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밀어 蜜語


 한밤의 밀어를 → 한밤 사랑말을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 → 사랑말을 속삭인다 / 사랑을 속삭인다


  ‘밀어(蜜語)’는 “남녀 사이의 달콤하고 정다운 이야기”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밀어’ 얼거리라면 통째로 털어냅니다. 우리말씨로 ‘사랑말’이나 ‘달콤말’처럼 손질할 만합니다. “사랑의 밀어”는 “사랑 속삭임”으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그대 품안에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미래를 약속하는 밤

→ 그대 품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앞날을 다짐하는 밤

→ 그대한테 안겨 사랑을 나누고 앞일을 말하는 밤

《소서노召西奴》(안명옥, 문학의전당, 2005) 20쪽


나와 사랑의 밀어를 나눌 날도 머지않은 것 같네

→ 나와 사랑을 속삭일 날도 머지않은 듯하네

→ 나와 달콤말을 나눌 날도 머지않은 듯하네

《비르투스 4》(기본·시나노가와 히데오/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1) 97쪽


밤바다를 거닐던 젊은 연인의 밀어들

→ 밤바다를 거닐던 젊은 사랑님 속삭임

→ 밤바다를 거닐던 젊은 짝꿍들 사랑말

《박남준 시선집》(박남준, 펄북스, 2017) 42쪽


사랑의 밀어를 나누기에 딱 좋은 공간이야

→ 사랑을 속삭이기에 딱 좋은 자리야

→ 사랑을 말하기에 딱 좋은 곳이야

→ 사랑말을 나누기에 딱 좋은 데야

《블랙 벨벳》(온다 리쿠/박정임 옮김, 너머, 2018)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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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잡목 雜木


 잡목이 울창한 숲속으로 → 잔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잡목을 베어 오다 → 온나무를 베어 오다

 잡목림을 개간한다 → 고루숲을 갈다 / 온숲을 갈아엎다


  ‘잡목(雜木)’은 “1. 다른 나무와 함께 섞여서 자라는 여러 가지 나무 ≒ 잡나무 2. 경제적으로 긴하게 쓰지 못하는 여러 가지 나무 ≒ 잡나무”를, ‘잡목림(雜木林)’은 “잡목들이 자라는 숲”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여러나무·온나무·온갖나무’나 ‘잔나무’로 고쳐씁니다. ‘고루숲·두루숲’이나 ‘온나무숲·온숲’이나 ‘잔나무숲’으로 고쳐쓰면 되고요.



즐비한 돼지우리와 뒷간 악취도 신비롭던 그 봄 잡목숲을 일궈 과실나무를 심었다

→ 그득한 돼지우리와 뒷간 구린내도 놀랍던 그 봄 두루숲을 일궈 과일나무를 심었다

《사랑의 위력으로》(조은, 민음사, 1991) 16쪽


수경이는 잡목을 타고 오르던 댕댕이덩굴을 뜯어 둥그렇게 만들었다

→ 수경이는 잔나무를 타고 오르던 댕댕이덩굴을 뜯어 동그렇게 만다

→ 수경이는 온나무를 타고 오르던 댕댕이덩굴을 뜯어 동그렇게 엮는다

《수경이》(임길택, 우리교육, 1999) 169쪽


우리가 살았던 브라반트 땅에는 잡목 숲과 키 작은 관목灌木 숲이 있고

→ 우리가 살던 브라반트 땅에는 온나무숲과 떨기나무숲이 있고

→ 우리가 살던 브라반트 땅에는 잔나무숲과 떨기나무숲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빈센트 반 고흐/박홍규 옮김, 아트북스, 2009) 92쪽


여러 가지 나무라는 뜻의 ‘잡목雜木’은 다양한 나무가 있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 여러 가지 나무라는 뜻인 ‘온나무’는 이런저런 나무가 있다고 떠올릴 만하다

→ 여러 가지 나무라는 뜻인 ‘온갖나무’는 온갖 나무가 있다고 떠올릴 만하다

《전략가 잡초》(이나가키 히데히로/김소영 옮김, 더숲, 2021) 16쪽


흔한 잡목림이지만, 다른 별에서는 비싼값에 거래되나 봐

→ 흔한 온숲이지만, 다른별에서는 비싼값에 사고파나 봐

→ 흔한 고루숲이지만, 다른별에서는 비싼값에 다루나 봐

《시끌별 녀석들 15》(타카하시 루미코/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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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필사 筆寫


 수없이 필사되어 → 숱하게 옮겨적어 / 끝없이 배워써서

 필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 받아적으려면 한참 걸릴 듯하다


  ‘필사(筆寫)’는 “베끼어 씀”을 가리킨다지요. ‘베끼다·베껴쓰기·베낌질·베낌짓’이나 ‘따라쓰다·받아쓰다·받아적다’로 고쳐씁니다. ‘배워쓰기’처럼 새말을 지어도 어울려요. ‘새기다·새겨넣다·새김질’이나 ‘옮겨쓰다·옮겨적다·옮기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려 ‘꽃글·꽃글월·꽃글씨·꽃내음글·꽃바람글’처럼 새로 나타낼 만하고, ‘녹이다·담다·담아내다·받다·받아들이다’처럼 수수하게 쓸 만합니다. ‘들빛글·들꽃글·들빛글씨·들꽃글씨’나 ‘풀빛글·풀꽃글·풀빛글씨·풀꽃글씨’나 ‘멋글·멋글씨’라 해도 되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필사(筆師)’를 “붓을 만드는 사람”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그렇다면 필사본은 ‘술이부작’한 콘텐츠나 마찬가지다

→ 그렇다면 베낌글은 ‘엮은’ 꾸러미이다

→ 그렇다면 옮김글은 ‘풀어낸’ 밑감이다

《이립 실천편》(심상훈, 왕의서재, 2010) 94쪽


필사(筆寫)란 누군가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따라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베껴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배워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달의 뒷면을 보다》(고두현, 민음사, 2015) 18쪽


지금 필사하고 있는 이 공책을

→ 오늘 옮겨적는 이 꾸러미를

→ 오늘 옮겨쓰는 이 글적이를

→ 오늘 따라쓰는 이 배움적이를

→ 오늘 베껴쓰는 이 빈적이를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 2018) 129쪽


돌아오실 때까지 필사본을 잘 지킬 테니

→ 돌아오실 때까지 옮김책을 잘 지킬 테니

→ 돌아오실 때까지 손글을 잘 지킬 테니

《붉은 보자기》(윤소희, 파랑새, 2019)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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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6. 나온책 나올책



  낱말책은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지만, 모든 하루를 새날로 삼아서 차근차근 짓고 엮고 담는다. 낱말책을 여미려고 첫 낱말을 고르고 뜻풀이와 보기글을 다는 첫날, 이 일이 언제 끝날는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끝을 맺게 마련이다. 다 채웠기에 끝맺지 않는다. 어느 만큼 채웠기에 가볍게 선보인다.


  2016년 여름부터 손댄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우리말 어원사전)》이 누리책집에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묶음집(제본소)에 잘 들어간 듯싶다. 요새는 찍음집(인쇄소)보다 묶음집에서 나오기가 더 오래 걸린다고 한다. 아마 이레 사이에 손바닥에 올려놓고서 반길 수 있겠구나 싶다.


  나온 책은 나온 책이다. 이달 셋쨋달에는 닷쨋달에 나올 책을 놓고서 막바지 글손질을 마칠 일이다. 이 사이에 다른 책이 살그마니 나올 수 있다. 어떤 책이 새롭게 태어날는지 기다리면서, 여태 태어난 책을 고맙게 쓰다듬는다. 2011년부터 전남 고흥 시골 보금자리에서 살림하며 내놓은 책이 꼭 서른 가지를 이룬다. 고맙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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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간절기 間節氣


 간절기에 착용할 의상으로 → 철이 바뀔 때 입을 옷으로

 간절기 날씨에 딱 어울린다 → 새철 날씨에 어울린다


  ‘간절기(間節氣)’는 낱말책에 없습니다. 일본말이라고 할 테지요. 비슷하게 다른 한자말 ‘환절기’를 쓰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우리말로 ‘철갈이·철이 바뀌다’라 하면 됩니다. ‘흐르다·바뀌다·달라지다’라 할 만하고, ‘새철·새옷’이라 할 수 있어요. 수수하게 ‘고비·고개·고빗길·고갯길’이라 해도 어울려요. ‘나들목·나들곳·난달·들머리·들목’이나 ‘길머리·길목·길마루·길나루’라 할 수 있습니다. ㅍㄹㄴ



계절과 계절 사이를 연결해 주는 간절기가

→ 철과 철 사이인 길목이

→ 철과 철을 잇는 고비가

→ 철과 철을 잇는 고개가

→ 철과 철을 잇는 틈이

《사주 인사이트》(하나사주, 혜윰터, 2025)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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