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의


 그 말의 의미의 본질을 탐색하고자 → 이 말이 뜻하는 밑동을 살피고자

 오랜 신비의 장소의 비밀을 벗기다 → 오래 숨은 수수께끼를 벗기다


  ‘-의’를 겹으로 쓴 ‘-의 -의’ 얼개는 글짜임을 통째로 손보아야 합니다. ‘-의’만 털어서는 안 되고, ‘-의’ 앞뒤에 붙인 낱말이 무엇을 나타내거나 가리키는지 헤아려서 부드러이 손질합니다. ‘-의 -의’처럼 쓰는 말씨는 군더더기가 많기 일쑤이면서, 일본 한자말로 잇곤 합니다. 부드러이 가다듬으려고 마음을 기울이면, 그때그때 새롭고 단출하면서 손쉽게 나눌 말씨가 태어납니다. ㅍㄹㄴ



남의 말의 내가 참 나냐?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냐?

→ 남이 말하는 내가 참나냐?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나냐?

→ 네가 말하는 내가 참나냐?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나냐?

《나를 따르라》(디이트리히 본 회퍼/허염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5) 5쪽


제복 차림의 인간의 모습이란 얼핏 보아서 권위가 있어 보이지만, 그와 동시에 가식적으로 보임을 면치 못한다

→ 모둠옷 차림인 모습이란 얼핏 높아 보이지만, 반들거리기도 하다

→ 갖춰입은 사람이란 얼핏 기운세 보이지만, 겉멋스럽기도 하다

《한호의 미술》(조자용, 에밀레미술관, 1974) 14쪽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奴隸的 哀愁들아

→ 사람들 하나하나 끌려가는 눈물꽃아

→ 사람들 하나하나 휘둘리는 눈그늘아

→ 사람들 하나하나 억눌리는 까만꽃아

→ 사람들 하나하나 갇힌 멍울아

《復活》(고은, 민음사, 1975) 123쪽


그것도 아니라면, 너의 아들의 학교 가는 눈동자 속에 총알을 박아 보았나

→ 그렇지 않다면, 네 아들이 배움터에 가는 눈알에 불을 박아 보았나

→ 그렇지 않다면, 너희 아들이 배우러 가는 눈에 불공을 박아 보았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신동엽, 창작과비평사, 1979) 25쪽


이는 독일 크리스찬 운동에 거는 그의 기대의 절실함을 나타내는 듯했다

→ 이는 독일 하느님 물결에 그가 애타게 바라는 뜻을 나타내는 듯했다

→ 이는 독일 하느님 물결에 그가 몹시 내거는 꿈을 나타내는 듯했다

《히틀러를 죽이려던 사람들》(로저 만벨·하인리히 프랭켈/나명렬 옮김, 한빛문화사, 1980) 19쪽


즉 교육은 해방된 흑인의 최우선의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 풀려난 검은겨레는 먼저 배워야 한다고 모두 한마음으로 말했다

→ 굴레를 벗은 검은이는 맨 먼저 배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밝혔다

《미국교육사》(프레드 M.헤칭거/채규철 옮김, 탐구당, 1981) 140쪽


그렇기는 하지만 저의 동료의 예를 보면 집에 있어야 할 텐데

→ 그렇기는 하지만 저희 또래를 보면 집에 있어야 할 텐데

→ 그렇기는 하지만 일또래를 보면 집에 있어야 할 텐데

《미혼의 당신에게》(다나까 미찌꼬/김희은 옮김, 백산서당, 1983) 160쪽


병을 통하여 인간의 삶의 깊은 뜻을 배워 증명할 수가 있게 된다면

→ 아플 적에 사람이 사는 깊은 뜻을 배워 밝힐 수가 있다면

→ 앓는 동안 삶이란 깊은 뜻을 배워 풀어낼 수가 있다면

→ 아프면서 삶을 깊이 배워 읽어낼 수가 있다면

《늙음은 하느님의 은총》(요시야마 노보루/김동섭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91) 129쪽


오 나의 딸의 시대여 비로소 조국이여

→ 오 딸이 살 나날이여 비로소 나라여

→ 오 딸이 살아갈 길이여 비로소 나라여

《내일의 노래》(고은, 창작과비평사, 1992) 102쪽


불행한 말과 글의 역사를 이어받은 우리들은, 같은 글쓰기를 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몇 갑절의 노력을 글 다듬는 일에 바쳐도 제대로 씌어지기가 어렵다고 본다

→ 말과 글이 괴롭던 지난날을 이어받은 우리는, 다른나라 사람보다 몇 갑절 힘들여 글을 다듬어도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고 본다

→ 말과 글이 고달프던 우리는, 글쓰기를 하는 다른나라 사람보다 몇 갑절 애써서 글다듬기에 바쳐도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고 본다

《우리 문장 쓰기》(이오덕, 한길사, 1992) 25쪽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나의 체구의 왜소함

→ 아버지한테서 이어받은 깡마른 몸

→ 아버지한테서 이어받은 이 가냘픈 몸

→ 아버지한테서 이어받은 조그마한 몸

《실패한 인생 실패한 문학》(김병걸, 창작과비평사, 1994) 23쪽


졸업도 하기 전에 직장이 마련되었으니 동료 급우들의 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 마치기도 앞서 일터를 마련했으니 또래 배움벗이 크게 부러워했다

→ 아직 안 마쳤는데 일터를 마련했으니 배움또래가 크게 부럽다 했다

《곤충을 벗삼아 한 평생》(신유항교수 정년퇴임 기념 문집 간행위원회, 1996) 108쪽


당신과 나를 취하게 하는 우리의 꿈의 고향이 있습니다

→ 그대와 나를 빠뜨리는 우리 꿈인 옛마을이 있습니다

→ 너와와 나를 사로잡는 우리 꿈마을이 있습니다

《이슬 꿰는 빛》(리성비, 연변인민출판사, 1997) 4쪽


현재 아야의 관광 명소의 하나로 손꼽히는 아야성도 이 색다른 것을 찾고자 하는 데서 나온 것입니다

→ 이제 아야에서 멋터로 손꼽히는 아야 담집도 이 남다른 길을 찾고자 하면서 나왔습니다

→ 오늘날 아야에서 멋터로 손꼽히는 아야 울집도 이 새길을 찾고자 하면서 나왔습니다

《숲을 지켜낸 사람들》(고다 미노루/장윤·이인재 옮김, 이크, 1999) 55쪽


앞으로 세계의 가구 증가의 거의 모두는 개도국들에서 나타날 것이다

→ 푸른별은 앞으로 거의 들꽃나라에서 사람들이 늘어난다

→ 온누리는 앞으로 거의 첫발나라에서 사람들이 늘어난다

《맬서스를 넘어서》(레스터 브라운/이상훈 옮김, 따님, 2000) 65쪽


선생의 삶의 역정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 어른이 살아온 길을 우러른다

→ 어른이 걸은 발자국을 높이 산다

《경계를 넘어 글쓰기》(김우창, 민음사, 2001) 562쪽


그러자 사업주는 두 사람의 한 달치의 임금을 주지 않았다

→ 그러자 일터지기는 두 사람 한 달 일삯을 주지 않았다

→ 그러자 임자는 두 사람 한 달 품삯을 주지 않았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백서》(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다산글방, 2001) 25쪽


일본의 대부분의 산은 삼나무나 노송나무 등의 인공림이지만 그래도 숲으로 남아 있는 것은 괜찮은 쪽이고

→ 일본은 멧골이 거의 삼나무나 노송나무처럼 따로 심었지만 그래도 숲으로 남았으니 좋고

→ 일본 멧골은 삼나무나 노송나무를 많이 심었지만 그래도 숲으로 있으니 좋고

《여기에 사는 즐거움》(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 도솔, 2002) 146쪽


하지만 섬을 떠난다고 해도 그 절망의 원인이 나의 삶의 방식에 그대로 남아 있는 한 그것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오리라 생각했다

→ 그러나 섬을 떠난다고 해도 슬픈 까닭이 이 삶에 그대로 남으면 그림자처럼 따라오리라 생각했다

→ 그렇지만 섬을 떠난다고 해도 멍울이 삶에 그대로 있으면 그림자처럼 따라오리라 생각했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 도솔, 2002) 190쪽


내 안의 또 하나의 나, 혹은 내 밖의 또 하나의 나와 나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유대를

→ 마음에 있는 나, 또는 몸에 있는 나와 나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리를

→ 속나, 또는 겉나와 나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빛을

《여기에 사는 즐거움》(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 도솔, 2002) 232쪽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함께 일하며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세대가 흐른 뒤에는 그들의 최초의 언어를 거의 보존하지 못 한다

→ 먼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함께 일하는 두레를 이루었어도, 몇 고개가 흐른 뒤에는 예전 말씨를 거의 지키지 못 한다

→ 다른나라에서 사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터전을 이루었어도, 몇 자리가 흐른 뒤에는 첫말을 거의 잇지 못 한다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장 자크 루소/주경복·고봉만 옮김, 책세상, 2002) 73쪽


에바의 영혼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는 건

→ 에바 넋이 마지막으로 있던 모습인 줄

→ 에바 넋이 마지막으로 남긴 모습인 줄

《칼바니아 이야기 1》(TONO/박혜연 옮김, 서울문화사, 2003) 88쪽


그리고 몸과 악기의 교감의 원리는 오직 아날로그의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 그리고 몸과 가락틀은 오직 맨손으로만 어우러진다

→ 그리고 몸과 노래틀은 오직 맨몸으로만 만난다

《밥벌이의 지겨움》(김훈, 생각의나무, 2003) 19쪽


그의 치하의 백성들은 강대한 황허강을 통제하기 위해 건설한 둑과 관개수로에 힘입어 번영을 누렸다고 한다

→ 그가 거느린 사람들은 황허가람을 다스리고자 세운 둑과 물길에 힘입어 꽃날을 누렸다고 한다

→ 그가 있을 적에 사람들은 황허가람을 다스리고자 쌓은 둑과 물길에 힘입어 잘살았고 한다

《21세기의 파이》(레스터 브라운/이상훈·배규식 옮김, 따님, 2003) 14쪽


이 이야기는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 우리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 이 이야기는 우리 어머니 삶입니다

《엘리자베스》(클레어 니볼라/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3) 2쪽


그들의 삶의 다른 모든 기능들은 그들의 출신 국가의 책임이다

→ 그들이 살며 맡는 모든 다른 몫은 그들이 자란 나라 탓이다

→ 그들이 태어난 나라가 그들이 다르게 맡는 일거리를 가른다

《제7의 인간》(존 버거·장 모르/차미례 옮김, 눈빛, 2004) 65쪽


우리는 ‘익명으로 의견을 남기고 싶은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것은 독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 우리는 ‘이름없이 생각을 남길 틈’을 지킨다. 누구나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남길 자리’을 둔다. 누구 목소리이든 들으려 한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오연호, 휴머니스트, 2004) 150쪽


그 캠페인의 성공의 비결은 ‘언제나 네티즌과 함께’에 있었다

→ 그 일이 잘된 까닭은 ‘언제나 누리님과 함께’였다

→ 그 일은 ‘언제나 누리님과 함께’였기에 잘되었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오연호, 휴머니스트, 2004) 151쪽


화천 형제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축복은 나와 남편을 변화시켜 갔고, 해마다 우리의 떠남의 의미를 새롭게 해 주었다

→ 화천 이웃이 우리한테 들려주는 빛은 나와 곁님을 바꾸었고, 해마다 우리가 떠나는 뜻을 새롭게 북돋았다

→ 화천 이웃이 우리한테 나누는 빛살은 나와 곁님을 움직였고, 해마다 우리가 떠나는 뜻을 새롭게 일으켰다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김용희, 샨티, 2004) 37쪽


섬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니까

→ 섬사람이 만나는 곳이니까

→ 섬사람들 만남터이니까

《푸른 하늘 클리닉 3》(준코 카루베/최미애 옮김, 학산문화사, 2005) 16쪽


위는 데뷔 시절 하얀 호랑이로 불리며 젊은 날을 구가했던 가수 최백호의 만년의 히트작 ‘낭만의 대하여’의 시작 부분이다

→ 이는 새내기 무렵 하얀범이란 이름으로 젊은날을 노래하던 최백호가 느지막이 터뜨린 ‘낭만의 대하여’ 첫 자락이다

→ 이는 풋내기 적에 하얀범이란 이름으로 젊은날을 노래하던 최백호가 뒤늦게 사랑받은 ‘낭만의 대하여’ 첫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받아쓰기 중》(정재환, 김영사, 2005) 93쪽


중소기업도 아니고 적어도 SBS 정도의 우리나라의 언론산업을 대표하는 방송사라면 기업 슬로건 한 줄 정도는 정확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작은일터도 아니고 적어도 서울방송쯤인 우리나라 붓판에서 내로라하는 곳이라면 일터를 알리는 한 줄 즈음은 똑똑히 써야 하지 않을까

→ 작은곳도 아니고 적어도 서울방송이나 되는 우리나라 새뜸판에서 손꼽는 곳이라면 일터를 밝히는 한 줄쯤은 똑바로 써야 하지 않을까

《한국영어를 고발한다》(최용식, 넥서스, 2005) 16쪽


이제 다시 그 문제로 돌아가 식물의 성의 진화 단계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 이제 다시 풀꽃맺이가 거듭난 길을 얼추 살펴보자

→ 이제 다시 풀꽃받이가 나아간 길을 좀 살펴보자

《식물의 역사와 신화》(자크 브로스/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05) 33쪽


산이든 몸이든 다른 무엇이든 이런 걸 마음 깊이 느끼고 나면, 우리가 무슨 일로 세상에 절망할 것이며 무슨 일로 다른 사람의 미래의 가능성에 냉소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게 됩니다

→ 메이든 몸이든 다른 무엇이든 마음 깊이 느끼고 나면, 우리가 무슨 일로 온누리가 슬플 테며 무슨 일로 다른 사람 앞날을 비웃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발바닥 내 발바닥》(김곰치, 녹색평론사, 2005) 188쪽


문옥주 할머니의 기억의 정확성에 다시 한 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문옥주 할머니가 얼마나 또렷이 떠올리는지 다시 벅차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문옥주 할머니가 참으로 똑똑히 되새기기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모리카와 마치코/김정성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05) 21쪽


양식업 등에서 쓰이는 연간 1200톤의 항생제의 행방을 추적했습니다

→ 가두리에서 해마다 쓴 1200톤어치 삭임물이 어디 가는지 살폈습니다 

→ 기름터에서 해마다 1200톤씩 쓴 눅임물이 어디 가는지 좇았습니다

《항생제 중독》(고와카 준이치/생협전국연합회 옮김, 시금치, 2005) 8쪽


이 세상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생기는 것이다

→ 온누리 이야기는 거의 모두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생긴다

→ 이야기는 거의 사람살이와 삶터에서 생긴다

《따져 읽는 어린이책》(황선열, 청동거울, 2005) 24쪽


니, 서울의 최후의 날을 모르제?

→ 니, 서울 마지막날을 모르제?

《벙어리새》(류춘도, 당대, 2005) 18쪽


오히려 희생자들과 그 후손들이 과연 그 가족들의 피의 외침을 듣고서도 슬픔과 원한을 갖지 않고, 또한 그들 스스로의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오히려 죽은이와 뒷사람이 참으로 한집안 핏빛 외침을 듣고서도 슬프거나 미워하지 않고서, 또한 스스로 사람됨을 잃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느냐이다

《해바라기》(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 뜨인돌, 2005) 219쪽


말하자면 내공의 깊이의 차이 때문이야

→ 말하자면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야

→ 말하자면 속빛이 다르기 때문이야

《탁석산의 글쓰기》(탁석산, 김영사, 2006) 144쪽


즉 표토는 자손의 행복을 바라면서 논 만들기에 땀을 흘렸던 조상님들의 노동의 축적인 것이다

→ 곧 겉흙에는 아이가 기쁘기를 바라면서 논을 일구며 땀을 흘린 옛어른 숨결이 모였다

《백성 백작》(후루노 다카오/홍순명 옮김, 그물코, 2006) 65쪽


그렇게 적은 양인데 2종류의 술의 맛을 알았단 말인가

→ 그렇게 적은데 두 가지 술맛을 알았단 말인가

→ 그렇게 조금인데 술맛 둘을 알았단 말인가

《바텐더 3》(죠 아라키·나가토모 겐지/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7) 158쪽


나는 청인인 만큼 주위의 청인들의 몰이해한 발언이 전부 내 귀에 들려온다

→ 나는 듣는 만큼 둘레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 다 귀에 들려온다

《수화로 말해요》(아키야마 나미,가메이 노부다카/서혜영 옮김, 삼인, 2009) 86쪽


그러나 당연한 얘기지만, 성관계라는 것은 성기의 결합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소통의 문제인 것이다

→ 마땅한 얘기지만, 살섞기란 사타구니 붙이기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 그러나, 몸섞기란 샅을 붙이는 일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일이다

《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안미선, 철수와영희, 2009) 144쪽


녀석의 마음의 절반은 분노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 녀석은 마음이 거의 짜증이니까

→ 녀석은 마음을 꽤나 골질로 채웠으니까

《차를 마시자 10》(니시모리 히로유키/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10) 11쪽


대부분의 편지의 수신자는 박물관 관장이었다

→ 거의 모든 글월을 받는 쪽은 살림숲지기였다

→ 거의 모든 글월은 살림숲지기가 받았다

→ 글월은 거의 살림숲지기가 받았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피터 싱어/김상우 옮김, 오월의봄, 2013) 137쪽


생물들의 서식처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 목숨붙이가 살 곳이 빠르게 무너지고

→ 우리가 사는 곳이 더 빨리 무너지고

《야생의 실천》(게리 스나이더/이상화 옮김, 문학동네, 2015) 180쪽


연어의 최초의 고향은 어디일까

→ 연어는 첫 자리가 어디일까

→ 연어한테는 첫마을이 어디일까

→ 연어는 어디서 나고자랐을까

→ 연어는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은빛 물고기》(고형렬, 최측의농간, 2016) 213쪽


설악산의 산양의 존재는

→ 설악산에 있는 염소는

→ 설악산에 사는 염소는

→ 설악산 멧염소는

《비판적 생명 철학》(최종덕, 당대, 2016) 6쪽


작살물어의 턱의 힘을 측정해 본 적이 있나

→ 작살물어 턱힘을 재 본 적이 있나

《이갈리아의 딸들》(게르드 브란튼베르그/히스테리아 옮김, 황금가지, 2016) 55쪽


듀가리는 나에게 최고의 추억의 무대였다

→ 듀가리는 나한테 가장 애틋한 자리였다

→ 듀가리는 나한테 가장 빛나는 곳이었다

→ 듀가리는 나한테 가장 아련한 터였다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4》(니노미야 토모코/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7) 35쪽


타카코 씨만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 타카코 씨 살림길이었습니다

→ 타카코 씨다운 삶길이었습니다

→ 타카코 씨 나름대로 살아갑니다

《행복한 타카코 씨 1》(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 comics, 2017) 60쪽


‘전사들의 땅의 딸’이라 불리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었지

→ ‘싸움마을 딸’이라 불리면 아주 신났지

→ ‘싸움숲 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주 신났지

→ ‘싸움나라 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주 신났지

《엄마는 페미니스트》(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황가한 옮김, 민음사, 2017) 69쪽


‘쌍화점’의 작자의 이 둘러대는 솜씨는

→ ‘쌍화점’ 글님이 이리 둘러대는 솜씨는

→ ‘쌍화점’ 지은이가 이리 둘러댄 솜씨는

《비어 있는 중심》(김정란, 최측의농간, 2017) 121쪽


한 편의 소설의 독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글을 읽는 사람이 되기란 무슨 뜻일까

→ 글 한 자락을 읽기란 무엇을 뜻할까

→ 글읽기란 무엇을 가리킬까

→ 글읽기란 무엇일까

《비어 있는 중심》(김정란, 최측의농간, 2017) 326쪽


아이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 아이 마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 아이 마음을 들을 수 있는

→ 아이 마음말을 들을 수 있는

《괜찮아, 나도 그래》(순천 신흥중학교 북적북적동아리·황왕용, 학교도서관저널, 2017) 145쪽


유럽 경제의 변혁의 바탕이 되었다

→ 하늬 살림이 거듭난 바탕이 되었다

→ 하늬녘 살림을 바꾼 바탕이 되었다

《실크로드 세계사》(피터 프랭코판/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 324쪽


그 나라 사람들의 과거의 역사, 가치관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그 나라 사람들이 걸어온 길, 생각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온 나날, 눈썰미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 그 나라 사람들이 지어온 살림,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한복, 여행하다》(권미루, 푸른향기, 2017) 166쪽


‘이 사람 저 사람’의 ‘죽음’의 숫자로 비극의 무게를 재야만 하는

→ ‘이 사람 저 사람’이 ‘죽’는 머리로 눈물비 무게를 재야만 하는

→ ‘이 사람 저 사람’이 ‘죽’는 대로 슬픔빛 무게를 재야만 하는

《이 세상의 한구석에 下》(코노 후미요/강동욱 옮김, 미우, 2017) 157쪽


독신 여성의 희망의 별이야

→ 혼가시내한테 꿈별이야

→ 홀로순이한테 꿈별이야

《프린세스 메종 1》(이케베 아오이/정은서 옮김, 미우, 2018) 152쪽


제1회에는 진보초 소재 헌책방들의 협력하에 다음의 책들의 출품이 정해졌습니다

→ 첫자리에는 진보초 헌책집들이 도와서 다음 책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 첫잔치에는 진보초 헌책집들이 도와주면서 다음 책을 내놓았습니다

《꿈의 서점》(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 79쪽


요릴 하는 데에 소모하는 시간은 그걸 만드는 사람의 수명의 일부란다

→ 밥을 하는 데에 드는 품은 밥하는 사람 숨결이란다

→ 밥을 하는 데에 드는 품은 밥을 짓는 사람 숨빛이란다

《행복화보》(오사다 카나/오경화 옮김, 미우, 2019) 21쪽


한 사람의 인생의 궤적을 따라 같이 걸어보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 한 사람이 살아온 길을 따라 걸어보며 뜻깊었습니다

→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같이 살펴보며 뜻있었습니다

《80년대생들의 유서》(홍경아 엮음, 홍글, 2020) 265쪽


바람 부는 길의 좋은 냄새의

→ 바람 부는 길에 향긋냄새는

→ 바람 부는 길 향긋한 냄새

《의》(주나이다/이채현 옮김, 비룡소, 2021) 9쪽


평화롭게 살겠다는 민초들의 염원의 간절함에

→ 사람들이 꽃살림을 온빛으로 바랐기에

→ 들사람이 아름살림을 애타게 바랐기에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염무웅, 창비, 2021) 363쪽


오늘날의 청주의 원형인 모로하쿠는

→ 오늘날 맑은술 밑동인 모로하쿠는

→ 오늘날 맑술을 이루는 모로하쿠는

《노부나가의 셰프 34》(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3) 84쪽


신의 심부름꾼의 미모와 힘은 인간이 외경심을 품게 만들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 하늘 심부름꾼인 꽃낯과 힘이니, 사람들이 높이 여기라는 뜻이다

→ 하늘 심부름꾼 몸매와 힘이란, 사람들이 거룩히 보라는 뜻이다

《살랑살랑 Q 3》(아마가쿠레 기도/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75쪽


지금의 나의 시각

→ 오늘 내 눈

→ 이제 내가 보는

《9일간의 영혼 여행》(안케 에베르츠/추미란 옮김, 샨티, 2025)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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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차안 此岸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 이곳과 저곳

 차안(此岸)에서 속박되는 → 삶터에 매이는


  ‘차안(此岸)’은 “[불교] 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이 세상 ≒ 차토”을 가리킨다고 합니다만, ‘이곳·이승·이 땅’이나 ‘삶·삶터’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유혹하듯 화사하게 출렁이던 차안(此岸)의 얇고 환한 막

→ 손 내밀면 닿을 듯한 곳에서 홀리듯 반짝이며 출렁이던 얇고 환한 겉살인 이승

→ 손 내밀면 닿을 듯한 데에서 호리듯 곱게 출렁이던 얇고 환한 꺼풀인 이 땅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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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의 영혼 여행 - 임사체험으로 알게 된 의식과 육체에 관한 새로운 진실
안케 에베르츠 지음, 추미란 옮김 / 샨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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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9.

인문책시렁 409


《9일간의 영혼 여행》

 안케 에베르츠

 추미란 옮김

 샨티

 2025.2.10.



  “죽음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 아빠몸과 엄마몸에 있는 다른 두 씨앗이 하나로 맞물릴 적에 누구나 처음으로 죽습니다. 이때까지는 온누리에서 가볍게 날아다니는 홀가분한 빛씨였는데, 엄마몸하고 아빠몸에 있는 씨앗 둘이 하나로 만나면서 번쩍 하고 빛이 퍼지면서 “몸없는 빛”에서 “몸있는 빛”으로 거듭납니다.


  어려운 말로 ‘체세포분열’이라 합니다만, 몸없는 빛으로 온누리를 돌다가 그만 몸있는 빛으로 확 붙들리면서 끝없이 조각조각 가르고 퍼지는 사이에 아주 넋이 나갈 판입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찾고서 갈라지기(체세포분열)를 지켜봐요. 이러던 어느 날 어느새 ‘아기’란 몸을 이루는 줄 알아봅니다.


  이제 엄마몸에서 자그마한 몸으로 새근새근 잡니다. 힘들었으니까요. “몸있는 빛”으로 붙들린 일로도 힘들고, 조각조각 갈리는 동안에도 힘들었어요. 엄마몸에서 열 달 즈음 아늑하게 자다가 다시금 죽음을 맛봅니다.


  그냥그냥 느긋이 끝없이 자고 싶지만, 엄마는 우리더러 그만 나가라고, 나오라고, 나라고(태어나라고) 속삭입니다. 바야흐로 죽을맛이지만 “고요한 밤”에서 “시끄러운 낮”인 삶터(세상)로 빠져나옵니다.


  우리는 어린이로 자라고 푸름이로 철들며 어른으로 서는 동안에 ‘아기로 맺어서 몸을 이루는 길’을 다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길을 언제나 안 잊는 사람도 수두룩합니다. 또한 밤에 잠자리에 드는 몸은 “또다른 죽음”인 줄 아는 사람도 많고, 새벽에 동트는 하늘을 보면서 눈뜨는 몸은 “또다시 태어남”인 줄 아는 사람도 많아요.


  《9일간의 영혼 여행》은 “몸있는 빛”으로 살기는 하되, “꿈없는 몸”으로 바쁘게 스스로 닦달하던 어느 분이 그만 아주 서두르다가 온몸이 활활 타올라서 “새삼스레 몸죽음을 맛보고 난 뒤”에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몸있는 빛으로 살아갈 적에는 언제나 이 몸에 꿈씨를 심을 노릇입니다. 꿈씨를 안 심기에 바쁘거나 서두릅니다. 꿈씨를 심는 사람은 안 바쁘고 안 서둘러요.


  우리한테 왜 밤과 낮이 있을까요? 우리말은 왜 ‘밤낮’처럼 밤을 먼저 말할까요? 이 대목을 고요히 곱씹을 틈을 스스로 낸다면, 왜 날마다 모든 사람이 죽음을 맛보고서 이튿날 새로 태어나는 길을 겪는지 깨닫겠지요.


  도무지 스스로 깨달을 낌새를 안 보이는 탓에, 스스로 꿈씨를 버리거나 팽개치는 바람에, “몸있는 빛”을 이룬 우리 넋이 화르르 타오릅니다. “제발 넋을 차리라구! 언제까지 꿈을 안 심고서 죽어가려 하니?” 하고 다그쳐요. 《9일간의 영혼 여행》을 쓴 분은 불타오르는(화상) 몸앓이를 호되게 겪으면서 비로소 모든 바쁜 굴레를 내려놓기로 합니다. 그리고 굴레를 내려놓는 바로 그날 그때부터 “꿈을 심는 새길”을 걸어요.


  알고 보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스스로 잊은 채 맴도는 이야기입니다. 글쓴이는 ‘죽어보기(임사체험)’를 어쩌다가 하루 겪은 듯 여기지만, 알고 보면 날마다 숱하게 겪는 ‘죽어보기’입니다. 날마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줄 천천히 바라보실 수 있다면, 책을 좀 다르게 썼을 텐데 싶어서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ㅍㄹㄴ


나는 불길과 싸우기를 그만두었고, 다른 무엇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싸우기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32쪽)


착각 중에서도 가장 큰 착각이, 우리가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 것이다! (55쪽)


그때 이후로 나는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진동 영역이 다른 세계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다. (127쪽)


내가 내 몸을 바라보는 동안 빛의 존재는 조용히 나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157쪽)


당신 안에 깃들어 있는 사랑이 얼마나 우리를 가볍게 하는지 기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당신이 자신을 신성한 존재로 알아차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은 언제나 그런 존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96쪽)


#Neun Tage Unendlichkeit #Anke Evertz

#Was mir im Jenseits uber das Bewusstsein, die korperliche Existenz und den Sinn des Lebens gezeigt wurde. Eine außergewohnliche Nahtoderfahrung


+


《9일간의 영혼 여행》(안케 에베르츠/추미란 옮김, 샨티, 2025)


그날 무자비하게 내 얼굴을 강타하던 그 불길의 소리가 들리고

→ 그날 얼굴을 마구 후려치던 불길소리가 들리고

→ 그날 얼굴을 모질게 갈기던 불길소리가 들리고

8


오늘 나는 그때의 나였던 그녀를 아주 다정한 눈으로 돌아본다

→ 오늘 나는 그때 나이던 아이를 아주 다사로이 돌아본다

→ 오늘 나는 그때 나이던 사람을 아주 포근히 돌아본다

11


아주 짧은 기간에 거의 저절로 써지다시피 했다

→ 어느새 거의 저절로 쓰다시피 했다

→ 휘리릭 저절로 쓰다시피 했다

16


그 많은 정보와 통찰 덕분에 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 이야기를 듣고 눈을 뜨면서 깊은 곳부터 벅차오르는 빛을 느꼈다

73


물에 합류하자마자 용해되므로

→ 물에 섞이자마자 녹으므로

79


지금의 나의 시각

→ 오늘 내 눈

→ 이제 내가 보는

117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창조자이다

→ 우리는 스스로 삶을 짓는다

→ 우리는 저마다 삶을 빚는다

→ 우리는 누구나 삶을 일군다

117


섬망?妄이란 오랫동안 혼수 상태에 있다가 깨어난 환자들이 많이 보이는 증세로

→ 오랫동안 드러눕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잠꼬대를 많이 하는데

→ 오랫동안 넋이 나가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으레 멍한데

→ 오랫동안 거의 죽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곧잘 헛소리를 하는데

185


나는 당신이 자신을 신성한 존재로 알아차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은 언제나 그런 존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나는 네가 스스로 거룩한 줄 알아차리기를 참으로 바란다. 너는 언제나 거룩했고 앞으로도 거룩하다

→ 나는 우리가 스스로 빛인 줄 알아차리기를 참으로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빛났고 앞으로도 빛난다

296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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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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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9.

인문책시렁 408


《비행운》

 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7.18.



  소리내어 읽는 책 한 자락에는, 소릿결에 스미는 마음이 흐른다고 느낍니다. 눈으로 읽는 책 하나에는, 눈망울에 떠오르는 마음이 감도는구나 싶습니다. 혀에 말소리를 얹어서 책을 읽고, 조용히 눈으로 한 줄 두 줄 새기며 읽습니다. 즐겁게 읽다가 살짝 덮고서 거닙니다. 이곳으로 부는 바람을 느끼고서, 저곳으로 나아가는 바람을 헤아립니다.


  요 여러 달 사이에 온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지난 여러 해 동안에도 시끄러웠고, 지난 열 해나 스무 해에도 시끄러웠습니다. 지난 마흔 해나 예순 해 사이에도 시끄러웠고, 온해나 두온해(200년) 사이에도 시끄러웠어요. 크고작은 물결이 다를 뿐, 내내 시끄럽습니다.


  시끄러운 나라란, 온갖 목소리가 출렁인다는 뜻이고, 어느 목소리만 왁자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여태까지 내내 시끄러운 나라였되, 으레 우두머리와 벼슬아치 몇몇 목소리만 찍어누르듯 내리치던 얼개였어요. 이런 얼개는 갈수록 ‘뭇소리’에 잠기면서 바뀝니다. 몇몇 힘꾼이나 이름꾼이나 돈꾼끼리 쥐락펴락하다가는 나란히 수렁에 잠길 테니까요.


  《비행운》은 한글로만 ‘비행운’이라 적습니다. ‘날구름(나는 자취가 남는 구름)’이 아닌, ‘슬픈길(‘행운’이 ‘아닌’ 굴레)’을 일본말씨 ‘非-’를 붙여서 ‘非幸運’처럼 말장난을 했다고 여길 만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사람은 ‘슬픈길’이되, 이들 나름대로 ‘날다 + 열구름(行雲) = 비행운(飛行雲)’처럼 살고픈 마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만만하지 않은 나라에서 살아나가기란 참 만만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만만하지 않은 굴레가 큰 만큼 다시 기운을 차리고 새로 일어나는 길을 살피고 찾으면서 모인다고 느낍니다. 만만한 나라였으면 아무래도 그냥그냥 틀에 맞추어 주저앉기 쉽습니다. 안 만만한 나라이기에 이리 부딪히고 저리 깨지면서 새길을 찾고픈 마음을 일으킵니다.


  전남 고흥은 시골이라서 이곳에서 트랙터를 몰고 서울까지 가는 분이 있고, 밤새워 서울까지 먼길을 오가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더 크게 물결쳐야 한다고 여기는구나 싶은데, 예전에 박근혜를 끌어내리던 무렵이라든지, 더 앞서 전두환·노태우를 끌어내리려 하던 때에는, 굳이 서울로 모이지 않고서 온나라 곳곳에서 모였어요. 지난날에는 ‘마을 스스로 일어서며 뜻을 밝히기’를 했다고 느껴요.


  못나거나 모자란 삶은 없습니다. 가시밭길도 삶입니다. 자갈밭도 삶입니다. 눈물겹고 슬픈 나날도 삶입니다. 울며 고단한 하루가 있기에, 이 울음을 삼키고 닦으면서 다시 일어섭니다. 눈물겹고 아픈 하루가 있기에, 다시 가다듬고 갈고닦으면서 꿋꿋하게 일어납니다.


  나라를 바꾸는 힘이란 언제나 작은씨앗 한 톨이라고 느낍니다. 마을과 집을 바꾸는 힘도 언제나 작은마음 한 자락부터 비롯한다고 느낍니다. 다 다른 숱한 작은씨앗이 한 톨씩 모이기에 아름드리숲으로 천천히 피어나듯, 모든 들물결은 천천히 들꽃숲으로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푸드파이터는 뜻밖에 여자였다. 게다가 늘씬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몸에 딱 붙는 탱크탑에 치어걸들이나 입는 노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선배가 왜 나를 불렀는지 …… (33쪽)


‘죽어, 죽어, 제발…….’ 방충망은 소독액이 흘러내린 모양을 따라 하얗게 탈색됐다. 애벌레는 배를 뒤집고 몸을 꼬며 발광했다. 구역질이 났지만 벌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애벌레는 용을 쓰다 기운이 빠지는지 흐느적댔다. 그러곤 얼마 후 고개를 떨구며 싱겁게 죽어버렸다. 화장실로 가 비누로 싹싹 손을 씻었다. (73쪽)


이윽고 파트장의 거친 목소리가 기옥 씨 있는 데까지 들려왔다. “씨발, 누구는 명절에 나오고 싶어 나오나…….” 눈치 빠른 부평댁이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어휴, 그러게. 갑자기 빵구를 내면 어쩐대요.” “요새 아줌마들은 참 책임감이 없어.” (193쪽)


친구가 맥주를 마셨다. 나도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에게 더 이상 맥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갈까?” 나는 엉덩이를 털며 일어섰다. “그래.” (245쪽)


+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선배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 언니가 만나자고 물어본다

→ 언니가 만나자고 한다

9쪽


그녀는 몸에 딱 붙는 탱크탑에 치어걸들이나 입는 노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 그사람은 몸에 딱 붙는 민옷에 덩실꾼이나 입는 노란 깡똥치마를 입었다

→ 그분은 몸에 딱 붙는 민소매에 나풀꾼이나 입는 노란 궁둥치마를 입었다

33쪽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유혹하듯 화사하게 출렁이던 차안(此岸)의 얇고 환한 막

→ 손 내밀면 닿을 듯한 곳에서 홀리듯 반짝이며 출렁이던 얇고 환한 겉살인 이승

→ 손 내밀면 닿을 듯한 데에서 호리듯 곱게 출렁이던 얇고 환한 꺼풀인 이 땅

41쪽


내 완력에 놀란 누군가가 나를 아주 놔버리면

→ 내 힘에 놀란 누가 나를 아주 놔버리면

→ 내 주먹힘에 놀란 누가 나를 아주 놔버리면

42쪽


아침 요의에 깨 베란다로 나갔다

→ 아침 쉬에 깨 바깥마루로 나갔다

→ 아침 오줌에 깨 밖마루로 나갔다

105쪽


얼마 전 지방에 다녀왔다

→ 얼마 앞서 멀리 다녀왔다

→ 시골에 다녀왔다

→ 작은고을에 다녀왔다

208쪽


명품은 아니어도 상품(上品)을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

→ 값나가지 않아도 머드러기를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

→ 뛰어나지 않아도 웃길을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

211쪽


다음 순서는 손톱 주위에 큐티클이 잘 붙게 하는 용액을 바르는 거였다

→ 다음은 손톱 둘레에 껍데기가 잘 붙도록 풀을 바른다

→ 다음은 손톱 둘레에 까풀이 잘 붙도록 풀을 바른다

225쪽


여전히 알 수 없어 한 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 내내 알 수 없어 더 불러 보고픈 이름을

→ 아직 알 수 없어 더 불러 보는 이름을

349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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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18. 함께 배울 사람



  나는 함께 배울 사람하고 살아간다. 함께 배울 마음이 없으면 차갑게 식는다. 시골에서 살기에 시골사람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시골에서도 그저 부릉부릉 몰아대는 사람하고는 안 어울리고, 비닐·풀죽임물·죽음거름을 언제나 듬뿍듬뿍 쓰는 사람하고도 안 어울린다.


  가난하기에 다 이웃이지 않다. 주머니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추레하다면, 굳이 어울려야 하지 않는다. 가멸차기에 미울 까닭이 없다. 사랑으로 일하면서 일구는 살림돈이라면, 이들은 돈더미를 어마어마하도록 가멸차게 얻거나 벌더라도 모두 사랑으로 베풀거나 쓰게 마련이다.


  함께 배울 사람이라고 여기니, 이웃하고 동무한테 글월을 적어서 띄운다. 함께 배우며 걸어갈 사람이로구나 하고 느끼니, 내 주머니를 털어서 온갖 책을 장만한 다음에 스스럼없이 건넨다. 함께 배울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내 책이건 아름책이건 건넬 까닭이 없다.


  누구나 함께 배울 사람하고 일하게 마련이다. 배우려고 이 별에 왔으니까. 배우면서 이 삶을 누리고 짓는 오늘을 일구려고 이 별에서 숨을 쉬고, 해바람비를 품는다. 그래서 ‘배움이’는 곧 ‘익힘이’로 거듭나는 길을 걷고, 이윽고 ‘이야기꾼’으로 피어나면서, ‘이음꽃’인 ‘살림꽃’이라는 참빛을 알아본다. 스스로 살림꾼인 참빛을 밝히는 눈망울로 하루를 바라볼 적에는 바야흐로 우리가 왜 ‘사람’이라는 이름인지 알아차린다.


  삶을 그저 하루하루 꾸역꾸역 보낼 적에는 ‘사람’이 아닌 ‘짐승’이다. 다만, 짐승이라는 이름이 나쁠 까닭이 없고, 나빠야 하지 않으며, 나쁘게 볼 수 없다. 그저 꾸역꾸역 보낸다는 뜻이라서 붙이는 말인 ‘짐승’일 뿐이다. ‘짓다’가 아닌 ‘몸짓’에 머무른다는 뜻에서 ‘짐승’이다. “몸짓으로 숨을 쉬는 길”이기에 ‘짐승’일 뿐이고, ‘목숨붙이(생명체)’를 가리키는 밑동인 낱말이다. 그러니까 아직 ‘숨붙이(숨쉬는 몸 = 짐승)’일 적에는 누구도 ‘사람’이 아니다. 짐승이라는 몸붙이(숨붙이)에서 ‘사람’으로 깨어날 적에는, 알깨기(알아차리다)를 하면서 ‘사랑을 풀어서 살림을 품는 숲빛’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나는 서로서로 사람으로 깨어나려는 배움길을 나란히 걸어갈 사람하고 만나려 하고, 함께 사람으로 깨어나려는 마음이고, 함께 사람으로서 사랑을 살림에 녹이는 숲노래를 부르려는 뜻이다. 배우려 하기에 서로서로 이웃이요 동무이다.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그냥그냥 흘러가는 모래알이고, 그저 지나가는 가랑잎이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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