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책읽기


 어릴 적 처음 오토바이를 타던 날을 떠올립니다. 동네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을 하나둘 오토바이에 태워 경인고속도로 들머리에 깃든 집부터 송도유원지까지 태워 주었습니다. 요즈음 이 길에는 신호등이 몇 군데 생겼으나 1980년대 끝무렵까지 송도유원지로 가는 길에는 건널목이고 신호등이고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송도유원지까지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갯벌이요, 이 바닷가에는 여러 겹으로 쇠가시그물을 세워 군인이 지키고 섰거든요. 자동차이든 자전거이든 사람이든 이 길에서는 멈추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동네 아저씨 오토바이에 얻어타며 송도유원지를 다녀오는 길에 눈을 뜨지 못합니다. 너무 빨라서 앞을 볼 수 없습니다. 아저씨는 오토바이를 몰며 어떻게 앞을 볼 수 있는지 놀랐습니다. 40, 60, 80, 속도계 바늘은 자꾸 올라가고, 바늘이 올라갈수록 눈을 감은 채 달려야 했으며, 머리카락이 뽑힐까 걱정스럽기까지 할 만큼 아팠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오르막을 오르막이라 느끼지 않으면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오르막에서도 시원하게 바람을 쐬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탈 때에도 이와 똑같겠지요.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은 오르막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 수 없습니다. 오토바이가 오르막을 땀 한 방울 안 흘리며 오를 때에는 배기가스를 더욱 짙고 구리게 내뿜습니다.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거나 두 다리로 오르막을 오르던 사람은 오토바이가 옆에서 지나갈 때에 숨이 막히면서 재채기가 납니다. 오르막을 오르는 자전거나 두 다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헉헉거리는데, 오토바이가 더 짙고 구리게 내뿜는 배기가스 때문에 숨까지 막히며 재채기가 나니 죽을맛입니다.

 오토바이는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에 이르면 더 빠르게 내달립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오르막에서 땀을 안 흘리며 시원하게 바람을 쐬고 내리막에서 내리막이 얼마나 고마우며 시원한가를 느끼지 않으면서 그냥 찬바람을 잔뜩 쐽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가 오토바이를 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오토바이를 함부로 얻어서 타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가 책을 더 빨리 많이 읽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남보다 책을 더 빨리 많이 읽기보다는, 아이 손에 굳은살이 더 단단히 박히고 아이 다리에 힘살이 더 튼튼히 오르면서, 이 땅을 씩씩하게 디딜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가 더 좋다 할 만한 책을 더 손쉽게 알아채거나 받아들이거나 물려받아 책읽기를 즐기는 삶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제 몸뚱이를 움직여 일하는 고단한 보람과 일을 마친 힘겨운 웃음과 눈물을 고이 받아들이면서 책 하나에 서리는 기쁨과 슬픔을 달콤하면서 쌉싸름하게 맞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4.7.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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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증보개정판
스테파니 케이브 지음, 차혜경 엮어 옮김 / 바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방접종은 우리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나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40] 스테파니 케이브,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책이름 :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글쓴이 : 스테파니 케이브
- 옮긴이 : 차혜경, 유정미
- 펴낸곳 : 바람 (2005.12.10.)
- 책값 : 12000원



 (1)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까


 예방접종이 무엇인 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예방접종이 무엇인 줄 알면서 예방접종을 어떻게 마주해야 좋을는지를 생각하는 사람 또한 그다지 많지 않아요.

 예방접종이란, 이름 그대로 “예방하는 접종”이요, 병이 걸리지 않으려고 병원균을 따로 만들어 사람 몸속으로 집어넣는 일입니다.

 예방접종이 생겼기 때문에 병에 걸리는 사람이 줄어들었는지, 아니면 예방접종이 없었어도 병에 걸리는 사람이 줄어들었는지는 똑똑히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온누리 숱한 나라가 마련한 통계를 살피면, 예방접종을 놓았거나 안 놓았거나 ‘근대에서 현대로 접어들던’ 무렵에 돌림병에 걸리는 사람 숫자가 눈에 뜨이도록 줄었습니다. 예방접종을 널리 맞히는 오늘날에는 ‘병에 걸리는 사람이 줄거나 거의 사라졌던’ 흐름이 ‘병에 걸리는 사람이 다시금 느는’ 흐름으로 차츰 달라집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의사나 간호사 가운데 ‘예방접종을 맞혀서 병에 안 걸리는 확률’하고 ‘예방접종을 안 맞혀서 병에 안 걸리는 확률’하고 ‘예방접종을 맞혀도 병에 걸리는 확률’하고 ‘예방접종을 안 맞혀서 병에 걸리는 확률’이 어떠한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통계는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기까지 합니다. 예방접종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 길이란 없고, 예방접종 부작용이 어떠한가조차 알 노릇이 없습니다.


.. 우리 아이가 예방접종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최소한 예방접종 부작용을 부작용으로 알아차리기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우리 솔희는 첫 번째 DTaP 주사를 맞고 아토피가 생겼고, 두 번째 DTaP 예방접종 후에 경련을 시작했습니다 … 저는 한 번도 예방접종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 넘어진 줄에 계속해서 걸려 넘어지면서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 이제 우리가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제약회사가 수은·포르말린·페놀을 백신 속에 집어넣게 해서는 안 됩니다. 치메로살(수은)이 아무 문제없다고 외치던 제약회사가 엄마들이 수은 없는 백신을 찾자, 수은 없는 백신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포르말린 없는 백신을 찾으면 그들이 포르말린 없는 백신을 만들 겁니다 ..  (7∼9쪽/옮긴이 말)


 한국땅에서는 ‘농약을 친 먹을거리’가 사람 몸속에 쌓일 때에 어떻게 되는가를 알 길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새마을 운동’이니 ‘근대화’이니 ‘세계화’이니 내걸면서 온갖 화학첨가물 깃든 가공식품을 사람들한테 먹이고 나서부터 숱하게 생기는 갖가지 현대병이 앞으로 이 나라 아이들한테 어떻게 퍼질는지를 알 길조차 없습니다.

 ㅊ파이가 잘 팔리고 ㅅ라면이 잘 팔린다지만, ㅊ파이나 ㅅ라면은 ‘날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살아숨쉬는 먹을거리’가 아니에요. 첨가물과 조미료와 화학약품을 버무려서 혀끝에 감도는 맛이 좋도록 만든 먹을거리, 곧 ‘공장 가공식품’입니다.

 딸기이든 포도이든 능금이든 오얏이든 수박이든 참외이든 오이이든 버섯이든 …… 농약과 항생제와 방부제를 뒤집어쓰지 않은 열매란 한 가지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농약과 항생제와 방부제를 먹습니다.

 옛날 사람은 안 걸리던 아토피가 요즈음 아이나 어른 모두한테서 나타납니다. 아토피뿐 아니라 주의력결핍장애라든지 갖가지 현대병이 새로 나타납니다. 조류독감이라 하든 무어라 하든, 수많은 새 병이 끝없이 나타납니다. 수두나 풍진은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아토피나 주의력결핍장애가 무섭습니다. 에이즈라고 하는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이 무섭지, 비형간염이 무섭지 않아요.


.. 부작용이 아주 적더라도 부모는 당연히 그것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의사와의 면담 시간이 1∼2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 나라의 의료 현실에서는 그 권리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 우리 나라는 백신정보설명서도 배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의사에게 백신 제품설명서를 보자고 요구하기에는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식약청 홈페이지를 뒤져 봐도 치메로살의 함유량이나 발생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 의식 있는 의사들은 절대 치메로살이 함유된 백신을 권하지 않는다. 치메로살이 없는 백신이 있는데, 비용이 싸거나 무료라고 해서 아이에게 수은이 들어간 주사를 맞힐 수는 없는 일이다. 보건소에서는 여전이 치메로살이 함유된 독감백신을 사용한다 ..  (268, 269, 271쪽/옮긴이 말)


 아이들한테 아무 과자나 먹이면 안 되는 줄을 요즈음 어버이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제법 압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과자나 먹일 때에 수많은 아이들이 두드러기가 나거나 열이 나거나 앓거나 게우거나 하니까요. 왜냐하면 ‘아무 과자’이든 ‘이름난 회사에서 만든 광고 많이 나오는 과자’이든 공장에서 만든 먹을거리이거든요. 갖가지 첨가물과 화학약품과 화학조미료와 화학색소가 깃든 먹을거리이니까요.

 그런데, 아이들한테 아무 과자나 함부로 먹일 수 없는 줄 알면서, 막상 아이들한테 아무 예방접종이나 함부로 놓고 맙니다. 나라에서는 ‘예방접종 비용 국가 지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기까지 하는데, 예방접종을 거저로 놓는다 해서 아이들한테 도움될 일이란 없습니다. 예방접종이라는 이름으로 맞히는 주사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않고서 이 주사를 놓을 수 없어요.

 조그마한 과자이든 라면이든 겉에 ‘무엇을 넣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를 밝히도록 합니다. 물고기이든 콩나물이든 ‘원산지 밝히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예방접종 주사는 ‘어떤 성분’인지를 꽁꽁 숨길 뿐 아니라 ‘원산지 밝히기’를 하지 않아요. 게다가 의사나 간호사조차 예방주사 성분을 모르고, 이 성분이 일으킬 부작용은 거의 모릅니다.


.. 미국과 단순비교 하더라도 1년에 약 1900만 건 이상의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우리 나라에서 최소 1900건의 부작용이 신고되어야 한다 … 신고율이 0%에 가까운 이유는 부작용에 대해 부모들이 자세히 알면 백신접종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부작용에 대해 홍보하지 않는 백신 정책 때문이다 … 예방접종 때문에 피해를 봤어도 백신이 정상적으로 승인되고 유통됐다면 ‘피해 입은 사람이 재수 없었던 것’이라는 판결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도 제약회사나 의사·국가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모든 책임이 부모에게 돌아온다 ..  (272∼273, 274쪽/옮긴이 말)


 가만히 따지면, 의사나 간호사조차 예방주사 성분을 모른다 할 수 없습니다. 아예 눈길을 두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알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를 둔 어버이 또한 매한가지입니다. 어버이 스스로 알려고 애쓰면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저, 알아내려 하지 않을 뿐이며, 알아내고 나서도 ‘예방주사 안 놓다가 아이가 병에 걸리면 어쩌지?’ 할 뿐입니다.

 마땅한 노릇인데, 예방접종을 한대서 병에 안 걸리지 않습니다. 예방접종을 안 한대서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병에 걸릴 아이는 병에 걸립니다. 예방접종 때문이 아니라, 여느 날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으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아이가 병에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가 갈립니다. 아이가 여느 때에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가 여느 때에 어떠한 곳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예부터 몸이 아픈 사람한테는 꼭 한 가지를 시켰습니다. 몸이 튼튼한 사람은 약을 써서 나을 수 있을 테지만, 몸이 여려 늘 앓는 사람한테는 꼭 한 가지를 시켰어요. 바로, ‘시골로 보내기’를 시켰어요. 맑은 바람과 따순 햇살을 먹으면서 싱그러운 흙을 밟을 수 있는 터전에서 알맞게 땀을 흘려 일하면서 느긋하게 쉬며 걱정근심 없도록 하는 삶이 되어야, 비로소 몸이 여린 사람한테 깃드는 병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 BCG는 살아 있는 결핵균으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생백신과 마찬가지로 예방하려는 병, 즉 결핵에 걸릴 수 있다 ..  (279쪽/옮긴이 말)


 몸이 아픈 사람은 물과 바람과 햇살과 흙이 깨끗한 시골에서 자연을 품에 안아야 합니다. 몸이 안 아픈 사람 또한 물과 바람과 햇살과 흙이 깨끗한 시골에서 자연을 품에 안을 때에 언제나 튼튼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돈을 번대서 튼튼하거나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름이 높아야 튼튼하거나 즐겁게 살아갈 사람이 아니에요.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거나, 극장을 가까이에서 찾아갈 수 있거나, 큰회사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 삶이 아름다워지거나 좋아지지 않습니다. 누구한테나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과 따순 햇살과 고운 흙과 푸른 나무가 어우러진 터전이 가장 좋은 보금자리요 가장 사랑스러운 삶터입니다. 《하이디(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하이디가 괜히 스위스 알름산에서 살아갈 때에 어여쁘면서 씩씩하지 않습니다. 프랑크프루트에서 지내던 클라라가 괜히 끙끙 앓다가 스위스 알름산에서 몸이 나아지지 않아요.


 (2)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읽기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바람,2005)를 읽습니다. 첫째를 낳던 2008년에 한 번 읽고, 둘째를 낳은 2011년에 새롭게 읽습니다. 어쩌면, 우리 집에 두 아이가 찾아들지 않았으면 아버지로서 이 책을 두 차례 읽을 까닭이 없었을 테며, 이러한 책이 있는지 언제까지나 모르는 채 살았으리라 봅니다.

 책을 읽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예방접종 성분을 꼼꼼히 밝힐 뿐 아니라, 예방접종에 깃든 성분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가를 낱낱이 밝히는 책이 나오는데에도, 이러한 책을 읽으면서 달라지지 않는 어버이라면 아이 앞에서 어떤 어버이라 할 만한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책을 아예 손사래치거나 안 읽거나 눈을 감는다면, 이러한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떻게 다가서려는 마음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 부모들이 의사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예방접종은 꼭 해야 합니다.”라는 말뿐이다. 자폐증·경련·근육질환·뇌염과 같은 부작용에 대해 질문하면 이런 대답을 들어야 한다. “예방접종이 있는 시대에 태어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세요.” … 예방접종 유무를 부모들이 결정하면 안 될까? 예방접종에 대한 장점과 위험성을 알려주면, 부모들이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을까? 아이들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가 정부일까, 제약회사일까, 의사일까, 부모일까? 정부와 의사들은 예방접종이 부작용과 사망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왜 부모가 예방접종을 결정하도록 하지 않을까? … 나는 제약회사들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백신은 아주 큰 사업니다 … 항생제를 사용한 결과 내성을 가진 세균들이 더 늘어나거나,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질병도 늘어나고 있다 … 예방접종으로 생긴 면역은 대개 일시적이며, 자연스럽지 못하다. 주사를 통해 병원체가 몸에 들어오는 방식은 면역계의 방어체계를 혼란시킨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독석첨가물을 포함한 백신이 예고 없이 갑자기 우리 몸을 습격한 것이 된다 … 우리 몸은 백신에 포함된 화학첨가물과 갑자기 쳐들어오는 병원체를 이겨내야 하고, 면역계 세포가 과잉생산되는 스트레스도 겪어야 한다 ..  (22∼23, 25, 93, 113쪽)


 먼 옛날, 맹자 어머니는 당신 아이를 옳게 가르치려고 집을 세 차례 옮겼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옳게 가르치려고 어버이 되는 사람은 집을 옮길밖에 없습니다. 아이한테 옳은 밥을 먹이려고 어버이 되는 사람은 먹을거리 하나하나를 제대로 따지고 돌아볼밖에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인대서 아무것이나 먹일 수 없거든요. 형광물질 가득한 옷을 예쁘장해 보인대서 아이한테 함부로 입힐 수 없어요. 아이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여긴다면, 아이한테 무슨 밥을 먹이고 무슨 약을 먹이며 무슨 주사를 맞히려 하는가를 올바로 되새겨야 합니다. 아이한테 담배 내음이 나쁜 줄 안다면, 아이를 자가용에 태우고 돌아다닐 때에, 내 자가용이나 이웃 자가용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내 자가용에 천천히 스며들어 아이 허파에 천천히 파고드는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동차(자가용이든 택시이든 버스이든)를 탈 때에 어른보다 쉬 멀미를 하는 까닭은 배기가스를 마시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오래도록 길들여졌기에 덜 멀미를 할 뿐인데, 자동차를 오래 탔다가 내리면 어느 어른이든 머리가 맑아지거나 개운해지는 까닭이란, 이제 더 배기가스를 마시지 않으면서 ‘자동차에 탔을 때보다’ 맑은 바람을 쐬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예방주사 한 가지를 안 맞힌대서 아이 몸이 튼튼해지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가공식품이나 햄버거나 피자만 안 먹인대서 아이 몸이 튼튼해지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어버이라면 더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가 퍽 어릴 때부터 아이한테 이모저모 가르쳐서 머리에 집어넣는 수많은 지식들, 이를테면 영어나 한자나 시사상식이나 수학이 아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두 살 아이가 한글을 떼거나, 네 살 아이가 영어를 하거나, 여섯 살 아이가 한자를 외거나, 여덟 살 아이가 컴퓨터에 익숙하다면, 이러한 아이 삶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 알루미늄은 DTP, DTaP, B형간염 예방 백신에 주로 사용된다 … 백신에 들어 있는 액체 포름알데히드는 ‘포르말린’으로 불리며, 병원균을 불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 페놀은 장티푸스 등의 백신을 제조하는데 사용한다 … 치메로살은 수은이 갖는 맹독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치메로살은 수십 년 동안 거의 모든 백신에 사용되고 있다 … (에틸렌글리콜은) 부동액의 주요 성분으로 DTaP, 소아마비, Hib, B형간염 백신 등에 방부제로 사용된다 … 수은 없는 백신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많은 의사들은 수은이 들어 있는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 참치 통조림 하나에는 평균 17mcg의 수은이 들어 있고 소아용 B형간염 백신에는 12.5mcg이 들어 있다. “참치 통조림보다 적게 들어 있는데, 무슨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38∼40, 52∼53쪽)


 참치 통조림보다 수은이 적게 든 백신이기에 더 걱정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참치 통조림에도 수은이 들었구나 생각하면서 아이한테 참치를 먹이고 싶다 할 때에 걱정해야 올바릅니다. 참치 통조림에도 수은이 들었다면 다른 통조림은 어떠한가를 걱정해야 올바릅니다. 아이들한테 무언가를 먹일 통조림을 어떻게 만들고, 이 통조림에는 수은을 비롯해 몸에 나쁠 무엇이 얼마나 깃드는가를 걱정해야 올발라요.

 아이를 태울 더 좋은 자가용을 장만하는 일을 생각하기 앞서,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아이한테 얼마나 나쁠는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한테 아무 옷이나 입히지 않고, 아무 밥이나 먹이지 않듯, 아이한테 아무 약이나 주사를 주지 않아야 할 뿐더러, 아이한테 아무 지식이나 주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에 앞서 어른부터 좋은 밥과 좋은 옷과 좋은 집과 좋은 앎과 좋은 넋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어른 스스로 좋은 터전에서 좋은 이웃을 사귀며 좋은 땀을 흘리며 좋은 삶을 일굴 때에, 아이도 좋은 어버이를 만나는구나 생각하면서 태어납니다. 어버이가 될 어른 스스로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살아가려 할 때에, 아이들은 바야흐로 좋은 꿈과 좋은 이야기와 좋은 생각을 키웁니다.


.. 혼합접종은 아이들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예고 없이 화학첨가물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과 함께, 여러 종류의 병원체들이 아이들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혼합접종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혼합접종이 부모들의 돈과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아이들의 고통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가 돈과 시간을 조금 아끼기 위해서 아이들을 위험에 몰아넣길 바랄까? … 1965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부모들은 돌 이전이나, 태어나자마자 바로 자폐증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생후 6개월이나 1년 동안에는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다가 갑자기 자폐증이 생겼다고 보고하는 부모 숫자가 갑자기 두 배가 됐다 … 소아 기본예방접종의 시행이 철저히 시행된 몇 년 사이에 자폐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  (42, 70∼71쪽)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라는 책을 한글로 옮긴 두 사람 가운데 하나인 차혜경 님은 간호사이고, 아이를 둘 낳아 함께 살아가는 어머니입니다. 당신 스스로 간호사와 어머니 삶을 보내면서 예방접종이 어떠한가를 몸소 느꼈기에 이 책을 한글로 옮길 마음을 품었다고 합니다. 한국말로 된 마땅한 자료란 거의 없거든요. 차혜경 님은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안예모 www.selfcare.or.kr)’을 열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가 아이를 걱정없이 어여삐 돌보는 길을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책도 책이지만, 이런 누리집을 마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손쉽게 찾아보도록 마음을 써 주어 참으로 고맙다고 느낍니다.


.. 나는 백신이 없었던 때로 돌아가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의무적인 예방접종이 증가하면서 자폐나 발달장애, 면역질환이 유행처럼 증가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건강한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면 독감이 자연적으로 회복됐을 때 얻어진 독감항체를 얻을 수 없다. 의학자들은 독감합병증이 거의 없는 건강한 아이들은 독감에 걸려 자연적이고 영구적인 면역성을 갖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시행해 독감을 막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 (마국)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암 등의 질병뿐만 아니라, 클리미디어·음부포진·임질·유두종바이러스와 같은 성 전염성 질환에 대해 예방접종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시험 단계의 많은 백신들을 11∼12세의 아이들에게 접종하고 있다 ..  (123, 207, 223쪽)


 이제 책을 덮습니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잘 새기자고 다짐하면서, 나중에 아이가 커서 좋은 짝꿍을 사귀어 함께 살아갈 날에 물려주도록 알뜰히 간수하자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혼자 살아갔으면 찾아보거나 알아보지 않았겠다고 느낀 이 책을 일깨운 옆지기가 고맙습니다. 언제나 몸이 아파 집일을 하나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아이하고도 제대로 놀지 못하는 옆지기이지만, 몸이 아픈 나머지 여러모로 깊이 헤아리고 살피며 살아왔기에 이 책을 일찍부터 알아보면서 제 짝꿍한테 읽힐 수 있습니다.

 아픈 사람은 아프기에 더 몸을 생각하고 더 마음을 씁니다. 아픈 사람은 아픈 나머지 약이든 주사이든 더 돌아보면서 알아볼밖에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안 아프거나 ‘아프더라도 하루하루 벌이에 바쁘고 힘에 겨운 탓’에 예방접종이든 먹을거리이든 보금자리이든 자가용이든 아이키우기이든 제대로 못 돌아보는지 모릅니다.

 어쩔 수 없어요. 몸이 아프지 않고서야 느낄 수 없는 일입니다. 몸이 안 아플 때부터 내 삶을 바꾸어야 하는 일입니다. 옳은 삶을 생각하고, 옳은 일을 찾으며, 옳은 넋으로 옳은 사랑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옳은 길을 걷는 옳은 사람으로서 옳은 꿈을 옳은 터전에서 옳은 몸가짐으로 옳게 나눌 노릇입니다.

 예방접종은 믿을 수 없습니다. 자동차도 믿을 수 없습니다. 군대도 믿을 수 없고, 숱한 막개발도 믿을 수 없습니다. 더 많은 돈벌이와 물질문명도 믿을 수 없습니다. 오직 내 삶과 내 옆지기 삶과 내 아이 삶을 믿을 뿐입니다. 멧자락을 울리는 새 울음소리와 개구리 노랫소리를 믿을 뿐입니다. 햇살을 머금는 벼포기를 믿고, 사람 손을 타지 않아도 씩씩하게 자라는 푸나무를 믿을 뿐입니다. (4344.7.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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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7.2.
 : 담배꽃 언덕길



-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음성 읍내 장마당 마실을 나오려 하는데 빗물이 듣는다. 마당에 널었던 빨래를 바삐 걷는다. 빨래를 집에 넌다. 다시 바깥으로 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살짝 비치려 한다. 다시 마당으로 빨래를 내놓을까 하다가, 어쩌면 날이 활짝 개면서 무더울는지 모르기에, 빨래는 집에 둘 때가 한결 나으리라 생각한다.

- 여느 날처럼 헐떡이며 넘는 숯고개에 이를 무렵, 오른편 담배밭을 바라보니 담배꽃이 피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아이한테 “저기 봐, 담배꽃이 피었네.” 하고 이야기한다.

- 음성 읍내로 들어서기 앞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죽은 모습을 보다. 아이는 “고양이가 저기 누웠네.” 하고 말한다. 고양이 곁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가만히 들여다본다. “고양이 눈 없어.” 하는 아이 말. “아니야, 눈 있어. 차에 치여 죽어 그래.”

- 읍내에 닿아 먹을거리를 장만한다. 우리처럼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는 아이를 태운 아저씨를 한 사람 스치듯 만나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에는 인사를 하면서 수레를 태우고 다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과일집에 들러 수박이며 오얏이며 장만한다. 살구를 장만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들르는 단골집에는 살구가 없다.

- 아이한테 오얏 하나를 쥐어 준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얏을 냠냠 깨물어 먹는다. 빵집에 들러 조금 비싼 얼음과자를 사 준다. 아이는 얼음과자를 막대기까지 쪽쪽 빨며 먹는다. “얼음과자 맛있어?” “응, 맛있어.” 용산리를 지나 큰못 오르막에 들어서기 앞서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잠든다. 배가 고프다 하기에 찐빵을 하나 더 주었는데, 찐빵을 문 채 잠들었다. 찐빵은 살며시 빼내어 봉지에 담는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아이를 수레에 눕히기로 한다. 가장 느긋하게 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아이가 앉은 채 잠든 수레를 끌 때하고 아이를 눕힌 수레를 끌 때하고 사뭇 다르다. 아이를 눕히니 훨씬 힘겹다. 자전거 발판을 밟기 꽤 벅차다. 누우면서 무게가 뒤로 더 쏠려 이렇게 되는 듯하다. 그렇지만, 예전이든 앞으로이든 아이가 수레에서 흔히 잠들기 마련인 만큼, 이렇게 눕혔을 때에도 자전거 발판을 씩씩하게 잘 밟아야 한다. 기운을 내자. 다리에 더 힘을 주자.

- 숯고개 꼭대기에 닿으며 살짝 숨을 돌린다.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문지른다. 아이하고 살아가는 나날을 곰곰이 생각한다. 요즘은 여느 집마다 아이를 일찌감치 어린이집에 넣는다. 어린이집에서는 일찍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집에서도 여느 어버이들은 영어 그림책을 읽히고 영어 비디오나 만화영화를 보여준다. 초등학교에 들기 앞서 아이들은 영어를 꽤 쏼라쏼라 읊는다. 어린 나날부터 영어를 듣고 익히는 아이들은 앞으로도 영어를 여느 말마디에 쉽게 섞겠지. 자랑이나 뽐내기가 아니더라도 영어를 영어로 느끼지 않으면서 쓰겠지. 나는 우리 집에서 이 아이한테 영어를 가르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착하면서 더 쉽고 더 바른 말을 쓰도록 이끌려고 힘을 쓴다. 옆지기도 함께 힘을 쓴다. 그러나 우리 둘레 이웃이라든지 동무라든지 여느 어른들은 영어를 비롯해 말답지 않은 말을 너무 쉽게 쓰고야 만다.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자가용에 태우는 일도 나로서는 하나도 달갑지 않다. 아이는 뛰어놀아야 한다면서 왜 아이를 자가용에 태울까. 어른부터 스스로 자가용을 멀리하거나 안 타면서 아이한테 뛰어놀라 이야기해야 옳지 않을까.

- 숨이 턱에 닿은 채 집으로 돌아오다. 아이를 살며시 안아 집으로 들어간다. 자리에 눕히니 아이가 잠에서 깬다. 그냥 더 주무셔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저녁나절, 아이는 마당에 놓은 제 자그마한 자전거를 타면서 논다. 얼른 다리힘을 키우고 키도 크렴. 앞으로 몇 해 뒤에는 너 스스로 자그마한 자전거를 몰며 아버지 곁에서 함께 달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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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6.30.
 : 집일에 치이는 일꾼이 장마당 마실



- 요즈음 들어 몹시 갑갑하다고 느낀다. 둘째가 태어난 뒤로 더없이 오래도록 집일에 얽히기 때문이 아니다. 집일을 도맡기로는 첫째가 태어난 뒤로도 이와 같았다. 돌이켜보면, 집에 아이가 둘일 때에는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훨씬 고되다 할 만한데, 집일이 많고 끝없기 때문에 고되지 않다. 둘레 사람들이 집일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고되면서 갑갑하다. 내 몸이 힘들거나 벅차기에 집일을 하며 기운이 빠지지 않는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남자가 집일을 도맡는’ 줄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다가 ‘여자라 해서 집일을 더 잘 알지’ 못한다. 생태와 환경을 걱정한다는 일꾼이라 해서 집일을 더 아끼거나 사랑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진보와 평화와 평등을 바라는 일꾼이기에 집일을 더 즐기거나 좋아하면서 얼마나 고된 한편 보람이 가득한가를 느끼지 못한다. 나로서는 말로만 읊는 남녀평등이나 여남평등은 달갑지 않다. 가사노동분담이라는 말마디도 내키지 않는다. 집안일을 나누어 할 수 없다. 집안일은 누구나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집에서 살아가는 식구라면 서로서로 집안일을 해야 한다. 어른은 어른대로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할 집일이다. 집에서 한솥밭을 먹는 살붙이라 하면서 집일을 모른다면 집식구라 일컬을 수 없다고 느낀다.

- 사람들은 왜 집일을 모를까. 사람들은 왜 집일을 헤아리지 않을까. 사람들은 왜 집일을 하찮게 여길까. 사람들은 왜 집일하고 동떨어진 채 살아갈까.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 맡아야 할 집일이다. 하루 한두 시간을 거든다든지, 서너 시간을 거든대서 집안 모양이 나아질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꾸준히 보살피거나 건사해야 할 집일이다.

- 날마다 열두 시간은 들여야 비로소 집이 집다울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나는 날마다 열두 시간까지 들이지는 못한다. 다른 일이 있기도 하고, 집식구 밥벌이를 해야 하며, 요사이에는 살림집과 도서관을 옮겨야 하는 터라 책짐을 싸느라 집일에 알뜰히 품을 들이지 못한다.

- 애 엄마 미역국을 끓여 먹이고, 장마철 사이 살짝 하늘이 갠 때를 살펴 기저귀를 잔뜩 빨아 바깥에 넌 다음, 둘째를 씻기고 나서 장마당 마실을 생각한다. 너무 늦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자전거를 마당에 내놓고 아이를 태운 때는 네 시 반.

- 부지런히 달린다. 집으로 돌아올 때가 늦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허둥지둥 다니고 싶지는 않다. 차근차근 발판을 밟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금왕 읍내로 가는 오르막을 달리면서, 아이가 뒤에 앉아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오르막에서 땀이 뻘뻘 나지만, 왼쪽과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푸성귀밭과 능금밭과 복숭아밭을 바라보면서, 이 밭에는 무엇이 있고 저 나무에는 무엇이 열린다고 꾸준히 이야기한다. 지날 때마다 거듭 이야기하고, 볼 때마다 새삼스레 이야기한다.

- 어느새 첫째 꼭대기에 닿다. 이제 서른일곱 나이로 아이를 수레에 태우며 다니기란 퍽 만만하지 않은데, 요즈음 한 주에 두 차례쯤 아이랑 읍내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가만히 돌아보면, 처음 아이랑 다닐 때보다 한결 수월하게 잘 다닌다고 느낀다. 오르막에서 기어 넣기도 꽤 가볍다. 곧 마흔 나이가 되는데, 마흔 나이가 되더라도 자전거를 달리는 기운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셈인가. 만화영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퍽 늙은 할아버지인데에도 홀로 나무를 베고 지며 갖은 일을 도맡는다.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려 하느냐에 따라 몸 또한 잘 따라오는 셈일까.

- 오르막이 힘들면 길면서 가파르다고 느낀다. 오르막이 썩 힘들지 않으면 짧으면서 판판하다고 느낀다.

- 눈으로는 앞을 보거나 뒷거울로 자동차들 움직임을 살핀다. 발로는 내가 달리는 이 길이 내 몸에 어떠한가를 느낀다. 발판이 무겁다고 느끼면 안장에서 일어나 더 힘을 낸다. 이렇게 하고도 발판이 무거우면 기어를 넣는다. 눈으로 앞을 바라볼 때에 언덕이나 오르막이라서 기어를 넣어서는 안 된다고 자꾸 생각한다. 다 아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때그때 다시금 생각한다. 언덕은 자전거 발판을 밟은 내 다리가 언덕이라고 느껴야 언덕이다.

- 뒷거울로 아이를 바라보다가 노래하며 노는 짓이 귀여워 뒷거울을 사진으로 찍어 보자고 생각한다. 흔들리기도 하지만 한두 장쯤 살릴 수 있겠지.

- 금왕 읍내를 오가자면 네찻길을 다니는 자동차가 너무 많을 뿐 아니라, 이 네찻길에서 자동차들은 ‘빨리 달리기 내기’라도 하듯 무시무시하게 달린다. 자전거 곁을 너무 아슬아슬하게 달린다. 오르막에서 기운이 빠지며 손목이 살짝 삐끗하다가 왼쪽으로 조금 꺾이면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는 자동차에 받힐까 걱정스럽다. 수레에 앉은 아이도 아버지가 이렇게 느끼는 줄 똑같이 느끼리라 본다.

- 금왕 읍내 장마당에서 느타리버섯과 알배추와 두부와 새우살과 양배추를 산다. 따로 더 살 먹을거리는 없다. 빵집에 들른다. 아이가 케익을 보더니 케익 노래를 부른다. 돌이켜보니, 오늘 6월 30일은 우리 식구가 인천을 떠나 시골자락으로 살림집을 옮긴 날이다. 케익을 언제 먹었는 지 생각나지 않는데, 오늘 모처럼 사 볼까.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는 무척 졸리면서 잠을 안 잔다. 수레에서 자꾸자꾸 “케익 먹고 싶은데.” 하고 말하기에 “집에 가서 어머니하고 함께 먹어야지.” 하고 이야기한다. 몇 번 더 “케익 먹고 싶은데.” 하다가는 “케익 어머니하고 먹어요?” 하고 묻더니, 이내 “케익 집에 가서 어머니하고 먹어요?” 하고 묻는다. 오르막에서 땀을 비오듯 쏟는데, 이때에도 아이는 다시금 묻는다. 물이 되어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로 범벅이 된 얼굴은 아마 시뻘겋겠지. 헉헉대는 숨을 몰아쉬다가 살살 고르며 “집에 가면 어머니하고 먹을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 주셔요.” 하고 말한다.

- 마을 어귀에 들어서다. 비닐을 씌우지 않은 감자밭은 장마비에 흙이 다 쓸리면서 감자가 다 죽고 만 듯하다. 비닐을 씌운 곳은 장마비에도 흙이 쓸리지 않는 듯하다. 이제 시골마을에서는 비닐을 안 쓰면 흙을 일굴 수 없을까.

- 집에 닿다. 두 아이를 씻기고 나서 아버지도 씻는다. 밥상을 차리느라 부산을 떠는데, 아이는 케익을 먹고프다며 끝없이 노래를 부르고 케익 상자를 만지작거리다가 그만 케익을 엎는다. 아버지는 아이를 꾸짖고, 아이는 서럽게 운다. 밥상을 다 차리고 나서 밥을 먼저 먹은 뒤 케익을 먹는다. 케익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니 언제 울었느냐는 듯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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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요리사 112
우에야마 토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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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만화보다 재미난 만화
 [만화책 즐겨읽기 50] 우에야마 토치, 《아빠는 요리사 (112)》(학산문화사,2011)



 만화책 《아빠는 요리사》는 틀림없이 ‘요리’ 만화입니다. 요리하는 사람들 삶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요리 만화입니다. 어느덧 112권이 나온 《아빠는 요리사》인데, 112권을 읽으면서 112권으로 끝날 일이 없겠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참 많구나 하고 느낍니다.

 온누리에는 온누리 나라와 겨레와 마을과 살림집만큼 요리 가짓수가 많습니다. 어느 만화책이든 요리책이든 온누리 온갖 요리를 다룰 수 없어요. 이 만화를 그리는 우에야마 토치 님이 숨을 거두어 흙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그린다면, 조금이나마 건드리려 한달 수 있겠지요.

 온누리에는 온갖 요리가 있습니다. 온누리 온갖 요리에는 온갖 이야기가 깃듭니다. 온누리 숱한 사람들이 마련하며 즐기는 온갖 요리는 꼭 한 번만 마련해서 즐기지 않습니다. 열 번 백 번 천 번 다시 만들거나 새로 만들어 즐깁니다. 같은 요리라 하더라도 즐길 때마다 맛과 멋과 느낌과 마음과 사랑과 꿈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같은 요리를 다시 하더라도 같은 이야기가 태어나지 않아요. 어떠한 요리 만화라 하더라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똑같은 요리만 다루면서 100권을 그릴 수 있습니다. 똑같은 요리를 하는 백 사람이나 천 사람 이야기를 가만히 돌아볼 수 있으면, 100권뿐 아니라 200권도 그릴 수 있어요.


- “이 가게는 나폴리 피자 협회의 인정을 받았대요.” “호오, 맛있을 만하네. 그런데 카에데, 그 얼굴은 사랑에 빠졌구나.” (7쪽)
- “우리도 슬슬 가 볼까?” “예.” “남자는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품으로 돌아가는 거야.” (114쪽)
- “또 할머니가 생각나셨나 봐. 할머니도 대구포 크로켓을 자주 만드셨거든.” (158쪽)



 가슴속으로 피어나는 사랑이 있을 때에 먹는 밥이랑, 가슴속에 슬픔이 가득할 때에 먹는 밥은 다릅니다. 일이 많아 지치거나 고단할 때에 먹는 밥하고, 일이 없어 한갓지거나 힘들 때에 먹는 밥은 다릅니다. 혼자 차려서 먹는 밥과, 아이한테 차리는 밥과, 내 어버이한테 차리는 밥은 달라요.

 한국사람이 날마다 먹는다는 밥 하나를 놓고도, 흰밥으로 할 때하고 누런밥으로 할 때하고 갖은 곡식을 넣을 때하고 콩을 넣을 때하고 감자를 넣을 때하고 옥수수를 넣을 때하고 고구마를 넣을 때하고 쑥을 넣을 때하고, 언제나 다릅니다.

 살림돈이 바닥나는 힘든 나날 먹는 밥이랑, 살림돈이 넉넉할 무렵 먹는 밥은 같지 않습니다. 이웃한테 떡을 돌릴 때라든지, 내가 이웃한테 떡을 돌릴 때는 같을 수 없어요. 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처음으로 밥을 혼자 차려 내놓을 때에도 똑같은 밥과 반찬을 올렸달지라도 같을 일이 없겠지요.

 요리 만화이기에 요리를 다룹니다. 그렇지만, 요리 만화이기에 요리를 잘 다루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요리 만화는 가장 한복판에 놓는 이야기가 요리가 되어야 한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가만히 살피면 ‘요리 이야기는 변죽이나 양념이나 고명’이 되고, 가장 한복판에 놓는 이야기는 ‘밥을 차려서 먹는 사람들 살아가는 나날’이 된다고 느껴요.


- “마모루 씨, 축하합니다.” “응? 아, 고마워.” “표, 표정이 아주 근사했어요.” “엇, 내가?” “예, 히토미 씨도.” “그래?”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응, 글쎄,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 세상이 전혀 다르게 느껴져.” “세상이 말인가요?” “응.” “뭐랄까. 모든 것에 의미가 있어. 내가 있는 것, 걷고 있다는 것, 풀이 자라고, 꽃이 피어 있는 것, 벌레가 있고, 새가 날아다니는 것, 산이 있는 것,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어. 그게 기뻐.” (28∼31쪽)


 《아빠는 요리사》(학산문화사,2011) 112권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112권째에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맺은 빛나는 선물인 아기가 태어나는 이야기가 하나 나옵니다. 26∼27쪽에서 아기 아버지가 갓난쟁이를 품에 안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눈물겨운 대목인데, 아버지가 아기를 안기 앞서 아기를 어머니 곁에 눕힙니다. 일본에서는 아주 마땅히 하는 모습이에요. 한국에서는 웬만한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이렇게 안 하는 모습이고요. 한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따로 ‘아기방’에 아기를 가둡니다. 어머니하고 떨어뜨려요. 갓난쟁이는 어머니 뱃속에서 바깥으로 나온 다음 무엇보다도 어머니 따스한 품을 바라는데, 한국 병원에서는 아기가 무엇을 바라고 아기 어머니 몸이 어떠한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기 아버지가 갓난쟁이를 품에 안으면서 ‘거룩하면서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을 마주하기 너무 힘듭니다.


- “맛있어. 많이 먹지는 못해도 이 맛, 잊지 못할 거야.” (179쪽)


 삶에 따라 이야기가 있습니다. 삶에 따라 사랑이 있습니다. 삶에 따라 사람들 어우러지는 나날이 달라지고, 서로 즐기는 밥이 나뉘겠지요.

 틀에 박힌 삶이 될 때에는 틀에 박힌 이야기에 머뭅니다. 틀에 매이지 않는 홀가분한 삶이라면 틀에 매이지 않는 홀가분한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몇 달째에는 무얼 시키고 몇 해째에는 무얼 가르치고 하는 틀에 따라 아이를 ‘다루면(관리하면)’ 아이는 제 목숨결대로 꽃피우기보다는 시들시들 길들어지고 맙니다. 길들어지는 삶이더라도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있을 테지만, 빛나면서 고운 이야기로 거듭나지 못해요.


- “요새는 남자도 도시락 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죠.” “나도 가끔 도시락을 싸오지만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들지는 못해.” “응, 남은 반찬이나 냉동식품으로 대충 후다닥 싸오지.” (187쪽)


 가만히 살피면, “요새는 남자도 도시락쯤은 만들 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요새는 ‘오롯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면 도시락이든 밥이든 생일잔치상이든 얼마든지 넉넉히 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다음 미역국을 날마다 끊임없이 끓여서 아이 어머니한테 내밀 수 있어야 하고, 남다른 밥차림에 앞서 날마다 사랑스레 받아들일 밥차림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어야 해요.

 사랑이 있을 때에 재미난 이야기이고, 사랑이 있어야 재미난 삶이며, 사랑이 있기에 재미나게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맛나게 즐기는 밥입니다. 만화책 《아빠는 요리사》 112권은 ‘요리’ 만화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4344.7.5.불.ㅎㄲㅅㄱ)


― 아빠는 요리사 112 (우에야마 토치 글·그림,설은미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11.5.2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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