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지방도시



 지방도시 출신이라고 괄시를 한다 → 작은고을내기라고 얕본다

 지방도시라서 차별을 받았다 → 시골이라서 따돌린다

 지방도시로 발령이 나오다 → 멀리 내려보내다 / 바깥으로 맡기다


지방도시 : x

지방(地方) : 1. 어느 방면의 땅 2. 서울 이외의 지역 ≒ 주현(州縣) 3.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도시(都市) :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지방도시(地方都市)’라는 일본말을 들여오면서 정작 뜻은 엉뚱하게 쓰는 우리나라입니다. 고을마다 고을빛을 살리려고 하기에 ‘마을빛·고을빛·고장빛’처럼 쓰는 이웃나라 일본이라면, 이 나라에서는 으레 ‘밖’이나 ‘멀다’나 ‘시골’로 여기곤 합니다. 이제는 ‘마을·고을·고장’으로 알맞게 손볼 만하고, 서울이 아닌 곳을 가리킬 적에는 ‘다르다·또다르다·여느’로 손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시골·실’이나 ‘곳·데·자리·쪽·즈음·쯤’으로 손봅니다. ‘땅·녘·골·께·밭’이나 ‘꼬마·꼬마나라·꼬마누리’나 ‘터·터전·판’으로 손보아도 돼요. ‘멀다·먼발치·멀리·먼곳·먼길’이나 ‘바깥·밖·바깥쪽·바깥자리·바깥길’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작은골·작은고을·작은고장’이나 ‘작은마을·작은말·작은곳·작은터’로 손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지방 도시의 문화행사에 강연을 하러 갔다

→ 어느 곳 한마당에 이야기를 하러 갔다

→ 어느 고을 한잔치에 말꽃을 펴러 갔다

《어떤 어른》(김소영, 사계절, 2024)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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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연애소설



 연애소설을 탐독하다 → 사랑글을 즐겨읽다

 연애소설 같은 것도 그런 방식으로 → 사랑얘기도 그렇게


연애소설(戀愛小說) : [문학]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 ≒ 염정소설



  사랑을 다루는 글이라면 ‘사랑글·사랑글월·사랑적이’입니다. ‘사랑이야기·사랑얘기’이기도 합니다. ‘사랑타령’일 때도 있어요. 사랑이기에 사랑이라고 말하면 됩니다. ㅍㄹㄴ



중국어의 관능적 부분을 살린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했다

→ 중국말에서 달콤한 곳을 살린 사랑글이라고 생각했다

→ 달달한 중국 말씨를 살린 사랑얘기라고 생각했다

《여행하는 말들》(다와다 요코/유라주 옮김, 돌베개, 2018) 130쪽


경로석에 앉아 마음껏 연애소설 읽는 할머니로

→ 어른자리에 앉아 마음껏 사랑글 읽는 할머니로

→ 늙님칸에 앉아 마음껏 사랑얘기 읽는 할머니로

《가장 사적인 평범》(부희령, 교유서가, 20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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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지방 地方


 열대 지방 → 더운땅 / 더운고을 / 더운터

 낯선 지방으로 여행하다 → 낯선 곳으로 마실하다 / 낯선 마을로 나들이하다 / 낯선 고을로 다녀오다

 지방 도시 → 작은고을 / 작은고장

 지방에서 올라오다 → 다른 곳에서 오다 / 시골에서 오다 / 다른 고장에서 오다


  ‘지방(地方)’은 “1. 어느 방면의 땅 2. 서울 이외의 지역 ≒ 주현(州縣) 3.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마을·고을·고장’으로 알맞게 손볼 만하고, 서울이 아닌 곳을 가리킬 적에는 ‘다르다·또다르다·여느’로 손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시골·실’이나 ‘곳·데·자리·쪽·즈음·쯤’으로 손봅니다. ‘땅·녘·골·께·밭’이나 ‘꼬마·꼬마나라·꼬마누리’나 ‘터·터전·판’으로 손보아도 돼요. ‘멀다·먼발치·멀리·먼곳·먼길’이나 ‘바깥·밖·바깥쪽·바깥자리·바깥길’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작은골·작은고을·작은고장’이나 ‘작은마을·작은말·작은곳·작은터’로 손볼 수 있습니다. 낱말책 보기글 가운데 “지방에서 올라오다”가 있는데, 이는 서울을 섬기는 따돌림말입니다. “시골에서 오다”나 “다른 고장에서 오다”로 바로잡습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지방’을 다섯 가지 더 싣는데, 모두 털어내어도 됩니다. ‘지방(脂肪)’은 ‘굳기름·기름’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지방(支放) : [역사] 관아(官衙)에 속하여 있는 일꾼에게 급료를 내어 주던 일

지방(地枋) : [건설] = 하인방

지방(知方) : [북한어] 예법을 앎

지방(紙榜) : [민속] 종잇조각에 지방문을 써서 만든 신주(神主)

지방(脂肪) : [생물]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결합한 유기 화합물 ≒ 굳기름·지고(脂膏)



이 지방은 냉해를 자주 입어서 가족과 마을사람 들이 하나로 단결하지 않고는

→ 이 마을은 얼음벼락이 잦아 집안과 마을사람 들이 하나로 뭉치지 않고는

→ 이 고을은 찬벼락이 잦아서 집안과 마을사람 들이 하나가 되지 않고는

《백귀야행 2》(이마 이치코/강경원 옮김, 시공사, 1999) 63쪽


뉴멕시코 주 데밍의 사막지방에서 넉 달을 지내면서

→ 뉴멕시코 주 데밍 모래벌에서 넉 달을 지내면서

→ 뉴멕시코 주 데밍 모래고을에서 넉 달을 지내면서

→ 뉴멕시코 주 데밍 모래벌판에서 넉 달을 지내면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하워드 진/유강은 옮김, 이후, 2002) 122쪽


요즘은 다른 지방의 어머니들도 많이 따라서 흉내내게 되었다

→ 요즘은 다른 고장 어머니도 많이 따라서 쓴다

→ 요즘은 다른 마을 어머니도 많이 흉내내어 쓴다

《어린이책 이야기》(이오덕, 소년한길, 2002) 246쪽


경상도 지방에 두루 퍼져 있는 남정네들의 풍물놀이에서 부르는 것이다

→ 경상도에 두루 퍼진 사내들 네가락놀이에서 부른다

→ 경상도 쪽에 두루 퍼진 사내들 놀이두레에서 부른다

《배달말꽃 갈래와 속살》(김수업, 지식산업사, 2002) 289쪽


북쪽 지방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 높쪽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 높녘 마을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 높쪽 고장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 높녘 나라에서는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존 J.롤랜즈/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 2006) 45쪽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진주 지방 백성의 축제였던 것 같다

→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던 진주 고을 큰잔치였다

→ 누구라도 함께 즐길 수 있던 진주 고을 한마당이었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김현아, 호미, 2009) 120쪽


그러한 와중에서도 일본의 식량 창고, 훗카이도 지방에는

→ 그런데도 일본에서 밥칸, 훗카이도 쪽에는

→ 그런 마당에도 일본에서 밥칸, 훗카이도에는

→ 그렇지만 일본 밥칸, 훗카이도에는

《백성귀족 1》(아라카와 히로무/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1) 3쪽


얼마 전 지방에 다녀왔다

→ 얼마 앞서 멀리 다녀왔다

→ 시골에 다녀왔다

→ 어느 곳에 다녀왔다

→ 작은고을에 다녀왔다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208쪽


나 같은 지방 출신 고학생 사이에는 넘지 못할 벽이 있었다

→ 나 같은 시골내기 가난이 사이에는 넘지 못할 담이 있다

→ 나 같은 작은고을 쪼들린 살림에는 넘지 못할 금이 있다

《내 이름은 욤비》(욤비 토나·박진숙, 이후, 2013) 40쪽


지방 대도시에서는 도서관 붐이라고 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어졌지만 지방 소도시, 특히 주민이 많지 않은 시골 마을에는 여전히 책문화라고 할 만한 것도, 책 문화공간도 부족했다

→ 다른 큰고장은 책숲바람이라고 할 만큼 눈부시게 커졌지만 바깥쪽, 더욱이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 마을에는 아직 책살림도 책터도 모자랐다

→ 고장 큰곳은 책숲바람이라고 할 만큼 부쩍 자랐지만 작은곳, 더구나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 마을에는 아직 책살림도 책마당도 적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백창화·김병록, 남해의봄날, 2015) 25쪽


왜 이런 좁은 지방에 남겠다는 거야?

→ 왜 이런 좁은 곳에 남겠다고?

→ 왜 이런 좁은 시골에 남으려고?

《너에게 친구가 생길 때까지 1》(호타니 신/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5) 175쪽


미국 남부 지방 억양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 미국 남쪽 말씨로 말을 이어 나갔다

→ 미국 남녘 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존경합니다, 선생님》(페트리샤 폴라코/유수아 옮김, 아이세움, 2015) 1쪽


근동 지방의 동물 뼈 증거는

→ 하늬끝에서 나온 짐승 뼈는

→ 하늬녘끝 짐승 뼈 자국은

《말, 바퀴, 언어》(데이비드 W. 앤서니/공원국 옮김, 에코리브르, 2015) 96쪽


해안 지방에 사는 모든 개들에게 고난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 바닷가에 사는 모든 개한테 가시밭길이 닥치려 한다

→ 바닷마을에 사는 모든 개는 곧 가싯길을 맞을 듯하다

→ 바닷마을 모든 개는 이윽고 바람서리를 맞을 듯하다

《야성의 부름》(잭 런던/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 9쪽


그 지방의 사람들은

→ 그곳 사람들은

→ 그 마을에서는

→ 마을사람은

《흰》(한강, 난다, 2016) 47쪽


전국동시선거를 실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의 정치의제가 지방선거를 좌우한다

→ 온나라가 한날에 선거를 하기 때문에 서울 이야기가 마을선거를 흔든다

→ 온나라가 똑같이 선거를 하기 때문에 서울 이야기가 고을판을 뒤흔든다

《시민에게 권력을》(하승우, 한티재, 2017) 75쪽


나이도 많고 지방에 있는 초로의 한 아줌마의 처지였다

→ 나이도 많고 시골에 있는 늙수그레한 아줌마였다

→ 나이도 많고 서울하고 먼 곳에 사는 늙은 아줌마였다

《감자꽃》(김지연, 열화당, 2017) 127쪽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지방에 남아 있겠다고

→ 서울곁으로 가지 않고 작은고장에 남겠다고

→ 서울밭으로 가지 않고 마을에 있겠다고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홍승은, 동녘, 2017) 10쪽


언어를 지방화하기

→ 시골말을 쓰기

→ 마을말을 쓰기

→ 고을말을 쓰기

→ 고장말로 얘기하기

→ 사투리로 하기

《숲은 생각한다》(에두아르도 콘/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73쪽


지방 사투리 쓰는 것을 비웃는 행위와

→ 사투리 쓰기를 비웃는 짓과

→ 고장말을 쓴다고 비웃는 짓과

→ 시골말을 비웃는 짓과

《방언의 발견》(정승철, 창비, 2018) 27쪽


다른 지방에서 살자는 제안에 흔쾌히 응해 주었죠

→ 다른 곳에서 살자는 뜻을 기꺼이 받아 주었죠

→ 다른 마을에서 살자는 뜻을 즐거이 따라 주었죠

→ 다른 시골에서 살자는 뜻을 넉넉히 맞아 주었죠

→ 다른 터에서 살자는 뜻을 좋이 헤아려 주었죠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이사 토모미/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18) 51쪽


지방 관리들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 시골 나리는 잘됐다고 여겼다

→ 시골 벼슬꾼은 좋다고 보았다

→ 시골 벼슬아치는 훌륭하다고 했다

《전염병 전쟁》(이임하, 철수와영희, 2020) 246쪽


지방 중소도시에서 살아온 볼 통통한 이십 대 여성에게

→ 작은고을에서 살아온 볼 통통한 스무 줄 순이한테

→ 작은고장에서 살아온 볼 통통한 스물 몇 살 순이한테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우엉·부추·돌김, 900KM, 2020) 14쪽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방 중소도시를 ‘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 더욱 큰 일은 작은곳을 ‘시골’로 여긴다

→ 더욱 깊은 일은 작은터를 ‘시골’로 본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김탁환, 해냄, 2020) 70쪽


알자스 지방의 와이너리에서 가져온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 알자스 어느 포도술칸에서 가져온 포도술을 마신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신이현, 더숲, 2022) 25쪽


지방에서 온 우리는 서로의 사투리로 장난을 치며 친해졌다. 사투리는 지방 고유의 색을 나타내면서 서로 다른 지역에 대한 이해를 담기도 한다

→ 시골에서 온 우리는 서로 사투리로 장난을 치며 사귀었다. 사투리는 시골빛을 나타내면서 서로 다른 마을을 헤아리는 징검다리이다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이보현, 소나무, 2022) 64쪽


보름의 휴가를 내어 독일 남부 지방에서 지내고 있다

→ 보름 쉬며 독일 마녘에서 지낸다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이보현, 소나무, 2022) 170쪽


지방으로, 시골로 내려오면

→ 작은골로, 시골로 가면

→ 작은터로, 시골로 가면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이꽃맘, 삶창, 2022) 24쪽


그쪽도 지방에서 올라왔군요

→ 그쪽도 시골에서 왔군요

《센티멘털 무반응》(신조 케이고/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 155쪽


지방 도시의 문화행사에 강연을 하러 갔다

→ 어느 곳 한마당에 이야기를 하러 갔다

→ 어느 고을 한잔치에 말꽃을 펴러 갔다

《어떤 어른》(김소영, 사계절, 2024)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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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하루아침에



  부산사상에서 07:00 시외버스를 타려고 05:59 부산전철을 탄다. 큰고장에서는 일찍 움직여서 첫 시외버스를 어렵잖이 탈 수 있다. 시골사람은 으레 02∼03시에 하루를 열지만, 이맘때에 다니는 시골버스란 없다. 일찍 여는 벼슬집(관공서)도 없다. 머잖아 나흘일(주4일노동)이 자리잡을듯한데, 시골사람은 어찌해야 한다는 뜻일까? 더욱이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은 어쩌란 뜻일까? ‘집안일’은 “한 해 내내 + 하루 내내”이다.


  풀은 달날에도 흙날에도 자라고 쉼날에도 한가위에도 자란다. 아이들은 불날에도 해날에도 자라고 한글날에도 자란다. 일을 알맞게 가르거나 나누면서 하는 길이란 무엇일는지 살필 때라야, 아이도 어른도 튼튼히 제자리에 서게 마련이다.


  어제 ㅁ 이야기를 폈다. ㅅ과 ㅇ도 대단하지만 ㅁ도 물줄기처럼 줄줄 흐른다. 하루아침에 다 여미지 않는다. 천천히 하나씩 여미면서 매듭을 지어간다. 곧 싹틀 풀포기처럼, 이윽고 움틀 망울처럼, 새벽마다 맺는 이슬처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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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손으로 쓰고 말하는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서 부천으로 왔다. 등짐이 아직 가볍기도 하지만, 그냥 못 본 척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수북하다. 그러나 더 보다가는 무거워서 못 걸을 수 있기에, 오늘밤에 읽을 만큼만 고르고서, 이다음달에 마실해서 사읽자고 생각한다.


  요 이레 사이에 쓴 손글하고 두어 달 앞서 쓴 손글을 문득 올려놓고서 들여다본다. 즐겁다. 나는 손수 짓는 사람이로구나. 다리로 걷고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느끼고 귀로 받아들이고 살갗으로 배우고, 마침내 사랑으로 품고 풀 길을 곱씹는다.


  우리는 누구나 먼먼 아스라이 머나먼 옛날 옛적부터 손수짓기에 손수빚기에 손수살림으로 아이들한테 물려주고서 노래했다. 손발을 쓰고 나누기에 사람으로서 산다. 손발을 잊고서 잃기에 사람빛을 나란히 잊고서 잃는다. 서로 온마음과 온몸으로 만나면 넉넉하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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