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8.


《인물로 살펴보는 인권 이야기》

 박홍규 글, 철수와영희, 2025.2.28.



어린배움터를 다니던 1982∼87년에 둘레 어른이나 또래한테서 ‘말(우리말)’을 듣고서 배울 수 있었다. 푸른배움터로 접어드니 ‘말’이 사라지고 ‘국어·언어 영역 시험문제’만 판쳤다. 오늘날에는 어린이와 푸름이 모두 ‘말’을 배우는 길은 까마득하다. 집·마을·배움터 어디에서나 ‘국어·언어 영역 시험문제’만 도사린다. 어른이 읽는 ‘우리말 책’도 하나같이 ‘말’이 아니라 ‘맞춤길·띄어쓰기 외우기 틀’에 갇힌다. 우리는 언제쯤 서로 말을 나누면서 마음을 살피는 길을 열 까? 책숲종이인 〈숲노래 책숲 1018〉을 큰아이하고 글자루에 담는다. 읍내 나래터로 가서 부친다. 《인물로 살펴보는 인권 이야기》를 읽었다. ‘인권’이란, 우리말로 ‘사람빛’을 가리킨다. 사람으로 서는 빛이요, 사람으로 사는 빛이며, 사람으로 스스로 밝히며 나누는 빛이다. ‘사람꽃·사람길’이라 할 수 있고, 수수하게 ‘빛·길’이라 할 만하다. 한자말인 ‘인권’을 쓰기에 나쁘지 않되, ‘인간·인권·인적’ 같은 일본스런 말씨에 머물면 정작 ‘사람’을 잊는 듯하다. 나도 사람이고 너도 사람이다.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다. 사람으로서 마주하고, 사람으로서 서로 헤아리고, 사람으로서 새롭게 어울리며 이 별을 사랑할 길을 열어야지 싶다.


ㅍㄹㄴ


https://www.youtube.com/watch?v=qPuBqJ1YN6c (5분)


https://www.youtube.com/watch?v=KB41vwPVnbg (1시간 34분)


미국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사이에 무슨 말이 어떻게 오갔는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가, ‘앞뒤를 안 자르고서 통으로 보여주는 그림’을 하나 보았다. 잊지 않으려고 남겨놓는다.


젤렌스키는 언제쯤 ‘계엄령’을 풀까? 아마 계엄령을 앞으로도 안 풀면서 내내 우두머리(대통령)라는 자리를 지키려 하지 않을까?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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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17.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노엄 촘스키 글/강주헌 옮김, 황금나침반, 2007.2.15.



부산서 순천 가는 07:05 첫 버스는 안 타기로 한다. 이 순천버스를 타고서, 순천나루에서 고흥으로 들어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타면, 고흥읍이 가장 붐빌 때이더라. 12:00 순천버스를 타기로 하면서, 느긋느긋 새벽과 아침을 누리며 새소리를 듣는다. 큰고장 한복판에서 새소리를 듣는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요즈막에 사납거나 모질거나 엉터리 같은 말을 쏟아내는 ‘저놈’을 나무라면서 괴로운 이웃님이 많은데, ‘멍청소리’는 곧 저절로 사그라들 테니, ‘새소리’와 ‘바람소리’와 ‘꽃피는소리’에 귀와 마음을 기울여 보실 수 있기를 빈다. 우리가 눈길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 나라가 확 바뀐다.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를 읽었다. 미국이 ‘안 된(실패)’ 나라라고 밝힐 적에는 거꾸로 ‘될(성공)’ 길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셈이다. 미국도 우리나라도 일본도 우크라이나도 똑같다. 누가 길잡이로 앞장서야 ‘되’거나 ‘잘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저마다 보금자리를 사랑하는 살림길을 걸으면 ‘된’다. 집부터 사랑으로 다스리는 살림일 적에, 마을일과 나라일도 나란히 ‘사랑살림’으로 바라보며 푼다. 집부터 사랑살림이 아닌 이들이 돈·이름·힘으로 ‘자리’만 차지할 적에는, 우리나라도 미국도 일본도 우크라이나도 똑같이 기우뚱하다가 고꾸라질 테지.


#FailedStates #TheAbuseofPowerandtheAssaultonDemocracy #AvramNoamChomsky


ㅍㄹㄴ


안세영 씨가 ‘전영오픈’에서 꽃등에 올랐다. 꽃등에 오르며 들려준 한마디를 돌아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JqiTVQ3-kpo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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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와 스우 씨 4 - S코믹스 S코믹스
타카하시 나츠코 지음, 김현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28.

책으로 삶읽기 1011


《스바루와 스우 씨 4》

 타카하시 나츠코

 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21.11.1.



《스바루와 스우 씨 4》(타카하시 나츠코/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21)을 돌아본다. 두 사람이 맺으면서 이어가려는 길을 하나하나 그리는 얼거리이다. 그다지 고빗사위가 없이 흐르는 줄거리인데, 어느 나이에 문득 멈춰서 어린이로 돌아가는 사람을 둘러싼 삶을 들려준다. 바람이 일지 않으면 물결이 일지 않고, 바람도 물결도 일지 않을 적에는 그만 물이 고여서 썩는다. 바람과 물결이 일기에 모든 물빛과 하늘빛이 맑다. 삶이라는 길에서도 매한가지이다. 슬프기에 나쁘지 않고, 기쁘기에 좋지 않다. 슬픔은 슬픔이라는 삶이고, 기쁨은 기쁨이라는 삶이다. 서로 다른 삶이 만나고 섞이면서 출렁출렁 움직인다. 그냥그냥 좋게만 흐르기를 바라는 삶이라면 오히려 안 좋게 마련이면서 아무 이야기가 없이 잊어버리기 쉽다. 가시밭길을 거치기에 꽃길을 만난다. 겨울이 있기에 봄이 있고, 봄이 있으니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있어서, 우리는 저마다 삶을 짓는다.


ㅍㄹㄴ


“스우 씨의 옛날 사진, 보여줄 수 있어?” (8쪽)


“이제부터 여기저기 맘껏 다니자. 차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38쪽)


“우리와 살던 무렵의 스바루는 행복해 보이긴 했지만 평범한 날들이었어요. 쿠로메와 둘이서 살던 때는 힘들고 괴로운 날들이었겠죠. 모두 다 특별히 소중한 게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스바루의 인생에는 당신이 있어요.” (85쪽)


“어린이가 아니라, 선배로서 만나는 거야.” “왜 갑자기 그런 소릴.” (113쪽)


+


선반 위에 있으니까

→ 선반에 있으니까

42쪽


나도 나름 알아봤답니다

→ 나도 알아봤답니다

→ 내 나름대로 알아봤답니다

58쪽


우리 비밀 기지 좋지?

→ 우리 숨은터 좋지?

→ 우리 놀이뜰 좋지?

→ 우리 쉼터 좋지?

74쪽


당신의 애정이 스바루에게는 빛인 거죠

→ 그대 사랑이 스바루한테는 빛이죠

86쪽


요리의 길로 가려고

→ 밥짓는 길로 가려고

→ 밥길로 가려고

→ 부엌길로 가려고

106쪽


일에만 빠져 생활을 등한시하는 거 고칠게요

→ 일에만 빠져 삶을 등지던 버릇 고칠게요

→ 일에만 빠져 살림을 안 하던 짓 고칠게요

→ 일에만 빠져 집안일 딴청했는데 고칠게요

159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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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15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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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28.

책으로 삶읽기 1010


《불멸의 그대에게 15》

 오이마 요시토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7.31.



《불멸의 그대에게 15》(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을 돌아본다. 한글판으로는 어느새 스물석걸음이 나오지만, 스무걸음부터 더는 안 읽는다. 열아홉걸음까지 억지로 읽다가 손을 놓았다. 기나길게 그려내야 할 줄거리일 수 있으나, 굳이 끌고 끼워넣고 샛길로 빠지면서 어지러운 줄거리일 수 있다. 여러모로 보면, 그림님 스스로 ‘싸움 모습’과 ‘죽이고 죽는 모습’과 ‘찢어지고 터지는 모습’을 낱낱이 그려내는 재미에 맛을 붙였다고 여길 만하다. 무엇보다도 “총칼(전쟁무기)이 있어야 싸움(전쟁)을 막는다”는 마음이 바탕이라고 느낀다.


호미와 낫과 쟁기를 건사하는 사람은 호미와 낫과 쟁기로 흙을 일구는 길을 생각하고 찾으면서 살림을 짓는다. 총과 칼을 건사하는 사람은 언제 총과 칼을 써야 할는지 헤아리면서 총과 칼을 훌륭히 다루는 데에 마음과 품과 힘과 삶을 쓴다.


왜 총칼로는 싸움을 못 끝내겠는가? 왜 총칼로는 더 끔찍하고 사납게 죽이고 죽는 짓을 잇고 마는가? 이 대목을 생각할 노릇이다. 서울(도시)이 크면 클수록 갖은 말썽이 더 크다. 배움터(학교)에 아이들을 더 오래 묶을수록 오히려 아이들은 더 못 배운다.


나무와 풀이 어떻게 푸르게 자라는지 지켜보면서 배울 노릇이다. 애벌레가 어떻게 날개돋이를 하는지 바라보면서 배울 노릇이다. 배우며 익혀서 삶으로 풀어낼 길을 줄거리로 다루지 않는다면, 글이건 그림이건 빛꽃(사진)이건, 다 장삿속에 사로잡힌 굴레라고 느낀다.


ㅍㄹㄴ


“미모리. 힘들면 달아나도 괜찮아. 물러나지 않음 이길 수 없을 때도 있는 거야.” (25쪽)


“잠깐 잠깐, 방금 얘기 안 들었어? 죽고 싶어 하는 인간을 되살려서 어쩌자고. 의미 있어? 그게.” (126쪽)


“그때였어. 내가 미모리 안에 들어간 건. 벌써 그럭저럭 4년. 엄마가 기분이 나쁠 때면 내가 미모리와 교대해 그 스트레스를 대신 받아줬지. 그동안의 기억은 미모리한텐 남지 않아. 하지만 그것만으론 미모리를 구원할 수 없었어.” (13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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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고양이 3
센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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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28.

잘하면 잘 할 뿐


《여동생은 고양이 3》

 센코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10.31.



  ‘잘하다’하고 ‘잘 하다’를 가려서 쓰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못하다’하고 ‘못 하다’를 갈라서 쓰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서 가만히 생각을 하면, ‘잘하다·못하다’하고 “잘 하다·못 하다”를 그저 가볍게 나누어 이야기를 할 만합니다.


  타고난 재주를 펴면 ‘잘한다’고 하겠지요. 모처럼 뜻대로 이루면서 “잘 할” 수 있어요. 망가뜨리니까 ‘못한다’고 여길 테고, 오늘은 어쩐지 안 맞거나 힘들기에 “못 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삶은 재주나 솜씨로 일구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모든 날은 다 다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라 하지만, 해마다 다른 봄입니다. 같은 날씨란 없습니다. 얼핏 보면 널뛰는 날씨인데, 곰곰이 보면 그저 다르게 흐르면서 삶을 헤아리고 배우는 길이로구나 싶습니다.


  《여동생은 고양이》는 꼭 석걸음으로 매듭짓습니다. 얼마든지 열걸음이나 스무걸음을 그릴 수 있을 텐데, 굳이 늘어뜨리지 않아요. 알맞게 자릅니다. 군더더기를 입히지 않아요. 책이름 그대로 “동생이 고양이”입니다. “엄마아빠도 고양이”요, 여러 동무와 이웃도 고양이입니다. 그러나 마을에 고양이만 있지 않습니다. 고양이도 있고 사람도 있어요. 씨앗(종種)은 다르지만 한마을에서 어울립니다. 겉모습이 다를 뿐, 마음과 말을 나누면서 함께 살림을 짓습니다.


  겉모습이 같더라도 말을 안 섞으면 서로 얼마나 다른 마음인지 모릅니다. 겉모습이 다르기에 더 말을 섞고 다가서기에, 비로소 ‘겉모습이 다르더라도 속마음은 같구나’ 하고 느낄 만하지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똑같은 몸짓으로 걸어야 하지 않습니다. 나하고 다른 너라서 ‘극우·극좌’일 수 없습니다. 그저 나랑 네가 다를 뿐입니다. ‘틀린’ 일이라면 ‘틀렸네’ 하고 말할 노릇이면서 ‘바로잡을 길’을 짚으면 됩니다. 틀렸기에 삿대질을 하거나 막말을 한다면, 다른 둘 사이는 아예 만날 길이 없을 만큼 좍좍 긋고 갈라서면서 끝내 싸우기만 합니다.


  고양이도 사람도 왼발과 오른발을 나란히 짚으면서 걷습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오른눈과 왼눈을 함께 떠야 앞을 하나로 바라봅니다. 다르기에 함께살아요. 다르니까 한집과 한마을과 한나라와 한별을 이루면서 삽니다. 숲을 봐요. 숲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는 몽땅 다릅니다. 한 그루 나무에서 퍼진 씨앗이 자란 나무라 하더라도 ‘다 다른 나무’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와 마을과 집에서 ‘나랑 다른 너’를 어떻게 마주하려는 마음인지, 이제부터 새롭게 돌아볼 때입니다.


  다르니까 내가 너랑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말하면 됩니다. 다르니까 나랑 너는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다르니까 우리는 자꾸자꾸 이야기를 하고 말을 섞습니다. 다른데 말을 안 섞고, 귀를 안 열고 눈을 안 뜬다면, ‘너’가 아닌 ‘나’부터 스스로 수렁에 잠기고 말아요. 《여동생은 고양이》는 사람몸으로 태어났으나, 사람 어버이를 일찍부터 잃고 말아서, 고양이 집안에 깃들어 새길을 걸어가는 푸른씨가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말빛과 이야기와 살림길을 찾아나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부드러이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ㅍㄹ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변함없는 관계가 바로 진정한 형제다.” (49쪽)


‘똑같은 온기와 마음이 느껴져서 굉장히 쑥스러워.’ (126쪽)


“오빠 역할을 못 한다면,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151쪽)


“물론 우린 서로 달라! 원래는 남남일 뿐이야! 하지만! 엄마랑 아빠도 원래는 남남이었어!” (157쪽)


“게다가 우리가 멀찍이서 지켜볼 테니까! 당신도 어서 네네코한테 안 들키게 변장해!” (194쪽)


‘네네코도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나도 최선을 다해서 협력하자.’ (217쪽)


#妹は猫 #仙幸 #senko


《여동생은 고양이 3》(센코/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


귀여워∼! 귀여움의 화신이야∼!

→ 귀여워! 귀여운 님이야!

→ 귀여워! 귀염둥이야!

→ 귀여워! 귀염덩이야!

15쪽


같은 꿈을 지닌 동지니까

→ 꿈이 같으니까

→ 꿈이 같은 동무니까

21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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