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는 어떤 곳?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는 개인(최종규)이 평생 읽은 책으로 혼자 문을 연 도서관이자 개인서재입니다. 개인서재를 누구나 찾아와서 책을 즐기도록 열어 놓았기에 ‘서재도서관’입니다.


  이 도서관이자 서재는 2007년 4월에 인천 배다리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2010년 9월에 충청북도 충주시 멧골자락으로 옮긴 다음, 2011년 10월에 전라남도 고흥군 시골마을로 다시 옮겼습니다. 고흥 시골에 터를 잡으면서 살림집은 마련했으나, 사전 짓는 책숲집(사진책도서관+한국말사전배움터+숲놀이터)으로 쓰는 건물은 임대를 해서 임대료를 냅니다. 앞으로는 시골마을 도서관학교 건물(옛 흥양초등학교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서 이곳에 고운 책터와 숲집을 짓는 꿈을 꿉니다.


  앞으로 이곳을 저희가 장만해서 느긋하게 누릴 수 있다면, 낡은 관사를 고쳐서 숙소로 삼을 수 있고, 너른 운동장(5000평)은 작은 숲이자 놀이터이자 별바라기를 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전남 고흥에서 "사전 짓는 책숲집"이자 '시골도서관'이자 '사진책도서관'이면서 '숲도서관'이면서 '한국말사전 배움터'요 '숲놀이터' 구실을 하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삶을 가르치고 배우는 '배움터'로 날마다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꿈꾸어요.


  앞으로 도서관+배움터+숲놀이터를 튼튼히 꾸릴 밑힘이 되도록 도와줄 분들 손길을 바라고 기다리며 찾습니다.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지음이가 되려면?


● 어떻게 지음이가 되는가 : 1평 지음이(2평 지음이, 3평 지음이 ...)나 평생 지음이 되기
● 1평 지음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습니다
● 2평 지음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습니다
● 평생 지음이가 되려면 ㄱ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습니다

● 평생 지음이가 되려면 ㄴ : 1평 지음이로 20년, 2평 지음이로 10년을 지내면 됩니다

● 평생 지음이가 되려면 ㄷ : 도서관학교로 삼는 '흥양초등학교(폐교)' 5000평을 장만합니다 (2억 예상)

● 평생 지음이가 되려면 ㄹ : 도서관학교에서 책지기 일을 맡아 주면서 숲집을 함께 가꿉니다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지음이가 되는 분들한테는 도서관에서 내는 1인잡지와 소식지를 보내 드립니다. 지음이가 되어 주실 분들은 주소와 전화번호를 꼭 알려주셔요.


● 돕는 돈은 어디로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우체국 500413-01-012342 최종규
● 손전화 : 010-5341-7125
● 누리편지 : hbooklove@naver.com

● 누리집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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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는 한국에 하나 있는 "국어사전 도서관"이자 "사진책 전문 도서관"이면서, 저 한 사람이 살아오며 마음밥으로 살찌운 책을 차곡차곡 그러모아 연 개인도서관이에요. 이 도서관학교를 오늘까지 이어오는 동안 수많은 분들 작은 손길과 사랑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대로 고운 빛줄기가 감도는 책을 차근차근 장만해서 도서관학교에 갖추었고, 수많은 분들은 크고작은 따사로운 손길과 사랑으로 도서관을 꾸릴 살림돈을 보태어 주었어요.

 

  오래오래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전 짓는 책숲집으로 뿌리내리면, 누구나 언제라도 살포시 찾아와서 책으로 머리를 쉬고 푸른 숲에서 마음을 쉴 수 있는 터전을 닦을 수 있어요. 모두 함께 예쁘게 살아가며 아름다운 빛줄기를 북돋우는 길에 고마운 도움돈을 보태 주시기를 꿈꿉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펴내는 밑틀을 다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고흥에서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하고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하고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살려쓰기>하고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들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해마다 한결 새로운 '숲말 이야기책'을 선보이면서 한국말을 즐겁게 가꾸는 길을 밝힐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따사로운 눈길로 지켜보는 이웃님, 지음이가 되어 주시는 이웃님, 마음으로 아껴 주시는 이웃님, 모두 고맙고 사랑합니다. ^___^


+ + +


사전짓기 계획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2017.7.2.)

‘책숲집(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 새로짓기 사전 ***

 1. 슬기로운 ㅅ 사전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전)

  : 한국말 가운데 ‘ㅅ’ 항목만 다룬다. 1000∼1500 낱말로 묶으려 한다. 사람들 입에 익은 낱말은 익기는 해도 뜻을 깊이 헤아리지 못하는 대목이 무엇인가를 짚고, 사람들 입에 낯선 낱말은 낯선 결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면서 이 낯선 낱말을 어떻게 우리 삶에서 살려서 쓸 만한가를 짚는다.

 2.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2

  : 2016년에 이은 비슷한말 사전 둘째 권.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을 260 꾸러미에 묶어서 1100 낱말 안팎을 다루어 보려 한다. 뜻풀이와 보기글을 모두 새롭게 붙일 뿐 아니라,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이 어떠한 결인가를 견주어서 밝힌다.

 3. 한국말 새로짓기 사전 (새롭게 살려쓰기 사전)

  : 사전에 실린 낱말하고 사전에 안 실린 낱말을 두루 다룬다. 사람들이 저마다 널리 잘 살려서 쓰기에 사전에 실린 낱말을 다룰 뿐 아니라, 사람들이 재미나게 잘 살려 쓰지만 막상 잘 살려 쓰는 줄 느끼지 못하는 낱말에다가, 사람들이 알뜰히 살려서 쓰기는 하되 사전에 안 실린 낱말을 고루 살핀다. 앞으로 새롭게 한국말을 지어서 쓰는 길을 알려주거나 밝힌다.

 4. 사랑으로 짓는 우리말 그림노래 (한글노래, 우리말 동시 사전)

  : 동시라는 틀로 말을 다루어 보여준다. 사전이라는 틀을 넘어서 문학이라는 모습으로 낱말 이야기를 짚으면서 밝힌다. 낱말은 굳어진 글씨가 아니라, 생각을 살찌우는 그림이 흐르는 이야기라고 하는 대목을 들려준다. 이제까지 119 꼭지를 마무리해 보았다.

 5. 어린이 첫 국어사전

  : 일곱 살 어린이가 한국말을 익히는 길에 처음으로 만나는 국어사전. 한국에서 살아가는 길에 바탕이 될 가장 쉬우면서 가장 뜻있는 낱말을 500 가지 추린다. 이 500 가지를 가장 쉬우면서 짧고 재미나게 새 뜻풀이와 보기글을 붙여서 이야기를 엮는다.

 6. 어린이 새 국어사전

  : 열 살 어린이가 한국말을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배우는 길에 말을 새롭게 생각하며 받아들이도록 돕는 길잡이 같은 국어사전. 《어린이 첫 국어사전》에서 뽑은 바탕말 500 가지에서 한 걸음 나아가서 생각을 지피도록 이끌 2000 가지 낱말을 다룬다. 500 + 2000, 이렇게 하여 모두 2500 낱말을 다루는 사전이 된다. 뜻풀이와 보기글은 앞선 《어린이 첫 국어사전》하고 모두 다르게 붙인다.

 7. 한걸음 국어사전

  : 어린이에서 푸름이로 접어드는 나이에 한국말을 스스로 깨닫도록 불을 지펴 주려고 하는 국어사전.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살피며 스스로 생각을 마음에 짓는 길이란 무엇인가 하는 실마리를 낱낱이 알려주는 구실을 한다. 한국말 12500(500 + 2000 + 10000)을 바탕으로 다루며, 들온말(한자말·영어 2000∼5000)은 흐름에 맞추어 알맞게 간추려서 제대로 보여주는 틀을 짠다. 앞선 두 사전하고 뜻풀이와 보기글을 모두 다르게 새로 붙인다.


*** 새로배움 사전 ***

 1. 국어사전 바로잡기 (사전 뜻풀이 새로 붙이기)

  : 표준국어대사전·고려대한국어대사전·조선말대사전 올림말을 견주면서 잘못된 돌림풀이와 겹말풀이를 짚으며 바로잡는 사전. 남북녘에서 나온 세 가지 사전에서 잘못 적은 뜻풀이를 짚고 바로잡을 뿐 아니라, 이러한 낱말에 새로운 뜻풀이를 붙여서 남북녘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다듬고 가꾸자고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50 꾸러미 250 낱말을 다룬다.

 2. 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

  : ‘토씨 -의’를 잘못 쓰는 보기를 살펴서 이를 슬기롭게 바로잡는 사전. ‘-의’가 없이 얼마든지 즐거이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에 갇힌 탓에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피어나지 못했다고 하는 대목을 풀어낸다. 이제까지 700 항목에 5000 가지가 넘는 보기를 갈무리했고, 원고지 2만 장 남짓으로 첫 권을 마무리하려고 생각한다.

 3. 한자말 바로쓰기 사전

  : 꼭 안 써도 될 만한 한자말을 짚으면서 한국말을 한결 슬기롭게 쓰도록 이끄는 사전. 이제까지 1800 항목에 1만 가지가 넘는 보기를 갈무리했고, 원고지 2만 장 남짓으로 첫 권을 마무리하려고 생각한다.

 4. -적 바로쓰기 사전

  : 일본 말씨에 물들어 퍼지는 ‘-的’ 말씨를 손질해서 쉽고 아름답게 한국말을 쓰도록 이끄는 사전. 이제까지 700 항목에 3500 가지가 넘는 보기를 갈무리했고, 원고지 1만 장 남짓으로 첫 권을 마무리하려고 생각한다.

 5. 외마디 한자말 바로쓰기 사전

  : 거의 일본 말씨 때문에 퍼진 외마디 한자말을 손질해서 쉬우면서 재미나게 한국말을 살리도록 북돋우는 사전. 이제까지 400 항목에 2000 가지가 넘는 보기를 갈무리했고, 원고지 1만 장 남짓으로 첫 권을 마무리하려고 생각한다.

 6. 사자성어 바로쓰기 사전

  : 2012년에 나온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를 크게 고치고 보태는 사전. 1500 항목 언저리로 갈무리할 생각이고, 원고지 1만 장 안팎으로 새롭게 쓸 생각이다.

 7. 새롭게 살려낸 글쓰기 사전, 겹말 바로쓰기 2

  : 2017년에 나올 《새롭게 살려낸 글쓰기 사전, 겹말 바로쓰기》를 잇는 바로쓰기 사전. 첫째 권 원고를 마무리해서 출판사에 넘긴 뒤, 둘째 권에 담을 항목을 이제까지 300 가지 남짓 모았다. 앞으로 700 가지를 더 모으면 둘째 권 원고를 이룰 만하리라 본다. 원고지 5000장 남짓.

 8. 한국말 죽이는 말버릇 (존재, 시작, 필요, 통하다, 대하다/관하다)

  : ‘존재’라는 한자말이 있어야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가를 짚는다. ‘존재’라는 한자말을 쓰지 않는다면, 한국말로 어떻게 우리 생각을 나타낼 만한가를 다룬다. 이제까지 300 가지 남짓 보기를 뽑아 보았다.



*** 그동안 쓴 우리말 이야기책과 사전 ***

 1.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2017)

  : 주제에 맞추어 24 갈래를 지어서 357 낱말을 다루었다.

 2.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2016)

  :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을 264 꾸러미로 갈라서, 1100 낱말 남짓 다루었다.

 3.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2014)

  : 주제에 맞추어 24 갈래를 지어서 444 낱말을 다루었다.

 4.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2012)

  : 사자성어 420 꼭지를 다루었다.

 5.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2015)

  :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한국말을 새롭게 배우도록 이끄는 이야기.

 6.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2011)

  :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한국말을 올바로 쓰도록 배울 수 있는 책.

 7. 생각하는 글쓰기 (2009)

  : 스스로 생각을 북돋아서 한국말을 새로 짓는 이야기를 다룬 책.

 8. 뿌리 깊은 글쓰기 (2012)

  : 영어에 사로잡힌 한국말을 곱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다룬 책.

 9. 사랑하는 글쓰기 (2010)

  : 겹말(중복표현)에 갇힌 한국말을 슬기롭게 사랑하자는 이야기를 다룬 책.



 * 올해 나올 사전

 1. 새롭게 살려낸 글쓰기 사전, 겹말 바로쓰기 (2017 곧)

  : 겹말(중복표현)로 잘못 쓰는 보기를 1030 꼭지를 모아서 이를 손질하고, 어떻게 하면 알맞고 고우면서 즐겁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가 하고 짚어 준다.

 2. 어린이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우리말 사전 (2017 곧)

  :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150∼200 꼭지 이야기를 다룬다. 꼭지마다 대여섯 가지 안팎으로 재미나게 살려서 쓸 수 있는 낱말을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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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10-17 15:43   좋아요 0 | URL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고운 사랑을 받아
즐거이 새 보금자리
잘 일굴 수 있으리라 믿어요~ ^^

2011-10-14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10-17 15:43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hnine 님 주소도 남겨 주시면 좋겠어요.
주소를 남겨 주셔야
나중에 책을 부칠 수 있어요~ ^^

2011-11-14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11-14 15:09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
한평지킴이 되는 분들한테 보내는 책을
내일 부칠게요.
즐거이 받아 주셔요~~~ @.@
 



 보름달 빛가루를 바라보는 저녁나절


 보름달은 새하얀 빛가루를 온누리에 고루 흩뿌립니다. 커다란 도시에서는 수많은 가게와 자동차가 내뿜는 등불이 새하얀 빛가루를 몰아내지만, 고즈넉한 멧골자락에서는 눈부신 빛가루를 온몸으로 느낍니다. 나는 이 빛가루를 느끼는 깊은 저녁나절, 새 보금자리로 옮길 살림을 헤아리면서 짐을 꾸립니다. 도서관 책짐은 일찌감치 쌌고, 살림집 짐은 조금씩 싸다가 오늘 꽤 많이 싸는데, 이듬날 새벽 새 보금자리 살림집 계약을 하러 가야 하기에 조금 드러누워 등허리를 쉰 다음 다시금 짐을 꾸려야지요.

 걸레를 수없이 빨고 다시 빨면서 짐을 싸고 방바닥을 쓸고 닦습니다. 옮겨야 할 집이기에 이래저래 집을 비우며 새 보금자리를 알아보느라 집 청소를 제대로 못하며 지냈습니다. 옆지기랑 두 아이가 장인·장모님 댁에서 돌아올 모레부터 며칠이나마 오붓하게 마지막 나날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묵은 먼지를 닦습니다. 옆지기와 내 이름으로 처음으로 장만해 볼 새 보금자리에서는 오래오래 뿌리내리면서 우리 나무를 심어서 가꾸고, 나중에 돈을 모아 우리 밭과 풀숲을 보듬을 수 있으리라 꿈꿉니다. (4344.10.1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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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오덕 지음 / 삼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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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는 누가 써서 누구한테 읽히는가
 [어린이책 읽는 삶 9] 이오덕,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삼인,2011)



- 책이름 :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
- 글 : 이오덕
- 펴낸곳 : 삼인 (2011.9.16.)
- 책값 : 15000원


 (1) 동화읽기


 어린이는 어른으로 자라고, 어른은 어린이를 낳습니다. 어린이는 어른으로 크는 길을 걷고, 어른은 새로 빚는 어린이 목숨을 늘 몸속에 건사합니다.

 어른이 되면서 어린이였던 나날을 잊는 사람이 많은데, 참말 뼛속까지 몽땅 잊는 사람이 많은데,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아름다이 살아갈 길을 찾으려 마음을 바치고 땀을 흘릴 수 있다면, 언제라도 어린이 넋을 되찾으면서 사람다운 꿈을 길어올릴 수 있으리라 믿어요.

 내 아이들을 바라보며 노상 생각합니다. 내 아이들이 예쁘게 놀거나 심부름을 하거나 잠드는 모습은 내 아이들이 저희 어버이 두 사람한테서 물려받은 사랑씨라고 느껴요. 이와 함께, 내 아이들이 미운 짓을 한다거나 소리만 꽥꽥 지르면서 뒷북놀이를 한다면, 이때에도 이 슬프거나 못난 몸가짐이란 저희 어버이 두 사람한테서 이어받은 아픔이나 생채기라고 느껴요.

 착한 넋으로 사랑스레 살아가는 어버이일 때에는 착한 넋으로 사랑스레 살아가는 아이들이에요. 샘 내는 몸가짐으로 안쓰러이 살아가는 어버이일 때에는 샘 내는 몸가짐으로 안쓰러이 살아가는 아이들이고요. 어버이는 어버이 스스로 즐거우면서 아름다울 길을 찾아야, 어버이인 나부터 즐거우면서 내 아이들 또한 즐겁습니다. 아이들만 예쁘게 자랄 수 없어요. 아이들만 숱한 학교를 다니며 똑똑해질 수 없어요. 아이들만 큰도시로 나아가 회사원이 되어 돈을 많이 벌며 ‘잘살’ 수 없어요. 어버이와 아이가 나란히 잘살아야 해요. 어버이와 아이가 다 함께 예쁘게 살아야 해요. 어버이와 아이가 서로서로 사랑을 나누어야 해요.


.. 요즘은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이 없다. 어머니고 할머니고 아버지고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면서 벙어리가 되었고,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보는 텔레비전을 함께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 우리 모두가 참되게 살아가기 위한 더욱 높은 자리에 서서 나날의 일들을 바라보게 된다면 그 나날의 일들이 결코 평범한 이야기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다 …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벌써 오래 전에 민간설화를 모아 정리하는 일을 끝내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저마다 자기 나라의 풍토에 맞는 아동문학을 창조해 왔으며, 2차 대전 이후에는 아프리카·동남아의 여러 약소국가들도 모두 설화를 수집·정리·보존하는 일에 힘을 기울여 왔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사회에서는 거의 내버려둔 상태다 … 민중을 멸시하고 민족을 열등시하는 처지에 서 있는 사람은 민중의 전통을 멸시하고 옛이야기를 열등시할 것이 당연하다. 민중을 높이 보고 민족에 애정을 갖는 사람만이 민중들의 느낌과 말을 사랑하고 그들이 남긴 이야기를 속속들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 일본인들이 자기 나라의 문화유산을 아끼고 가꾸려는 태도는 대단하며, 아이들도 그렇게 풍부하게 기록된 옛이야기를 즐겨 읽으면서 자라고 있다 ..  (11, 25, 59∼60, 66, 67쪽)


 나는 내 어버이한테서 이원수 동시나 권태응 동시나 권정생 동시나 임길택 동시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현덕 동화라든지 이주홍 동화를 익히지 못했어요. 이원수라는 이름은 〈고향의 봄〉이나 몇 가지 동시 때문에 이름을 외워야 했지만, 막상 이원수라는 어른이 어떤 동시와 동화를 남겼는지는 하나도 모르는 채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였으며 무척 똑똑하신 분이었으나, 당신 아들한테 아름다운 어린이문학을 물려주지 못했어요.

 나는 이 모든 어린이문학 일꾼을 스물네 살을 넘기고 나서야 스스로 찾았습니다. 가만히 보면 스스로 찾았다기보다 ‘집안에 이분들 책이 없으’니 ‘바깥에서 이분들 책을 찾을 수 있던’ 셈이라 할 만하지요. 다른 집에서는 예닐곱 살에 이원수 동요와 동시를 읽거나 듣고, 아홉열 살에 권정생 동시와 동화를 읽을 뿐 아니라, 열두어 살에 이주홍 동화를 읽지만, 나는 어느 한 가지도 가까이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임길택이나 권태응이나 현덕 어린이문학은 1990년대가 지나서야 알려지고 책으로 나왔기에, 느즈막하게 어린이문학에 눈을 뜬 나로서는 몹시 반가이 이분들 책을 만났어요. 고맙게 사귀었어요.

 다시금 가만히 헤아리면, 나로서는 어린 나날 이원수이든 권정생이든 이주홍이든 알지 못하며 자랐으니까, 나중에 이런 이름을 찾아나서며 책읽기를 하고, 또 이 책읽기가 임길택이나 권태응이나 현덕으로도 이어질 수 있구나 싶어요. 곧, 내 어버이는 나한테 이원수를 가르치거나 물려주지 못했지만, 나 스스로 이원수를 배우면서 찾아나설 씨앗을 물려주었다고 할까요. 어린 나날 더 좋거나 더 아름답거나 더 기쁘거나 더 빛나는 어린이문학을 만나지 못하고 사귈 수 없었으나, 집에서 어머니 일을 거들고 동네에서 동무들하고 뛰놀면서 내 가슴을 씩씩하게 일구는 길을 걸을 수 있었구나 싶어요.


..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에게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 말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그 뜻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 문장이 어려운 것은 그 뜻이 깊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용은 아무것도 아닌데 글이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 일제시대에 슨 작품, 더구나 아동문학 작품에서는 이런 잘못 쓴 말을 그대로 두지 말고 마땅히 우리 말로 고쳐서 읽도록 하는 것이 옳고, 그렇게 해야 작품을 써서 남긴 분의 뜻도 바로 이어 주는 일이 된다고 본다 ..  (33, 36, 275쪽)


 두 아이를 옆지기와 함께 낳고 살아가면서 언제나 찬찬히 돌아봅니다. 이 아이들 나이 즈음에 나는 내 어버이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하고 곰곰이 되새깁니다.

 나는 어느 한 가지도 떠올리지 못합니다. 나이가 좀 든 다음 일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그저, 우리 집 두 아이 모습에 기대면서 내 어린 나날 내 어버이가 나를 보살피며 사랑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땀과 품과 겨를과 꿈을 바쳤을까 하고 느낍니다. 나는 내 어버이가 나와 형한테 했듯이, 내 두 아이한테 내 모든 땀과 품과 겨를과 꿈을 바치면서 이 아이들이 사람다운 넋과 얼을 올바로 건사하는 예쁜 목숨으로 자라도록 어깨동무할 ‘어른’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어버이인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아이 또한 먹고 싶어 합니다. 어버이인 내가 즐겁게 차려서 맛나게 먹는 밥을 아이 또한 맛나게 먹어요. 어버이인 나부터 아이하고 옆지기한테 예쁘며 곱고 빛나는 말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아이들도 나와 옆지기한테 예쁘며 곱고 빛나는 말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만, 이보다는 ‘흐르는 사랑’이에요. 나한테서 아이한테 흐르는 사랑이 있고, 아이한테서 나한테 흐르는 사랑이 있어요. 나한테서 옆지기한테 흐르는 사랑처럼, 옆지기한테서 나한테 흐르는 사랑이 있습니다.

 착한 길을 반가이 맞아들이면, 어버이요 어른인 나부터 기쁜 나날을 누립니다. 착한 길을 반가이 맞아들이는 어버이요 어른하고 함께 살아가는 아이라면, 이 아이는 하루하루 씩씩하게 착한 길을 반가이 맞아들이면서 어여삐 자랄 수 있어요. 어버이 스스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아이들 삶이 달라져요. 이름나다는 학교나 훌륭하다는 학교에 보낸들 아이들 삶이 좋아지지 않아요. 아이들은 학교에 넣으면 안 돼요. 아이들은 어버이가 살아가는 곳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제 사랑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해요.


.. 이러한 민중들의 소망과 지혜가 담긴 교훈성이 있기에 옛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문학으로서 살아 있는 것이다 … 어린이들은 어른들(더구나 글을 쓰는 사람들)같이 사색에 잠기거나 추상된 이론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직감으로 진리를 깨닫는다. 삶 속에 움직인다. 공상도 어디까지나 현실에서 출발한다 … 저들을 잡아먹으러 올라오는 호랑이에게 도리어 올라오는 수를 가르쳐 주는 아이들이기에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고, 기적이 기적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 아이들의 말은 하늘과 땅의 모든 목숨에 가 닿는다. 하느님이 아이들의 소원을 어찌 모르겠는가 …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가 시인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친다고, 문학교육을 한다고 아이들을 방 안에 가두어 놓고 죽은 글만을 읽게 하고 외우게 하는 것이 오늘날의 교육이다. 이래서 아이들과 교육은 교과서에 올려놓은 그 죽은 글과 함께 죽어 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은 그 모든 것이다. 자연을 잃은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자연을 빼앗긴 아이들은 모든 것을 빼앗긴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은 언제나 포근하게 안아 주는 어머니가 된다 ..  (79, 80∼81, 131, 207쪽)


 아이들에 앞서 어른들부터 아름답고 푸르디푸른 자연과 벗삼으면서 흙을 사랑하는 나날을 일구는 터전이라면, 이러한 시골마을 학교는 ‘제도권 학교’가 아닌 ‘사랑스러운 터전이자 보금자리’예요. 이만 한 학교라면 옆지기도 나도 아이들을 학교에 넣고 싶어요. 그러나 자연을 예쁘게 품에 안은 시골마을이라 하더라도 어른이나 아이들 꿈이 ‘도시·돈·이름값·자가용·물질문명’이라 한다면, 이러한 터전에 둘러싸인 시골마을 학교는 도시와 똑같은 제도권 학교예요. 지식과 기능과 학벌과 점수로 움직이는 슬프며 안타까운 죽음터이고 말아요.


.. 가난하게 살아가는 노마네 아이들은 노마를 중심으로 해서 돈이나 책으로서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놀이를 즐기는 가운데 서로 도우면서 사람다운 마음을 키우고, 슬기를 배우고, 몸을 단련하면서 자라난다 … 아이들의 놀이 속에는 교육, 문학, 철학, 정교, 그밖에 우리 어른들이 쌓아 놓은 모든 고귀한 것들의 알맹이가 되고 바탕이 되는 것, 근원이 되는 것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놀이가 없는 공부는 참 공부가 될 수 없다 … 사람은 누구든지 놀이로 된 어린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연장해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 어른들이 아이들을 억압해서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거나 비뚤어지게 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평화스러운 자리에서 놀게만 한다면, 이 아이들은 지금까지 어른들이 상상도 못했던 참으로 놀랍고 훌륭한 공부를 스스로 즐기면서 하게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  (186∼187, 195, 196, 200쪽)


 어른들부터 하루 빨리 다람쥐 쳇바퀴 도시를 떠나야 합니다. 아이들을 살리고 싶다면 시골에서도 다람쥐 쳇바퀴 물질문명을 붙잡으면 안 됩니다. 아이들을 살리는 길이란 누구보다 어버이요 어른인 나부터 살리는 길입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살아나면서 어깨동무할 꿈누리를 이루는 길을 걸어가야 사랑과 믿음이 이루어져요. 예식장 하얀 면사포는 사랑이 아니에요. 높다란 뾰족탑 예배당은 믿음이 아니에요. 다이아반지와 아파트 열쇠꾸러미는 사랑일 수 없어요. 두툼한 성경책과 거룩한 미사로는 믿음이 살아나지 못해요.

 두 발로 흙을 디뎌야 합니다. 두 손으로 흙을 만져야 합니다. 흙에서 태어나는 아름다운 목숨인 내 삶을 깨닫고, 흙으로 돌아가는 아리따운 목숨인 내 죽음을 알아차려야 해요.

 가을바람이 불고 겨울바람이 다가옵니다. 가을햇살이 내리쬐니, 이윽고 가을걷이를 마치면 겨울햇살이 찾아오겠지요. 햇살은 봄부터 겨울까지 골고루 내리쬡니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남는다 하더라도, 이 햇살이 있어 사람들은 누구나 밥을 얻고 옷을 얻으며 물이랑 바람뿐 아니라 집과 마을을 얻어요.

 누리며 나눌 사랑을 알아야 해요. 즐기며 꽃피울 믿음을 깨우쳐야 해요. 바로 이 때문에 아이들한테 좋은 동시와 동화를 읽힐 뿐 아니라, 어른부터 좋은 동시와 동화를 먼저 만나야 합니다. 사랑과 믿음이 사람한테 가장 고마운 마음밥이거든요.


 (2) 사랑읽기


 이오덕 님이 남긴 글을 그러모아 엮은 책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삼인,2011)를 읽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이오덕 님이 1980년대 언저리에 여러 잡지에 실었던 글입니다. 이 글이 처음 잡지에 실렸을 때에 읽은 분이 있을 테지만, 이렇게 책으로 묶이고 나서야 처음으로 읽는 분이 훨씬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이 책에 실린 글을 2003∼2006년 사이에 수없이 되읽었습니다. 이무렵에 이오덕 님 글과 책을 갈무리하는 일을 맡으면서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에 실린 글을 쉰 차례 넘게 읽었어요. 말마디 하나하나가 새삼스럽고, 글투 하나하나가 남다릅니다.

 같은 글을 어떻게 쉰 차례 넘게 되읽는가 할 수 있지만, 되읽을 만한 글이라면 쉰 차례뿐 아니라 백 차례나 이백 차례 넘게 되읽을 수 있습니다. 삶을 밝히는 글이라 한다면 오백 차례나 즈믄 차례를 못 읽을 까닭이 없어요. 다만, 오늘날 이 나라에서 오백 차례나 즈믄 차례를 거듭 읽을 만하다 싶은 글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무척 잘 썼다 싶은 어느 글은 열 차례쯤 되읽을 만하구나 싶기도 하지만, 스무 차례를 되읽는다든지 서른 차례를 되읽을 만한가 하고 곱씹을 때에는 고개를 살래살래 젓습니다.


.. 동화문학이란 것을 좀더 자세히 말하면,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참모습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쓰는 글”이다. 또는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어린이들이 알 수 있는 이야기로 쓰는 글”이다 …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동화를 쓸 수 있다 …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실성, 어린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 참으로 어린이를 사랑하고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만이 동화작가가 될 수 있다 … 이렇게 옷을 깁고 신을 삼으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것이 옛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러니 이야기가 전수되던 자리는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일을 하는 자리, 생산을 하는 자리였다는 것,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창조하는 사람과 받아 누리는 사람, 어른과 아이가 온전히 하나로 되어 있었다는 사실에서 민중성의 본질을 이해해야 되는 것이다 ..  (17, 20, 75쪽)


 오늘날 수많은 글쟁이와 지식쟁이는 그야말로 ‘글로 글을 쓰’고 ‘지식으로 지식을 다룹’니다. 글로 쓰는 글은 한 차례조차 읽고 싶지 않습니다. 지식으로 지식을 다룰 때에는 아예 거들떠보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글로 쓰는 글이나 지식으로 다루는 지식에는 사랑이 없거든요. 따뜻하지 않아요. 너그럽지 않을 뿐 아니라, 믿음조차 없어요. 나는 내 삶에서 지식을 더 쌓고 싶지 않고, 내 마음밭에 글조각을 채우고 싶지 않아요. 나는 내 삶을 알차게 일굴 나무 한 그루가 사랑스러워요. 나는 내 삶을 알뜰히 보듬을 풀 한 포기가 믿음직해요.

 이리하여, 내 어린 나날 이름조차 모르고 읽지도 못하던 이원수·권태응·권정생·현덕·임길택·이주홍 같은 분들 동시와 동화를 어른이 된 뒤부터 차근차근 읽습니다. 차근차근 한 차례 다 읽고 나서 다시 읽습니다. 여러 차례 되읽은 다음 내 아이들과 옆지기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여러 권 갖춥니다. 내가 읽는 책 따로, 살붙이 읽을 책 따로 건사합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사랑으로 쓴 글에 서린 따스한 마음과 넉넉한 꿈이 고마우면서 좋으니까, 이분들 책을 즐거이 장만해서 수없이 되읽어요.


.. 이 생각(주제)을 그대로 바로 쓰면 설교가 되고 논문이 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감동으로 느껴지도록 쓰면 소설이 되고 동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주제는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의 행동과 말과 사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 있어서 독자들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는 동안에 자신도 모르게 그 생각에 따르고 공감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주제는 지은이의 인격을 보이는 것이라 하겠으니 훌륭한 삶의 태도와 인생관,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라야 훌륭한 동화를 쓸 수 있는 것이다 … 동화를 어린애들에게 주는 장난감이나 과자 같은 것 정도로 보아 온 작가들에게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만, 어린이와 겨레가 살아가는 문제를 진정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모나 교사들이라면 철학이 있어야 동화를 쓸 수 있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 (28, 29쪽)


 이오덕 님은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어린이문학 비평책에서 동화를 쓰려고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사랑’을 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어린이를 사랑해야 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어른 삶인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사랑이 없이는 아무런 어린이문학을 펼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랑이 없을 때에는 어떠한 어른문학도 일굴 수 없다고 밝힙니다. 또한, 문학만이 아니라 정치이든 사회이든 교육이든 노동운동이든 환경운동이든, 늘 사랑으로 할 일이지, 지식이나 잔재주나 이름값이나 다른 바깥힘으로 할 수 없다고 밝혀요.

 사랑이 없는 교실에서는 무엇을 가르칠까요. 사랑이 없는 청와대에서는 무슨 정책이 나올까요. 사랑이 없는 대형할인마트에서는 무엇을 장만할까요. 사랑이 없는 신문이나 방송에는 어떤 기사가 실릴까요.


.. 농과대학을 나와도 농사지을 줄 모르고,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데가 없어 빈둥거리면서 놀고, 그러다가 그제야 무슨 기술을 배운다고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꼴로 되어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 그토록 알뜰히 배우고 널리 익혔지만, 정작 가장 중요하고, 그 모든 배움의 알맹이가 되고 밑바탕이 되는 것은 못 배웠다. 그것이 무엇인가? 사람의 목숨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기르고 가꾸고 해서 그것을 장만하는 일이다 ..  (153, 159쪽)


 동화는 어른이 써서 어린이한테 읽힙니다. 그런데, 어린이는 동화책이든 동시책이든 스스로 돈을 치러 장만하지 못해요. 어린이가 읽는 동화책이나 동시책은 모두 어른이 책방에서 사서 선물해야 합니다. 독후감 숙제로 읽히는 동화책이든 마음밥 살찌우는 이야기꾸러미로 읽히든, 한결같이 어른이 사들인 다음에 어린이가 읽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동화란 어른이 써서 어른이 읽는 글입니다. 어른이 써서 어른이 읽은 다음에 찬찬히 거르거나 가리거나 솎아서 내 아이한테 조금씩 베푸는 이야기예요. 어린이와 살아가는 어른이 온사랑을 기울여 쓴 동화와 동시를 어린이와 살아가는 또다른 어른이 온사랑을 기울여 알뜰살뜰 읽은 다음에 온사랑을 기울여 보살피는 내 아이한테 읽히는 책이 동화책입니다.


.. 잘못된 공부라는 짐에 짓눌려 그 몸과 마음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아이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곧 아이들에게 삶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겠는가? … 거의 모든 동요시인들이 겨레의 삶과 아이들의 현실을 등지고 방 안에서 읽은 글 속에 갇혀 머리로 고운 말만 꾸며 만들어 내어서 아이들에게 읽히고 노래 부르게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어린이들의 참된 삶과 노래의 전통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되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다행히 아이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어 준 동요시인이 있었다. 권태응과 이원수 두 사람이다 ..  (307, 318쪽)


 동화가 이러하다면, ‘동화 비평’이나 ‘동시 비평’은 어떻게 해야 하는 일이 될까요. 동화나 동시 모두 사랑으로 쓰고 사랑으로 읽는다면, 동화와 동시를 비평하는 글은 어떻게 써야 참답게 비평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만할까요.

 오직 하나일 테지요. 글쓰기도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글읽기도 사랑으로 이루어집니다. 글나눔이든 글꽃이든 모두 사랑으로 이루어집니다. 내 삶도 사랑이며 내 아이들 삶도 사랑입니다. 내 이웃과 동무들 모두 사랑이에요. 풀과 꽃과 나무와 벌레와 짐승 모두 사랑입니다. 구름과 바람과 들판과 바다와 멧자락 모두 사랑이에요. (4344.10.1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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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상받기하고는 동떨어진 채 살아오는 나한테 알사탕 4000개가 들어왔다고 해서 '깜놀'하다. 무언가 했더니 "이달의 당선작"으로 무슨 글이 하나 뽑혔다고 한다. 요즈음은, 충북 멧골집에서 전남 바닷가집으로 옮기느라 바쁜 나머지 '하루에 한두 꼭지'씩 느낌글 쓰기를 거의 못하며 지내는데, 아무튼, 한 달이면 마흔 꼭지쯤 쓴 느낌글 가운데 하나쯤 "이달의 당선작"이 되는 일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나저나, 이 알사탕은 언제 쓸 수 있으려나. 집주소를 아직 쓸 수 없기 때문에, 지난 9월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 때에 장만한 책 네 상자도 아직 헌책방 한켠에서 얌전히 잠자는데... 

 사실, 오늘 아침에도 '출판비평'을 하는 ㅎ님이 내 글을 '조중동처럼 잘라먹기' 하면서 비틀기(왜곡)를 하며 당신 블로그에 척 하니 실어 놓아서 깜놀했다. 출판비평가 ㅎ님은 왜 알라딘중고샵 하나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참 바보스러우면서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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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0-11 20:33   좋아요 0 | URL
ㅋㅋ ...된장님도 '깜놀'이란 말을 아시는군요 ^^
알사탕 4000개면, 적지 않지요.

파란놀 2011-10-11 21:08   좋아요 0 | URL
그러나 정작 어떻게 쓸 줄을 몰라서요 ^^;;;;
에궁..

마녀고양이 2011-10-12 11:52   좋아요 0 | URL
알사탕 4000개를, 알사탕 샵에서 알라딘 상품권으로 바꾸시면
알라딘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아마 1000개당 오천원짜리 상품권 하나였던걸루 기억합니다.

그리고,
글이란 페이퍼 하나만이 아닌 전체적인 글쓴이의 맥락이 있는건데,
페이퍼 하나만도 온전히 보지 않고, 페이퍼의 한줄씩 잘라먹어서 논지를 펴는 것,
그건 정말 왜곡이라 생각합니다. 타인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수용하려는 노력없이
그저 자신의 의견 피력에 이용하는거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알라딘 중고 서점은, 그 하나만을 놓고 보기에는
우리나라 출판 유통 구조가 너무 힘들어져가고 있죠. 제일 문제는
점점 책을 읽는 사람이 적어진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하지만 역시 어떤게 옳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페크pek0501 2011-10-12 15:54   좋아요 0 | URL
축하드립니다.

알사탕 4000개는 적립금 2만원으로 교환하셔서 쓰면 됩니다. 그러니깐 2만원어치 책을 살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으로 책 말고도 살 수 있는 상품이 많더라고요.^^
 


 마을 동무 책읽기


 우리 네 식구가 옮겨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전라남도 고흥군 작은 시골자락에는 어린이가 없다. 우리 집 첫째 아이 또래뿐 아니라 둘째 아이 또래도 없다. 모두 할머니와 할아버지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네 식구가 함께 고흥마실을 하면서 살림집을 알아보던 때에 첫째 아이 또래동무를 만났다. 둘째 아이 또래동무가 될 갓난쟁이도 보았다. 웬일인가 하고 깜짝 놀라는데, 아이들 어머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시댁에 마실을 왔단다. 한가위 명절을 맞이해서 찾아와 한 달 넘게 그대로 머문단다. 명절을 끼고 찾아와서 한 달 넘게 머물 만한 시댁이라면 얼마나 사랑스러우면서 좋은 보금자리가 될까.

 시골마을에서 또래동무가 없던 아이는 거의 한 달 만에 또래동무를 만났을 텐데, 또래동무를 만난 반가움과 기쁨이 얼마나 클까. 이는 우리 집 첫째도 매한가지일 테지. 둘은 서로가 아는 말로 종알종알 떠들고 손을 잡으며 껴안으면서 논다. 선물로 주는 대추를 치마폭에 곱게 싸서 고샅길을 내달린다. 서로 좋아할 수 있고 아낄 줄 아는 동무는 서로 북돋우면서 맑게 빛나는 예쁜 이야기책이 된다. (4344.10.1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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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12 11:44   좋아요 0 | URL
동무를 만나서 기뻐했겠는걸요....
아이들이 또래를 만나면 자기들 만의 세상에 푹 빠지더군요.

계속 같이할 동무가 있다면 참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