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책읽기


 서른다섯 살까지는 기지개를 거의 켜지 않았다. 서른 살까지는 기지개를 아예 켜지 않았다. 스물다섯 살까지는 잠잘 때를 빼놓고는 등을 바닥에 대며 쉰 적이 없다.

 새벽에 두 차례 오줌기저귀를 빨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몰아치듯 열 몇 장을 빨 수 있지만, 요즈음 날씨를 보건대, 이렇게 하다가는 언제 다 마를는 지 알 길이 없다. 더욱이, 한꺼번에 많이 빨면 나부터 참 힘들다. 조금씩 자주 빨며 한숨을 돌려야 한다. 똥오줌기저귀를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쏟아내던 첫째 아이를 어떻게 돌보면서 빨래를 다 해냈나 싶을 만큼, 지난 몇 해 일이 아득하다.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 때를 생각하면 빨래가 거의 안 나오는 셈이다. 이불이나 방바닥에 똥을 질러대는 일부터 드물다. 그렇지만 모르지. 돌을 맞이하는 날부터 낮에는 기저귀를 풀고 똥오줌 가리기를 시킬 텐데, 이때에는 첫째 때와 똑같이 온 집안이 똥나라 오줌누리가 될 테지. 온 집안을 똥나라 오줌누리로 만들며 두 달쯤 지내야 비로소 낮에 똥가리기 오줌가리기를 해내겠지. 이즈음에는 기저귀 빨래는 좀 줄 테지만, 쉴새없이 걸레를 빨고 이불을 빨며 뭐를 닦고 해야 하니 그야말로 넋이 나가도록 바쁘리라.

 서른일곱 아저씨는 새벽 다섯 시 삼십오 분에 방바닥에 드러누워 기지개를 켠다. 기지개를 켜고서 좀처럼 다시 일어나 앉지 못한다. 날이 갈수록 등허리가 방바닥하고 사귀는 겨를이 늘어난다. 누워서 책을 읽으면 버릇이 없다고도 하고, 책을 애써 쓴 사람들한테 못할 짓이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어쩌나. 등허리가 버티지 못하는데. 등허리를 반듯하게 편 채 책을 읽으면 참 좋겠지만, 이렇게 책읽기를 할 틈이 없는걸. 등허리를 반듯하게 펼 때에는 집일을 건사해야 하거나, 아이하고 놀아야 한다. 힘겨운 몸을 쉴 때에 살그머니 눈을 떠서 책줄을 조금 훑는다. 이나마 하지 않는다면 하루에 글 한 줄 못 읽고 지나치기 쉽다. 방바닥에 등허리를 찰싹 붙이고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두 아이를 가슴에 갈마들어 올리고는 등을 토닥인다. (4344.9.2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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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4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개죽음·참죽음·막죽음·늙어죽음
 [만화책 즐겨읽기 68] 데즈카 오사무, 《불새 4》



 둘째 오줌기저귀 빨래로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습니다. 비가 흩뿌리는 날이라든지 어제처럼 갑작스레 날이 서늘해지면서 집안에 물기가 사라지는 날에는 틈틈이 자주 빨래를 해야 합니다. 가만히 살피면, 갓난쟁이는 오줌을 신나게 눌 때에는 십 분에 한 장씩 기저귀를 내놓습니다. 금세 갈고 금세 또 갈며 다시금 금세 갑니다. 옆지기는 어제 갑자기 날이 쌀쌀해지니 아기가 이를 느껴 오줌을 자주 누는가 보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겠지,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나, 고개만 끄덕일 수 없습니다. 기저귀 빨래가 쌓이지 않게 자주 빨아야 합니다. 보송보송 마른 기저귀가 넉넉히 있도록 일해야 합니다. 기저귀를 자주 빨아 집안에 너는데, 바깥에는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데, 뜻밖에도 빨래는 ‘아기가 오줌기저귀를 금세 내놓듯’ 금세 마른다고 느낍니다.

 그러고 보면, 아기는 오줌기저귀를 자주 내놓고, 아버지는 콧물이 자꾸 고여 코를 자주 풀어야 합니다. 이런 날은 몸을 잘 간수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찬바람을 잘못 쐬거나 찬물을 잘못 만지면 퍽 여러 날 몸이 다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저것 가리거나 따지지 못합니다. 몸이 아픈 옆지기가 집일을 조금도 건사하지 못하는 터라, 여기에 마음 조금 쓰고 저기에 몸 조금 쓰면서 바쁘게 몰아칩니다. 이것저것 한다고 애쓰지만 정작 어느 하나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합니다. 날마다 열 시간을 집일에 들인들, 아니 열두 시간이나 열네 시간을 집일에 들인들, 깔끔하게 매조지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하기는, 내 어머니를 비롯해서 옆지기 어머님이나 이 나라 모든 어머님들은 당신들 흘린 땀방울과 눈물방울 보람을 제대로 누린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 어머니들 사랑과 믿음을 뭇사람들 누구나 고이 건사하면서 섬긴 적이란 한 번도 없다고 느낍니다.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를 다닌 지난날, ‘어머니 사랑이 어떠한가’ 하는 이야기를 학교에서 한 차례라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국민학생 때에는 효도편지 쓰기를 숙제처럼 했습니다. 그저 숙제일 뿐입니다. 어머니 몫과 어머니 자리와 어머니 삶을 아름다이 여긴다거나 돌본다거나 껴안는다거나 하도록 이끌지 않아요.

 여자아이한테 ‘너는 앞으로 어머니가 된단다’ 하고 깨우치는 교사나 둘레 어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남자아이한테 ‘너는 앞으로 아버지가 된단다’ 하고 일깨우는 교사나 둘레 어른 또한 만나지 못했습니다. 여자아이한테든 남자아이한테든 ‘너희는 앞으로 어버이가 된단다’ 하고 가르치는 교사나 둘레 어른을 알지 못해요.


- “듣자 하니 야마토의 왕은 멋대로 거짓 역사를 만들어 자신이 신의 자손이라 발표하려 한다는데, 그런 짓은 용서할 수 없다. 나는 쿠마소의 왕으로서 올바른 역사, 올바른 일본의 모습을 글로 써 남기려 한다.” (25쪽)
- “야마토에서도 뭔가 열심히 쓰고 있는 것 같던데. 왕에게만 유리한 만들어진 역사 말이야.”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거짓 역사가 아니야. 이 쿠마소, 아니, 이 왜국이, 어떻게 생겨서 어떻게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는지를 바르게 적었지. 특히, 야마토 정부를 만든 자네 선조들이, 얼마나 작고 약한 나라를 괴롭히고 침략하고 착취했는지를 모두 조사해 적은 거야! 난 이걸 자손에게 남겨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싶다.” (66쪽)



 제도권학교 열두 해는 기능인을 낳습니다. 그렇다고 이 기능인이 재주나 솜씨가 돋보이도록 이끌거나 돕지 못해요. 제도권학교를 꾸짖는 대안학교라 해서 기능인 낳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대안학교라 해서 아이들한테 ‘어머니 길’이나 ‘아버지 길’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아울러 ‘어버이 길’을 물려주지 못합니다.

 제도권학교나 대안학교나 지식 교육 테두리에서 맴돕니다. 그렇다고 너른 지식이나 깊은 지식에 가 닿지 못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열린 삶을 일구게끔 돕지 못해요. 아름다운 삶이나 아름다운 사랑이나 아름다운 사람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착한 삶이나 착한 사랑이나 착한 사람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참다운 삶이나 참다운 사랑이나 참다운 사람을 밝히지 못합니다.

 나는 제도권학교 열두 해를 보내고, 대학교를 그만두기까지 다섯 학기를 보내며, 어른이 되어 대안학교에서 세 해 남짓 아이들과 어울리는 동안, 이들 배움터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삶’을 느끼거나 배우거나 깨닫거나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어디에서나 ‘지식’만 조각조각 난 채 있을 뿐이었어요. 어설픈 기능인과 어줍잖은 지식인 테두리에서만 맴돌 뿐이었어요.

 이웃나라 일본에서 독도를 자꾸 일본땅으로 삼으려고 우긴다 하지만, 이 나라 한국에서 독도를 한국땅으로 느끼도록 하는 참배움이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아니, 독도라는 섬을 한국땅다이 돌보거나 아끼거나 사랑한 적조차 없어요. ‘독도 영유권 정치 문제’로만 떠들썩합니다. 독도라 하는 작은 섬 삶이나 자연이나 발자취를 찬찬히 헤아리면서 나누는 교사나 학생은 없습니다. 독도뿐 아니라 ‘학생들이 나고 자란 고향마을’이나 ‘교사가 나고 자란 고향동네’ 이야기를 교과서에 담은 적이란 없고 이야기하는 적도 없으며 함께 나누는 적 또한 없습니다.


- “난 저 (불새) 생피를 꼭 마시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그게 누구죠? 폐하인가요? 아니면 연인?” “아버지한테는 절대로 안 줘! 아버지는 권위를 세우기 위해 무덤이 완성되면 2천 명의 사람을 생매장할 속셈이다.” “히익, 그게 정말이에요?” “아버지가 직접 말했어. 그 산 제물은 무작위로 뽑힐 거다. 아무 죄도 없이 산 채로 묻히는 거야. 만일 죽지 않는 몸이 된다면, 스스로 땅을 파고 나올 수 있겠지.” (48쪽)
- “바보 같으니! 왜 불새를 잡아 피를 마시지 않았죠? 그러면 늙지도 않고.” “젊은이, 인간은 죽지 않는 게 행복이 아니야.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한 거지.” (85쪽)


 나한테는 책이 많습니다. 서른일곱 해를 살아오면서 내 돈을 치러 장만하고 읽어 그러모은 책이 몇 만 권 됩니다. 읽은 다음 내놓았다든지 읽었으나 장만하지 않은 책까지 치면 내 손을 거친 책은 꽤 많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나는 내 책들을 내 아이들한테 물려줄 마음이 없습니다. 내 아이들이 저희 아버지 책을 읽도록 이끌 마음 또한 없습니다. 책이란, 스스로 마음이 우러나오면서 집어들어 펼쳐 가슴으로 곰삭인 다음 몸으로 살아내야 책입니다. 어버이 되는 사람이 잔뜩 쌓아놓고 ‘이 좋은 책’을 읽으라고 들이민대서 책이 되지 않아요. 더구나, 나는 이 책들을 지난 스물 몇 해에 걸쳐서 읽었습니다. 아이들보고 이 책들을 읽어내느라 아버지하고 똑같은 나날을 쓰라고 등떠밀 수 없어요.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저희 삶을 일구면서 저희 책을 읽어야 해요. 아이들은 아이들 깜냥껏 저희 삶을 사랑하면서 저희 사람을 사귀어야 해요.

 나와 옆지기는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넣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학교에 넣고 안 넣고는 대수롭지 않아요. 나와 옆지기는 우리 아이들이 여느 제도권학교나 대안학교라는 데에서 자질구레한 지식조각에 파묻혀 푸른 나날을 흘려보내도록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책을 읽고 사랑책을 느끼며 삶책을 맞아들이도록 도우면서 보듬고 싶어요. 내 어머니인 친할머니를 사귀고, 옆지기 어머니인 외할머니를 만나도록 도우면서 보듬고 싶습니다. 때로는 종이에 담은 슬기를 보여주기도 할 테지만, 종이에 담기지 않은 수많은 땀과 주름과 굳은살이 무엇인가를 살갗으로 부비면서 녹일 수 있도록 온식구 복닥이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생각할 일이에요.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언제부터 초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했나요. 언제부터 대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사회살이를 못한다’고 하나요. 아이들이 꼭 영어를 해야 하나요. 러시아말을 익히거나 일본말을 배우면 안 되나요. 아니, 스웨덴말이나 에스파냐말을 익히면 안 될는지요. 나라밖 말은 따로 안 배우면서 전라도말이나 경상도말이나 제주도말을 익히면 안 될는지요.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뿌리내리게끔 어버이는 곁에서 조용히 어깨동무하는 길동무와 같이 지내야 한다고 느낍니다.


- “넌 지금 고귀한 순장을 모독하고 있어!” “형, 난 죽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야. 개죽음을 막고 싶을 뿐이야.” “개죽음? 개죽음이라고? 위대한 제왕의 죽음을 슬퍼해 몇 십 명의 인간이 그 뒤를 따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냐! 영화로 만들면 틀림없이 히트칠 거야. 그걸 가지고 개죽음이라니.” “그래, 개죽음이야.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죽어야 하는 거야?” (163쪽)


 데즈카 오사무 님 《불새》(학산문화사,2002) 넷째 권을 읽습니다. 《불새》 넷째 권을 읽으니, 참말 ‘죽음’이 무엇인가를 자꾸 되뇔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죽음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슬픈 넋을 자꾸 헤아릴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람들은 개죽음입니다. 싸움터에서 총이나 미사일이나 탱크 따위에 목숨을 빼앗겨도 개죽음이지만, 대한민국 군대에서 지뢰를 밟고 죽는다든지 고참이나 간부한테 얻어맞아 죽어도 개죽음이에요.

 어른들은 늙어서 죽어야 합니다. 참말 늙어서 죽어야 해요. 늙어서 몸이 더는 움직이지 못할 때에 곡식을 끊고 조용히 숨을 거두어야 해요. 목숨이 다하는 마지막 날까지 온힘을 다해 온사랑을 나누면서 살아내야 비로소 어른이에요.

 어른들은 보험 걱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라에서는 보험을 부추기거나 북돋아서는 안 됩니다. 돈을 쌓아 돈을 받는 보험도 올바르지 않고, 나라에서 세운 공단에서 보험을 맡아 주는 일도 올바르지 않아요. 사람들 누구나 늙으면 죽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들 누구나 다치면 아프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들 누구나 내 목숨과 이웃 목숨을 아끼도록 해야 합니다.

 나는 늘 느껴요. 나는 개죽음이 싫어요. 개죽음이 싫어 둘째 아이가 군대에 끌려가지 않기를 바라요. 아니, 이 나라에 군대가 사라지기를 바라요. 이웃나라에도 군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꿈꾸어요.

 나는 즐겁게 죽고 싶어요. 즐겁게 죽기 앞서 즐겁게 살고 싶어요. 막 죽고 싶지 않아요. 나는 늙어서 죽고 싶어요. 자동차에 받혀 죽는다든지, 아파트더미에 깔려 죽는다든지, 돈더미에서 허우적거리거나 돈가뭄에서 굶주리며 죽고 싶지 않아요. 푸른 수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조용하게 흙으로 돌아가서 개미밥과 지렁이밥과 흙밥이 되고 싶어요.


- “컴퓨터는 인간을 보좌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두뇌를 대신할 수는 없어.” (196쪽)
- “왜냐고?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우주 비행사로 자랐기 때문에 부모니 형제니 애정이니 인정 따위는 필요없었던 거야. 나는 18살 때까지 센터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나갔다간 잡균을 묻혀 돌아올, 요컨대 우주의 어느 별에 잡균을 퍼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 (279쪽)


 고운 꿈을 사랑하는 삶이라면, 살아가는 동안 즐겁고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때에도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기운이 샘솟거나 넘쳐서 온몸 쑤시도록 일한 이튿날에도 멀쩡히 일어나서 씩씩하게 살아내는 젊은 날은 젊어서 좋습니다. 이와 함께, 기운이 다시 샘솟기 힘들어 몸을 꽤 쓰고 난 이튿날에는 골골대거나 앓아눕는 ‘저무는 날’은 늙는 날대로 좋아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받아 들뜬 부푼 가슴으로 살아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 사랑을 물려주면서 시나브로 식는 몸에서 숨결이 빠져나가는 서운함도 눈물과 함께 받아들이며 죽어야 합니다. 나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는 사람이에요. 나는 삶과 죽음이 똑같이 고마운 사람이에요. (4344.9.20.불.ㅎㄲㅅㄱ)


― 불새 4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최윤정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2.2.25./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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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시스터즈 3
쿠마쿠라 다카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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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말 한 마디로 살아나는 이웃
 [만화책 즐겨읽기 69] 쿠마쿠라 다카토시, 《샤먼 시스터즈 (3)》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려면 사랑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지 못한다면 사랑을 주고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돈은 주고받지만 사랑은 주고받지 못하는 삶일 때에는 메마르거나 슬프거나 딱합니다. 이름이나 힘(권력)은 주고받거나 휘두르지만 사랑은 주고받지 않는 삶일 적에는 딱딱하거나 안쓰럽거나 고단합니다.

 한창 무르익는 가을날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면서 가을바람 퍽 스산합니다. 한가위를 이레째 지나니 보름달은 반달이 됩니다. 반달이 뜬 밤하늘인데 마당은 아직 환합니다. 한가위와 설날 앞뒤 반달이나 초승달은 몹시 밝아 온누리에 고운 빛살을 뿌립니다.

 별이 총총 떴습니다.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봅니다. 텃밭 가장자리에 서서 쉬를 눕니다. 밤오줌을 누는 텃밭 맞은편에는 개똥벌레가 조용히 앉아서 쉽니다. 깊은 밤이건만 한낮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풀벌레가 노래합니다. 나도 옆지기도 아이들도 하루 내내 풀벌레 노랫소리를 맞아들이며 살아갑니다. 내 마음을 살찌우거나 차분히 다스리는 소리라 한다면, 봄에는 멧새 소리요 여름에는 개구리 소리요 가을에는 풀벌레 소리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한 해 내내 노상 똑같은 자동차 소리나 텔레비전 소리나 손전화 소리는 내 마음을 조금도 살찌우지 않을 뿐더러 내 마음을 하나도 차분히 다스리지 못합니다.


- “할아버지는 쫓기가 어렵다고 하셨는데, 사실은 쉽게 퇴치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글쎄, 그 인형들 입장에서는 간단한 게 아닐지도 모르지. 할아버지는 저쪽의 존재까지도 배려하셔서 그러신 거야. 사람들 몰래 공양해 버리면 우리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그 인형들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26∼27쪽)
- “하지만 크든 작든, 특이한 상황이나 배경은 무언가를 케사랑파사랑이나 텐사라바사라로 변화시킨단다. 사람들은 배경을 보지 않고 사건 자체만 보지. 하지만 배경을 빼놓고 무리하게 판단하면 오해가 생기는 법이다.” (143쪽)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아야 사람다이 살아간다지만, 사랑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가 들려줄 말 한 마디에 사랑이 깃들기 마련입니다. 내가 듣는 말 한 마디에 사랑이 담기곤 합니다. 머나먼 남쪽 나라나 멀디먼 북쪽 나라에 있는 사랑이 아닙니다. 내 목숨부터 내 어버이 사랑이 만나 이루어집니다.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 목숨 또한 이녁 어버이 사랑이 만나 이루어집니다. 서로서로 어떤 삶이요 어떤 꿈이요 어떤 빛인가를 살포시 헤아릴 때에, 비로소 내가 이제껏 받은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아챕니다. 다 함께 어떤 눈빛이요 어떤 눈길이요 어떤 눈썰미인가를 가만히 돌아볼 때에, 바야흐로 내가 여태껏 건넨 사랑이 어떠한가를 깨닫습니다.

 동냥하는 사람한테 백만 원을 선물해야 사랑이 아닙니다. 어린이가 동냥하는 사람한테 백 원을 선물한대서 사랑이 아니라 하지 않습니다.

 책을 백만 권쯤 읽어야 무언가 대단한 지식을 얻지 않습니다. 십만 권이나 만 권이나 천 권쯤 책을 읽어야 무언가 깊은 생각을 얻지 않아요. 책을 한 권이나 열 권을 읽든, 또는 책을 아예 읽지 못하든, 내가 하루하루를 어찌 받아들이면서 곰삭이는가에 따라 깊거나 너른 사랑을 얻습니다.


- “그래도 상관없어. 그래도 (고양이) 미케는 내게 소중한 존재니까.” “……. 미케는 이미 마을로 내려갔어. 쳇. 부럽군.” (58쪽)
- “백성들의 귀중한 휴일. 하지만 그건 대부분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을 때 이야기고, 최근에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지.” (165쪽)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언제나 느낍니다만, 두 아이는 저희 어버이한테서 뭔가 대단한 선물을 받아야 좋아하지 않습니다. 두 아이는 저희 어버이가 살며시 웃는 낯빛으로도 몹시 좋아합니다. 살그머니 안아서 등을 토닥여도 좋아합니다. 무릎에 앉혀도 좋아합니다. 손을 잡고 멧길을 오르내려도 좋아합니다. 저녁나절 함께 마당에 나와 달이나 별을 올려다보아도 좋아합니다. 텃밭에서 함께 풀을 뽑아도 좋아하고, 같이 고추를 따거나 오이를 따도 좋아해요.

 아이들하고 마실을 할 때에 시골버스를 탄대서 아이들이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자가용 없는 우리 살림입니다만, 누군가 자동차를 태워 준대서 아이들이 즐거이 여기지 않습니다. 몇 천 원짜리 얼음과자를 얻어먹어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백 원짜리 얼음과자로도 좋아합니다.

 따스한 어버이 품을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포근한 어버이 손길을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넉넉한 어버이 가슴을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시원스레 열린 어버이 마음밭을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돌이켜보면,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도 따스한 품과 포근한 손길과 넉넉한 가슴과 시원스레 열린 마음밭만큼 좋은 벗이 없어요. 돈 많은 벗이 좋을까요. 이름 거룩한 스승이 좋을까요. 대단하다는 힘을 휘두르는 피붙이가 좋을까요.

 가을에는 가을을 실컷 누려야 좋습니다. 겨울에는 겨울을 마음껏 맞이해야 좋습니다. 봄에는 봄을 껴안고, 여름에는 여름을 바라보아야 좋아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 그대로 사랑스러우면서 반갑습니다. 내 옆지기는 내 옆지기 그대로 아름다우면서 고맙습니다.


- “이런 별것 아닌 일에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 미즈키. 너무 걱정하지 마. 앞으론 점점 좋아질 거야. 아직 초등학생이잖아. 나도 옆에서 응원해 줄게! 알았지?” (93쪽)


 쿠마쿠라 다카토시 님 《샤먼 시스터즈》(대원씨아이,2004) 3권을 읽습니다. 셋째 권에서는 따스한 말 한 마디로 살아나는 이웃을 이야기합니다. 내 이웃은 내가 들려주는 따스한 말 한 마디로 살아나는데, 나 또한 내 이웃한테서 듣는 따스한 말 한 마디로 살아납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닙니다. 서로 따숩게 얼싸안으면서 포근히 보듬는 작고 가녀린 손길로 사랑을 이룹니다.

 지식은 사랑을 이루지 않습니다. 지식은 지식입니다. 돈은 사랑을 빚지 않습니다. 돈은 돈입니다. 널따란 아파트는 사랑을 길어올리지 않습니다. 널따란 아파트는 널따란 아파트예요.

 이런저런 복지 정책이나 교육 정책이나 건설 정책이 선대서 이 나라 사람들한테 사랑을 나눌 수 없습니다. 정책은 정책일 뿐이에요. 아무런 정책이 없더라도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어떠한 정책 하나 내놓거나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착하게 사랑하면서 고운 사랑길을 걸을 수 있으면 돼요.


- “너에게 이미 충분히 봉사했으니, 다음은 또 다른 사람에게 행운을 주겠지. 너도, 즐거웠던 기억은 잊지 말거라.” (149쪽)
- “지금은 신들조차도 거의 불러 주시지 않게 되었으니……. 그래도 이 근처는 아직 괜찮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도 우리들을 기억해 주시는 분이 계시니까요.” “그런 사람이 없으면 올 수 없는 거야?” “그렇죠. 그건 아가씨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아가씨가 여기를 떠났을 때 여기에서 아가씨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173∼174쪽)



 무언가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나 고빗사위가 있어야 재미난 만화책이 아닙니다. 삶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알뜰히 담아낼 때에 차분히 들여다보는 만화책입니다. 김수정 님 〈아기공룡 둘리〉나 김동화 님 〈요정 핑크〉나 이진주 님 〈달려라 하니〉는 딱히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나 고빗사위가 없는 만화입니다. 그렇지만 이 만화들은 오래도록 널리 사랑받아요. 왜냐하면, 삶을 옳게 바라보며 착하게 사랑하는 사람들 손길을 따숩게 그리거든요.

 《샤먼 시스터즈》 또한 1권부터 3권에 이르기까지 ‘착한 사랑 따순 손길’을 차분히 그립니다. 눈부신 줄거리가 없고 돋보이는 사람(주인공)이 없습니다. 차분한 삶이고 수수한 사람들입니다. 그저 말 한 마디 따뜻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나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순도순 어울리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목숨으로 살아갑니다. (4344.9.20.불.ㅎㄲㅅㄱ)


― 샤먼 시스터즈 3 (쿠마쿠라 다카토시 글·그림,문준식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4.7.15./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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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기저귀와 천기저귀


 종이기저귀를 썼다면, 두 아이를 돌보며 살아오는 동안 똥이불이나 똥바지나 똥기저귀를 빨래하느라 온몸과 두 손에 똥내가 밸 일은 없으리라 느낀다. 천기저귀를 쓰기 때문에 날마다 몇 차례씩 똥을 만지작거리면서 내 몸뚱이와 손에는 아이들 똥내가 짙게 밴다. 종이기저귀를 썼다면, 종이기저귀 값을 걱정하고 종이기저귀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겠지. 천기저귀를 쓰기 때문에 오줌을 누면 금세 알아채고 똥을 눌 때에도 곧바로 느낀다. 아이 낯빛으로도 알고 기저귀 모양새와 빛깔을 보고도 안다.

 둘째 오줌기저귀를 갈기 무섭게 둘째는 똥을 뽀지직뽀지직 하고 눈다. 참 시원하게 눈다. 시원하게 눈 만큼 푸지게 쏟아진다. 백날을 조금 지난 둘째는 벌써 10킬로그램이 넘기에 무릎에 눕히기만 해도 무릎이 저리거나 팔이 힘들다. 첫째를 낳은 뒤 얻은 흔들걸상에 둘째를 가끔 눕히면서 무릎과 팔을 쉬는데, 바로 이 흔들걸상에 눕혀서 기저귀를 갈 때에 똥을 누었다.

 흔들걸상을 빨래한 지 얼마 안 되었다. 또 빨아야 한다. 아무렴, 똥이 질펀하게 흐르는 흔들걸상에 누가 앉을 수 있는가. 마침 방바닥에 불을 넣는 가을비 흩뿌리는 썰렁한 날씨이기에, 따순물을 틀어 똥빨래를 한다. 오늘은 음성 할머니 태어나신 날이라 낮에 할머니 댁에 다녀오며 인사를 했다. 그래서 둘째를 옆지기하고 갈마들며 안고 읍내를 다니느라 팔이 몹시 저리다. 똥빨래를 하며 이 저린 팔이 후들후들 떨린다. 그래도 따순물을 쓸 수 있어서 빨래는 잘 된다. 즐거이 마치고 방 한켠에 옷걸이에 걸어서 넌다. 가을비 흩뿌리지만, 틈틈이 두어 장씩 오줌기저귀를 빨아 널기에 차근차근 마른다. 이 똥기저귀도 저녁에 잠자리에 들 무렵 다 마르겠지. 잠자리에 들 무렵에는 이동안 쌓인 오줌기저귀를 빨아서 밤새 마르도록 하고. (4344.9.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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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20 01:49   좋아요 0 | URL
주로 눈팅하고 추천만 눌렀는데 오늘은 댓글을 남기네요.
천기저귀를 쓰고 손수 빨래하시는 아빠는 참 드문데 참 좋은 아빠십니다!^^

파란놀 2011-09-20 03:43   좋아요 0 | URL
손빨래나 천기저귀는 하나도 대단한 일이 아닌데,
이 일조차 맞아들이지 못하면서 살아가기에
다른 삶자락을 헤아리지 못하는 분이 많아요.
아이를 생각하면서 내 삶을 생각하는 길이 열리거든요.

hnine 2011-09-20 05:00   좋아요 0 | URL
해본 사람으로서 정말 대단하십니다.
퇴근해서 욕실에 쭈그리고 앉아 아이 기저귀 손빨래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면 머리가 핑 돌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저는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어요. 그래도 해보았으니 벼리아버님의 이런 글에 공감이라도 할 수 있네요.
둘째가 벌써 10kg을 넘어섰군요! 와, 우량아인걸요? ^^

파란놀 2011-09-20 05:26   좋아요 0 | URL
젖을 얼마 안 먹는데,
아이 체질이 금세 커지는가 봐요.
아니면, 알맞게 먹으며 알맞게 받아들이는 몸인지 모르고요.

회사원으로 지내는 삶일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종이기저귀를 써야 해요.
그렇다고 집일을 하는 사람한테
천기저귀 쓰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어요.

아이를 사랑하면서
이 아이가 앞으로 '어버이가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
다른 병치레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돈을 버는 바깥일'을 줄이거나 그만두면서
아이들 어린 나날 세 해, 곧 서른여섯 달을
아이한테 고스란히 바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천기저귀를 쓸 수 있어요.

어머니이든 아버지이든,
서로 돕거나 서로 나누거나
하루 스물네 시간을
아이한테 바쳐야 비로소 천기저귀를 쓰는 보람이 있구나 싶어요.

그래서, 저희 식구는
종이기저귀 쓰는 사람을 나쁘게 여기지 않아요.
종이기저귀를 쓸 만큼 너무 바쁘거나 힘들게 사는구나 하고 느껴요.

감은빛 2011-09-20 13:20   좋아요 0 | URL
이 글 읽으면서 새록새록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첫째아이 때는 제법 오랫동안 천 기저귀를 썼어요.
한동안 육아휴직을 받아서 여유가 있었고,
복직 후에도 밤늦게까지 똥기저귀, 오줌기저귀를 빨았습니다.
솔직히 손빨래하고, 삶은 후에 빨랫대에 널고나면 새벽 한두시쯤이어서,
무척 피곤했지만, 그래도 우리 아기를 위한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었어요.

그런데 둘째 때는 오래 못하겠더라구요.
일단 일터가 바뀌면서 더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고,
밤늦게 기저귀를 빠느라 잠을 며칠 못잤더니,
도저히 버티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역시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 돈을 벌려면
(그 전 일터는 시민단체였기에 자본주의 질서를 벗어나 있었어요.)
자본주의에 걸맞는 소비생활을 할 수 밖에 없구나 싶었어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파란놀 2011-09-20 14:24   좋아요 0 | URL
회사와 돈과 체력이 요즈음에는 크게 영향을 미쳐요.
그런데, 예전에는, 그러니까 종이기저귀라는 물건이 나오기 앞서는
가난한 사람도 부자인 사람도
바쁜 사람도 느긋한 사람도
모두 천기저귀만 썼어요.

그러니까, 우리들은 도시에서 여러 가지를 누리며 살아가는 동안
아이들한테는 마땅히 천기저귀를 쓰던 삶을 잊거나 버리면서
너무 힘들다는 핑계를 붙이고 말아요.

나중에 돌아보면서 힘들다 말하지만,
처음부터 '내 일터'부터
'우리 아이 기저귀를 빨아야 할 겨를을 내야 합니다' 하고 말하면서
달라지도록 힘써야 하거든요.

'내 입사조건'을 회사에 말해서
회사가 달라지도록 해야 올발라요.
이제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이라든지 보육시설이라든지
이런 데에까지 마음을 쓰는데,
이렇게 마음을 쓰는 까닭은
바로 '여느 우리들이 회사에 내 입사조건과 내 노동조건'을 바랐기
때문이에요.

아무쪼록, 이제 감은빛네 아이들은 많이 잘 컸겠지요?
종이기저귀를 썼더라도
어버이 사랑을 담은 손길로 돌보았으면
아이들은 따순 사랑을 받아들이기 마련이니까요~
 


 춤꽃 어린이


 가을햇살 받으면서 마당에서 춤추는 어린이는 가을햇살 받으며 마지막 숨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가랑잎이 나풀거리는 모습하고 닮습니다. 가을햇살 따사로이 온몸으로 받으며 몸짓이 가벼운 어린이는 가을햇살 따사로이 받아먹으면서 천천히 피어나는 자그마한 멧꽃이나 들꽃이 빛나는 모습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아이가 춤꽃을 피울 수 있는 데에서 어른은 삶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4344.9.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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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1-09-19 08:39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예뻐요!!!

파란놀 2011-09-19 09:05   좋아요 0 | URL
언제나 예쁘게 놀며 착한 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