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이치 理致


 자연의 이치 → 숲 / 숲결 / 숲살림

 이치에 맞다 → 동에 맞다 / 하늘에 맞다

 이치에 어긋나다 → 뜻에 어긋나다 / 길에 어긋나다

 이치를 따지다 → 길을 따지다 / 흐름을 따지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 잘못하면 값을 치러 마땅하다


  ‘이치(理致)’는 “사물의 정당한 조리(條理). 또는 도리에 맞는 취지 ≒ 염도”를 가리킨다고 하는군요. ‘결·곬·길·동·뜻·턱’이나 ‘노릇·까닭·일’로 손질합니다. ‘흐름·소리·살림·한꽃’이나 ‘얼개·틀·뼈대’로 손질하지요. ‘바람·하늘·땅·숲’이나 ‘하다·되다·이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때로는 그냥 털어낼 수 있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이치’를 셋 더 싣습니다만 모두 털어냅니다. ㅅㄴㄹ



이치(-齒) : 한자 부수의 하나

이치(二致) : 1. 두 가지 모양새 2. 둘이 합치되는 일. 또는 그 합치

이치(鯉幟) : [불교] 사월 초파일에 등대에 매다는 잉어 모양의 등



사물의 이치를 분별할 나이가 되면 학교교육을 통해서 그들의 세계관을 주입시킵니다

→ 둘레를 알아차릴 나이가 되면 배움터에서 그들 생각을 집어넣습니다

→ 삶을 헤아릴 나이가 되면 배움자리에서 그들 삶길을 들이붓습니다

《시와 혁명》(김남주, 나루, 1991) 29쪽


이상의 이치로 생각해 보면, 복수가 옳지 않음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와 같이 생각해 보면, 앙갚음이 옳지 않은 줄도 알 수 있다

→ 이같이 생각해 보면, 되갚음이 옳지 않은 줄도 알 수 있다

→ 이러하게 생각해 보면, 앙갚음이 옳지 않은 줄도 헤아릴 수 있다

→ 이대로 생각해 보면, 되갚기가 옳지 않은 줄도 돌아볼 수 있다

《학문을 권함》(후쿠자와 유키치/엄창준·김경신 옮김, 지안사, 1993) 92쪽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일일수록 흥미로운 이치가 존재하는 법이야

→ 늘 그러려니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게 마련이야

→ 흔하게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지

→ 여태 가볍게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단다

《필라멘트》(우루시바라 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5) 214쪽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이치가 돌아가도록 허락해 줬잖아

→ 너도 마찬가지야. 뜻이 돌아가도록 해줬잖아

→ 너도 마찬가지야. 하늘이 돌아가도록 봐줬잖아

《충사 9》(우루시바라 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8) 235쪽


농부들이 잡곡 농사를 피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 논밭님이 고루알을 꺼릴 만하다

→ 흙지기가 두루알을 내칠 만하다

→ 흙일꾼이 온낟알 안 할 만하다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백승우와 네 사람, 시금치, 2013) 154쪽


하늘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거기에 따라 행동한다는 근신의 철학이다

→ 하늘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이에 따라 움직이며 삼간다는 넋이다

→ 하늘길을 제대로 살피고 이에 맞추며 꺼린다는 뜻이다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한도숙, 민중의소리, 2015) 62쪽


농사를 지으려면 세상과 삶의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 흙을 지으려면 온누리와 삶을 알아야 합니다

→ 땅을 지으려면 누리와 삶과 일을 알아야 합니다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곽선미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17) 98쪽


언젠가는 멸종하는 게 자연의 이치다

→ 언젠가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 언젠가는 사라지는 노릇이다

→ 언젠가는 사라질밖에 없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정모, 바틀비, 2018) 67쪽


이것도 자연의 이치

→ 이 또한 숲 뜻

→ 이 또한 숲흐름

→ 이 또한 숲살림

→ 이 또한 숲결

《내 안의 자연인을 깨우는 법》(황경택, 가지, 2018) 16쪽


그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일 것이다

→ 숲빛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 우리는 숲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

→ 사람은 숲을 섣불리 손댈 수 없다

《고양이를 쓰다》(나쓰메 소세키 외/박성민·송승현 옮김, 시와서, 2018) 41쪽


너는 달리기를 함으로써, 상식도 이치도, 윤리도, 말조차도 뛰어넘은 무언가를 전했으니까

→ 너는 달리기를 하면서, 틀도 까닭도 길도 말조차도 뛰어넘어 빛을 냈으니까

→ 너는 달리면서, 앎도 바람도 곧음도 말조차도 뛰어넘어 마음을 들려줬으니까

《카나타 달리다 6》(타카하시 신/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0) 167쪽


형씨, 세상은 그렇게 이치에 맞는 일만 있는 게 아니야

→ 어이, 삶은 그렇게 맞는 일만 있지 않아

→ 이봐, 삶은 그렇게 틀에 맞지만은 않아

《흑철+ 2》(토우메 케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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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다운 거짓말 창비청소년시선 23
배수연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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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2.20.

노래책시렁 465


《가장 나다운 거짓말》

 배수연

 창비교육

 2019.10.10.



  푸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기에 어른스러울까요? 푸름이가 저마다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살피며 걸어가도록 씨앗 한 톨을 나누듯 말씨앗을 나눌 적에 어른스럽다고 느낍니다. 채찍질을 하거나 다그치거나 손을 놓거나 콧방귀를 뀌거나 등돌리는 말씨를 흩부릴 적에는 하나도 안 어른스럽습니다. 눈치를 보거나 쭈볏거려야 할 푸름이가 아닙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동무랑 이웃을 나와 같은 숨빛인 사랑인 줄 알아보면서 빛나는 푸름이입니다. 《가장 나다운 거짓말》은 ‘청소년시’라는 이름이 붙기는 하는데, 집안일이 무엇인지 마주하거나 도울 줄 모르면서, 엄마랑 아빠가 어떤 마음과 사랑으로 우리를 낳았는지 살필 줄 모르면서, 엄마아빠가 어떤 앙금과 응어리를 그저 속으로 삭이기만 하면서 말길을 못 트는지 바라볼 줄 모르는, 아무래도 철없는 말이 드날리는구나 싶어요. 비바람이 들이칠 적에 나무가 막말을 한다니, 나무하고 마음으로 말을 나누지 않는군요. 푸름이가 달리기를 하며 땀을 내듯, 엄마아빠는 저잣마실을 다녀오고 집안일을 하며 땀을 오지게 쏟습니다. 동무를 ‘못생긴’ 아이로 딱 자르는 마음이야말로 ‘저만 아는 얕은’ 속알일 텐데요. 엄마가 국수집에서 일하면 ‘나쁜 일’이라니, 너무 안쓰러운 글잔치입니다.


ㅅㄴㄹ


공원의 나무들은 뭣이 그리 억울해서 / 차마 못 할 욕들을 공중에다 휘갈기나? (태풍/10쪽)


달리기 같은 건 왜 하는 거야 / 잘 달리는 걸로 상은 왜 주는 거야 / 50미터를 10초 안에 달리는 게 뭐가 좋은 건지 / 얼굴이 떡 반죽이 되고 / 겨드랑이가 축축 젖어버리는데도 / 가슴이 덜렁대고 / 이마가 훌렁 벗겨지는데도 (계주/11쪽)


엄마는 기분이 상하거나 힘이 들 때 / 부엌에서 탕탕 소리 내며 일을 하는데 / 아빠와 나와 동생의 가슴을 / 쾅쾅 팰 수 있다고 / 믿고 싶은 모양이다 (가족/40쪽)


아빠가 사라지고 / 주부였던 엄마는 우동집 주방에 취직했어 / 이건 나쁜 꿈 슬픈 꿈 창피한 꿈 (나쁜 꿈/42쪽)


하루는 우리 반에서 / 무지 못생기고 이기적인 애가 / 생일 파티를 했다 / 아무도 가지 않았는데 / 연준이만 갔다 / 그 애 엄마가 케이크를 잘라 주었다고 했다 (80쪽)


+


《가장 나다운 거짓말》(배수연, 창비교육, 2019)


차마 못 할 욕들을 공중에다 휘갈기나

→ 차마 못 할 막말을 하늘에다 휘갈기나

→ 차마 못 할 말 하늘에다 막 휘갈기나

10


달리기 같은 건 왜 하는 거야

→ 달리기 따위 왜 해

→ 왜 달려야 해

11쪽


파란 분필로 천장에 원을 그리면 그 홀을 통과할 수 있지

→ 파란가루로 위에 동글게 그리면 구멍을 나갈 수 있지

→ 파란가루로 위쪽에 둥글게 그리면 거기로 갈 수 있지

14


누군가는 뺨이 금지되었다

→ 누구는 뺨이 안 된다

19


혼이 난다는 건 대체로 할 만한 일이다

→ 꾸지람은 그냥 받을 만하다

→ 꾸중은 그럭저럭 받을 만하다

23


새들은 영문도 모르면서

→ 새는 영문도 모르면서

28


엄마와의 세계 대전 아침∼시!땅!

→ 엄마와 한판싸움 아침부터!

→ 엄마와 큰싸움 아침부터!

→ 엄마와 아침부터 크게 붙다!

38


양배추 환, 냉장고의 오디즙은 언제 다 먹지

→ 동글배추알, 싱싱칸 오디물은 언제 다 먹지

43


하루는 우리 반에서 무지 못생기고 이기적인 애가 생일 파티를 했다

→ 하루는 우리 모둠서 무지 못생기고 괘씸한 애가 잔치를 했다

→ 하루는 우리 모둠 무지 못생기고 미운 애가 빛잔치를 했다

80


샤리라∼ 내가 등장하면

→ 샤리라! 내가 나오면

→ 샤리라 내가 나타나면

1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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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478 : -ㄴ 신뢰 애정 -진다


깊은 신뢰와 애정에 흐뭇해진다

→ 깊이 믿고 사랑하니 흐뭇하다

《무심한 듯 다정한》(정서윤, 안나푸르나, 2016) 13쪽


믿을 적에는 “굳게 믿다”나 “깊이 믿다”처럼 씁니다. ‘-ㄴ’으로 받치지 않습니다. 이 글월은 “깊이 믿고 사랑하니”로 다듬습니다. 말끝은 ‘-지다’를 덜어내어 “흐뭇하다”로 맺습니다. ㅅㄴㄹ


신뢰(信賴) : 굳게 믿고 의지함 ≒ 뇌비·시뢰(恃賴)·시빙·의뢰

애정(愛情) : 1. 사랑하는 마음 2. 이성(異性)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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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476 : -의 큰 신뢰 얻고 있


나는 하쿠비 님의 큰 신뢰를 얻고 있어

→ 하쿠비 님은 나를 믿어

→ 하쿠비 님은 나를 높이 사

《마오 20》(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4) 33쪽


한자말을 쓰든 안 쓰든 말하는 얼개를 알맞게 짚어야 말이 말답습니다. “큰 신뢰를 얻고 있어”는 옮김말씨인데, 앞말과 엮은 “하쿠비 님의 큰 신뢰”는 일본말씨입니다. ‘나는’으로 글머리를 열었으나, “하쿠비 님은 나를 믿어”처럼 ‘-를’로 토씨를 바꾸어 사이에 넣어야 알맞습니다. ‘믿다’라고만 해도 마음을 크게 쓴다는 뜻이지만 “굳게 믿어”처럼 힘줌말로 쓸 수 있습니다. “나를 높이 사”나 “나를 높이 여겨”처럼 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신뢰(信賴) : 굳게 믿고 의지함 ≒ 뇌비·시뢰(恃賴)·시빙·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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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475 : 본래 것 기분 좋은


본래 사람을 죽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지

→ 워낙 사람을 죽이는 짓은 즐거운 일이 아니지

→ 모름지기 사람을 죽이면 즐겁지 않지

《마오 20》(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4) 54쪽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짓은 바보스럽습니다. 어리석은 놈이건 얄궂은 치이건 사납거나 몹쓸 무리이건 매한가지입니다. 누구도 누구를 죽일 까닭이나 뜻은 없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이라는 길을 살필 노릇이에요. 둘레 뭇숨결도 매한가지예요. 다투거나 싸우다가 내쫓기는 하더라도 함부로 안 죽여요. 어리석은 줄 깨닫도록 다그칠 수 있고, 얄궂고 사납고 몹쓸 막짓을 해온 줄 알아차리라고 나무랄 수 있을 뿐입니다. ㅅㄴㄹ


본래(本來) : 사물이나 사실이 전하여 내려온 그 처음. ‘본디’로 순화

기분(氣分) : 1. 대상·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 기의(氣意)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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