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21.

숨은책 1027


《들불여성문고 1 오늘 씀바귀꽃으로 살아》

 편집부 엮음

 들불

 1988.8.22.첫/1989.3.30.고침4벌



  적잖은 분이 ‘꽃’을 순이(여성)를 빗대는 말로 잘못 압니다. 꽃은 순이돌이(여남)를 모두 가리킵니다. 꽃에는 암꽃과 수꽃이 나란하니까요. 순이는 순이꽃이요, 돌이는 돌이꽃입니다. 저마다 꽃으로 태어난 아름다운 숨결입니다. ‘나’하고 ‘너’는 다른 몸빛이지만, 숨빛으로는 나란히 하늘빛입니다. 그래서 우리말에서는 ‘나 + 너 = 우리’입니다. 우리말에서 ‘우리’는 ‘울’을 가리키는데, ‘하늘 = 한 + 울’인 얼개입니다. “크게 아우르는 곳”이기에 ‘하늘’이요, 너랑 나를 나란한 숨빛으로 바라보면서 마주하기에 ‘우리’입니다. 《들불여성문고 1 오늘 씀바귀꽃으로 살아》는 처음 나올 즈음 무척 눈길을 받고 손길을 탑니다. 오랜 사슬나라에서 억눌리고 짓밟힌 사람빛을 되찾자고 나서는 사람들 작은목소리를 담아낸 꾸러미입니다. 어느새 마흔 해 즈음 흘렀으니 까마득하다고 여길 수 있는데, 이 꾸러미에 담긴 줄거리 가운데 이제 바뀐 대목이 있고, 아직 먼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풀 대목이 있어요. 온누리 모든 나라를 보면, “아이를 나라(정부)에 맡길수록 아이는 더 아이답지 않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모름지기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으려고 태어난 아이”인데, 적어도 열두 살까지는 모든 어버이가 집에서 아이를 맡아서 사랑을 물려주고 가르친 뒤에, 열세 살부터 차분히 ‘마을배움터’에 모여서 살림을 익힐 노릇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어느 집에서건 아이를 열두 살까지 사랑으로 품을 만큼 “나라가 살림집을 이바지하는 몫”이어야 합니다. 어린이집·배움터에 돈을 쏟아붓는 얼개가 아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집”에 밑돈을 대야 나라다운 얼개입니다. 이렇게 두 어버이가 아이를 돌아보고 살피는 길로 바꾸어야, 젊은 순이돌이 모두 어깨동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보고 익힐 테지요.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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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동박꽃 여러 송이 (2025.3.16.)

― 부산 〈책과 아이들〉



  누가 순천이라는 고장은 어떠하느냐 묻는다면 “순천에는 〈형설서점〉이 있어서 빛납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누가 진주라는 고장은 어떠하느냐 물으면 “진주에는 〈동훈서점〉과 〈즐겨찾기〉가 있어서 반짝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제가 책벌레이기도 하지만, 고을빛이나 고장빛을 헤아릴 적에는 ‘고을책집·마을책집’을 골목빛으로 삼아서 두런두런 속삭이면서 즐겁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부산을 드나들며 ‘부산내기한테 부산이웃’으로 지내는 나날입니다. 부산에 계신 분한테는 ‘전라이웃·고흥이웃’일 수 있고, 제가 나고자란 데는 인천이라서 ‘인천이웃’으로 삼을 수 있고, 그냥그냥 ‘글이웃·말이웃’으로 여길 만하며, ‘마음이웃·들숲메이웃’으로 바라보아도 반갑습니다.


  첫봄비가 내리다가 멎다가 또 내리다가 멎는 하루입니다. 전남 고흥에 있는 우리 보금자리는 동박꽃이 이제부터 피어나려 하는데, 부산은 이미 거의 지거나 막바지입니다. 거제동 〈책과 아이들〉에서 ‘바보눈(이오덕읽기모임)’ 11걸음을 펴다가 문득 동박꽃을 여러 송이 줍습니다. 동박새가 동박꽃을 즐기는 줄 아는 분이 이따금 있습니다만, 동박새를 만난 이웃은 적고, 동박꽃을 손수 거두어 꽃잎과 꽃가루를 아삭아삭 천천히 먹는 이웃은 드뭅니다.


  “꽃을 먹어요? 동박꽃도 먹어요?” 하고 묻는 이웃님한테 빙그레 웃으면서 “네, 저는 벌레먹은 꽃잎이 있든, 개미가 볼볼 기든, 반갑게 먹어요. 토끼나 염소나 소도 그렇거든요. 벌레먹거나 개미나 애벌레가 있어도 토끼랑 염소랑 소는 그냥 통째로 꽃과 잎을 먹습니다. 사람도 꽃잎과 풀잎과 나뭇잎을 옛날 옛적부터 빗물에 씻어서 기쁘게 밥살림으로 맞이했어요.” 하고 들려줍니다.


  요즈음 온나라는 ‘우두머리’를 둘러싼 실랑이로 시름시름 힘겹다고 여깁니다. 아무래도 ‘나라일꾼’이 아닌 ‘나라힘꾼’을 뽑은 탓인데, 모름지기 모든 벼슬자리(공직자)는 처음부터 ‘일자리’ 아닌 ‘힘자리’예요. 사람들을 헤아리는 길하고 동떨어진 벼슬길이라서, 참말로 이제부터 다시 살펴서 세울 노릇입니다.


  윤석열 씨를 사슬터(감옥)로 보낼 수 있습니다만, 이보다는 두멧시골에 ‘500평 밭과 땅과 오두막’을 베풀어서, ‘두멧시골 오두막살이 서른 해’를 살도록 이끌면 되리라 봅니다. 지난날 박근혜 씨한테는 ‘들숲 12000평과 오두막과 호미·낫·쟁기’를 베풀어서, ‘꽤 넓은 논밭을 오직 손연장만으로 풀을 베고 거두고 가꾸는 시골일’을 시킬 노릇이라고 봅니다.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해본 적이 없느라 말썽을 일으킨 분은 사람 발길 안 닿는 멧숲으로 보내야 스스로 뉘우칩니다.


ㅍㄹㄴ


《살아있다는 것》(유모토 가즈미 글·사카이 고마코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25.1.20.)

#湯本香樹實 #酒井駒子 #橋の上で

《열두 살의 전설》(고토 류지/박종진 옮김, 우리교육, 2003.11.30.)

#後藤?二 #鈴木びんこ #後藤龍二 #12歲たちの傳說

《암은 병이 아니다》(안드레아스 모리츠 글/정진근 옮김, 에디터, 2014.1.3.첫/2021.5.15.고침)

#내몸의마지막치유전략 #AndreasMoritz #CancerIsNotADisease #ItsaHealingMechanism

《우리말 글쓰기 사전》(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19.7.22.)

《쉬운 말이 평화》(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1.4.23.)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5.3.28.)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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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오셨다! - 3학년 1반 이야기 다릿돌읽기
고토 류지 지음, 김정화 옮김, 후쿠다 이와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3.21.

맑은책시렁 343


《선생님이 오셨다!》

 고토 류지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김정화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0.2.18.



  우리말 ‘스승’은 ‘스스로’ 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스스로 길을 열면서 몸소 살림빛을 밝힌다는 뜻입니다. 한자말 ‘선생(先生)’은 ‘먼저·앞에서’ 나거나 나아가는 길을 나타냅니다. 먼저 태어나서 삶을 누리기에 조금 일찍 배우거나 익히게 마련이고, 남보다 앞장서서 걸으면서 먼저 배우고 살피고 익힌다는 결을 나타냅니다.


  오늘날 ‘길잡이(교사·선생)’는 어린날과 푸른날을 거쳐서 ‘교사 자격증’을 딴 다음에 서는 일자리입니다. 어린날이나 푸른날을 보내는 아이보다는 먼저 삶을 돌아보게 마련이지만, 종이(자격증)를 따기까지는 배움터 언저리에서 맴돌아요. 다시 말하자면, 길잡이도 아이도 ‘처음부터 다시’ 보고 듣고 배울 자리라는 뜻입니다.


  《선생님이 오셨다!》는 어린배움터에서 석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이 ‘제발 무서운 어른은 싫어! 부디 착한 어른하고 한 해를 지내기를 바라!’ 하고 빌면서 첫머리를 엽니다. 오늘날에 이르러 배움터 길잡이는 확 바뀌었습니다. 아니, 지난날 어린이와 푸름이로 자라던 사람들이 바야흐로 어른이라는 자리에 서고 길잡이로 일하는 동안, 스스로 바꾸어 냈습니다.


  마구 때린다든지, 돈을 함부로 걷는다든지, 막말을 일삼던 얄궂은 지난날 꼰대처럼 일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품은 아이들이 자라서 새롭게 길잡이에 선 터라, 이제 어린배움터와 푸른배움터는 꽤 달라요. 그렇다면, 어린배움터를 다니는 아이들은 어떤가요? 어린배움터 아이들도 지난날과 다릅니다. 마음껏 뛰놀지 못 하는 나날이자 마을에서 쳇바퀴로 도는 아이들입니다. 조잘조잘 말로 마음을 나누던 길이 아닌, 손전화에 고개를 처박는 버릇을 일찌감치 들인 아이들입니다. 함께 뛰놀며 땀흘리는 하루가 아닌, 손가락을 놀리는 누리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입니다.


  《선생님이 오셨다!》는 이렇게 갈마드는 한복판에 새롭게 길잡이로 나선 젊은 아가씨가 어떻게 아이들을 마주하는지 보여줍니다. 젊은 길잡이도 아직 길잡이라는 길이 낯설고 어리숙합니다. 어린이도 무서운 어른을 보면 오그라듭니다. 서로 배우면서 손을 맞잡을 곳인 배움터인데, 이도 저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럴 적에는 길잡이가 먼저 손을 내밀고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을 일입니다. 아이들은 곧 어른이라는 길로 접어드는 줄 바라보면서 스스로 가다듬을 눈망울과 매무새와 마음을 돌아볼 일입니다.


  같이 나아가려고 마음을 모을 적에 같이 바꿉니다. 누가 더 애써야 바꾸지 않아요. 이런 대목을 헤아려 보면, ‘새내기 길잡이’도 ‘어린이’와 마찬가지이니, 더 작게 더 낮게 다가서면서 비로소 이야기꽃과 배움꽃으로 나아갈 만합니다.


  나라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지기란, 밑사람을 부리거나 이모저모 시키는 자리가 아닙니다. 더 스스로 낮추면서 더 아이곁에 서려고 할 적에 나라지기입니다. 꼰대스러운 사람을 나무라면서 아이곁에서 살림길을 펴기에 비로소 어른이라는 이름이 어울리고, 길잡이로 삼을 만합니다.


  참, 이 책에 나오는 두바퀴는 ‘멧바퀴(산악자전거)’가 아닌 ‘그냥바퀴(생활자전거)’이다. 글쓴이나 옮긴이가 두바퀴를 모르네.


ㅍㄹㄴ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나는 마음속으로 열심히 기도를 했다. 1학년 때처럼 무서운 선생님은 싫다. 2학년 때처럼 공부 잘하는 애들만 예뻐하는 선생님도 싫다. ‘우리 편인 선생님이 오게 해 주세요!’ (10쪽)


“괜찮아?” 옆줄에 서 있던 마호가 나를 덥석 안아 주었다. 오렌지색 손목 보호대를 두른 마호의 팔은 가늘었지만 팔힘은 엄청 셌다. (14쪽)


“안녕하십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 자전거가 그만 비탈길에서 체인이 끊어져 버렸어요.” 그 사람은 꾸벅 머리를 숙이고는 말을 이었다. “3학년 1반 담임인 가자모리 준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절대로, 아니 가능하면 지각은 하지 않겠습니다.” (20쪽)


표범의 얼굴에서 사람으로 돌아온 선생님은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나도 소리를 지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소리를 지르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소리 지르지 않고 재미 철철 넘치게 잘 지내봐요. 부탁합니다.” (24쪽)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휘익 회오리바람이 불어왔다. 선생님의 제비 비행기는 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날아올랐다. 흩날리는 벚꽃잎 사이로 철망을 넘는가 싶더니 멀리 사라져 버렸다. ‘와! 종이비행기가 저렇게 멀리 날 수도 있다니!’ (48쪽)


“하지만 여러분의 마음에 감동했어요.” 정말로 선생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하야토,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두었으니 넌 행운아구나.” (69쪽)


#ジュン先生がやってきた

#福田岩緖 #後藤二


+


《선생님이 오셨다!》(고토 류지/김정화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0)


아부가 심한 거 같아

→ 너무 아양 같아

→ 너무 어리광 같아

→ 너무 알랑거려

→ 너무 굽신거려

35쪽


급훈을 예쁘게 써서 칠판 위에 붙였을 때도

→ 다짐글을 예쁘게 써서 글판에 붙일 때도

→ 곁다짐을 예쁘게 써서 글씨판에 붙일 때도

51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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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교사로 살다
윤지형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1.

읽었습니다 334



  아이들이 굳이 배움터(학교)를 안 다니는 나라를 그려 보곤 합니다. 아이들은 딱히 배움터를 다녀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배워야 할 뿐입니다. 어른이라면 아이한테서 배워야 하고요. 아이어른은 서로 배울 사이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배움터는 함께 배우는 터전이기보다는, 위에서 밑으로 내려보내는 얼거리요, 이 배움터는 불굿(입시지옥)으로 이어갑니다. 《인간의 교사로 살다》는 ‘사람다운 길잡이’로 살아가려는 길을 들려주려나 싶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배우고 나누며 어깨동무하는 길’보다는 ‘몇몇 이름난 노래꾼(시인)이 남긴 글’을 놓고서 풀어내는 줄거리가 훨씬 긴 듯싶습니다. 여러 글(시)을 좋아하기에 이러한 글을 놓고서 다시금 풀 수도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길잡이로서 마주한 배움터 아이들이 쓴 글부터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아이들한테 어떤 빼어난 글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 누구나 스스로 제 삶을 담아내는 글쓰기와 말하기부터 펼 일이지 싶습니다. 불굿을 걷어내거나 치우거나 씻어내는 길이란, 모든 아이들이 굳이 배움터를 안 다니더라도 스스로 살림을 짓고 삶을 읽는 눈썰미를 북돋우는 어른이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이라고 할 만합니다. 따로 배움터를 둘 적에도, 어느 빼어난 글바치 이야기보다는 바로 아이들 삶이야기를 바탕에 둘 적에, 비로소 새길을 열겠지요. 이때에 길잡이도 사람빛을 아이한테서 배울 테고요.


《인간의 교사로 살다》(윤지형, 교육공동체벗, 2019.8.19.)


ㅍㄹㄴ


모종의 글을 연재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 것은

→ 글을 하나 잇고 싶다는 마음을 알린 때는

→ 글을 이어싣고 싶다고 알린 때는

7쪽


첫 회 분의 글을 겨우

→ 첫 글을 겨우

→ 첫째 글을 겨우

7쪽


올해로 진짜 환갑, 진갑이 되었다

→ 올해로 참말 예순둘이 된다

14쪽


그야말로 자동 기술적으로 나온 동어반복이라 할 수 있겠는데

→ 그야말로 저절로 되풀이했다고 할 수 있는데

→ 그야말로 그냥 똑같이 말했다고 할 수 있는데

19쪽


도를 탐구한다는 사람들 중 적잖은 이들이 어느 때가 오면 그것에 관한 질문 자체를 거추장스러워하게 되는 걸 종종 목도해 왔기 때문에도 그렇다

→ 길을 찾는다는 적잖은 사람들은 어느 때가 오면 길을 묻지 않는 줄 곧잘 보았기 때문에도 그렇다

→ 길을 살핀다는 적잖은 이들은 어느 때가 오면 길을 안 묻는 줄 으레 보았기 때문에도 그렇다

21쪽


스스로 지옥에 떨어지게 되었음을 고백한 것이라며 웃기는 아전인수를 했다고

→ 스스로 불굿에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며 웃기는 소리를 했다고

→ 스스로 불가마에 떨어졌다고 밝혔다며 웃기는 억지라고

36쪽


나는 문득 환해지고 지금 존재한다

→ 나는 문득 환하고 여기 있다

→ 나는 문득 환하면서 예 있다

37쪽


그의 시는 정치적인 것에서 선적禪的인 것에로, 그리고 착란적인 것에로의 변모를 보여준다

→ 그이 노래는 나라에서 온꽃으로, 그리고 어지럽게 바뀐다

→ 그는 나라걱정에서 고요길로, 그리고 어수선하게 노래한다

106쪽


광주의 본래면목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 광주 참모습을 드러내려면

→ 광주 속모습을 드러내려면

107쪽


정녕 천 개의 강에 비친 천 개의 달의 어머니며

→ 그저 즈믄 가람에 비친 즈믄 달 어머니며

→ 바로 즈믄 냇물에 비친 즈믄 달 어머니며

159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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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36 : 비밀 안 -게 만든


나를 비밀 안에서 웃게 만든다

→ 나는 슬그머니 웃는다

→ 나는 넌지시 웃는다

→ 나는 몰래 웃는다

《달걀과 닭》(클라리시 리스펙토르/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2019) 19쪽


내가 웃으라고 누가 옆에서 부추긴다면 ‘웃기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내가 스스로 웃음을 지을 적에는 ‘웃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웃게 만든다”는 무늬한글입니다. 틀린 옮김말씨입니다. “나를 비밀 안에서 웃게 만든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라고 할 만합니다. “비밀 안에서”란 무엇일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남이 모르는 곳에서”일 텐데, 우리말씨로는 “몰래”입니다. 남이 모르게 웃는다면 ‘슬그머니’ 웃거나 ‘넌지시’ 웃거나 ‘가만히’ 웃어요. ㅍㄹㄴ


비밀(秘密) : 1.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 2.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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