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 - 다섯 남매 태어나서 한글 배울 때까지
박정희 지음 / 걷는책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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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도’ 아닌 ‘사랑’으로 보살필 아이들
 [푸른책과 함께 살기 85] 박정희,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걷는책,2011)



- 책이름 :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
- 글 : 박정희
- 펴낸곳 : 걷는책 (2011.6.27.)
- 책값 : 28000원



 (1) 효도를 가르칠 수 없어요


 어버이 된 사람은 아이한테 효도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 효도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은 어버이가 될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 효도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은, 전쟁이 터졌을 때에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을 바치라고 가르치는 사람하고 똑같습니다. 어느 아이가 되든, 전쟁이 터진 자리에서 목숨을 바치며 다른 사람을 죽이는 짓에 나서면 안 됩니다. 전쟁이란 처음부터 터져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전쟁을 터뜨리는 사람은 권력자이거나 독재자입니다. 권력을 움켜쥐거나 독재를 휘두르는 우두머리가 전쟁을 일으키는데, 사랑과 믿음으로 살아야 할 아이들이 총칼을 들고 스스로 바보짓을 하는 군인이 될 까닭이 없습니다.

 어버이 된 사람은 아이한테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사랑은 가르치거나 보여주거나 베풀 수 없습니다. 사랑은 오직 나눌 수 있습니다. 나누기에 사랑이요 함께하기에 사랑이며 어깨동무하기에 사랑이에요. 아이가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사랑스러운 목숨으로 살아가도록 이끌 사람이 바로 어버이입니다. 내 목숨이 산 목숨이고, 내 산 목숨을 잇자면 다른 산 목숨을 끊임없이 받아먹어야 하는 줄 느끼도록 하는 사람이 바로 어버이예요. 고마운 내 목숨을 아끼면서 내 밥이 되는 다른 목숨 또한 고맙게 여길 줄 아는 사랑을 살과 피와 뼈로 헤아리도록 보살피는 사람이 바로 어버이입니다.


.. 좋은 동화책을 찾아다니다가 구할 수가 없어 직접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 넣은 〈육아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었다. 꼭 필요한 것만 기록했었는데, 아이들이 한글을 깨우치는 데 큰 몫을 했고, 덤으로 아이들은 모두가 그림 선수가 되었다 … 자식들이 유명한 사람,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즐기는 행복한 어른으로 크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너희 일생을 통해 큰 힘”이 되리라고, 나중에 자식들이 일기를 보면 “자기의 존재가 퍽 고맙고 귀하다고 생각하고 기쁘겠기에” 썼다 ..  (머리말)


 어느 어버이라 하든, 아이한테 목숨을 먹입니다. 목숨 아닌 쇠붙이나 돌덩이나 흙모래나 종이조각이나 돈뭉치나 기름(석유)이나 자동차를 먹일 수 없습니다. 목숨이 깃든 밥을 마련해서 아이를 먹이는 어버이입니다. 쌀이든 보리이든 목숨입니다. 두부이든 콩나물이든 목숨입니다. 미역국이든 된장국이든 목숨입니다. 갈치와 오징어와 돼지불고기만 목숨이 아니에요. 튀김닭과 새우젓만 목숨이 아니지요. 모든 밥은 목숨이고, 사람은 누구나 숱한 목숨을 고맙게 받아들이면서 예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목숨을 다루며 목숨을 보살피는 어버이는 거룩합니다. 나라에 충성하거나 회사에 근면하대서 거룩하거나 훌륭한 어버이가 아닙니다. 아이를 사랑하면서 아이한테 목숨을 깨닫도록 살아가는 어버이가 거룩하거나 훌륭합니다. 수수한 어버이가 거룩하고, 여느 어버이가 훌륭합니다. 날마다 세 끼니 밥상을 꼬박꼬박 차리며 알뜰히 먹이는 어버이야말로 아름답습니다.

 어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목숨을 잇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는 삶입니다. 어버이가 마땅히 할 일이란 넷째도 다섯째도 여섯째도 내 목숨과 같이 네 목숨과 우리 목숨과 너희 목숨을 사랑하며 아끼도록 하는 삶입니다. 어버이 스스로 건사할 일이란 일곱째도 여덟째도 아홉째도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나날을 사랑하거나 아끼는 삶입니다.


.. 네(명애,첫딸)가 태어난 집은 이 그림과 같이 ‘꽃집’이었다. 주소는 평양 룡흥리 부영주택 20호였다. 뒤는 솔밭이고 앞은 넓은 들인데, 그 가운데 50호쯤 되는 집들이 나란히 있어 볕과 공기가 참으로 풍부하고 경치는 더 말할 수 없이 좋았다. 할아버지께서는 집 안팎을 곱게 꾸미셨다. 해바라기, 나팔꽃, 양귀비, 과꽃, 국화, 앵두, 복숭아, 벚, 개나리 들이 화려하게 필 때 나는 얼마나 환희를 느꼈는지, 얼마나 그리고 싶어 애썼는지 모른다 … ‘꽝’, ‘꽝’. ‘야! 무서운 소린데……. “저건 나쁜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나님이 폭탄을 떨어뜨리시는 거야.” “잘못해서 다른 데로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하나님 나라로 가지. 하나님 나라는 아름다운 꽃고 많고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많아요.” “우리 재미있게 피란 가는 장난하자!” 너희들은 이러한 소리를 매일 했고 할아버지는 지붕에서 유엔군 비행기들의 폭격하는 모습을 구경하시고, 나와 순임이는 벼를 매에 갈아 현미밥을 짓고 보리쌀을 곱게 갈아 죽도 쑤고 고구마 순을 다듬어 된장국도 끓이고 하여 무서운 생각은 안 하고 캘캘대며 날을 보냈다 ..  (28, 48쪽)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한테 효도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를 사랑하고 아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나라에 충성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제가 발디딘 보금자리를 아껴야 합니다. 아이들은 회사나 공공기관이나 학교에 근면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제 일터나 배움터를 좋아해야 합니다.

 사랑할 어버이입니다. 아낄 보금자리요 삶터이자 마을입니다. 좋아할 일터이면서 배움터입니다. 어버이가 하는 말이라 해서 그예 따른다든지, 어버이를 섬기는 일이라 해서 그저 한다든지 할 수 없습니다. 옳고 바른 말을 사랑해야 합니다. 착하고 참다운 삶을 사랑해야 합니다. 내 어버이가 되든 동무네 어버이가 되든, 옳고 바르게 말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착하고 참다이 살아가는 사람을 사랑할 뿐입니다.

 남자들이 군대에 가는 일이 나라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전쟁훈련과 살인훈련에 젊음을 바치는 일이란 더할 나위 없이 바보짓입니다. 군대를 만들어 군대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 나라는 조금도 사랑할 값이나 아낄 뜻이 없습니다. 북녘이든 남녘이든, 이토록 어마어마하게 군대를 꾸리는데, 두 나라 어느 쪽이든 사랑할 만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군대가 지키지 않거든요. 나라는 흙을 일구는 일꾼이 지키거든요. 나라는 건물을 쓸고 닦는 일꾼이 지키고, 나라는 버스나 기차를 모는 일꾼이 지킵니다. 나라는 집안일을 하며 집살림을 돌보는 일꾼이 지킵니다.

 회사일에 목매달며 새벽부터 밤까지 매이는 일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회사일을 앞세우고 모든 내 삶을 뒤로 젖히는 삶은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내 삶을 사랑하도록 돕는 회사가 아니라면 그만두어야 합니다. 한 해에 1억을 주든 한 달에 천만 원을 주든, 돈을 많이 준대서 좋은 회사가 아닙니다. 일하는 터전, 곧 일터인 회사는 사람다이 땀흘려 일하는 곳이어야 하고, 이웃과 내 살붙이를 아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푸나무와 햇볕과 흙과 바람을 돌볼 수 있는 터여야 합니다.


.. 맑게 갠 가을날, 아버지가 미리 “16일쯤 낳게 될 거야.” 한 바로 그날, 외할머니가 남양에 가신 동안에 아버지가 너(현애,둘째)를 받아 주셨다. 학교 가는 아저씨더러 일찍 오라고 부탁하고, 문간방 영자 어머니더러 밥 지어 달라고 부탁하고, 노할아버지께는 방에 불을 때 주십사 여쭙고,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자연의 힘으로 해산이 이루어지려니 하는 침착한 태도로 너를 낳았다. 명애를 낳을 때와는 퍽 달리 쉽게 낳았다. 아저씨가 학교에서 온 다음, 연시와 침시를 사다가 잡수시며 나에게도 물렁한 것으로 골라 주시어 먹던 생각이 난다. 우리는 너를 낳았을 때 “또 딸이야!” 하고 조금 섭섭해 했다. 노할아버지께 “저는 왜 딸만 낳을까요?” 한즉, “응, 괜찮다. 너의 할머니를 닮은 게지. 아들 넷을 내리 낳고 그 다음에 딸 셋, 그리고 또 아들을 둘, 이렇게 낳았단다. 너는 딸부터 시작한 게지.” 하셨다. 아버지는 둘째라고 헌 옷만 주지 말고 새 옷도 꼭 같이 입히라고 하셨다 ..  (58∼59쪽)


 아이를 슬기롭게 키우고 싶은 어버이라면 아이 앞에서 “어버이한테 효도해야지.” 하고 말할 수 없습니다. 효도는 덕목이 아니고, 미덕 또한 아닙니다. 더욱이, 아이한테 효도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오로지 어버이 삶을 아이한테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물려줄 뿐입니다. 사랑스레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사랑을 온몸과 온마음으로 보여주면서 물려줍니다. 착하게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착한 매무새를 온몸과 온마음으로 드러내면서 이어줍니다. 고운 넋을 보듬는 어버이로서 고운 넋을 온몸과 온마음으로 밝히면서 나눕니다.


 (2) 사랑은 돈·이름·힘이 아니에요


 인천 화평동에서 수채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가는 박정희 할머님이 쓰고 그린 육아일기를 그러모은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걷는책,2011)를 읽습니다. 2001년에 처음 나온 책이고, 2011년에 새옷을 입고 다시 나온 책입니다. 2001년에 책이 처음 나올 때에 할머님 나이는 여든이었고, 2011년에 새옷 입은 책이 나올 때에 할머님 나이는 아흔입니다. 박정희 할머님이 50∼60년대에 다섯 아이 육아일기를 쓰고 그릴 때에는 이렇게 낱권책으로 태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으셨을 테고, 더구나 새삼스레 되펴내 주리라 바라지 않으셨겠지요.

 돋보이는 글이나 그림이 실린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는 아닙니다. 눈부신 글이나 그림이 담긴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 또한 아닙니다. 반짝반짝거린다든지 알록달록 어여쁘다든지 새록새록 빛난다든지 하는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도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나누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알뜰히 담은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입니다. 하늘이 내린 고운 목숨을 고맙게 받아들여 고운 숨결 그대로 보살피며 아이들 스스로 얼마나 고마운 사랑인가를 느끼도록 돕고픈 마음으로 쓰고 그린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예요.

 2001년에 처음 읽고, 2011년에 다시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어여쁜 육아일기가 2021년에도 이웃하고 오순도순 나눌 수 있도록 새책방 책시렁에 예쁘게 꽂힐 수 있을까 헤아립니다.

 2001년에 처음 나온 책은 몇 해 지나지 않아 판이 끊어졌습니다. 헌책방 책시렁에서 힘겹게 찾아내어 둘레에 선물해야 했습니다. 이웃이나 동무한테 이 어여쁜 육아일기를 장만해서 읽으라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여느 사람들은 헌책방마실까지 하면서 책 하나를 찾아 읽으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셋째 딸로 고운 아기를 주셨을 때부터 그 아기, 즉 인애가 국민학교에 가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 놓았다. 너를 낳은 아버지, 어머니, 또 할아버지, 할머니를 잘 생각하면 인애가 사는 동안 착한 일꾼이 되려고 애를 쓸 것이다. 자기의 존재가 퍽 고맙고 귀하다고 생각하며, 기쁘겠기에 바쁜 틈을 타서 이러한 글을 써 놓기로 했다. 1956년 6월. 엄마 … 위층에서 떠들면 ‘진찰을 못한다’, ‘좁으니 어서 치워라’, ‘진찰실에는 나가지 말자’ 등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자는 자리도 너무 좁아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인애가 율목동 집을 그리워하고 경룡이네를 좋아한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좁은 집 가운데서도 빨래를 널게 만든 지붕 위와 위층 큰 다다미방 사이에 있는 좁은 방은, 인애의 소꿉놀이터로 좋았다 ..  (83, 89쪽)


 그러고 보면 여느 사람들은 그림 할머님 이야기를 들을 때에 ‘할머니한테 그림을 배우면 좋겠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막상 할머님한테 그림을 배우러 한 주에 한 번 틈을 내지 못합니다. 박정희 할머님한테서 그림 배우는 삯은 한 달에 오만 원인데, 이 오만 원을 마련하지 못한다거나 한 주에 한 번 말미를 얻지 못해요. 할머님 나이가 여든을 지나 아흔이요, 앞으로 할머님을 몸소 뵈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림을 배울 수 있는 나날이 그리 길지 않은 줄 살갗으로 느끼지 않습니다.

 박정희 할머님이 꾸리는 ‘평안 수채화의 집’ 수채화교실은 수채그림을 배우는 자리입니다. 이 배움자리는 물과 물감을 써서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솜씨를 배우는 자리라 할 수 있으면서, 할머니한테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마음’을 함께 익히는 자리입니다. 마땅한 노릇인데, 할머니는 그림 재주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면서 즐기는 마음씨를 스스로 보여주면서 물려줍니다. 그림을 좋아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솜씨가 있더라도 그림을 그릴 수 없고, 그림을 즐기지 못할 때에는 눈앞에 아름다운 삶이 있어도 그림에 담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앎조각이나 학술이론이나 비평이 아닌 온 몸뚱이로 밝힙니다.


.. 순애 네가 이 세상에 나서 제 손으로 글씨를 쓸 줄 알기까지의 일을 몇 가지만 적어 놓아 주련다. 어떻게 낳고 어떻게 자랐나? 어떠한 분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컸나? 그런 이야기들은 순애 너의 일생을 통해 큰 힘이 되리라고 믿는 까닭에서다. 하나님께 순애를 기르라고 명령을 받은 엄마는, 자기의 힘은 몹시 약했으나 온 식구들의 힘을 얻어 크게 앓거나 실수하거나 하지 않고, 똑똑하고 명령하고 재주 많은 순애를 길러 왔으니 감사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 아버지께서 “내가 번번이 받아서 딸만 낳은 것 같으니 전 산파께 수고해 달라자.”고 하셨다. 장작 꺼들이다가 별안간 진통이 시작되기에, 김 외과 간호원으로 있는 전순임 산파에게 기별을 하고 너를 뉠 자리와 입힐 옷들을 준비해 놓고 또 슬슬 장작을 날랐다. 장작을 깨끗이 쌓고 너를 낳았다. 전 산파는 모습도 아름답고 마음도 고운 처녀로 참 정성껏 우리를 도와주었다. 지금은 동서대 약방 주인한테 시집을 가서 아기 엄마가 되었지. 과일이 흔한 때라 너를 씻긴 다음 참외를 대접했다. 할머니도 전 산파와 같이 너를 받아 주시고 첫 목욕을 시킨 다음 하나님께 순산을 감사하는 간절한 기도를 드리셨다. 넷째 딸로 태어난 순애는 섭섭하기는 했지만 교양 있는 어른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태어났다고 기도를 올리며 엄마는 뜨거운 눈물을 금치 못했다 … 부산에 계셨던 외할아버지께서는 너를 순산했다는 편지를 보시고 ‘아들 딸은 마음대로 낳지 못하는 것이니까 섭섭해 하지 말라.’고 어느 이화대학 출신 엄마의 이야기를 적은 긴 편지를 써 보내 주셨다. 성함은 박두성 씨고 우리 나라 맹인 교육에 공로가 많으신 분이고 많은 동생들을 데리고 교동이라는 섬에서 서울로 나오셔서 활약하시고 교육계와 교회를 위해서 평생을 바치신 분이시다. 노년에는 만성 기관지염과 중풍으로 오래 병객으로 지내셨으나 누구에게나 구슬다운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  (108, 111, 128쪽)


 어버이는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줍니다. 어버이는 사랑 아닌 다른 아무것도 물려주지 못합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돈을 물려주지 못합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자가용이나 아파트나 땅을 물려주지 못합니다. 어버이는 그예 사랑 하나만 물려줍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젖을 물리고 씻기며 재우는 일입니다. 젖을 물리고 씻기며 재우는 동안 노래를 부르고 따스함을 느끼도록 하는 일입니다.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면 몸에 맞는 옷을 마련하거나 얻어서 입히고, 어버이가 여느 때에 늘 쓰는 말을 아이한테 가르치며, 어버이가 어린 날부터 좋아하던 책을 아이한테 들려주거나 읽힙니다.

 어버이 이름값을 아이한테 물려주지 못합니다. 어버이가 아름다이 믿으면서 일구는 삶을 물려줍니다. 어버이로서 따스하게 돌보며 어깨동무하는 삶을 물려줍니다. 이웃을 믿고 손을 맞잡는 매무새를 물려줍니다. 착한 마음이나 참다운 넋을 물려주지, 잘난 이름이나 못난 이름을 물려주지 못해요.

 흙을 일구는 어버이 곁에서 흙을 일구는 아이가 자랍니다. 자가용을 타며 돌아다니는 어버이 곁에서 자가용을 (고맙거나 미안하다는 마음이나 느낌 없이) 아무렇지 않게 타며 돌아다니는 아이가 자랍니다. 손으로 빨래해서 햇볕 드는 마당에 너는 어버이 곁에서 집일을 손수 거들고파 하는 아이가 자랍니다. 청소기를 쓰고 세탁기를 쓰는 어버이 곁에서 집일을 찬찬히 느끼지 못하면서 손이 하얗게 곱기만 한 아이가 자랍니다.

 어버이가 휘두르거나 거머쥐는 권력을 아이한테 물려주지 못합니다. 아이를 생각하는 어버이라면 권력을 휘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를 아끼고픈 어버이라면 권력을 거머쥐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보살피려는 어버이라면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어야 하고, 아이를 보듬으려는 어버이라면 작고 조용한 집에서 작고 조용한 일을 건사하면서 작고 조용한 나날을 누려야 합니다.

 더 좋다는 학교에 보낸대서 아이가 더 좋다는 앎조각을 거머쥐지 않습니다. 더 낫다는 학원에 넣는대서 아이가 더 낫다는 마음으로 더 나은 앎조각을 움켜쥐지 않습니다. 사람한테서 사람을 배우는 사람인 아이인 터라, 둘레 어른 됨됨이와 마음씨가 어떠하느냐를 살펴야 합니다. 어버이인 나부터 내 삶을 짚으면서 어른인 내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어떻게 아끼며 누구랑 이웃하며 일구는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 네(제룡,아들)가 언제나 자기를 그지없이 사랑해 주신 분들을 기억하고 어떠한 힘든 고비에서도 착하게 행복하게 이겨 나가라고 이 글을 써 주련다. 1962년 2월 엄마 … 6·25동란으로 인해서 많은 상처를 입은 서울 인천 간의 모습은 급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우리 나라의 정치는 권력이니 빽이니 하는 말이 흔하게 쓰이는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시대였다. 어찌하면 권력을 잡아 보나 어찌하면 연줄을 붙드나가 큰 문제거리고 대학 입학, 군대의 의무까지도 우물쭈물 뇌물로 해결이 되는 시절이었다 … 셋째 작은어머니가 마루에 그네를 매어 놓았다고 할머니와 놀러가서는 돌아오기를 싫어하고 꽃을 주면 싫다고 내던지니 여자 아이만 기르던 때와는 다른 점이 많았다. 복잡한 한길로 자전거를 밀고 나가기 일쑤고 재게 달아다니 쫓아가기가 힘이 들었다. 넘어져서 콧잔등에 큰 허물이 생긴 것도 너무 재게 달아나서 그랬다. 젖도 다 먹이지 못하게 세차게 빨아서 자꾸만 젖꼭지가 고장나 혼이 났다. 희고 예뻐서 계집애 같다는 말을 늘 들었다 ..  (145, 148, 159쪽)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 삶을 담은 육아일기를 새삼스레 읽으면서 우리 집 두 아이를 가늠합니다. 그림할머니는 ‘고마운 사랑’인 아이를 보살피면서 함께 살았습니다. 그림할머니는 ‘착한 믿음’인 아이를 돌보면서 같이 지냈습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힘들거나 홀가분하거나 언제나 복닥복닥 어우러지는 한식구인 아이들입니다.

 우리 집 둘째는 장마철에도 여느 때와 똑같이 기저귀에 똥을 누고 오줌을 눕니다. 장마철에 기저귀가 얼마나 안 마르는데, 갓난쟁이로서는 이런저런 일을 알 턱이 없겠지요. 그런데, 이런 둘째를 바라보며 첫째 때에는 참 용하게 이런 나날을 잘 견디며 받아들였구나 싶고, 두 아이를 키운 내 어버이는 내가 갓난쟁이였을 때에 어떤 마음이요 삶이었을까를 넌지시 톺아봅니다.

 우리 집 첫째는 밤오줌가리기를 하려고 밤 한 시 십 분에 살며시 일으켜서 오줌을 누였더니 두 시가 지나고 세 시가 되도록 다시 잠자리에 들 생각을 안 합니다. 한 시 십 분부터 둘째 기저귀를 빨아 한 시 오십 분에 들여다보니 눈이 말똥말똥한 채 노래를 부르며 놉니다. 낮잠 없고 밤잠조차 제대로 안 자면 아침부터 또 얼마나 무거운 몸으로 칭얼대려나 생각하니 골이 띵합니다. 그렇지만, 아이 어머니도 어릴 적에 첫째와 같았다 하고, 아이 아버지인 저 또한 어릴 적에 틀림없이 이와 같았으리라 봅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도 앞으로 스무 해쯤 지나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될 때에 저희네 아이한테서 이런 모습 저런 삶 그런 이야기를 똑같이 느끼거나 받아들이겠지요. 그리고, 저희네 어버이인 나와 옆지기가 2001년과 2011년에 나란히 장만한 박정희 할머님 육아일기책 두 권을 나란히 펼치고 읽으면서 삶과 사람과 사랑이 어우러지는 고리를 살포시 느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두 아이 어버이부터 돈을 더 벌거나 이름을 크게 얻거나 힘을 마음껏 부리려는 삶이 아닐 뿐더러, 돈이든 이름이든 힘이든 아무것 없는 삶인데다가 착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좋은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니까요. 나는 두 아이 아버지로서 우리 아이한테 예쁜 삶 담긴 고운 책을 사랑스레 물려줄 테고, 아이는 아이 깜냥껏 씩씩하고 다부지게 아이 삶을 사랑스레 즐기면서 누릴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조용히 눈을 감고 흙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344.6.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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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63 : 자랑하려고 읽는 책


 아무리 바빠도 밥을 먹어야 합니다. 바쁘기 때문에 끼니를 걸러도 되지 않습니다. 바쁘니까 하루에 한두 끼니만 먹는다든지, 밥때에 반 그릇만 먹어도 되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쁘기 때문에 잠을 안 자도 된다든지 반만 자도 되지 않습니다. 내 몸을 살찌울 밥을 먹고, 내 몸을 쉴 잠을 자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책을 읽어야 합니다. 바쁘기 때문에 책읽기를 걸러도 되지 않습니다. 바쁘니까 한 해에 한 권을 사서 읽는다든지, 한 달에 한 권 가까스로 사서 읽는다든지, 아예 책이라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든지 해도 되지 않아요. 바쁘다 해서 내 마음과 넋을 살찌우는 책하고 등돌릴 수 없어요. 바쁘니까 책을 읽습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밥을 굶어도 되거나 적게 먹어도 되지 않습니다. 돈이 많건 적건 배고프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가난하기에 잠을 적게 자야 하지 않습니다. 가난하대서 밤잠을 줄이거나 건너뛰어도 되지 않아요. 가난하니까 책 따위를 장만하는 데에 돈을 못 써도 되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마음밥을 안 먹어도 되지 않아요.

 가난하기에 더 맛나게 밥을 먹어야 합니다. 가난하니까 더 달콤하게 밤잠을 즐겨야 합니다. 가난한 만큼 더 알차게 마음밥을 맞아들여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마음과 넋을 살찌우는 책을 장만하는 데에 품과 돈과 땀을 들여야 합니다.

 1923년에 태어나 인천 화평동에서 수채그림을 그리며 마지막 삶을 빛내는 박정희 할머님 이야기가 담긴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걷는돌,2011)가 새로 나왔습니다. 2000년에 처음 나왔으나 제대로 빛을 못 보고 스러졌는데, 새옷을 입고 한결 어여삐 태어났습니다. 새로 나온 책 머리말에 박정희 할머님은 “좋은 동화책을 찾아다니다가 구할 수가 없어 직접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 넣은 〈육아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었다.”고 적습니다. 네 딸과 한 아들이 태어나 자란 자취를 곰곰이 되돌아보며 적바림한 육아일기는 아이들이 한글을 깨우치는 길잡이가 되기도 했고,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다섯 아이가 저희 어린 삶뿐 아니라 저희 새 아이들한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은 길동무가 되기도 합니다. 박정희 할머님은 당신 다섯 아이를 돌보며“유명한 사람,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즐기는 행복한 어른으로 크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덧붙입니다.

 참 그렇습니다. 누구나 이름난 사람이 되거나 돈 잘 버는 사람이 되거나 힘센 사람이 될 까닭이 없어요. ‘어버이한테 효도하는 사람’이 될 까닭이나 ‘나라에 충성하는 사람’이나 ‘회사에 몸바치는 사람’이 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제 삶을 사랑하며 아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동무와 이웃과 살붙이를 믿으며 어깨동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살아야 할 아이들이에요. ‘효도’하거나 ‘충성’하거나 ‘근면’한 삶은 자랑하는 책읽기입니다. ‘사랑’하고 ‘믿’으며 ‘나누’는 삶이 될 때에 비로소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책읽기예요. 착한 어버이가 착한 아이를 낳아 착한 책을 읽습니다. (4344.6.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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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6-22 15:35   좋아요 0 | URL
된장님의 글을 읽다보면...어느새 저도 독기 빠지고 유순해 지는 느낌이 들어요.
바빠도 책을 읽어야 할텐데 쉽지 않네요.

파란놀 2011-06-22 18:34   좋아요 0 | URL
바빠서 책을 못 읽는 사람은 없어요.
몸이나 마음이 힘들어서 책을 못 읽는답니다...
기운내소서~
 
엄마 맘은 그래도... 난 이런 게 좋아 베틀북 그림책 16
고미 타로 글 그림, 이정선 옮김 / 베틀북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어머니만 나오는 그림책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2] 고미 타로, 《엄마 맘은 그래도…난 이런 게 좋아》(베틀북,2001)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즐기는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이 그림책에 아버지가 나오는 일은 퍽 드뭅니다. 곁다리로라도 아버지가 이야기를 풀거나 맺는 일은 참 드뭅니다. 언제나 어머니가 나오고, 으레 어머니가 이야기를 맺거나 풀며, 한결같이 어머니가 아이를 따스한 사랑으로 꼬옥 안습니다.

 그림책을 읽히는 어버이 가운데 아버지는 좀 드물다 할 만합니다. 어버이 가운데 아버지 쪽은 아이가 갓 태어난 때이건, 한창 자랄 때이건, 어린이가 되어 학교에 들 때이건, 푸름이가 되어 꿈나라를 누빌 때이건, 집에서 가까이 어울리거나 부대끼는 일이 드뭅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집밖에서 집밖일을 해서 돈을 벌어오는 사람으로 여기곤 합니다. 아무래도 ‘여느 아버지’라 하는 분은 집안에 머물며 집안일을 하거나 즐기거나 누리거나 나누는 겨를이 드무니까, 그림책에 아버지가 나오기는 힘들 만합니다.

 그림책을 읽는 아이는 딸과 아들이 반반입니다. 태어나기를 딸과 아들이 반반씩이니까요. 딸이라서 집에서 놀기를 더 좋아하지 않고, 아들이기에 밖에서 놀기를 더 좋아하지는 않다고 느낍니다. 딸이든 아들이든 제 어버이한테서 따순 사랑을 넉넉히 받으려 한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히다 보면, ‘아버지 자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한 집에 어머니만 있을 수 없고, 집안일을 어머니만 맡을 수 없으며, 집살림을 어머니만 일굴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어머니와 아버지요, 함께 일을 맡는 어머니와 아버지예요. 아버지가 집밖에서 돈벌이를 하느라 바쁘더라도 집살림은 함께 일구어야 합니다. 아이사랑은 어머니사랑이 아닌 어버이사랑이고, 어버이 두 사람이 고루 나누는 사랑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 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건 예를 들면 이렇게 먹는 거예요 ..  (2쪽)


 이제 막 어머니가 된 사람이라 해서 그림책을 더 잘 알거나 느끼거나 깨닫거나 받아들이거나 즐기거나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느낍니다. 오늘날 수많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를 낳을 때까지도 그림책을 눈여겨보지 않기 일쑤입니다. 낱권책을 장만하든 묶음책을 마련하든, 어차피 아이한테 그림책을 읽힐 때에는 ‘한 권씩’ 집어서 펼쳐 읽지, 두어 권이나 열 권을 한꺼번에 펼쳐서 읽히지 못합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기 앞서, 가시버시로 살아가기 앞서, 어른이라는 이름표를 스스로한테 붙이기 앞서, 두 사람은 그림책이 어떠한 책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좋아하거나 즐겨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로 살’고 ‘아버지로 살’ 사람이거든요.

 병원에서 아기를 쏙 뽑아냈대서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지 않아요. 낳은 아이하고 여러 해를 살았기에 어머니나 아버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았다고 할 수 없어요. 사람다운 삶을 사랑하면서 어머니답고 아버지답게 하루하루 북돋울 수 있어야 합니다.


.. 내가 좋아하는 건 이렇게 그리는 건데 ..  (6쪽)


 그림책 《엄마 맘은 그래도…난 이런 게 좋아》(베틀북,2001)를 읽고 읽히며 생각합니다. 《엄마 맘은 그래도…난 이런 게 좋아》에 나오는 어머니는 참말 어머니로서 이와 같은 삶을 좋아할까 헤아립니다. 어머니가 되기 앞서도 이러한 삶을 좋아했는지, 어머니가 되고 난 뒤부터 이렇게 살아가려 했는지 곱씹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가 아이였을 적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가 어린이에서 푸름이를 거치던 지난날에는 어떤 삶이었을까요. 어머니는 어머니가 아니던 예전에도 ‘오늘 보여주는 어머니 모습이나 삶’이었을까요. 어머니는 ‘어머니가 되었기에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로 살아내’는지, 어머니가 되지 않았으면 다르게 살아가려는지 궁금합니다.

 어머니가 더없이 좋아하는 삶은 어떤 모양새일까요. 어머니가 되고 보니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처럼’ 살 때에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걸맞다고 느꼈을까요. 어머니가 되고 나서 비로소 어떻게 살림을 꾸리거나 돌보며 살아야 좋은가를 알아챘을까요.

 아버지는? 아버지 자리에 서는 사람은 아버지가 되기 앞서와 아버지가 되고 난 뒤 어떤 모습일는지요. 아버지는 아버지가 되고부터 아버지 삶을 얼마나 추스르거나 다독이거나 보듬으면서 아이하고 부대낄는지요. 아버지가 되었기에 한결 슬기롭게 살아가려고 애쓰는지요. 아이 앞에서 착하고 참다이 살아가는 매무새를 보여주려고 힘쓰는지요. 집밖에서 보내는 겨를을 줄일 줄 알면서, 집안에서 아이와 옆지기하고 보내는 겨를을 조금씩 늘릴 줄 아는지요.


.. 좋아하는 건 이것저것 아무거나 다 이렇게 ..  (16쪽)


 아이가 있는 집에는 아이만 집에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어버이가 집에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시설이 생기는 까닭은 어버이가 아이와 함께 집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인데, 아이하고 살아가는 데에 드는 돈을 벌어야 하거나 어버이로서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사랑하는 삶보다 다른 삶이 먼저이기 때문에, 아이하고 함께 집에 머물지 않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삶이 아니기에 집밖일을 줄이지 못합니다.

 〈말괄량이 삐삐〉에 나오는 아버지를 보면, 당신 딸하고 작은 집에서 작게 살아가지 못합니다. 삐삐가 이제 열 살을 맞이하기에 ‘열 살이면 다 컸으니’까 서로 다른 삶길을 걷는다 할는지 모르지만, 삐삐네 아버지는 삐삐가 아홉 살에도 여덟 살에도 삐삐가 혼자 살도록 했습니다. 삐삐는 아홉 살에 집일을 거뜬히 해낼 뿐 아니라 착하고 맑게 살아갑니다. 어린 나날부터 혼자 살았으니 집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는지 모릅니다. 곁에서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사람이 없지만, 혼자서 씩씩하고 예쁘게 살아갈 수 있는지 몰라요.

 그러나 삐삐한테 가장 소담스럽거나 대수로운 일이란, 살가우며 어여쁜 동무랑 함께 놀고 함께 살아가는 일입니다. 마음이 맞는 착한 사람들과 어여삐 삶을 일구는 일이에요. 어떤 모험이라도 살가우며 어여쁜 동무만 하지 않습니다. 어떤 큰돈이라도 마음이 맞는 착한 사람들만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이가 집안을 어지르든, 어머니가 집안을 정갈히 갈무리하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가 어머니 아버지와 사랑스레 살아갈 수 있는 집안이면 넉넉합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아이랑 믿음직하게 어깨동무할 수 있는 살림살이라면 따스해요.


.. 음, 내가 좋아하는 건 예를 들면 바로 이런 기분인데 말예요 ..  (30쪽)


 서로 마음을 읽을 한식구입니다. 서로 사랑을 나눌 한식구입니다. 밥만 함께 먹는 한식구가 아닙니다. 잠만 함께 자는 한식구가 아니에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내 얘기나 생각만 펼치지 않고 네 얘기와 생각을 가만히 귀기울여 들을 줄 아는 한식구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헤아리고, 아직 좋아해 주지 않으나 앞으로 좋아해 줄 만한 아름답고 착하며 참다운 삶빛이나 삶무늬가 무엇인가를 넌지시 들려주거나 보여줄 어버이입니다. 아이를 불러 함께 손을 잡고 멧길을 걸어 보셔요. 서로 손을 맞잡고 숲속에서 드러누워 보셔요. 둘이 나란히 쪼그려앉아 텃밭에서 김매기를 해 보셔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고운 흙을 느끼다 보면 시나브로 삶과 사랑과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344.6.21.불.ㅎㄲㅅㄱ)


― 엄마 맘은 그래도…난 이런 게 좋아 (고미 타로 그림·글,이정선 옮김,베틀북 펴냄,2001.8.25./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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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1-06-21 17:50   좋아요 0 | URL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그림책 같네요.

파란놀 2011-06-22 03:11   좋아요 0 | URL
두 권이 짝으로 되었어요.
다른 짝은 파랑 빛깔로 '아이 맘은 그래도 엄마는 이런 게 좋아'예요.
두 가지를 다 보면, 엄마 맘보다 아이 맘이 조금 더 재미있더군요 ^^;;;
그런데 둘 다 마지막 그림(이야기)은 똑같아요.
그러니까, 엄마나 아이나 바라는 것은 '한 가지'라는 뜻이로구나 싶어요.
 

자전거쪽지 2011.6.20.
 : 빠방이가 시끄러워



- 아이 어머니 미역국을 이제부터 고기를 넣지 않는 미역국으로 끓이기로 한다. 그런데 무가 다 떨어져서 사야 한다. 음성 장날은 이틀을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무극 장날이라 무극으로 가기로 한다.

- 무극으로 가는 길은 네찻길이고, 음성으로 가는 길은 두찻길이다. 네찻길 무극길은 길가에 나무 그늘 하나 없으며, 자동차가 대단히 씽씽 달릴 뿐더러, 커다란 짐차가 무척 자주 달린다. 두찻길 음성길은 길가에 나무 그늘이 많고 논밭이 드넓게 펼쳐지며, 곳곳에서 쉬어 갈 수 있는데다가 오가는 자동차가 몹시 적다. 아이는 음성으로 오가는 길에서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지만, 무극을 다녀오는 길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자동차 소리에 파묻힐 뿐 아니라, 자동차 소리가 귀를 찌르기 때문이다. 자전거수레에 앉은 채 자동차를 바라볼 때에는 자동차란 몹시 무시무시할 뿐 아니라 우람해 보인다. 이런 무시무시하고 우람한 자동차가 내는 소리는 대단히 시끄럽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수레에 탄 사람을 하나도 생각하지 못한다.

- 집을 나선 다음 논둑길을 달릴 때에는 시원하다며 노래를 부르던 아이가 마을 어귀 두찻길을 지나 무극으로 이어지는 네찻길에서는 조용하다. 자동차가 살짝 뜸한 몇 초 즈음 해서 “빠방이가 시끄러워!” 하고 외친다. “빠방이가 시끄럽지?” “응, 빠방이가 시끄러워.” “그래서 우리 집에는 빠방이가 없어요. 아버지도 시끄러운 빠방이를 안 좋아해서 자전거를 타요.”

- 음성으로 가는 두찻길에서도 자동차들은 빨리 달린다. 자전거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자동차는 몹시 많다. 그러나 두찻길이기 때문에 조금 멀찍이서 마주 달리는 자동차가 보이면 자전거 뒤에서 달리던 자동차는 으레 빠르기를 조금은 줄이기 마련이다. 네찻길과 견주면 아주 조용하다 할 만하다. 게다가 두찻길이란 빨리 달리도록 쭉 뻗은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길이다. 네찻길이란 빨리 달리려고 반듯하게 편 길이다. 반듯하게 편 길에서 자동차들은 거침없다. 더 빨리 달려야 하고, 둘레를 살필 까닭이 없다. 고속도로 둘레에 나무그늘이 없는 까닭을 생각해 본다. 참말 고속도로 둘레에는 나무그늘이 있을 까닭이 없다. 천천히 가며 쉬엄쉬엄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어우러지는 곳에만 나무그늘이 있다.

- 죽은 길짐승을 여럿 본다. 찻길이 넓어질수록 길죽음이 늘어난다. 땅밑길에서도 길죽음을 여럿 보다. 짐승들이 어쩌다가 이곳 땅밑길에 접어들면 더 무서움에 떨다가 차에 받치겠지. 굴을 울리는 소리에다가 커다란 쇳덩이가 몸을 받을 때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자전거를 길가에 세우고 길죽음 짐승 옆에서 한동안 지켜보는데, 어느 자동차도 길바닥 주검 옆으로 비켜 달리지 않는다. 그냥 밟고 지나간다.

- 읍내에 들어서는 두찻길로 빠지다. 이 길로 가면 장마당으로 가는 데에 2분쯤 늦추어지지만, 돌아가는 두찻길은 조용하다. 이 호젓한 길에서 아이는 드디어 노래를 부른다. 바람에 나뭇잎 나부끼는 소리를 듣는다.

- 천천히 달리면 한결 느긋하다.

- 나중에 아이하고 자전거마실을 다닐 때를 맞이한다면, 되도록 두찻길 시골길로만 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 무하고 당근을 사는데 바가지를 썼다고 느낀다. 다음에 다시 무극 장마당에 올는지 모르겠으나, 오늘 산 곳에서는 두 번 다시 사지 말자고 다짐한다.

- 장마당에서 조개살을 살 수 없어 할인마트에 간다. 할인마트에는 언 바지락살만 있다. 바지락살을 사서 나오려는데, 셈하는 분이 “아이하고 추억을 만드세요? 나도 저기 타고 싶어요.” 하고 이야기한다. 더위에 힘들어 대꾸하지 못했지만, 아이하고 추억을 만들려고 태우는 수레가 아니라, 장마당에 먹을거리 마련하려고 타고 나오는 자전거이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첫째 오르막에서 자전거 뒤에 살짝 떨어진 채 붙어서 뒤에서 다른 차가 으러렁거리며 달라붙지 않게끔 막아 주는 노릇을 해 주는 자동차가 하나 있다. 지난 2007년 2월에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자동차를 한 번 겪은 뒤 네 해만에 처음이다. 모두들 더 빨리 더 씽씽 더 아슬아슬 지나치려고만 하는데, 이렇게 수레 뒤에서 수레가 조금이나마 걱정없이 오르막을 지날 수 있게끔 마음쓰는 사람이 있구나.

- 나무그늘 하나 없지만, 둘째 오르막을 넘은 다음 살짝 멈추어 아이한테 물을 먹이고 나도 물을 마신다. 참말 이런 찻길은 달릴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찻길을 지나가는 마을사람을 보기도 힘들겠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리자니, 장마당 마실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 자전거를 건너편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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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를 사랑하는 배두나 씨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배두나 씨는 2006년에 《두나's 런던놀이》라는 책을 내놓습니다. 이윽고 2007년에는 《두나's 도쿄놀이》라는 책을 내놓고, 이듬해인 2008년에는 《두나's 서울놀이》라는 책을 내놓습니다.

 배두나 씨를 좋아하는 분이건 배두나 씨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건, 세 가지 책을 가만히 살펴본 분은 잘 알아차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배두나 씨는 ‘놀이’라는 한국말을 쓰지, ‘play’라는 영어를 쓰지 않습니다. 다만, 배두나 씨는 ‘play’를 쓰지 않으나 ‘두나's’라고 하면서 영어 말투를 씁니다.

 더 들여다보면, 배두나 씨는 여느 지식쟁이처럼 ‘-의’를 붙이지 않습니다. “두나의 런던놀이”가 아니라 “두나's 런던놀이”예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얄궂겠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오늘날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줄 뿐입니다. 가게이름은 ‘Kim's club’이지, ‘김씨의 가게’나 ‘김씨 가게’가 아니에요. 그러나, ‘김가네 김밥’이요, ‘김가의 김밥’이나 ‘김가's 김밥’이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살아가며 주고받을 한국말을 옳게 살피면서 쓸 줄 아는 곳에서는 ‘김가의 김밥’이나 ‘김가's 김밥’이 아닌 ‘김가네 김밥’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니까, 차라리 “두나's 런던play”라고 이름을 붙여야 알맞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duna's London play”처럼 모조리 알파벳으로 적든지요. 《두나's 런던놀이》를 사서 읽거나 즐기는 분 가운데 이 책에 붙은 이름을 얄궂다고 느낀다거나 잘못됐다고 여긴다거나 알맞지 않다고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책을 내놓은 출판사부터 그래요. 책마을 일꾼 스스로 가슴으로 우리 말글을 느끼지 않습니다.

 《두나's 서울놀이》를 들여다봅니다. “배두나의 취미는 베이킹과 꽃꽂이다(21쪽).” 하는 글월이 있습니다. 배두나 씨는 ‘베이킹’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나하나 따진다면, ‘빵굽기’ 아닌 ‘베이킹’을 좋아한다면 ‘꽃꽂이’ 아닌 ‘플라워잉’을 좋아해야 걸맞지 않으랴 싶습니다. “배두나는 타고난 패셔니스타다(21쪽).”라고도 하는데, 한 마디로 하자면, 배두나 씨는 ‘옷을 잘 입는 사람’이거나 ‘옷을 멋있게 입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배두나 씨는 “최근 미술에 관심이 생겼다. 친구가 스케치북에 드로잉하는 것을 보았는데(52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무가 ‘그림을 그리’지 않고 ‘드로잉’을 하기 때문에 배두나 씨가 ‘드로잉’을 좋아하겠지요. 그런데, 드로잉을 하지만 ‘미술’에 눈길을 둔다고 말합니다. 드로잉을 한다면 ‘아트’나 ‘페인텅’에 눈길을 두어야 알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헤아린다면, 사람들 누구나 그림을 그리는 종이를 묶은 것을 가리킬 때에 ‘스케치북’이라고 합니다. ‘그림책’이나 ‘그림종이책’이나 ‘그림그리기책’이라 하지 않아요.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기 모으기 또한 좋아한다는 배두나 씨는 “취미이기 때문에 하드웨어의 재미를 더욱 다양하고 느끼고(78쪽)” 싶어 한답니다. ‘하드웨어의 재미’란 ‘사진기 모으는 재미’라는 소리일 테지요.

 배두나 씨한테는 ‘절친’과 함께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131,133쪽)고 하는데, 베스트 프렌드 가운데에는 ‘넘버원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고 해요. ‘친구’와 ‘동무’와 ‘너나들이’ 같은 낱말이 있으니, 이런 낱말을 알뜰살뜰 잘 써야 한다 이야기할 수 있고, ‘사랑동무’나 ‘으뜸동무’나 ‘참동무’처럼 말할 수 있는데, 연기하는 사람들 말씨가 참 얄궂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기하는 사람에 앞서, 이 나라 행정을 다스리는 분들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같은 영어를 아무렇지 않게 읊어요. 누구를 탓한다거나 아무개를 더 나무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상 & 연우(130쪽)”처럼 쓰는 글월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and)’는 우리 말이 아닌 줄 느끼지 않거든요. 우리 말로 옳게 하자면 “원상과 연우”나 “원상이랑 연우”나 “원상하고 연우”라 해야 하는 줄 생각하지 않아요.

 “그외의 FAVORITE LIST(121쪽)” 같은 글월 또한 무어라 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인터넷창에는 ‘FAVORITE’ 아닌 ‘즐겨찾기’라는 말마디만 적히지만, 영어로 이야기하고 영어로 들으며 영어로 생각하는 멋을 찾는 사람들한테 영어를 아무 데나 쓰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삶자락이니까요.

 “엄마가 자갈로 박아 놓은 아버지의 이니셜 J.D.BAE(203쪽)” 같은 글월을 곱씹습니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교사이든 학생이든, 지식인이든 여느 사람이든, 제 이름을 ‘한글 머릿글’을 따서 쓰는 분이 몹시 드뭅니다. ‘ㅊㅈㄱ’처럼 쓰는 사람은 참으로 적어요. 그저 ‘CJG’처럼 적습니다. 책등에 적는 이름이든 공책이나 수첩에 적는 이름이든, 으레 알파벳이에요. 한글이 아닙니다. 한글이 아닌 알파벳을 적으니 ‘이니셜’이 되겠지요. ‘머릿글’이 아닙니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한테 밥을 먹기 앞서나 밥을 먹고 나서 ‘입가심’이나 ‘주전부리’를 줄 때가 있어요.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말을 하니까요. 배두나 씨로서는 “두나's 서울놀이”라 말하는 삶이기 때문에 “디저트로 마신 핫초코의 맛(227쪽)”이라고 말할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여느 사람들로서는 그저 ‘디저트’예요. 한자말로 ‘후식’이라고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배두나 씨는 “난 이곳의 브런치를 좋아한다(227쪽).”고 말하면서 무엇이 어떻게 흔들리거나 무너지는가를 헤아리거나 살필 수 없습니다.

 먹는 이야기를 덧붙이면 “산마 얹은 참치를 애피타이저로 먹은 후, 메인 메뉴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265쪽).”에서 ‘애피타이저’라는 낱말을 읽습니다. 그러니까, 먹기 앞서 애피타이저요, 먹은 다음 디저트예요. 이럴 때에는 먹기 앞서 입씻이라 하거나 먹고 나서 입가심이라 할 수 있겠지요. 먹고 나서 주전부리라 할 수 있을 테고요. 그런데, 한국사람 스스로 ‘메인 메뉴’와 ‘사이드 메뉴’를 생각하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이러한 밥차림을 가리켜야 좋을는지를 알 길이 없어요.

 이렁저렁 책을 마무리지으면서, 배두나 씨는 ‘EPILOGUE’를 쓰고 ‘THANKS TO’를 붙입니다. ‘맺음말’이나 ‘끝말’이나 ‘마무리말’이 아닙니다. ‘고마운 분’이나 ‘고마운 이름’이나 ‘고마운 사람들’ 또한 아니에요. 책 맨 마지막에는 “Written by Hooney”가 붙습니다. “since ○○○○”처럼 간판 옆에 적바림하는 글씀씀이하고 같습니다. “아무개 적음”이나 “아무개 씀”이 아닌 “Written by 아무개”예요.

 영어를 사랑하는 배두나 씨라 할 만하지만, 오늘날 사람들 말매무새를 톺아본다면 딱히 영어를 사랑한다기보다 ‘누구나 흔히 쓰는 말을 배두나 씨도 똑같이 쓸 뿐’이라 할 수 있어요. 배두나 씨 책을 내놓은 출판사 이름은 ‘중앙books’입니다. (4344.6.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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