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30.


《나무의 시간》

 이혜란 글·그림, 곰곰, 2021.6.10.



새벽에 집안일을 추스르고서 아침에 느긋하게 집을 나선다. 두 아이랑 곁님이 보금숲에서 즐겁게 놀이살림과 배움하루를 누리기를 바라면서 고흥읍을 거쳐 부산으로 달린다. 석 달째 조금씩 여미는 글꽃(동화) 한 자락은 막바지이다. 북적이는 사람물결을 헤치고서 문현동 안골목을 거니니 햇볕이 넉넉하고 조용하다. 〈나락서점〉에 깃든다. 서서 고명재 씨 책을 읽는데, 이분은 2020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을 했다. 우리는 ㅈㅈㄷ뿐 아니라, ‘허울’에 안 기대면서 글빛을 일구는 살림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저녁에 〈책과 아이들〉에서 ‘동심읽기 첫걸음’을 편다. 《이거 그리고 죽어》하고 《마음 속에 찰칵》이라는 두 책을 어떤 눈빛으로 읽어내어 우리 스스로 어떤 살림씨앗을 저마다 마음에 심으면서 피어날 만한지 이야기한다. 한밤에 《나무의 시간》을 돌아본다. 나무는 즈믄해나 두즈믄해를 가볍게 몸살림을 잇는 이웃이다. 석즈믄이나 넉즈믄이라는 긴날을 우람나무로 서기도 한다. 오늘날 글바치와 그림바치는 “가지치기에 안 시달린 나무”를 거의 모른다. 예부터 사람들은 ‘마른가지’를 찾아서 나무를 했다. ‘산나무’를 벨 적에는 절부터 하고서 여름내 해바람에 말려서 썼다. ‘나무한살림’은 누구 말할 수 있는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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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9.


《낭비와 베끼기》

 아일린 마일스 글/송섬별 옮김, 디플롯, 2025.2.17.



비가 갠다. 큰아이가 힘껏 도와서 〈책숲 1019〉 55자락을 부친다. 한나절을 쏟았다. 고흥읍을 걷다가 ‘즈믄살 느티나무’ 굵은가지 하나가 부러진(또는 잘린) 모습을 본다. 이레쯤 된 듯싶다.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를 푸른꽃(천연기념물)으로 돌볼 줄 모르는 창피한 고흥군 민낯이다. 시골할배들은 아픈 느티나무 둘레에서 지겹게 술담배질을 한다. 시골할배도 창피하다. 나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하나도 못 느끼고 안 듣는다. 《낭비와 베끼기》는 “For Now”를 옮겼다. “오늘로는”이나 “이제는” 즈음일 텐데, 왜 굳이 책이름을 바꿨을까. 언뜻 보면 글쓰기란 ‘닳다·버리다(낭비)’ 같으나, 하루를 고스란히 들일 줄 알기에 ‘배울’ 수 있다. 처음에는 그저 ‘베끼’는 듯싶지만, 자꾸자꾸 옮기고 배우고 살피는 동안 스스로 새롭게 서는 눈썰미를 세우게 마련이다. ‘빈틈’이 많아서 모자라고 바보스러운 나를 받아들이기에, ‘틈’을 내어 배우고 익히면서 피어난다. 숱하게 헛발질을 하는 동안 천천히 피어난다. 긴긴 나날에 걸쳐서 꾸준히 틈을 내고 짬을 내는 사이에, “이제는” 어제하고 다른 나로 있고, “오늘로는” 모레로 나아가는 붓끝을 펼 만하다. 여기 있는 나를 그대로 바라보는 글결을 밝히자면 ‘오늘·이제’가 맞다.


#ForNow #EileenMyle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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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6.14. 봄이 가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나는 잘 잊어버리면서 잘 떠올립니다. 나는 잘 잃어버리면서 잘 둡니다. 아주 엇갈리는 두 가지를 아무렇지 않게 하기 일쑤입니다. 어쩌다가 이런 두동진 모습일까 하고 돌아보노라면, 늘 고삭부리로 쓰러지고 앓아눕고 코피를 쏟고 숨막혀서 달포 남짓 끝없는 재채기로 죽을 노릇이던 어린날을 보낸 뒤에, “차라리 군대에서 의문사로 숨을 거두는 일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고 여기면서 “어느 아이는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다고 하면서 스무 살을 못 살았는데, 나는 벌써 스무 살을 넘고 스물한 살이잖아? 잘 살았어.” 하는 혼잣말을 하면서 뒹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강원 양구 멧골짝 ‘완전무장지대(이름은 비무장지대이나 무시무시한 완전무장지대)’에서 용케 안 죽고 살아남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스물세 살 일입니다. 스물네 살에 대학교 자퇴를 하고서 고졸이란 끈으로 일자리를 찾기란 죽음바다 같으면서도 파란바다 같았습니다. ‘대학교 자퇴’이니까 어렵다고 여길 뿐, 처음부터 ‘고졸 중졸 국졸 무학’이라고 여기면 어느 일자리이건 고마울 뿐입니다. 그래서 스물다섯 살부터는 “학교를 안 다녔습니다” 하고만 말했습니다.


  봄이 지나간 첫여름 밤에 부산에서 《카모메 식당》을 읽으면서 뱃속을 달랩니다. 나는 집밖에서는 그냥 굶으면서 바람과 빗물과 이슬을 마시면서 일하고 싶지만, 이렁저렁 만나는 아름다운 이웃님은 “으째 밥을 안 먹고 일을 한다요? 밥먹자고 하는 일 아닌교?” 하고 묻습니다.


  지난 2024년에 어느 부산 이웃님한테 건넨 책에 적은 넉줄글을 새삼스레 되읽습니다. 속으로 혼잣말을 합니다. ‘어, 내가 이렇게 글을 적어 놓았네? 내가 남긴 글이 맞아? 나는 봄을 사랑하는 마음을 언제 품었을까?’ 소쩍새 울음소리와 풀벌레 노랫가락과 개구리 떼노래가 없는 부산 한복판이되, 고흥 시골집 밤노래가 예까지 울리리가 여기면서 이제 등허리를 펴려고 합니다.


봄이 오면

봄바람이 잎을 깨우고

봄볕이 땅을 녹이고

봄하늘에 제비가 납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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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오늘 아침에



오늘 아침 2025년 6월 14일

무릎셈틀이 간당간당하다

지난해 이맘때 광주에 가서

“존것 드릴게” 하는 말을 듣고서

헌것으로 샀는데

숨을 벌써 거두려 한다


부산에서 고칠 수 있을까

오늘 새로 사야 할까


깜빡깜짝하는 무릎셈틀한테

고맙다고 말을 한다

아침 빗소리를 듣는다


2025.6.14.

※ 무릎셈틀 : 노트북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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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따뜻하지 않아서 2025.6.3.불.



따뜻하지 않아서 싫을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네가 둘레를 덥힐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추울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네가 둘레를 품을 수 있어. 바꾸려면 먼저 느껴야 하지. 가꾸려고 할 적에도 먼저 느끼고 알 노릇이란다. 먼저 느끼고 알아보고 헤아리기에, 바꿀는지 가꿀는지 가릴 수 있거든. 어쩐지 내키지 않거나 못마땅한 나머지 처음부터 내내 등돌리거나 눈감다 보면, 느낄 일부터 없고, 넌 아무것도 스스로 못 바꾸고 못 가꿀 뿐 아니라, 안 배우고 고이면서 곪다가 죽어가게 마련이란다. “나쁠 삶(경험)”이란 없어. “좋을 삶(체험)”도 없지. 모든 삶은 ‘좋음·나쁨’이 아닌, “네(내)가 느끼기를 기다리면서 찾아오는 일”이란다. 너는 처음에는 그저 느끼고 바라보면서, 이 일을 넌지시 스쳐 보낼는지, 네가 풀거나 녹여서 없앨는지, 알맞을 곳으로 띄워 보낼는지, 네 나름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바꾸거나 가꿀는지 가누면 돼. 넌 네 몫대로 하면 되거든. 넌 네가 못할 만한 일을 구태여 끌어안거나 붙잡아야 하지 않아. 넌 네가 마주하는 일을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보고 느끼면서, “자, 그러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을 그릴 노릇이야. 너(나)는 생각하려고 몸을 입은 넋인 빛이거든. 그저 빛으로 온누리를 흐를 적에는 빛 그대로 모두 밝히는 길이야. 빛으로 그대로 모두 밝히는 길로 있다가, 네가 새롭게 씨앗을 일으켜서 심고 싶은 마음이기에, 몸을 입고서 사람으로 태어나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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