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52] 새글보기

 모든 자리에 참으로 알맞으면서 예쁘게 글을 적어 넣을 수 있다면 가장 훌륭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자리를 가장 어여삐 돌볼 수 있기를 바라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다문 한 군데라도 옳고 바르게 우리 말글을 가다듬는다면 고맙다고 여겨야 할 오늘날이라고 느낍니다. 이제 ‘홈’ 같은 말은 누리그물에서 흔히 쓰는 낱말이 되고, ‘블로그홈’ 같은 말을 못 알아볼 어린이나 젊은이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블로그처음’이나 ‘블로그 맨처음’이나 ‘블로그 처음으로’처럼 이름을 붙이려 하는 사람은 없을 테고, ‘랜덤블로그’ 또한 ‘블로그마실’이나 ‘블로그나들이’나 ‘블로그놀이’처럼 이름을 붙이려 하는 사람도 없을 테지요. ‘버그신고’ 아닌 ‘벌레잡기’처럼 이름을 붙일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왜 우리는 우리 말 ‘벌레’는 전문 낱말로 못 쓰면서 영어 ‘버그’는 아무렇지 않게 쓸까요. 그래도 ‘새글보기’ 같은 이름은 영어로 어찌저찌 나타내지 않으니 몹시 반갑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신규게시물’이라고 적거든요. 아무쪼록 ‘새글보기’ 한 가지라도 잘 살아남아 사람들 마음과 입과 손에 이 이름이 깊디깊이 익기를 바랄 뿐입니다. (4344.3.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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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우리 말 85] 늘봄파크

 시골 읍내 여관 가운데 한 곳이 ‘늘봄파크’이다. ‘늘봄’처럼 고운 이름을 붙여 놀랍지만, 어쩔 수 없이 ‘파크’라는 영어로 마무리한다. 이럴 바에는 ‘늘봄’이라는 우리 말을 쓰지 말고 ‘올웨이즈 스프링 파크’라 이름을 붙이지, 무엇하려고 애써 ‘늘봄’이라는 우리 말을 붙이나. 그렇지만 모르는 노릇이다. 요즈음 바라보니 ‘늘봄파크’이고, 이 건물이 서기 앞서 예전에 조그마한 살림집에 ‘늘봄장’이나 ‘늘봄여인숙’이었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새 건물을 세운다거나 높은 건물로 올릴 때에는 이렇게 ‘파크’니 ‘호텔’이니 ‘모텔’이니 하는 이름만 붙인다. (4344.3.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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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84] 얼음지치기와 수영

 봉학골을 넘어 음성 읍내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커다란 못을 지난다. 어느덧 커다란 못물도 얼음이 모두 녹는다. 지난겨울 이 못가에는 “얼음지치기 및 낚시를 금지합니다”라 적은 걸개천이 걸렸다. 여름에 이 못가에는 “수영금지지역”이라 적은 걸개천을 건다. 시골사람이 꽁꽁 얼어붙은 못이나 논에서 ‘얼음을 지치는 일’은 스케이팅이나 빙상이라 하기는 어렵겠지. 말 그대로 ‘얼음지치기’이다. 그러나 운동경기가 되어 세계대회에 나간다든지 방송에 나올 때에는 ‘스케이팅’이나 ‘빙상’이 된다. 그러고 보면 시골자락 개천이나 못에서 헤엄하는 일은 ‘헤엄’이지 ‘수영’은 아니다. 도시사람이든 시골사람이든 조금 더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라면 “얼음지치기와 낚시를 하지 마세요”라든지 “헤엄치지 마세요”라고 적은 걸개천을 걸 수 있겠지만. (4344.3.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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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발전소와 책읽기


 일본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하나가 터졌다. 원자력발전소가 말썽이라기보다 지진과 큰물결에 휩쓸리면서 원자력발전소 하나가 터졌다. 지진과 큰물결 때문에 무너지거나 망가지는 시설과 물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련만, 다른 무엇보다 원자력발전소 터지는 일이 말썽이 된다.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을 써서 전기를 얻도록 한다. 우라늄을 쓰면 방사능이 새어나온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 방사능을 두려워 한다. 방사능으로 물과 바람과 흙이 더러워지면 사람 삶터는 종잡을 수 없다. 그런데 방사능에 앞서 전기를 쓰지 못한다. 방사능도 방사능일 테지만, 앞으로 어느 곳에서건 원자력발전소이든 다른 발전소이든 걱정일밖에 없다. 오늘날 도시 삶터는 전기 없이는 돌아가지 못한다. 전기 없는 도시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전기 없으면 아무런 기계도 건물도 움직이지 못한다. 전기 없이는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공장을 돌리지 못하거나 기계를 쓰지 못하면 석유를 뽑아올리지 못할 뿐더러, 석유를 뽑아올리더라도 기계를 움직일 기름을 거르지 못한다.

 머지않아 종이책은 사라지고 전자책이 태어난다고들 말한다. 틀림없이 전자책이 눈부시게 태어날 뿐 아니라 널리 사랑받으리라 본다. 그런데 전자책은 어떻게 읽지? 전기가 없이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나. 전기가 없으면 손전화나 셈틀을 쓸 수 있나. 전기가 없으면 도시사람은 무엇을 하지. 전기 없는 시골에서는 어떤 기계를 써서 흙을 일구지. 사람이 손으로 조그맣게 일구는 논밭이라면 전기 먹는 기계를 다루지 않아도 된다만, 더 값싸게 얻는다는 푸성귀나 곡식을 얻자며 기계를 써야 하는 농사일은 어찌 될까. 똥거름 먹을거리 아닌 화학농 먹을거리는 앞으로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중국에서 값싸게 사들일 수조차 없을 텐데, 이때에 이 나라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회사를 다니며 무슨 삶을 일굴 수 있는가. 은행계좌에 돈은 넘칠 테지만 밥 한 그릇 먹을 수 없는 노릇인데, 전자책이란 우리한테 무슨 마음밥이 되거나 어떤 이야기보따리가 될까.

 전자책이 훨훨 날아도 종이책을 밀어낼 수 없다. 그런데, 종이책이 전자책에 밀리지 않고 살아남더라도, 전기이며 석유이며 쓰지 못하는 나날에는 종이책 또한 무슨 쓸모가 있을까 궁금하다. 몸을 쓰고 손을 놀려야 하는 사람이 되기 앞서 책을 읽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4344.3.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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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사람들


 땅이 흔들리고 바닷물이 넘치다가는 원자력발전소가 터진다. 끔찍하다 싶은 일 세 가지가 잇따른다. 일본 후쿠시마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원자력발전소가 터지면서 방사능에 곧바로 맞은 사람들은, 방사능이 바람과 물에 섞이기 때문에 이 바람과 물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은, 또 방사능을 쐬지 않거나 방사능이 섞인 바람과 물을 마시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제 고향마을로 돌아가서 고향집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방사능으로 물든 흙을 일구며 곡식이나 푸성귀를 거둘 수 있을까. 방사능이 내려앉은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원자력발전소 터진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는 딱지는 앞으로도 이어질 텐데, 이들이 도쿄로 옮기거나 훗카이도로 옮긴다 한들, 제대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후쿠시마 마을이라는 딱지 때문에 후쿠시마 사람들을 마주 바라보기 거북하다든지 손을 잡는다든지 하기 싫다며 손사래치는 사람들이 차츰차츰 나타나지 않을까. 아니, 벌써부터 제법 많지 않을까.

 체르노빌 사람들이라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드리마일 사람들이라 하면 어떻게 여길까.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한국땅 시골마을 사람들이라 하면 어떻게 바라볼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 옆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이 덥혀진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사람이 꽤 많다. 발전소 쪽에서는 ‘온배수’라 하고, 흔히 ‘열폐수’라 하는, 몹시 뜨거운 물로 물고기를 길러 바다에 풀어놓는다고도 한다.

 예부터 영광 하면 영광굴비라 했으나, 이제는 영광 하면 영광원자력발전소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35%만 전기로 쓰고 10%는 굴뚝으로 버려지며 55%는 열폐수로 버린단다.

 골이 띵하다. 영광에서 마시는 바람과 후쿠시마에서 마시는 바람과 서울에서 마시는 바람은 얼마나 깨끗하며, 우리 몸에 좋다 할 수 있을까. 영광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무슨 물을 마시며, 후쿠시마에서 살아야 할 사람은 어떤 물을 마셔야 하며,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얻은 물을 마시는가. (4344.3.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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