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2.


《지용 문학 독본》

 정지용 글, 필맥, 2014.9.30.



비가 멎을까 싶었으나 내내 비날로 잇는다. 어젯밤에는 안개비로 폭 덮었다. 오늘은 는개에 안개비에 가랑비로 흐르다가 굵직굵직 쏟기도 한다. 올해에 서울에서 새로 꾸릴 ‘이오덕·권정생 읽기모임’ 틀을 짠다. 수북하게 쌓은 책더미는 아주 조금 치운다. 국을 끓이고 밥을 한다. 마음에 짓는 이 삶이란 무엇인지 큰아이하고 곰곰이 이야기한다. 《지용 문학 독본》이 새로 나온 줄 지난해에 비로소 알았다. 1948년에 처음 나온 판인데, 글손질을 안 하고도 오늘날 읽을 수 있을는지 아리송하다. 무엇보다도 일본굴레(일제강점기)에도 ‘보리술(맥주)’을 아무렇지 않게 실컷 마실 수 있던 글바치가 아리송하다. 마치 방정환 같다고 할까. 일본굴레이던 무렵 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가난하고 굶는데, 방정환은 ‘얼음(빙수)을 날마다 여러 그릇’을 사먹었다잖은가. 이효석은 어떤가. 아궁이에 땔 나무조차 모자라던 지난날, 이효석은 마당에서 가랑잎을 한들거리면서 태우고 노닥거렸다. 김동인이고 모윤숙이고 김활란이고 마찬가지. 일본에 붙었든 안 붙었든 ‘배부른 글바치’는 참으로 배부르게 살았고, 이 얼거리는 예나 이제나 똑같다. 배부르기에 글을 못 쓸 까닭이 없다만, 배부를 적에는 숲·사랑·사람·어린이·살림을 글로 못 쓰더라.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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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3.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정재승·진중권 글, 웅진지식하우스, 2009.12.15.



밤새 안개비였다. 새벽과 아침도 안개비로 하얗다. 봄맞이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고즈넉이 지나는 하루이다. 아침일을 하고, 밥을 끓이고 국을 한다. 오늘 읍내 나래터에 갈까 했더니 덧쉼날(대체공휴일)이네. 시골에서는 쉼날·덧쉼날에 버스가 안 다닌다. 이런 날 바깥일을 봐야 한다면 발이 묶인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는 쉼날·덧쉼날·설날·한가위에 버스·전철이 다 다니지만, 이제 시골에서는 몽땅 쉰다. 다만, 버스가 안 다니는 쉼날과 덧쉼날이면, 시골은 매우 차분하다. 시끄러운 소리가 하나도 없달까.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이 가로지르듯 여미기는 하지만, 막상 무슨 줄거리를 짚으려고 하는지 오락가락한다. 글을 맡은 두 분은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높다만, 허울스러운 이름만 높은 듯싶다. 삶자리로 파고들거나 살림터로 스미는 말을 못 내놓는다고 느낀다. 두 분만 삶과 살림을 등지는 글을 쓰지는 않는다. 숱한 글바치가 삶하고 먼 글을 쓴다. 이른바 “기저귀를 갈고서 빨래를 해본 적 없는” 티에 “밥하는 살림꾼으로 살아낸 적 없는” 모습이다. 이런 글이 넘치기에 숱한 순이가 일멎이(경력단절)로 괴로워하겠지. 집일도 집살림도 모르는 사내가 글담을 단단히 틀어쥐니까.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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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4.


《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글/정수윤 옮김, 창비, 2020.8.20.



비는 내처 내린다. 내내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비내음을 맡는다. 이른봄비가 여러 날 이으면서 날씨가 가라앉는다. 겨울끝과 첫봄 사이에 벌써 20℃를 훌쩍 넘는가 싶더니, 이제 14℃쯤으로 차분하다. 한겨울에 집안이 14℃일 적에는 차가웠다면, 새봄에 14℃일 적에는 싱그럽다. 눈금은 같아도 바람결이 확 다르다. 국을 끓여놓고서 큰아이하고 책숲종이(도서관 소식지)를 글자루에 넣는다. 부랴부랴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 나래터로 간다. 길과 버스에서 노래를 세 꼭지 쓴다. 걸으면서 책을 읽는다. 마음글도 석 자락 쓰고서 글꾸러미를 덮으니 마을 앞에서 내리며 집으로 돌아갈 때. 《두 개의 여름》을 돌아본다. 사노 요코 님이 쓴 글은 개구지면서도 반짝이는데, 다니카와 슌타로 님이 쓴 글은 점잖은 시늉이지만 따분하다. 또박또박 쓰는 글이라서 빛나지 않는다. 어린날에 얌전만 떨면서 실컷 뒹굴며 뛰놀지 않았다면 어쩐지 글에 빛이 없다고 느낀다. 가난집이건 가멸집이건 아이는 신나게 뛰놀아야 아름어른으로 큰다. 가난집이기에 못 놀지 않는다. 물과 비와 바람만 마시면서도 논다. 잔칫밥을 먹어야 놀지 않는다. 스스로 날갯짓을 하는 마음이기에 ‘놀이빛 아이’로 살면서 ‘일빛 어른’으로 넘어선다.


#ふたつの夏 #佐野洋子 #たにかわしゅんたろう


ㅍㄹㄴ


어제오늘 사이에 ‘트럼프·젤렌스키’가 틀어졌다고 말이 많다. 곰곰이 보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는 뒷돈을 너무 빼돌렸다. 더구나 우크라이나는 계엄령을 핑계로 ‘언론통제 + 선거중단’인 채 여러 해가 흐른다. 우리는 어떤 속모습을 읽을 수 있을까? 싸움터에서 안타깝게 죽는 사람은 누구인가? 싸움터에 갈 일조차 없이 얼굴만 내밀면서 벼락돈을 챙기는 이는 누구인가?


‘털시 개버드’와 ‘빅터 데이비스 핸슨’과 ‘밴스’가 들려주는 말을 들어보아야지 싶다. 우리나라 언론사는 이들 세 사람 목소리를 제대로 옮기지 않는다. 새뜸(신문방송)에 나오는 말글은 속모습을 거의 못 들춘다고 느낀다. 우리 스스로 영어로 찾아서 곰곰이 들어볼 노릇이라고 본다.



1. 털시 개버드


https://www.youtube.com/watch?v=AzoDsYqZDVI


2. 빅터 데이비스 핸슨


https://www.youtube.com/watch?v=GstoRIioBuQ (영어)


https://www.youtube.com/watch?v=i5DoJqs9mVc (한글)


3. 밴스


https://www.youtube.com/watch?v=fRV6bi_yYn8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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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03 : 답을 줄 필요 질문의 답 간절 원했


내가 답을 줄 필요는 없지만 그는 질문의 답을 간절히 원했다

→ 내가 대꾸할 일은 없지만 그는 부디 얘기해 주기를 바랐다

→ 내가 말할 까닭은 없지만 그는 꼭 들려주기를 바랐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어슐러 K.르 귄/진서희 옮김, 황금가지, 2019) 65쪽


모든 길은 스스로 묻는 사람이 가만히 찾습니다. 묻지 않는 사람은 스르로 길을 모를 뿐 아니라, 둘레에서 알려주거나 내주어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 하게 마련입니다. 스스로 묻기에 스스로 느끼려 하고, 스스로 헤아리면서 어느덧 눈길을 틔워요. 남이 이야기를 해주기 바란다면, 애타게 남한테 매인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길을 못 찾을 뿐 아니라, 바라는 뜻을 못 이룹니다. ㅍㄹㄴ


답(答) : 1. 부르는 말에 응하여 어떤 말을 함. 또는 그 말 = 대답 2.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함. 또는 그런 것 3. 물음이나 편지 따위에 반응함. 또는 그런 반응 = 회답

필요(必要) :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질문(質問) :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

간절하다(懇切-) : 1. 정성이나 마음 씀씀이가 더없이 정성스럽고 지극하다 2.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

원하다(願-) : 무엇을 바라거나 하고자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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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02 : 있는 건 누군가가 조사 것들


거기에 올라와 있는 건 이미 누군가가 조사한 것들이야

→ 거기 올라왔으면 이미 누가 찾아내었지

→ 거기는 이미 누가 알아본 얘기를 올려

《남국의 톰소여 1》(우메/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3) 99쪽


‘누가’로 적을 말씨를 ‘누군가가’로 잘못 적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누 + -가’인 줄 어림조차 않은 탓입니다. 얼핏 보면 틀린 데가 있을까 싶은 글일 테지만, 하나하나 짚자면 “올라와 있는 건”에 “것들이야”도 군더더기 옮김말씨입니다. 차분히 살피거나 짚거나 찾아보아야 다독일 수 있습니다. 찬찬히 읽고서 샅샅이 익힐 적에 비로소 말빛을 살립니다. ㅍㄹㄴ


조사하다(調査-) :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보다 ≒ 취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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