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88] CHILD SAFETY

 ‘유아안전’이라는 말마디부터 그다지 알맞지 않다고 느껴요. 그러나, 이렇게 말해야 ‘어린이를 지키’거나 ‘어린이를 보살필’ 수 있는 듯 여깁니다. 이런 말마디 앞에 영어로 ‘CHILD SAFETY’라고 적으면 한결 멋스러우면서 믿음직하다고 여겨요. 한국땅에서는 한국말로 한국 어린이를 지키지 못해요. 초등학교 앞을 보셔요. 하나같이 ‘무슨무슨 ZONE’이라는 푯말이 서요. (4344.10.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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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코의 술 애장판 2
오제 아키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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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를 써 봐, 얼마나 쉽고 좋은데
 [만화책 즐겨읽기 73] 오제 아키라, 《나츠코의 술 (2)》



 나는 자전거를 타고 빨리 달릴 때에 오르내리막 있는 길에서 2분에 1킬로미터를 달립니다. 자전거에 수레를 달아 아이를 태우면 3분에 1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어요. 우리 식구 살아가는 전남 고흥군 도화면 신호리에서 고흥읍까지 14킬로미터이니까, 홀몸으로 자전거를 달리면 28분인 셈인데, 읍내에서 가방 가득 장보기를 하고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달리면 39분이 걸리더군요.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달릴 때하고 엇비슷해요. 이 길을 자동차 있는 분한테 자리 하나 얻어서 타고 달리면 고작 7분이 채 안 걸립니다. 자동차로는 1분에 1킬로미터를 더 달릴 수 있어요. 군내버스를 타면 14킬로미터를 20분에 달립니다.

 집살림 꾸리는 분들이 집일을 하며 보내는 겨를이 참 깁니다. 빨래까지 손으로 하고, 걸레질과 비질을 손으로 하자면 몸이 많이 벅차고 품과 겨를 또한 많이 들어요. 맞벌이를 하든 외벌이를 하든, 집살림을 도맡는다고 하는 어머니(아줌마)들로서는 빨래기계 안 쓰는 삶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아버지(아저씨)가 손수 빨래를 맡아서 하지 않는다면, 다른 집일을 적어도 반 넘게 맡아서 하지 않는다면, 여느 살림집에서 기계빨래 아닌 손빨래를 할 수 없어요. 여느 살림집에서 갓난쟁이한테 천기저귀를 쓰는 일은 꿈꿀 수 없다 할 만합니다.


- “나츠코.” “할아범.” “앉아라. 분명히 옛날에는 여자가 양조장에 들어오는 걸 꺼리는 풍습이 있었지. 내가 잡일꾼이었던 때는 밥도 남자가 지었어. 동자라고 해서 차가운 물로 두 말이나 되는 쌀을 발로 씻지. 발이 다 터도 술밥을 바르며 참았었지. 그런데 지금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해 준단다. 장작도 안 쓰지. 전기밥솥을 누르기만 하면 돼. 거품 당번이라고 해서 모로미의 거품이 넘치나 안 넘치나 불침번도 서야 했어. 그것도 지금은 거품제거기 같은 기계가 해 주지. 그야, 술빚기는 기계로 전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옛날부터 바뀌지 않았어. 하지만 바뀌어도 괜찮은 옛날도 있는 거고, 사라져도 되는 옛날도 있는 게다. 나츠코, 양조장으로 오렴. 적어도 이 곳간은 여자가 드나들어도 된단다.” (34∼35쪽)


 새 보금자리를 손질하며 벽종이를 바르다가 가위를 찾습니다. 헌 가위 하나 있으나, 낡은 전깃줄을 자르다가 그만 손잡이가 부러졌어요. 우리 집에 자가용이 있다면 면내에 휙 달려가서 금세 돌아오겠지요. 우리 집에는 자전거와 손수레만 있기에, 자전거를 타고 부리나케 가위와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하고는 부리나케 돌아옵니다. 가쁜 숨을 고릅니다. 흐르는 땀을 훔칩니다. 벽종이 바르기를 마저 합니다.

 옆지기 아버님은 짐차 하나 장만하는 데에 1500만 원이면 넉넉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옆지기 아버님과 어머님이 이레 남짓 우리 일손을 거들면서 이끌었기에 새 보금자리 손질하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옆지기 아버님 짐차를 얻어 타면서, 이웃 마을 사람들 누구나 짐차 한 대쯤 모는 모습을 느낍니다. 짐도 싣고 사람도 타는 짐차는 시골자락에서 아주 쏠쏠하게 한몫 합니다.


- “논에 담배 버리지 마.” (49쪽)
- “으응.” “유기농 재배라.” “게다가 볍씨는 1350알. 실패하면 두 번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퇴비는 어떻게 만드는지, 쓰러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 해충 구제랑 제초는 어떡하면 좋은지 모두가 가르쳐 줬으면 해서. 오빠가 남긴 유산이야! 환상의 쌀을 부활시키고 싶어! 부탁해!” “유기농 재배에 환상의 쌀이라고? 앞으로는 양보다 질이야. 좋은 쌀이 재평가받고 살아남는 시대라고 생각해.” “그럼.” “일은 간단하지만 우리도 배운 대로 화학비료로밖에 농사를 지을 줄 몰라.” “그래, 이 마을에서는 어려워.” “시간과 공을 들여서 실패하면 큰 손해니까. 아버지도 과연 찬성해 주실지.” “퇴비를 만드는 곳도 없는 걸. 난 본 적도 없어.” “퇴비, 아무 데도 안 만드니?” “이것 참, 그야말로 환상이로군. 하하하.” (88∼89쪽)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길을 생각합니다. 짐차 한 대 값이 1500만 원이라 하면, 이 돈은 서울 같은 큰도시에서는 1평 사는 값조차 안 돼요. 아마, 부산·인천·대구·대전·울산에서도 엇비슷하겠지요. 아파트 분양값 1평에 1000만 원 넘은 지 퍽 오래되었어요. 웬만한 건물도 1평 짓는 데에 1000만 원은 우습게 들어요.

 네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에서 1500만 원이면 땅을 몇 평쯤 살 수 있나 어림합니다. 대문 앞 기름진 논밭이라면 600평쯤 살 수 있으려나. 멧등성이 쪽으로 올라가는 밭뙈기라면 800평쯤 살 수 있으려나.

 짐차이든 자가용이든 굴리자면 기름을 넣어야 합니다. 그닥 많이 굴리지 않더라도 한 달 기름값으로 60만 원은 잡아야지 싶어요. 다달이 60만 원이라면 한 해에 720만 원이에요. 한 해에 720만 원이라면 열 해이면 7200만 원이 돼요.


- “쌀 따위 화학비료 쏟아붓고 기계를 쓰면 얼마든지 자라! 아무리 경작 면적을 줄여도 수확이 남아돌 정도야. 난 요즘 뭐랄까, 의문을 느껴. 내 인생에 대해서. 서글퍼진 게다. 내 일생은 흙투성이인 채 끝나는 걸까, 하고.” “할아버지.” “타츠니시키? 흥. 이 부근 땅은 엉망이야. 나츠코, 포기해라.” (55∼56쪽)


 나한테 돈이 있고 옆지기한테 돈이 넉넉하다면, 우리 식구가 짐차이든 자가용이든 몰 만한가 하고 곱씹습니다. 우리 식구가 이만 한 돈을 들여 자동차 하나 거느릴 만한지 되뇝니다.

 한 해에 1억 원을 번다는 사람이라면 한 달에 1000만 원쯤 버는 셈이니, 이러한 자가용이나 기름값은 그닥 걱정스럽지 않으리라 봅니다. 다만, 자동차를 타야 할 때에는 타야 할 테지만, 자동차를 안 탈 때에는 이 자동차가 무슨 노릇을 하는지 헤아리고 싶어요. 자동차를 타면서 내 삶이 수월해진다고 할 때에, 참말 내 삶에서 무엇이 좋아지거나 나아지거나 아름다워지는지 돌아보고 싶어요.

 자동차를 몰며 멧길을 오를 때에도 멧길을 오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나 궁금합니다. 멧자락을 느끼고 멧바람을 마시며 멧소리를 듣는 한편 멧내음을 맡으려는 사람이 자동차를 몰며 멧길을 올라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마지막이라뇨?” “그만둘 거야. 우린 도지 제도를 폐지할 거거든.” “도지 제도를 폐지? 그럼 누가 술을 만들어?”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엘리트들이지, 나츠코.” (77쪽)
- “새언니, 나는 카피(광고글)를 쓴 적은 있지만, 벼를 기른 적은 없어.” “기르는 게 아니야. 땅과 물과 해님이 길러 주시는 거지. 길러 주시면 인간은 그걸 받는 거야. 후후, 미야카와 씨의 말버릇이야. 야스오 씨랑 자주 여기서 밤새 술을 마셨어.” (122쪽)



 앞에 두 사람 앉고 뒤에 두 사람 앉히는 짐차라면 우리처럼 네 식구 살림에 꼭 알맞는다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러한 짐차 하나 있으면 읍내나 면내뿐 아니라 군내 곳곳을 마실할 만하고, 군내를 넘어 이웃 시나 군으로도 마실할 만해요. 온 나라 어디이든 못 갈 만한 데가 없어요. 가까운 면내나 읍내에 다녀오는 길에도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가방 하나씩 채워 낑낑거릴 뿐 아니라, 갓난쟁이 안거나 업느라, 네 살 아이 달래거나 안으며 고단해 하지 않아도 돼요.

 자가용 없는 우리 식구는 늘 시골버스를 기다립니다. 아이 둘이 곯아떨어지며 옆지기가 지치는데다가 짐이 가득이라면 택시를 부릅니다. 바깥마실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타는 때는 한 달에 너덧 차례쯤 될까 싶습니다. 한 주에 한 차례 이렇게 택시를 탄다면 택시삯으로 한 달에 오만 원 즈음 쓰는 꼴입니다.

 사흘에 한 번 택시를 탄다면 다달이 십만 원 꼴이고, 이틀에 한 번 택시를 탄다면 다달이 십오만 원 꼴이에요. 날마다 택시를 타더라도 다달이 삼십만 원 꼴이니, 자가용 몰며 기름값 들이는 돈에 대면 아무것 아닌 셈이라 할 수 있어요.


- “지금은 어디든 모판으로 하지. 그건 하우스에서 난방기를 틀어 단기간 대량의 모를 만들기 위한 거야. 기계로 심을 육묘 방법이지. 왜 큰 타츠니시키를 그런 곳에 가두지? 그보다 넓은 장소에서 모가 뿌리를 마음껏 뻗게 해. 난방기가 필요없는 건강한 모를 길러라. 물못자리는 물이 보온 역할을 해 주지. 물론 수고와 시간이 들지만.” (161쪽)
- “왜 기계를 안 빌려! 왜 다른 일손을 안 써!” “돈이 들어요.” “우리 집도 그 정도 돈은 있어. 돈보다 나츠코의 몸이 걱정이야!” “기계는 빌리지 않아요! 다른 사람 손도 빌리지 않을 거예요! 내가 하겠어요! 나 혼자서 하겠어요!” (190쪽)



 묵은 집 지붕을 고치고 전깃줄을 새로 갈며 중간천장 베니어판을 고칩니다. 보일러를 손질하고 양수기를 갑니다. 나는 이러한 일을 할 줄 몰라 일꾼을 부릅니다. 어느 일이나 재료값은 얼마 안 됩니다. 모두 품값입니다. 목수 일을 하는 분은 하루 품값이 20만 원이라 합니다. 전깃줄 새로 가는 분은 하루 품값으로 30만 원쯤 치르는 셈이지 싶어요. 벽종이 바르기를 다른 사람한테 맡겼으면, 두 사람 품값으로 100만 원 넘게 치러야 했을는지 모릅니다. 20평 안 되는 시골집 벽종이 새로 바르고 장판 새로 까는 데에 사람을 부르면 으레 200만 원이 든다 하더군요.

 내가 헌 벽종이를 뜯어 새 벽종이를 바른대서 품값 150만 원을 아끼거나 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집이요 옆지기랑 아이들이 함께 살아갈 집이기에 내 품과 땀과 넋을 들입니다.

 자전거를 탄대서 기름값이나 찻값을 줄인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나는 내 다리로 움직이는 삶이 좋고, 알맞춤한 빠르기로 달리면서 공해와 매연을 내지 않는 삶이 좋습니다. 손빨래를 한대서 비싼 빨래기계 값을 아낀다거나 물을 적게 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스러운 살붙이들 옷가지를 쪼물딱거리면서 내 힘들거나 지치거나 고달픈 마음짐을 내려놓습니다. 다 마친 빨래를 해바라기 시키려고 내다 널며 내 찌푸린 이맛살을 쓰다듬습니다. 다 마른 빨래를 아이들 앞에서 개며 아이가 눈과 가슴으로 집일을 느끼도록 합니다.


- “아무리 네가 죽을 각오로 힘써 봤자 쓸데없는 노력이야. 옛날 옛적이면 모를까!” “타츠니시키는 옛날 쌀이에요. 가래와 괭이와 말과 소밖에 없었던 시절의 쌀이에요. 인간이 아직 죽을 각오로 경작하던 시절의 쌀이에요. 쓸데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계보다 괭이가 깊이 일굴 수 있어요.” (209∼210쪽)
- “신고, 그만해. 난 이런 부탁 안 했잖아.” “됐으니까 사양하지 마. 저것(트랙터)도 고물이지만, 그 막대기(괭이)보다는 도움이 될걸?” (두두두두 두두두) “어때, 나츠코? 벌써 나츠코가 일군 면적을 해치웠지? 기계는 편리하지?” (222쪽)



 이래저래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새 보금자리에 깃든 뒤로 내 어버이한테 편지 한 장 부치지 못합니다. 그저 마음뿐입니다. 이러면서도 밥은 먹어야 하기에 밥때에 맞추어 밥을 합니다. 국을 끓이면서 마늘을 다집니다. 절구로 빻으면 일이 한결 쉽다 할 테지만, 나는 칼로 마늘을 잘게 썰어 칼등으로 꾹꾹 누른 다음 칼날로 톡톡톡 다질 때나 절구빻기를 할 때나 품이나 겨를은 엇비슷하다고 느껴요. 칼을 쥐고 여러 푸성귀를 만지다가 절구를 꺼낼 겨를이 없어, 선 채로 칼과 도마만 물로 헹구고 나서 마늘을 칼로 다집니다. 어릴 적 부엌에서 어머니가 쉴 틈 없이 칼질과 도마질을 하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늘을 다집니다. 내가 내는 마늘다지기 통통통 소리는 내 어머니가 내 앞에서 들려주던 통통통 소리입니다. 이 소리가 옆방에서 옆지기랑 까르르 웃으며 놀다가는 떼 쓰며 꾸지람 듣는 아이한테까지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날마다 칼질을 합니다.

 오제 아키라 님 만화책 《나츠코의 술》(학산문화사,2011) 2권을 읽습니다. 나츠코는 혼잣힘으로 묵은논 스물다섯 평을 괭이 하나로 일구려고 땀흘립니다. 끝내 혼잣힘으로 묵은논 스물다섯 평을 괭이 하나로 일구지는 못합니다. 며칠에 걸쳐 괭이 하나만으로 묵은논하고 씨름하며 흙일을 몸으로 겪습니다.

 손쉽게 기계힘을 빌리며 모내기를 하려던 나츠코였으면 이러한 나츠코 삶대로 나츠코다운 술 하나를 빚겠지요. 온몸을 바쳐 온몸을 들이는 삶으로 땀흘릴 때에는 이러한 나츠코 삶대로 나츠코다운 술 하나를 빚을 테지요.

 맛있는 술 하나는 땀흘린 아름다운 삶에서 비롯합니다. 맛있는 밥 한 그릇은 땀흘린 아름다운 삶에서 태어납니다. 기계를 쓰면 참 쉽고 좋다 하겠지요. 기계를 쓰면 ‘잘 팔릴 만한 술’을 아주 많이 잔뜩잔뜩 만들 수 있겠지요. 기계를 쓰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면 ‘사람들이 더 값싸게 사먹을 수 있다는 쌀’을 거둘 수 있겠지요. 손품을 많이 들이고 거름을 뿌리며 기계를 덜 쓰면 ‘더 값이 비싼 쌀’이 될밖에 없겠지요. (4344.10.30.해.ㅎㄲㅅㄱ)


― 나츠코의 술 2 (오제 아키라 글·그림,박시우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11.7.25./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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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있는 집


 이제 책이 없는 집은 생각할 수 없다. 지난날에는 좀 있는 사람 아니고서는 책을 손에 쥘 수 없었으나, 이제는 좀 없는 사람이더라도 책을 손에 쥘 수 있다. 누구나 글을 배울 수 없던 때에는 아무나 책을 손에 쥘 수 없었다. 누구나 글을 배울 수 있는 오늘날에는 아무라도 책을 손에 쥘 수 있다.

 돈벌이를 헤아리며 태어나는 책이 있다. 아름다운 삶을 사랑하려는 넋으로 일구는 책이 있다. 나 스스로 돈벌이에 목을 맨다면 내 손에 쥐는 책이란 돈벌이를 헤아리는 책이 될 테지. 나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사랑하려는 넋이 될 때에는 아름다운 삶을 사랑하려는 넋이 깃든 책을 손에 쥐겠지.

 갓난쟁이 둘째 곁에 누워 그림책 읽어 주는 옆지기가 고맙다. 나는 새 보금자리 집일 건사하는 데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말아, 미처 아이들한테 그림책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지낸다. 갓난쟁이 둘째는 곁에서 어머니가 펼치는 그림책을 들여다보기보다 저희 아버지가 뭐 하나 하고 말똥말똥 바라본다. 아버지가 빨래하고 나서 옷걸이를 찾아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니까, 다 마른 빨래를 걷어서 개니까,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바라보다가 어느새 어머니가 읊는 목소리 결을 따라 그림책도 들여다본다. (4344.10.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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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0-30 20:53   좋아요 0 | URL
ㅎㅎ 책보는 아드님 얼굴이 상당히 귀여워보시네요^^

파란놀 2011-10-31 04:34   좋아요 0 | URL
아주 귀여운데, 요새는 밤에 얼굴 간지러워서 깨며 아주 징하게 우시네요 ^^;;
 


 빨래널기


 조물조물 주물러서 헹구기까지 마친 빨래를 바가지에 수북하게 담아 마당으로 나온다. 마당에 빨랫대 세워 빨래널기를 할까 생각하다가, 앞으로 우리 밭이자 아이들 흙놀이터가 될 빈터로 올라간다. 빨랫대는 헌 시멘트기와로 받친다. 둘째 기저귀랑 첫째 옷가지를 넌다. 파란하늘과 고운 햇살을 받으면서 이 빨래가 보송보송 마르겠지. 모과나무 곁에서 빨래가 마르고 하얀구름 올려다보며 빨래가 마른다. 다 마친 빨래를 널고 나면 아주 말끔하고 개운하다. (4344.10.2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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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0-30 20:53   좋아요 0 | URL
ㅎㅎ 이사간 집이신가요?

파란놀 2011-10-31 04:35   좋아요 0 | URL
새 보금자리 뒷터랍니다~
 
골목안 풍경 전집 - 김기찬 사진집
김기찬 지음 / 눈빛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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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나날 품을 들여야 할 골목길 사진
 [찾아 읽는 사진책 66] 김기찬, 《골목안 풍경 전집》(눈빛,2011)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 사람은 압니다. 골목동네를 찾아와 골목길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때에 빛살과 그림자를 어떻게 가누느냐에 따라 ‘내 눈에 비치는 골목동네 모습’뿐 아니라 ‘내가 찍은 사진에 그려지는 골목동네를 바라볼 다른 사람이 느낄 모습’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골목길을 끼는 골목동네 작은 집에서 살던 사람은 압니다. 골목동네를 찾아와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사람치고 ‘골목사람 삶과 넋과 꿈을 사랑스레 헤아리거나 어깨동무하며 사진기를 손에 쥐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를. 거의 언제나 ‘스쳐 지나가는 구경꾼 눈길과 마음길과 손길’로 사진기를 다룰 뿐, 정작 골목사람 삶과 넋과 꿈에 함께 젖어들면서 어깨동무하려 하는 사진쟁이는 아주 드물어 ‘사진기 어깨에 걸친 사람만 보면 얼마나 진저리쳐지는가’를.

 1938년에 태어난 김기찬 님은 2005년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골목안 풍경”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진책은 모두 여섯 권 내놓았고, 《잃어버린 풍경》과 《역전 풍경》이라는 사진책도 하나씩 내놓았습니다. 김기찬 님 사진은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그러모을 만하다 할 텐데, 《골목안 풍경》은 이름 그대로 ‘서울 골목동네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풍경)’을 담아서 나누는 사진이야기입니다. 2011년 8월, 《골목안 풍경 전집》(눈빛,2011)이라는 이름을 달고 두툼하며 값싼 사진책이 새롭게 나옵니다.

 김기찬 님은 “어릴 적 아름답게 채색되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내가 뛰어놀던 골목을 찾는다(33쪽).”고 말합니다. 아름다이 아로새겨진 옛이야기란 바로 ‘풍경’입니다. 지난날 김기찬 님 아름답던 나날을 돌이키면서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왜냐하면, 지난날 김기찬 님 어린 삶이 가난했건 가멸찼건, 집이 작았건 컸건, 식구와 형제가 많았건 적었건, 어찌 되든 김기찬 님 마음과 몸에 아로새겨진 어린 나날 이야기는 아름답다고 느끼기에, 이 아름다움을 찾아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김기찬 님이 아주 가멸찬 집안에서 태어나 먹고사는 걱정이나 입에 풀칠할 근심이 없이 자랐다면, 값지며 좋다 하는 옷을 아무렇지 않게 사다 입는 집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김기찬 님은 어린 나날을 어떻게 떠올릴 만했을까요. 아니, 굳이 어린 나날을 떠올리거나 어린 나날을 아름다이 떠올리거나, 어린 나날을 아름다이 떠올리며 오래오래 사진길 걸을 생각을 했을는지요.

 나는 1998년에 사진을 처음 배울 무렵 헌책방에서 김기찬 님 《골목안 풍경》 사진책을 곧잘 마주했습니다. 사진을 아직 모르던 이때에 《골목안 풍경》은 퍽 그럴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책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무렵은 대학교 앞 신문지국에서 신문배달을 하며 한 달에 삼십이만 원으로 배움값이랑 책값이랑 살림돈을 대던 때라, 헌책방에서 《골목안 풍경》을 1만 원에 팔아도 장만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눈으로 훑기만 했어요. 1999년 여름에 출판사에 일자리를 얻어 들어간 다음부터는 판끊어진 《골목안 풍경》은 헌책방에서 장만하고, 새로 나오는 《골목안 풍경》은 새책방에서 마련했습니다. 《잃어버린 풍경》과 《역전 풍경》도 따끈따끈하게 나왔을 때에 곧장 마련했어요. 이들 사진책은 처음 나올 때에 곧바로 마련하지 않으면 어느새 판이 끊어지거든요.

 사진길을 처음 걸을 때에 만난 김기찬 님 《골목안 풍경》은 ‘앞으로 내 사진감으로 구태여 골목길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도 되겠다’ 하는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이 만하게 나오는 골목길 사진책이 있으니, 나는 나대로 내 사진감인 헌책방을 놓고 헌책방 사진이야기를 일구면 넉넉하리라 느꼈어요.

 “우리도 마찬가지다. 뉴욕의 거리를 걷다 보면 도대체 인간의 체취를 찾을 길이 없다. 대신 마드리드의 뒷골목이나 멕시코 외곽에 오래된 도읍의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홍미진진한 이색 풍물이 그 나라의 진정한 얼굴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김형국,234쪽).”고 하듯, 김기찬 님은 골목길에서 사람내음과 사랑내음과 살내음을 느낀다면, 나는 헌책방에서 사람내음과 사랑내음과 살내음을 느낍니다.

 이러다가 지난 2007년에 내 살림터를 인천으로 다시 옮기면서 비로소 ‘인천 골목길’을 내 사진기로 담아 보았습니다. 2010년에 충청북도 멧골자락으로 살림터를 옮긴 뒤에는 음성 읍내 골목길을 내 사진기로 담아 보았어요. 올 2011년에 전라남도 고흥군으로 살림터를 옮기면서 고흥 시골마을을 내 사진기로 담아 봅니다.

 내 나날을 하나하나 돌이킵니다. 나 스스로 맨 처음에 내 사진감으로 ‘골목길’을 붙잡지 않은 까닭은 오직 한 가지였다고 느낍니다. 나 또한 인천 도화동 624번지에서 태어나 자란 골목사람이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 고향마을 인천을 떠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 둘레에서 살았고, 대학교를 그만두고 출판사에 들어간 다음에는 서울 종로구 평동 골목 기스락에서 살았어요. 이렇게 서울에서 지내던 때에는 ‘서울집’이라기보다 ‘헌책방 많은 서울’이라는 데가 내 삶터라고 여겼어요. 나는 인천사람이고 책을 읽는 사람이며 헌책방 책쉼터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아주 마땅히 내 사진감이자 글감은 ‘헌책방’이 될밖에 없어요.

 곧, 2007년에 고향 인천으로 돌아온 뒤에 골목동네 한켠 조그마한 옥탑집에서 두 해 반을 살고, 다른 골목동네 한켠 오래된 벽돌집 2층에서 한 해 즈음 사는 동안에는 내 사진감이 ‘(인천) 골목길’로 새로워져요. 이렇게 될밖에요. 내 삶터가 달라졌으니 내 사진감이 달라질밖에요.

 김기찬 님은 “골목길에서 만난 할머니는 늘 골목에 의자를 내다 놓고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소일하곤 했다. 그런데 몇 해 지나지 않아 할머니를 영정 속에서 볼 수 있었다(385쪽).” 하고 말합니다. 김기찬 님 사진책 《골목안 풍경 전집》을 차근차근 들여다본 분이라면 문득 느끼리라 보는데, 김기찬 님이 담은 ‘서울 골목길’은 그야말로 좁습니다. 그야말로 좁을 뿐 아니라 빈터가 아주 드뭅니다. 모든 길바닥이 시멘트로 깔리고, 작은 풀씨나 풀꽃이나 나무 하나 자랄 틈바구니가 없어요. 드문드문 스티로폼 꽃그릇이나 헌 플라스틱통 꽃그릇을 구경할 수 있지만, 비어서 헐리는 집이 없어 조그마한 텃밭이나 꽃밭 한 자락 마주하기란 몹시 힘들어요. 왜냐하면, 서울은 땅값이 아주 비싼데다가 사람이 워낙 넘치듯 많아, 골목동네에서도 ‘빈터’가 생길라치면 어김없이 사람 하나 누일 방 하나 뚝딱 섭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랐으며, 나중에 옆지기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살던 골목동네는 《골목안 풍경 전집》에 나오는 ‘서울 골목길’하고 사뭇 달라요. 인천 골목동네는 서울 골목동네하고 크게 달라요. 서울은 사람들이 온 나라에서 모여드는 곳입니다. 인천은 사람들이 온통 서울로 빨려드는 곳입니다. 일터를 서울에 두고 새벽과 밤마다 지옥철에 시달리는 데가 인천입니다. 이른새벽을 지나 밤이 될 때까지 온통 고요하고 썰렁한 인천 골목동네입니다. 그런데 이 썰렁한 인천 골목동네는, 서울로 빨려든 사람을 뺀 다른 사람들, 이른바 ‘나머지’ 사람인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고요한 삶터’를 빛다르게 일구어요. 길바닥 한켠 시멘트나 거님돌을 깨고는 밑바닥 흙을 손바닥으로 보듬어 텃밭이랑 꽃밭을 일굽니다. 시멘트로 깔린 골목길과 당신 살림집 시멘트 담벼락 사이에 길다랗고 좁다란 텃밭이나 꽃밭을 만듭니다. 버려진 통이나 그릇을 하나하나 여러 열 해에 걸쳐 그러모아 새롭게 텃밭이나 꽃밭을 삼습니다. 이웃집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비고 만 집이 헐리거나 스스로 무너지면, 이웃집이 서울로 떠나 비고 만 집이 쓰러지거나 스스로 허물어지면, 이렇게 빈 자리 시멘트 찌끄러기와 돌조각을 바지런히 골라 집터 가장자리에 빙 둘러 울을 낮게 쌓으며 텃밭으로 새로 일굽니다. 인천 골목동네에서는 어디에서나 ‘빽빽한 집들 틈바구니에 어김없이 깃든 텃밭’을 만날 수 있어요. 벽돌로 지은 2층 골목집에서 살던 때에는 1층 집임자 할아버지가 새벽 대여섯 시부터 집 안팎을 비로 쓸고 낮에 또 한 번 쓸며 저녁에 다시금 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눈이 오는 날에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어느 골목동네 어느 골목집이든 눈을 비질하는 소리를 듣고 모습을 보았어요.

 김기찬 님은 “이 집을 계단집이라고 했는데 아주머니들이 많이 모여들어 정담을 나누는 곳이었다. 오른쪽에 앉아 이가 아프신지 인상을 쓰고 계신 분이 왕초 할머니시다. 이곳에 모이는 분들 중에 연세가 제일 많아 왕초 언니라고도 했다 … 11년 후, 그동안 왕초 할머니와 나는 많이 친해졌다. 왕초 할머니가 사진 촬영하는 나를 놀리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550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참 틀림없다 싶은 이야기입니다. 김기찬 님은 오래도록 다리품을 팔아요. 아니, 다리품을 판다기보다 오래도록 골목동네 사람들하고 이웃으로 지내요. ‘이웃으로 지내기’에 자주 찾아와서 인사를 여쭙니다. 이웃으로 지내니까 꾸준히 찾아와서 말을 섞고, ‘기념사진’을 찍어서 베풉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며 살던 지난날, 나날이 골목동네 허물어 아파트 올려세우려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책 탓에 ‘쓰러지고 퀘퀘하며 지저분한데다가 어두운’ 골목동네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개발정책에 쓰려는 공무원이 퍽 자주 돌아다닌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는 골목동네 사람으로서 날마다 골목길을 거닐면서 골목가게를 드나들고, 골목길 저잣거리에서 장보기를 하며, 무럭무럭 크는 아이 손을 잡고 골목마실을 즐겼습니다. 나 또한 골목동네 사람인 만큼 골목꽃 내음을 아이랑 함께 느끼고, 우람하게 자란 골목 감나무이든 골목 대추나무이든 골목 호두나무이든 골목 복숭아나무이든 참 예쁘다고 느끼면서 아이한테 감꽃과 대추꽃과 복숭아꽃부터 감 열매랑 대추 열매랑 복숭아 열매가 맺히는 모습까지 두루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이하고 골목마실을 하면서도 ‘재개발 때문에 사진 찍으러 다니슈?’ 하는 핀잔과 따가운 눈길을 잔뜩 받아야 했어요.

 김기찬 님은 “골목에 들어서면 늘 조심스러웠다. 특히 동네 초입에 젖먹이 아기들을 안고 있는 젊은 엄마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은 동네에서 쫓겨나기 알맞은 행동이었다. 사실 젊은 엄마들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은 내 나이도 오십이 넘어서였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590쪽).” 하고 말합니다. 참말 옳은 말입니다. 나는 서른을 좀 넘긴 나이에 골목길 사진을 찍으며 ‘나이가 어려 꽤 힘들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젊다 해서 골목길 사진을 못 찍으란 법이란 없어요. 나이가 어리거나 젊으면 나이가 어리거나 젊은 결대로 골목길을 새삼스레 바라보고 느끼면서 사진으로 담으면 돼요. 다만, 나어린 사람이 여느 골목사람이랑 이웃이나 동무로 사귀며 지내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나어린 사람은 나어린 때이니까 몇 차례 드나들며 사진찍기를 하겠구나 하고 여기거든요. 나이 조금 먹으면 다른 사람하고 똑같이 골목동네를 다시 안 찾아오겠거니 하고 여기거든요. 그렇다고 나이든 사람이 오래도록 골목마실을 한다거나 한결 푸근하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나어린 사진쟁이한테 골목 할매나 할배는 으레 ‘자네가 아직 젊으니까 좋아(예뻐) 보인다고 말하지.’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나이든 사람한테는 ‘나이든 사람이 어린 나날 옛이야기 서린 모습을 찾으러 왔나 보다.’ 하고 여겨 버릇합니다. 젊은 사람이 골목동네를 날마다 몇 시간씩 거닐면서 사진을 찍으면 ‘젊은 양반이 뭐 할 것이 없어 이런 동네에서 사진을 찍나?’ 하면서 혀를 끌끌 차곤 합니다. ‘사진으로 뜻을 이루거나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벌려면 골목동네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되니까 오지 말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나이든 사람한테는 ‘나이들어 돈벌 걱정을 안 해도 될 만하니 이렇게 사진을 찍으러 다닐 수 있다.’고 여기곤 해요.

 젊은 사진쟁이한테 골목길 사진이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구경꾼으로 사진을 찍으려 할 때에는 쉽지 않습니다. 작은 ‘골목집’을 얻어 젊은 ‘골목사람’으로 지내는 동안 ‘골목마실’을 날마다 마음껏 누리면서 ‘골목가게’에 드나들고 ‘골목고양이’랑 눈인사를 나눈다면, 골목동네에서 피어나는 어여쁜 빛깔이 시나브로 내 몸과 마음으로 짙게 스며든다고 느끼리라 믿어요. 작은 골목집 한 곳에서 두서너 해쯤 달삯을 내고 지낸다면, 두서너 해 뒤에 다른 골목집 한 곳에서 또 두서너 해쯤 달삯을 내고 산다면, 두서너 해 지나고 나서 또다른 골목집 한 곳에서 다시금 두서너 해쯤 달삯을 내고 살아간다면, 김기찬 님은 《골목안 풍경》 사진이야기로 사진꽃을 피운 결하고 나란히 놓을 아름다운 ‘골목삶 사진책’ 하나 싱그러이 태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오랜 나날 품을 들였기에 내놓을 수 있는 《골목안 풍경 전집》입니다. 오랜 나날 사랑을 들이면 온 나라 골목동네마다 모두 새로우면서 다 다른 빛줄기 감도는 따사로운 골목길 사진책이 골고루 태어나리라 믿어요. (4344.10.29.흙.ㅎㄲㅅㄱ)


― 골목안 풍경 전집 (김기찬 사진,눈빛 펴냄,2011.8.27./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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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10-3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사진을 보니 지금과는 무척 다른 느낌을 주는군요.불과 얼마전 일일텐데 정말 많이 바뀐것 같습니다.

파란놀 2011-10-31 02:59   좋아요 0 | URL
서울에서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기만 하면
인천에서든 부산에서든 목포에서든
또 다른 동네에서든
어렵잖이 만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