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2. 로자 파크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는지 모르지만, “모두 알아볼 수 없다”기보다는 “모두 알아보려는 마음이 없기에 알아보지 못 한다”고 해야 알맞다고 느낍니다. 먼저 마음부터 활짝 열면서 생각해 봐요. 마음을 닫으니 옆에 누가 있는지 모릅니다. 마음을 닫아걸기에 둘레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풀꽃나무와 새와 벌나비를 하나도 모릅니다. “너무 많”아서 못 알아본다고 느끼지 않아요. 마음이 없거나 마음을 닫은 탓에 안 알아볼 뿐이지 싶습니다. ‘로자 파크스’라는 미국사람이 있습니다. ‘버스 보이콧’으로 ‘민권운동’을 지폈다고 알려진 분인데, 막상 이분은 ‘어깨동무(민권운동)’을 1930년대부터 했습니다. 또한 1955년에 온마을 이웃하고 함께 ‘걷기(버스 보이콧)’를 하면서 담벼락(흑백차별) 가운데 하나를 허물고 나서도, 2005년에 숨을 거두는 날까지 꾸준히 어깨동무(민권운동)라는 길을 걸었어요. 어릴적에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배운 살림을 고스란히 품었고, ‘얼뜬 흰살갗’만 있지 않고 ‘눈뜬 흰살갗’도 많은 줄 알아본 로자 파크스 님이라지요. 살갗이 희거나 검기 때문에 얼뜨지 않다고,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고 배우면서 살림길을 익히려 하지 않기에 ‘어느 살갗이든’ 눈뜨거나 얼뜨다고 밝히는 걸음걸이였어요. 어깨동무로 나아가자는 검은살갗도 숱하게 목숨을 잃고 고되었고, 이 길을 나란히 걸은 숱한 흰살갗도 따돌림과 가난을 견디었을 뿐 아니라, 목숨을 잃어도 어깨동무를 이었다고 합니다. 함께 걸으면서 함께 눈뜨는 살림빛입니다.



로자 파크스 Rosa Parks 1913∼2005


땅 한 뙈기에 심으면

나무도 풀도 남새도 자라

땅 한 자락서 거두면

너도 나도 우리도 먹어


아버지 곁에는 어머니

할머니 곁으로 할아버지

작은새 둘레로 큰새 큰숲

작은꽃 포근히 큰들 큰벌


아이가 힘들면 어른이 안아

이웃이 지치면 서로 거들어

어른도 고단하니 앉고 싶지

동무랑 나란히 걸으며 수다


손으로 가꾸고 빚고 지어

다리로 다니고 잇고 선다

눈으로 살피고 보고 알아

꿈으로 만나고 살고 그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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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19. 사진을 받으면



  예전에는, 1993년까지 푸른배움터를 다니는 동안, 누구한테 찍히는 일은 매우 드물고 ‘내 사진’이 적었는데, 그나마 나는 조금은 있었다. 사진 한 자락 없는 동무가 수두록했다. 졸업사진에 처음 찍히고 주민등록증 받으려고 비로소 찍히는 동무가 흔했다.


  나는 1998년에 내 찰킥이를 장만해서 마을책집을 찍되 내가 나를 찍는 일은 참으로 드물다. 필름사진이 저물면서 비로소 내 사진을 얻는다. 더없이 고맙다.


  우리는 사진이 가볍고 넘치는 만큼 밥도 자가용도 대중교통도 학교도 이모저모 다 가볍고 넘친다. 굳이 무거워야 하지는 않다. 가벼운 만큼 누구나 누리며 살림길을 북돋우면 아름답고 즐거울 텐데, 어쩐지 자꾸 몇몇 손아귀에 붙들리는 돈벌이 굴레가 늘어난다고 느낀다.


  책을 왜 읽고 글을 왜 쓰나? 대학교를 왜 다녀야 하고, 입시학원에 아이를 왜 밀어넣어야 하나?


  가볍게 누릴 수 있는 터전이지만 정작 함부로 펴면서 스스로 빛을 잊고 잃지 싶다. 어느 책이든 읽으면 되고, 무슨 글이든 쓰면 되는데, 아무 책이나 읽으면서 아무 글이나 쓰지는 않는가? ‘아무 책’과 ‘아무 글’이란, “서울에서 돈과 이름과 힘을 얻는 길을 돕는 책과 글”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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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베지테리언vegetarian



베지테리언 : x

vegetarian : 채식주의자, 고기[생선]를 안 먹는 사람

ベジタリアン(vegetarian) : 베지테어리언, 채식주의자



풀밥을 누리는 길이라면 ‘풀밥·풀을 먹다’처럼 나타낼 만합니다. ‘풀밥살이·풀밥살림·풀밥차림’이라 할 만하지요. ‘풀살림·풀살이·풀꽃살림·풀꽃살이’나 ‘풀즐김이·풀사랑이’ 같은 이름도 어울립니다. ‘풀밥꾼·풀밥이·풀밥둥이·풀밥지기·풀밥바라기’라 하면 되고, ‘숲밥·푸른밥’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ㅍㄹㄴ



베지테리언이세요? 저도 채식에 관심이 있거든요

→ 풀사랑이세요? 저도 풀밥에 마음이 있거든요

→ 풀살림이세요? 저도 숲밥에 마음이 있거든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4》(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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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01 : -의 만들


별의 가장자리를 만들었다가

→ 별 가장자리를 지었다가

→ 별가를 엮었다가

→ 별기슭을 빚었다가

《비밀의 크기》(김세희, 상상, 2025) 72쪽


‘-의’를 붙이는 모든 자리는 군더더기라고 할 만합니다. 언제나 그저 ‘-의’를 덜 노릇입니다. “별의 가장자리”라면 ‘별가’처럼 쓸 수 있습니다. “별에 가장자리”라 할 수 있고, 별에 있는 가장자리라면 ‘별기슭’이나 ‘별귀퉁이’나 ‘별끝’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어느 자리를 새로 내놓으려고 무엇을 할 적에는 ‘만들다’가 아닌 ‘짓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또는 ‘엮다·여미다’나 ‘빚다’를 씁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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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03 : 우주 분야의 아웃사이더 인사이더 구체적 순간


우주 분야의 아웃사이더였던 내가 인사이더가 된 구체적인 순간을

→ 별누리 바깥이던 내가 따로 안쪽이 된 때를

→ 별밭 바깥에 있던 내가 이른바 안사람이 된 때를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켈레 제라디/이지민 옮김, 혜윰터, 2022) 100쪽


영어로 ‘아웃사이더·인사이더’라 한다면, 한자말로는 ‘외부인·내부인’일 테고, 우리말로는 ‘바깥·안’이나 ‘바깥쪽·안쪽’입니다. 별누리를 다스리는 안쪽사람이 있을 테고, 바깥사람이 있을 테지요. 어느 자리이건 저마다 서면서 배우는 일자리입니다. 바깥에서 맴돌거나 구경할 만하고, 안에서 땀흘리거나 누릴 수 있어요. ㅍㄹㄴ


우주(宇宙) : 1.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 2. [물리] 물질과 복사가 존재하는 모든 공간 3. [천문] 모든 천체(天體)를 포함하는 공간 4. [철학] 만물을 포용하고 있는 공간. 수학적 비례에 의하여 질서가 지워져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를 강조할 때에 사용되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용어이다

분야(分野) : 1.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범위나 부분 2. [역사] 중국 전국 시대에, 천문가가 천하를 하늘의 이십팔수에 별러서 나눈 것

아웃사이더(outsider) : 1.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 2. [경제] 카르텔, 트러스트 따위의 특정한 협정이나 조합에 들지 아니한 동업자 3. [운동] 경마에서, 인기가 없는 말

구체적(具體的) : 1. 사물이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추고 있는 2. 실제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담고 있는

순간(瞬間) : 1. 아주 짧은 동안 ≒ 순각(瞬刻) 2. 어떤 일이 일어난 바로 그때. 또는 두 사건이나 행동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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