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4. 받는 기쁨을



  오늘로 나흘째 영남초등학교 어린씨를 만나서 노래쓰기 이야기꽃을 폈다. 이제 하루를 더 펴면 마친다. 사흘 동안 여러 이야기꽃을 펴면서 이곳 시골아이들이 “받는 기쁨”을 누릴 틈(기회)을 베풀어야겠다고 느꼈다. 손글씨 노래를 모두한테 하나씩 써줄까 하다가, 이러기에는 밭고 조금 버거워서 책을 하나씩 주기로 한다. 스물네 아이한테 하나씩, 길잡이 여섯 분한테 하나씩, 모두 서른 자락을 등짐으로 나른다.


  너희는 책을 받을 일이 드물 수 있지만, 이렇게 책을 거쳐서 손빛과 마음을 받을 수 있단다. 너희는 언제나 스스로 빛나는 숨결이야. 큰길과 큰꿈이 아닌, 작은씨앗을 작은손에 품고서 작은숲을 일구는 작은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라.


  너희가 나중에 고흥을 떠나고 보면, 이 작은 시골학교로 누가 이야기꽃을 펴러 찾아오는 일이 얼마나 드물고 뜸한지 알 수 있어. 너희가 이야기씨앗을 누리도록 다리를 놓은 길잡이가 있은 줄 알아볼 날을 기다릴게. 이 작은학교 곁에 멧새가 얼마나 많이 깃드는지 아직 모를 수 있는데, 너희는 온슾과 온들과 온하늘이 베푸는 사랑을 푸르게 누리는 나날이란다.


  하루하루 받고 누리고 맞이하는 사랑씨랑 살림씨를 속으로 품어 봐. 너희 모두 “머잖아 나비로 깨어날 고치를 튼 애벌레”일 테니, 기쁘게 배우고서 익히는 오늘길을 뚜벅뚜벅 같이 걷기를 바라. 바람을 바라보면서 파랗게 바라기에 이루는 길이야. 너도 나도 바람씨인걸. 느긋이 자고 넉넉히 먹고 신나게 놀고 실컷 말하고 천천히 읽으면서, 우리가 저마다 다르기에 나란히 서는 하늘빛인 줄 생각하자. 생각하기에 샘물처럼 빛나는 사람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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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퀘스트quest



퀘스트 : x

quest : 1. 탐구, 탐색 2. 탐구[탐색]하다

クエスト(quest) : 퀘스트



영어 ‘퀘스트’는 우리말로 ‘가다·찾다·품다’나 ‘길·길눈·길꽃’으로 고쳐씁니다. ‘곬·몫·모가치’나 ‘일·제할일·앞가림’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할거리·할일·해낼거리·해낼일’이나 ‘삶길·사는길’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다음 퀘스트로 바로 가면 점수가 두 배인데

→ 다음으로 바로가면 두 곱을 받는데

→ 다음길로 바로가면 두 곱을 얻는데

《마지막 레벨 업》(윤영주, 창비, 2021)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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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길드guild



길드(guild) : [역사] 중세 시대에, 상공업자들이 만든 상호 부조적인 동업 조합. 서유럽의 도시에서 발달하여 11세기에서 12세기에는 중세 영주의 권력에 대항하면서 도시의 정치적·경제적 실권을 쥐었으나, 근대 산업의 발달과 함께 16세기 이후에 쇠퇴하였다

guild : 1. (직업·관심·목적이 같은 사람들의) 협회[조합] 2. 길드(중세 시대 기능인들의 조합)

ギルド(guild) : 1. 길드 2. 중세 유럽에서 설립된 상공업자의 조합. 일반적으로는 동업자 조합



우리 낱말책에 실린 영어 ‘길드’를 돌아봅니다. 요즈음에는 이 영어를 아주 다른 자리에서 씁니다. 이모저모 본다면 ‘두레·둘·두빛’이나 ‘모둠·모음·울력·품앗이’나 ‘모둠일터·모둠일판·모둠터·모둠판’으로 나타낼 만합니다. ‘일두레·일모임’이나 ‘살림두레·살림누리·살림그물·살림모임’이나 ‘살림마당·살림마을·살림울·살림판·살림품앗이’라 할 만하고요. ‘삶두레·삶누리·삶그물·삶모임’이나 ‘삶마당·삶마을·삶울·삶판·삶품앗이’라 해도 어울리고, ‘아우르다·아울길·아울빛·아울꽃·아울누리’나 ‘어우르다·어우러지다·얼크러지다’나 ‘어울리다·어울길·어울빛·어울꽃·어울누리’라 하면 되어요. ‘짝·짝꿍·짝님·짝지·짝맺다·짝짓다’라 할 수 있습니다. ‘깁다·기우다·땋다’나 ‘여미다·엮다·짜맞추다’라 해도 어울려요. ‘맞다·맞붙다·마주붙다·맞추다·맞춤’이나 ‘꾸리다·꾸려가다·동이다·동여매다’로 나타내고, ‘묶다·붙다’나 ‘하나·하나꽃·하나되다·핫·한곳·한데’로 나타냅니다. ‘한몸마음·한마음몸·한아름’이나 ‘달라붙다·달붙다·들러붙다·들붙다’나 ‘꿰맞추다·꿰매다·끼워맞추다·둘러맞추다’라 해도 되어요.



왜 길드에 안 들어가?

→ 왜 두레에 안 들어가?

→ 왜 모둠에 안 들어가?

《마지막 레벨 업》(윤영주, 창비, 2021)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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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성인 聖人


 또한 성인이시오 → 또한 거룩하시오

 성인을 제외하고는 → 거룩한 분을 빼고는 / 훌륭한 분을 빼고는


  ‘성인(聖人)’은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거룩하다·거룩님·훌륭하다’나 ‘점잖다·참하다·깊다·깊넓다·커다랗다·크다’나 ‘곧은이·바른이·대단하다·엄청나다’라 할 만합니다. ‘어른길·어른빛·마음어른·마음빛’이나 ‘어질다·어진이·어진님·어진빛·어진길·어진꽃’이라 하면 되어요. ‘빛·빛꽃·빛나다·빛님·빛사람·빛살’이나 ‘꽃어른·꽃님·꽃잡이·꽃바치·꽃대·꽃빛’이라 해도 어울리고, ‘아름님·아름이·아름꽃·아름별’이나 ‘아름빛·아름꽃빛·아름빛꽃’이라 하면 됩니다. ‘온님·온사람·온모습’이나 ‘온빛·온꽃·온넋·온얼·온씨’라 할 만하고, ‘새꽃·우람나무·우대·큰나무’라 하면 되어요. ‘큰님·큰사람·큰꽃·큰별·큰빛·큰어른’이나 ‘웃사람·위·윗사람·윗님’이요, ‘슬기롭다·잘 알다·잘나다’나 ‘참하다·참님·참사람·참어른·참어르신’이라 할 수 있어요. ‘찬눈·찬꽃·찬빛’이나 ‘참꽃·참넋·참눈·참얼·참빛’이나 ‘한별·한꽃·한빛’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멀리 떨어진 산악 지대 수도원에 거주하는 성인聖人들의 거푸집 속으로 뛰어든 톨로키의 직업상, 그런 감정은 금기였다

→ 멀리 떨어진 멧골 비나리집에 사는 곧은님 거푸집으로 뛰어든 톨로키는 일하며 그런 마음은 안 되었다

《곡쟁이 톨로키》(자케스 음다/윤철희 옮김, 검둥소, 2008) 66쪽


성인 하인츠 님, 그럼 어떡할 셈인데요?

→ 거룩한 하인츠 님, 어떡할 셈인데요?

→ 훌륭한 하인츠 님, 어떡할 셈인데요?

《달밤의 호랑지빠귀》(카사이 스이/우혜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2) 196쪽


프란체스코 성인은

→ 프란체스코 꽃님은

→ 프란체스코 빛님은

《소원을 비는 나무》(윌리엄 포크너/김욱동 옮김, 이숲, 2013) 84쪽


엄마는 성인이 아니야

→ 엄마는 거룩하지 않아

→ 엄마는 훌륭하지 않아

→ 엄마는 대단하지 않아

《사랑하는 안드레아》(룽잉타이·안드레아/강영희 옮김, 양철북, 2015) 76쪽


자신을 무슨 성인이라도 되는 양

→ 스스로 뭐 훌륭하다는 듯

→ 제가 무슨 아름님라도 되는 듯

《고양이의 서재》(장샤오위안/이정민 옮김, 유유, 2015) 49쪽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성인(聖人)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 쳐다보지 않았던 거룩한 사람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 눈길도 안 두던 대단한 이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피터 N.스턴스/김한종 옮김, 삼천리, 2017) 107쪽


너무 성인군자 같아서 오히려 로봇 같더라

→ 너무 점잖아서 오히려 딱딱하더라

→ 너무 거룩해서 오히려 딱딱하더라

→ 너무 어진 듯해서 오히려 딱딱하더라

《이런 미래는 들은 적 없어! 1》(야스코/김진수 옮김, 학산문화사, 2018) 136쪽


자신이 옛 성인들이 이룬 것을 들어 해설할 뿐 스스로 짓지는 않는다. 즉 술이부작述而不作한다고 말했다

→ 스스로 옛어른 이야기를 들어 풀이할 뿐 짓지는 않는다. 곧 ‘풀이뿐’이라고 했다

→ 스스로 옛사람 살림꽃을 들어 얘기할 뿐 짓지는 않는다. 그러니 ‘풀이’라고 했다

《책의 사전》(표정훈 글, 유유, 2021) 25쪽


천인합일을 이룬 사람을 성인(聖人)이라고 한다

→ 하늘빛을 이룬 사람을 거룩하다고 한다

→ 하늘넋을 이룬 사람을 훌륭하다고 한다

《농적 삶을 위한 사유》(서성열, 좋은땅, 2021) 160쪽


성인군자라는 요란한 말도 왠지 진실감이 느껴져

→ 꽃어른이라고 떠드는데 왠지 참말 같아

→ 온꽃이라고 하는데 왠지 거짓없다고 느껴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2》(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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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3. 같이 일구는



  고흥 영남초등학교 어린씨하고 이야기하며 조금씩 말길을 넖히고 채운다. 한꺼번에 모두 받아안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낱말 하나에 마음씨 한 톨을 누리면 된다. 불씨도 미움씨도 시샘씨도 늘 우리가 스스로 일구고 퍼뜨린다. 남이 안 심는다. 엄마아빠도 언니동생도 아닌 바로 내가 내 말을 이루면서, 우리 하루를 온몸으로 맞아들인다.


  바다와 같은 품으로 바라보고 받아안기에 온빛이 싱그럽다. 바람과 같은 숨결로 마주보고 받아들이기에 밝게 흐르고 맑다. 우리 마음밭이란 우리 말밭이다. 우리 살림밭이란 우리 손빛이다.


  별은 비가 살찌우고 살리며 돌기에 푸르다. 몸은 피가 살찌우고 살리고 돌기에 파랗다. 생각을 샘물처럼 길어올리기에 천천히 물들듯 차곡차곡 영근다. 이야기를 일으키고 일구고 이루기에 스스럼없이 꽃피우고 나누고 노래한다. 그러나 시골일수록 외려 어린이부터 들숲메하고 멀다. 시골아이가 거꾸로 바다마실을 드문드문 하거나 못 한다. 시골아이가 되레 들바람과 숲바람보다 에어컨이 익숙하고 땀방울이란 낱말을 아예 모르기까지 한다.


  영남초등학교 2층 창가에 귀제비집이 하나 있더라. 다만 아무도 모르는 듯싶다. 제비랑 귀제비는 다른데, 고흥군수나 고흥군의원이나 고흥교육청장은 두 제비가 어찌 다른지 알거나 말할 수 있을까?


  이제 졸립다. 집으로 돌아가면 빨래하고 씻고 낮잠에 들면서 바람노래랑 “갓 날갯짓 익히는 새끼제비 다섯 마리” 여름노래로 온마음을 적셔야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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