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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벨 업 -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17
윤영주 지음, 안성호 그림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맑은책시렁 349
《마지막 레벨 업》
윤영주
창비
2021.3.19.
열다섯 살을 살아가는 우리집 작은아이가 ‘에스에프 소설’을 읽고 싶다고 말씀을 합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499살 외계인, 지구에 오다》를 다시 읽으면서 작은아이 스스로 ‘온누리(우주)’가 참말로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기고 돌아보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쓰는 길이 낫지 않겠느냐고 여쭙니다. 오늘날 숱한 ‘에스에프’라는 이름이 붙은 글이나 책을 보면 ‘과학기술’이라고 하는 틀에 스스로 갇히거든요. ‘과학기술’이 없으면 안 된다고 여기는 줄거리에 얼거리로 열고서 맺는 책만 수두룩합니다. 어떤 ‘에스에프’도 흙살림과 숲살림과 바다살림을 못 짚고 안 짚습니다. 그러니까, 풀 한 포기에 깃든 온누리와 빛(과학)을 읽어내는 글꾼을 찾아보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씨앗 한 톨에 감도는 온누리와 길(기술)을 알아차리는 글꾼도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마지막 레벨 업》은 어떤 글이려나 싶어서 읽었습니다만, ‘인터넷게임을 한다는 학교사회 서울아이’를 짚는 줄거리에 얼거리이기는 하되, 정작 어떻게 밥을 먹고, 어떻게 이 별에서 삶을 누리고, 어떻게 해바람비가 흐르는지는 터럭만큼도 못 들여다보거나 안 쳐다봅니다.
오히려 오늘날이야말로 ‘인터넷게임을 아예 안 하면’서 ‘가상세계를 아예 안 들여다보’는 작은사람과 시골아이 눈썰미로 바라볼 때라야, 제대로 길풀이를 할 만하지 않을까요?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가까이 다가서는 시늉 같지만, 그다지 가까워 보이지 않습니다. ‘게임을 다룬다’고 해서 아이들 삶을 건드린다고도 느끼기 어렵습니다. 아이들한테 ‘게임이라는 굴레’를 짐처럼 안기면서 놀이와 노래와 들숲메바다를 모두 빼앗고 망가뜨리는 잘못과 말썽을 일으키는 ‘어른 아닌 꼰대’는 어디 있을까요? 무엇을 줄거리로 다루고 담을 때에 실마리를 풀까요?
‘도와주는 사람’인 ‘동무’만 있다고 해서 실마리를 풀 수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돕다’가 무엇인지 얼마나 느끼는지 알쏭합니다. ‘돌보다’하고 나란한 낱말인 ‘돕다’이면서, 돌보고 돕는 동글한 사이를 가리키는 낱말인 ‘동무’입니다. 부디 글꾼인 어른부터 스스로 ‘에스에프’라는 허울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빕니다. 어느 갈래(장르)를 글감으로 삼아야 빛날 만하거나 팔릴 만하거나 읽힐 만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말결을 처음부터 하나씩 제대로 짚으면서 가다듬을 노릇이라고도 느낍니다.
ㅍㄹㄴ
《마지막 레벨 업》(윤영주, 창비, 2021)
새파란 하늘 아래, 거대한 붉은 암벽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 새파란 하늘에, 크고 붉은 바위가 끝도 없이 늘어선다
→ 하늘은 새파랗다. 크고 붉은 벼랑이 끝도 없다
7
장엄한 풍경에 기분이 좋아졌다
→ 드넓은 모습이 어쩐지 즐겁다
→ 엄청난 모습이 그저 시원하다
7
씩 미소 지었다
→ 씩 웃는다
8
유유히 날아다니며 강렬한 햇빛과
→ 느긋이 날아다니며 따가운 햇살과
8
선우를 향해 바위를 집어 던지기 시직했다
→ 선우한테 바위를 집어던진다
10
누군가 도움을 준 것이다
→ 누가 도와주었다
→ 누가 도왔다
11
그 아이의 실력은 대단했다
→ 그 아이는 대단했다
→ 그 아이 솜씨는 대단했다
11
범호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피었다
→ 범호는 사납게 웃는다
→ 범호는 능글맞게 웃는다
20
왜 길드에 안 들어가?
→ 왜 두레에 안 들어가?
→ 왜 모둠에 안 들어가?
34
두근두근 뛰는 게 기분 좋게 느껴졌다
→ 두근두근 뛰며 신이 났다
→ 두근두근 뛰면서 기뻤다
→ 두근두근하면서 기운이 났다
45
범호의 존재보다, 원지가 없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 범호보다, 원지가 없어서 더 괴로웠다
→ 범호란 놈보다, 원지가 없어 더 아팠다
52
그게 시작이었다. 아빠가 종종 원지 앞에 엎드려 서럽게 울게 된 게
→ 그때부터다. 아빠는 가끔 원지 앞에 엎드려 서럽게 운다
→ 아빠는 그때부터 곧잘 원지 앞에 엎드려 서럽게 운다
92
아이들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법이니까
→ 아이는 저희 쉼터가 있어야 하니까
→ 아이는 제 보금자리가 있어야 하니까
104
다음 퀘스트로 바로 가면 점수가 두 배인데
→ 다음으로 바로가면 두 곱을 받는데
→ 다음길로 바로가면 두 곱을 얻는데
111
두 사람의 물밑 작업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 두 사람은 물밑일을 착착 했다
→ 두 사람은 물밑에서 착착 해나간다
168
햇볕이 따가웠다
→ 햇볕이 뜨거웠다
→ 햇살이 따가웠다
189
선우 스스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 선우는 스스로 달리기를 한다
→ 선우는 달리기를 하며 스스로 바꾼다
19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