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일자 一字 ㄱ곧게


 일자 기와집 → 곧은 기와집

 일자로 굳게 다문 입 → 주르륵 굳게 다문 입

 단조로운 일자 거리를 지나갔다 → 심심한 줄줄 거리를 지나갔다


  ‘일자(一字)’는 “‘一’ 자의 모양 ≒ 일자형”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고르다·곧다·곧바르다’나 ‘바르다·반듯하다·입바르다’로 손봅니다. ‘줄줄이·줄줄·줄줄줄·졸졸이·졸졸·졸졸졸’이나 ‘주르륵·조르륵·쭈르륵·쪼르륵’이나 ‘주룩주룩·조록조록·쭈룩쭈룩·쪼록쪼록’으로 손볼 만합니다. ‘쪼르르·쪼르륵·쪼르륵쪼르륵·조르르·조르륵·조르륵조르륵’이나 ‘쭈르르·쭈르륵·쭈르륵쭈르륵·주르르·주르륵·주르륵주르륵’으로 손보아도 되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일자’를 여섯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일자(一字) : 1. 한 글자라는 뜻으로, 아주 적은 지식을 이르는 말 2. 한 마디의 글

일자(一者) : [철학]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비롯하며 궁극적으로 돌아가는 것. 절대자에 대한 이름으로, 로마의 철학자 플로티노스의 용어이다.

일자(日子) : 날의 개수 = 날수

일자(日子/日字) : 1. 어느 날이라고 정한 날 = 날짜 2. 어느 해의 어느 달 며칠에 해당하는 그날 = 날짜

일자(日者) : 며칠 전 = 일전

일자(日者) : 1. [역사] 삼국 시대에, 천문 관측을 맡아보던 벼슬아치 2. 날의 길흉을 점치는 사람

일자(逸字) : 있어야 할 글자가 빠져 있음. 또는 그 글자



돌담 아래에 일자로 쪼르륵 달려 있는 꽃밭이었다

→ 돌담 밑에 쪼르륵 달린 꽃밭이다

→ 돌담 곁에 쪼르륵 있는 꽃밭이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이연희, 봄날의책, 2022) 52쪽


쇼트커트에 일자 핏 청바지와 새하얀 면 티를 입고 백팩을 둘러멨다

→ 깡동머리에 곧은바지와 새하얀 소매옷을 입고 등짐을 들러멨다

→ 몽당머리에 곧바지와 새하얀 소매옷을 입고 등구럭을 들러멨다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은유, 읻다, 2023) 19쪽


일자로 길게 당겨

→ 곧고 길게 당겨

→ 조르르 길게 당겨

→ 주르륵 길게 당겨

《비밀의 크기》(김세희, 상상, 2025) 7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천만의 말씀
스즈키 노리타케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16.

그림책시렁 1589


《천만의 말씀》

 스즈키 노리타케

 김숙 옮김

 북뱅크

 2016.12.5.



  “천만에(千萬-/천만의 말씀)”는 어느 나라 말씨일까요? 이렇게 보거나 저렇게 따지거나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아니요’나 ‘아니올시다’라 했고, ‘뭘요’라든지 ‘어이없다·터무니없다’라 하거나 ‘잘래잘래·절레절레’나 ‘젓다’로 나타냈습니다. 《천만의 말씀》은 여러 짐승을 사람으로 빗대면서 ‘나’한테 돌아오는 얼거리로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나’부터 바라보거나 ‘내’가 바라보는 눈길이기보다는 ‘남구경’에 가까워요. 마침내 ‘나’한테 돌아오기는 하되, 너무 밖으로 맴돌면서 ‘남보기’에 얽매이는구나 싶습니다. 여러 짐승을 귀엽거나 이쁘게 그리려는 붓끝은 안 나쁘지만, ‘사람’을 그리려면 그냥 사람을 그리기를 바라요. 짐승이라는 이웃숨빛을 그리려면 그야말로 짐승이라는 이웃숨결이 빛나는 터전을 바탕으로 제대로 그려낼 노릇입니다. 내가 나를 고스란히 바라보려면 ‘나’라고 하는 자리와 숨결과 눈망울을 들여다볼 일입니다. 그림책으로 들려주려는 ‘가르침’은 훌륭할 수 있되, 자칫 가볍게 장난치듯 귀염그림으로 잔뜩 엮어 놓으면, 오히려 아이들은 속빛이 아닌 겉모습에 얽매이고 맙니다. 아닌 붓끝은 그저 아닙니다. 아름붓이어야 비로소 아름그림으로 깨어납니다.


#とんでもない #鈴木のりたけ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16.

그림책시렁 1573


《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창비

 2007.2.20.



  누가 “오래살아야 좋은가요?” 하고 물으면 으레 고개를 젓습니다. 삶이 즐겁지 않다면 아무래 오래도록 목숨을 잇더라도 부질없습니다. 삶이 사랑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오래살이를 한들 빛나지 않아요. “그렇다면 짧게 살아야 하나요?” 하고 묻기도 하는데, 삶은 ‘길이’로 안 따지고 못 따집니다. 오래 안 죽어야 하지 않고, 짧게 살아야 좋지 않습니다. 온하루가 이야기꽃으로 피어나면서 즐겁게 걸어가는 길일 노릇입니다. 《십장생을 찾아서》는 ‘열꽃’ 또는 ‘오래열꽃’을 바탕으로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안 죽기’를 바라는 뜻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이 같은 마음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오래살이’를 남길 뜻은 아닐 텐데 싶어요. 할아버지는 마지막날까지 아이한테 ‘삶길’을 이야기로 들려주려고 했을 텐데 싶습니다. 더 자주 어울리거나 더 오래 같이 놀아야 즐거운 하루이지 않습니다. 온사랑으로 마주하기에 웃고 노래합니다. 온마음에 사랑씨앗을 심기에 두고두고 빛나요. 열 가지 ‘꽃숨’을 차근차근 짚는 얼거리는 안 나쁩니다만, ‘오래’가 아닌 ‘오늘’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래살기’가 아닌 ‘오늘사랑’에 마음을 기울일 적에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면서 훨훨 날아오르리라 봅니다.


ㅍㄹㄴ


+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제럴드 맥더멋)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 창비, 2007)


더 이상 단짝이 아닌 걸까요

→ 더는 단짝이 아닐까요

7쪽


반짇고리 속을 뒤적이다

→ 반짇고리를 뒤적이다

9쪽


주머니 위에 수놓인 학을 가만가만 만져 보았습니다

→ 주머니에 덧붙인 두루미를 가만가만 만져 봅니다

→ 주머니에 박은 두루미를 가만가만 만져 봅니다

9쪽


나는 십장생 중 하나인 학이야. 신선이 타고 다니던 새지

→ 나는 열빛 가운데 두루미야. 멧님이 타고다닌 새지

→ 나는 열꽃 가운데 두루미야. 숲님이 타고다닌 새지

→ 나는 오래열에서 두루미야. 멧지기가 타고다닌 새지

→ 나는 오래열꽃에서 두루미야. 멧사람이 타고다니지

1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15. 밤길을 그리는



  달날에 고흥군 영남면 어린배움터에서 어린씨랑 노래쓰기(우리말로 시쓰기)를 편다. 아침부터 펴는 일이기에, 해날인 오늘 부산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사상나루로 달린다. 부산·순천·벌교·고흥읍까지 다 다른 시외버스를 갈아타서 밤에 마지막으로 택시를 부르는 길이다.


  버스에서 읽을 책을 빼놓는다. 버스에서 쓸 글도 헤아린다. 아침부터 속을 비웠고, 이제 길님(운전사)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어젯비는 하늘을 말끔히 씻었다. 오늘바람은 하늘을 정갈히 털었다. 크고작은 책짐을 기쁘게 나르자고 여긴다. 한 발짝씩 떼면 된다. 한 걸음씩 나아가면 즐겁다. 읽고 쓰고 듣고 보고 나누는 사이에 모두 부드러이 풀린다고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58 : 색의 감동을 주는 것 그녀


왜 흰 새가 다른 색의 새와는 다른 감동을 주는 것인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 그는 왜 흰새가 다른 깃빛보다 가슴을 울리는지 모른다

→ 그사람은 왜 흰새가 다른 새보다 찡한지 모른다

《흰》(한강, 난다, 2016) 74쪽


‘흰새’가 있고, 깃빝이 다른 새가 있습니다. “감동을 주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인데, ‘것’까지 달라붙어 군더더기입니다. ‘울리다’나 ‘찡하다’나 ‘뭉클하다’나 ‘느끼다’로 손질합니다. 임자말 ‘그녀는’은 ‘그는’이나 ‘그사람은’으로 손보면서 맨앞으로 옮깁니다. ㅍㄹㄴ


색(色) : 1.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이나 빨강, 파랑, 노랑 따위의 물리적 현상.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물감 따위의 안료 2. 같은 부류가 가지고 있는 동질적인 특성을 가리키는 말 3. 색정이나 여색, 색사(色事) 따위를 뜻하는 말 4. [불교] 물질적인 형체가 있는 모든 존재 5. ‘색깔’의 뜻을 나타내는 말

감동하다(感動-) :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다

그녀(-女) : 주로 글에서,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여자를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