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94 : 손에 익은 기술



손에 익은 기술

→ 손에 익은 길

→ 솜씨


솜씨 : 1. 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재주 ≒ 수품 2. 일을 처리하는 수단이나 수완

기술(技術) : 1.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 2.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



  우리나라 낱말책은 ‘솜씨’를 으레 ‘재주’로 풀이합니다. 얄궂습니다. 그런데 ‘솜씨’를 ‘수단·수완’으로도 풀이하고, 한자말 ‘기술’을 ‘수단·방법·능력’으로도 풀이합니다. 더없이 얄궂습니다. “손에 익은 기술”이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솜씨 = 손씨’입니다. “손에 익은 길”이자 “손으로 하는 길”을 워낙 ‘손씨’라 했고, 오늘날에는 ‘솜씨’로 적습니다. 말뜻과 말결을 제대로 밝히고 적을 때에는 겹말을 쓸 일이 없습니다. ㅍㄹㄴ



손에 익은 기술을 견장처럼 달고

→ 손에 익은 길을 어깨띠처럼 달고

→ 솜씨를 뽐내고

→ 솜씨를 드러내고

《당신이 전태일입니다》(표성배, 도서출판 b, 2023)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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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2. 진주관광홍보물



  진주시외버스나루에 ‘진주관광홍보물’ 놓는 자리가 있고, 만화책이 덩그러니 있다. 2003년에 나온 빳빳한 만화책이다. 누가 놓았을까. 텅빈 자리가 쓸쓸하니 만화책을 펴며 쉬어가자는 뜻이겠지. 고이 모시던 만화책을 살살 넘긴다. 알뜰히 건사하던 책이로구나.


  문득 생각한다. 진주에 알뜰한 헌책집이 여럿 있다. 진주시청에서 이 여러 헌책집에서 손길책을 날마다 두 자락씩 사서 이 칸에 놓는다면 참 멋스러우리라 본다. 오며가며 읽고, 미처 못 읽으면 그냥 버스와 함께 길을 떠나고, 다 읽은 책은 버스마다 있는 그물주머니에 담고.


  손길책이 시외버스를 따라서 돌고돈다면, 어느 날 다시 진주로 올 테지. 또는 어느 책을 고이 품고 싶은 책벌레 곁으로 깃들 수 있다. 헌책집이 있는 모든 고장에서 이렇게 날마다 두 자락씩 손길책을 놓으면서 여러 사람하고 긴긴 마실길을 떠나 보라고 슬쩍 마음 한 자락 써 볼 수 있기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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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재봉사의 옷장 - 2024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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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22.

그림책시렁 1580


《숲속 재봉사의 옷장》

 최향랑

 창비

 2024.4.5.



  예부터 누구나 살림꾼으로 살아가며 보금자리를 일구었습니다. 누구나 손수 집을 짓고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면서 하루를 지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손수짓기를 잊고 집짓기와 밥짓기와 옷짓기도 거의 다 남한테 맡깁니다. 시골에서 사노라면 시골버스를 타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을 늘 마주하는데, 갈수록 시골 곳곳에 이웃일꾼이 늘면서 “시골에는 이웃일꾼만 살면 되나?”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일해서 버는 돈을 보금터(고향집)로 보내는 이웃일꾼은 있되, 막상 시골에 뿌리내리거나 깃들어 손수짓는 살림을 누릴 사람은 설 곳을 잃어가는구나 싶어요. 어느새 모내기와 가을걷이도 거의 이웃일꾼이 합니다. 우리는 뭘 하는 삶일까요? 《숲속 재봉사의 옷장》은 귀엽고 예쁘게 꾸민 줄거리가 흐릅니다. ‘숲바느질꾼’이 꽃물과 잎물과 풀물을 들이는 옷을 어떻게 지어서 누리는지 들려줍니다. 아늑하면서 한갓지구나 싶은 마음을 밝힌다고 할 텐데, 막상 이 나라 시골과 들숲메바다를 헤아리면, 너무나 동떨어진 줄거리 같습니다. 귀엽고 예쁜 붓끝과 줄거리는 안 나쁘되, 삶자리에 발을 붙이면서 손길로 보듬는 이야기를 길어올려서 이곳 아이들 누구한테나 속삭일 수는 없을까요? ‘이쁜 그림붓’이 아닌 ‘살림하는 손길’이 그립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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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8.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오덕 글, 삼인, 2011.9.16.



부산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에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함께 이야기밭을 일구기로 한 2025년이다. 짧게 일곱 달을 깃들며 글꽃을 여미는 동안 ‘낛(국민연금·건강보험)’을 나라에서 대준단다. 누가 낛을 대주기로는 2009∼10년에 한글학회 일을 도울 무렵 뒤로 처음이다. 이러구러 새벽에 옆마을로 달려가서 첫 시골버스를 탄다. 순천을 거쳐서 부산에 닿는다. 사직동 〈읽는 마음〉부터 들른다. 어제 갓 열었다는 책집이 이제부터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산교대 너른터를 가로질러 걷는다. 멀쩡한 느티나무 줄기를 뭉텅뭉텅 치기도 했지만, 고스란히 두기도 했다. 나무가 하늘을 바라보며 가지를 뻗는 곳이어야 배움터라고 본다. 나무를 괴롭히는 손끝이 있다면 배움터일 수 없다. 오랜만에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돌아본다. 어린글꽃(어린이문학)을 쓰는 길잡이책이 여럿 나오기는 하는데, 어쩐지 ‘잘 팔려서 살아남는 굴레’에 치우치기 일쑤이다. ‘아이곁’에 서면서 ‘어른곁’에도 서는 마음을 짚는 길잡이책이 요새는 안 나온다. 모든 사람은 아이로 태어나서 어른으로 살림한다. 어린글꽃뿐 아니라 여느글꽃(일반문학)도 ‘아이곁 + 어른곁’이라는 눈빛과 매무새로 다가설 노릇이다. 그리고 숲곁과 마을곁에 서야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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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7.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실비아 플라스 글/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2016.4.20.



아침 일찍 고흥읍으로 간다. 고흥교육지원청까지 걸어가며 책을 읽는다. 우리 책숲으로 삼는 ‘옛 흥양초등학교’ 임대계약서를 새로 쓴다. 해삯으로 110만 원을 치른다. 물·빛(전기)을 못 쓰고, 비가 새는 낡은 집이되, 지난 열다섯 해 동안 고쳐주거나 손보지 않고서 해삯은 꼬박꼬박 받는다. 그러려니 여기기로 한다. 다시 책을 읽으며 나래터까지 걷는다. 글월을 부치고서 저잣마실을 한 뒤에 시골버스를 탄다. 옆마을에 내려 새삼스레 걷는다. 집에 닿아 짐을 부리고서 씻은 뒤에 드러눕는다. 두 시간쯤 푹 쉬고서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끝손질을 한다. 펴냄터에서 여러모로 꼼꼼히 짚고 알려주셨다. 저녁에 마치고서 기지개를 켠다.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을 먼저 읽었고,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을 이어서 읽었다. 옮김말이 안 와닿기도 했지만, 《동화집》은 좀 따분했다. 여러 아이가 어떻게 한집에서 어울리며 서로 아끼는가 하는 줄거리를 상냥하게 가르치려는 뜻은 알겠지만, 이 대목에서 멈췄구나 싶다. 왜 아이가 ‘옷’을 ‘멋’과 ‘자랑’으로 여겨야 할까? 우리가 쓰고 읽는 글을 ‘옷·멋·자랑’으로 여길 적에는 스스로 굴레에 갇힌다. 삶과 집살림도 말글도 언제나 숲과 씨앗과 꿈으로 여밀 뿐이다.


#SylviaPlath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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