먹었습니다

22쪽


비둘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기르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 비둘기를 더 잘 기르는 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 비둘기를 알뜰살뜰 기르는 길을 헤아렸습니다

25쪽


다른 동물들의 침입을 막았습니다

→ 다른 짐승을 막았습니다

28쪽


비둘기의 젖으로도 표현됩니다

→ 비둘기젖이라고도 합니다

35쪽


피죤 밀크는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서 만들어집니다

→ 비둘기젖은 암컷과 수컷 모두한테서 나옵니다

→ 비둘기젖은 암컷과 수컷 모두 나옵니다

36쪽


자연에 있었다면 이제 막 비행을 시작할 어린 상태입니다

→ 숲에서라면 이제 막 날려는 어린 새입니다

→ 숲에서라면 이제 막 날려는 어린 때입니다

42쪽


졸지에 마약 운반책이 됩니다

→ 얼결에 삼꽃물을 나릅니다

→ 뜬금없이 해롱물을 옮깁니다

49∼50쪽


178정을 등에 멘 비둘기가 발견됐고

→ 178알을 등에 멘 비둘기가 있고

50쪽


GPS, 내비게이션 없이는 목적지의 방향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인간으로서 동물들의 이런 능력이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 누리찾기, 길찾기 없이는 길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짐승마다 이런 재주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54쪽


이런 비둘기를 전서구傳書鳩라 부르며 소식을 전하는 데에 사용했습니다

→ 이런 비둘기를 알림새라 하며 이야기를 알릴 적에 날렸습니다

55쪽


우선 비둘기는 지구력이 좋습니다

→ 먼저 비둘기는 힘이 있습니다

→ 무엇보다 비둘기는 튼튼합니다 

68쪽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더 나은 길을 찾는 것입니다

→ 짐승을 마주하는 매무새를 끊임없이 돌아보며 새길을 찾아야 합니다

→ 짐승과 살아가는 길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새롭게 나아가야 합니다

96쪽


아주 재미있고 또 흥미로운 오락거리이기도 했습니다

→ 아주 재미있으며 놀잇감이기도 했습니다

→ 아주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99쪽


왕실 비둘기장을 새 생츄어리(Sanctuary, 동물이 평생 습성대로 살 수 있도록 보호하는 곳)로 전환하라며

→ 임금붙이 비둘기집을 보금자리로 돌리라며

122쪽


우리나라에도 반려조로 비둘기를 기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도 곁새로 비둘기를 기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135쪽


품종 비둘기는 쓰임과 목적에 따라 특정 형질이 도드라지거나 없어지도록 선택적으로 교배됩니다

→ 씨비둘기는 쓰임새에 따라 어느 결이 도드라지거나 없도록 골라서 섞습니다

136쪽


일본을 통해 100쌍을 구입해 왔습니다

→ 일본에서 100짝을 사들입니다

→ 일본에서 100짝을 들여옵니다

175쪽


떼죽음으로 알려진 건 지나치게 과장된 겁니다

→ 떼죽음으로 알려졌는데 부풀린 말입니다

→ 떼죽음으로 잘못 알려졌습니다

177쪽


중요한 것은 질병을 유발하거나 매개할 가능성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 무엇보다 다른 짐승도 똑같이 몸앓이를 옮길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다른 짐승 때문에 똑같이 앓을 수 있습니다

194쪽


예전에는 유해조수鳥獸라고 불렀죠

→ 예전에는 사납새라고 했죠

→ 예전에는 나쁜새라고 했죠

20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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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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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11.

까칠읽기 48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정재승·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2009.12.15.



요새는 영어쯤 아무렇지도 않게 쓰니까 책이름에도 ‘크로스’를 쓸 만하리라. 아무래도 이만 한 영어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거니 여기는 마음일 텐데, 모든 사람이 다 영어를 할 줄 알지 않을 뿐 아니라, “쉬운 영어를 모르는 이웃”도 우리나라에 무척 많다.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은 두 사람이 글감 하나를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여러 가지를 다루는 얼거리인데, 높은자리에 올라앉아서 내려다보는 줄거리이지 싶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줄거리가 “다 옳으니”까 이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글결이다. 이를테면, 글책이 아닌 만화책을 어디에서나 읽는 일본사람을 보고 놀라는 모습에 오히려 놀란다. 만화책은 “책이 아니라고 깔보는” 눈길이 아닌가? 만화책은 “아무도 안 보는 데에서 숨어서 보아야” 하는가? 헛소리이다. “키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분홍색은 알고 보면 끔찍하게 촌스러운 색깔이다” 하고 읊는 대목에서는 참으로 철딱서니없다고 느낀다. ‘배롱꽃빛’이 ‘시골스러운 빛깔’일 수 없거니와, “끔찍하게 촌스러운 색깔”이라는 말이란, 시골(촌)을 업신여기는 말이다. 뭐가 따돌림말인 줄 찬찬히 가릴 줄 모르는 채 온갖 말을 읊고 갖은 글을 쓰는 먹물이라면, 이런 먹물을 어디에 써야 할까.


ㅅㄴㄹ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정재승·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2009)


스타벅스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사실 중 하나는, 그들이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스타벅스를 눈여겨봐야 하는데, 굳이 알리려 하지 않는다

→ 스타벅스를 눈여겨보면, 따로 돈을 써서 안 알린다

23쪽


창작이라는 개념은 아직도 고상한 아우라를 듬뿍 뒤집어쓰고 있다

→ 지음이라고 하면 아직도 곱상한 빛을 듬뿍 뒤집어쓴다

48쪽


지난 3∼4년 사이 크게 약진한 데는

→ 지난 서너 해 사이 크게 뛰는데

→ 지난 서너 해 사이 껑충 뛰는데

52쪽


이는 검색 빈도수는 개인의 생활을 반영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보여주지만

→ 찾아보기는 사람들 삶을 드러낸다는 대목을 수수하게 보여주지만

55쪽


앞으로 창의적이지 못한 기술은 기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앞으로는 새롭지 못하면 손재주로 나뒹굴고 만다

71쪽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성인들이 공공장소에서 만화책을 꺼내 읽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어른들이 어디서나 그림꽃책을 꺼내 읽어서 크게 놀랐다

97쪽


그중에는 바라보기 민망한 내용도 있었다

→ 바라보기 부끄러운 줄거리도 있다

→ 바라보기 낯뜨거운 줄거리도 있다

97쪽


일본인의 발상은 언제나 내 상상력을 가볍게 능가하곤 한다

→ 일본사람은 언제나 내가 생각지 못한 일을 생각한다

→ 일본사람은 언제나 대단하게 생각한다

106쪽


키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분홍색은 알고 보면 끔찍하게 촌스러운 색깔이다

→ 키티를 이루는 배롱빛은 끔찍하고 어수룩하다

→ 키티를 감싸는 진달래빛은 끔찍하고 낡았다

107쪽


수술에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

→ 째려면 둘이 있어야 한다

138쪽


요즘 세대는 우물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 요즘은 우물을 보지 못 한다

→ 요즘사람은 우물을 못 본다

195쪽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우물이 존재한다

→ 그렇지만 내가 어릴 적에 우물이 있었다

→ 그러나 나는 어릴 적에 우물을 보았다

19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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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11. 죽어가는 네이버·다음



  우리나라 누리길 가운데 하나인 ‘네이버’하고 ‘다음’은 죽어간다. 왜 죽어가겠는가? 이들은 돈에 눈멀어 죽어간다. 뒷돈과 뒷힘을 부리려고 하던 숱한 벼슬아치가 죽어간다. 이들은 왜 죽어갈까? 이놈이건 저놈이건 똑같이 “그렇게 커다란 돈과 힘과 이름을 움켜쥐었는데에도, 그 어마어마한 돈과 힘과 이름으로도 성에 안 차서 더 돈과 힘과 이름을 싹쓸이하려고 나대”면서 죽어간다.


  오래오래 즐겁게 살면서 돈을 넉넉히 버는 이라면, 그만큼 이웃한테 돈을 잘 쓴다. 언제까지나 웃고 노래하며 살림하면서 힘이 센 이라면, 언제나 힘을 기꺼이 둘레에 나누어 가난집하고 동무한다. 아름답게 이름이 남는 이라면, 제 이름을 혼자 자랑하지 않고서 늘 작은집과 작은숲을 품으면서 아이 곁에 선다.


  누리길 ‘다음’은 “돈이 안 될 만한 길”을 일찌감치 접고서 멈추면서 스스로 죽어갔다. “돈이 될 만한 길”에 힘을 쏟아부으며 스스로 죽어갔다. 2024년 12월 11일에 ‘네이버’는 ‘네이버 포스트’를 이제 멈추고 없앤다고 알린다. 이에 앞서 ‘네이버책’이나 ‘네이버영화’도 없애다시피 했다. 생각해 보자. ‘포스트·책·영화’를 건사하는 데에 드는 돈은 얼마일까? ‘페이·쇼핑’을 비롯한 여러 가지로 벌어들이는 돈에 대면 티끌만큼도 아닐 텐데, 이런 ‘포스트·책·영화’를 없애며 네이버에 얼마나 돈으로 이바지할까?


  윤석열 씨는 그냥그냥 우두머리 자리를 버티었어도 몇 해 뒤에 사슬터(감옥)로 붙잡힐 몸이었으나, 고개숙이면서 미리 값을 치르기보다는, 판을 갈아엎어서 버티려고 하면서 스스로 일찌감치 골로 가는, 죽어가는 길을 골랐다. 네이버가 2024년에 ‘네이버포스트’를 없애겠다고 밝힌 길이란, 스스로 죽어가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이다. 네이버는 진작부터 ‘블로그·카페’에 온힘을 기울여서 키워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안 했다. 자꾸 딴짓을 벌였다. 네이버·다음이 인스타·x·구글을 흉내내야 할 까닭이 있나? 없다. 이들은 이들 스스로 ‘잘 하면 될’ 뿐인데, ‘잘 하기’란, 이미 다져 놓은 작은길을 더 사랑하면서 더 가꾸는 손길이어야 한다.


  종이는 곧 사라진다고, 종이책도 곧 사라진다고 설레발을 떠는 이가 수두룩한데, 거꾸로 사람들은 ‘베껴쓰기(필사)’를 한다. 아이들한테 손전화를 쥐어주면서 아이들은 놀이를 잃고 잊을 뿐 아니라, 마음과 사랑까지 잃고 잊는다. 아이들한테 ‘디지털교과서’나 ‘AI교과서’를 쥐어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하면 앞으로는 더 아무 아기도 안 태어나겠지.


  바닥을 치는 아기낳이(출산율)가 그나마 0이 아닌 까닭을 생각해야 한다. 아기낳이가 0이 아닌 까닭은, 가장 투박하고 시골스럽게 ‘종이’에 ‘붓(연필)’을 들어서 글을 쓰고 읽는 작은사람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굳이 쇳덩이(자가용)를 몰지 않을 뿐 아니라, 으레 걸어다니면서 손에 책을 쥐는 사람이 있는 터라, 아기낳이가 0이 아니다.


  모지리 윤석열 씨만 나무란다고 해서 이 나라는 안 바뀐다. 그대 손에 쥔 전화기를 내려놓아라. 손전화에 또닥또닥 글을 남기지 마라. 아니, 남겨도 되는데, 되도록 종이에 손으로 글을 써라. 되도록 종이책을 읽어라. 되도록 마을책집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마을책집 한 곳에서 한나절쯤 머물면서 책을 다섯 자락쯤 사라. 윤석열 씨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는 못 느끼지만, 이재명 씨도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낀다. 오늘날 벼슬아치(시장·군수·국회의원·장관) 가운데 누가 “종이책을 손에 쥐며 읽”는가? 이들 가운데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달리는 이는 몇이나 있나? 이들 가운데 집안일을 하고, 손수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돌보는 이가 한둘이라도 있는가?


  앞으로 나랏일(대통령·국회·정치·행정)은 아줌마와 아저씨가 맡아야 한다. “경력단절 아줌마”와 “경력단절 아줌마랑 나란히 집안일을 맡으면서 아이를 돌보는 아저씨”가 나랏일을 맡으면, 이 나라는 비로소 아름길을 걸을 수 있다. 집안일과 살림살이와 아이돌봄을 적어도 열 해 넘게 해온 숱한 “경력단절 아줌마”야말로 “삶을 짓고 살림을 펴고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경력을 오래 쌓은 훌륭하고 듬직하며 빼어난 일꾼”이다.


  네이버·다음이 왜 죽어갈까? 이들한테서는 어떤 ‘집안일 냄새’도 ‘아이돌봄 기운’도 ‘시골살이 모습’도 못 느낀다. 서울에 스스로 갇힌 ‘사무직 책상물림’으로는 그저 죽어가는 굴레일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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