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삶
레기네 슈나이더 지음, 조원규 옮김 / 여성신문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소박한 삶
- 지은이 : 레기네 슈나이더
- 펴낸곳 : 여성신문사(2002.2.15.)
- 책값 : 8000원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돈 아니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요즘은 도시뿐 아니라 시골도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도시사람들만 겪는 돈 문제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 자원과 에너지가 어떻게 낭비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  〈22쪽〉


 돈으로 물건을 사서 쓰는 세상은, 먹고 입고 자는 모든 것을 돈으로 풉니다. 자기 손으로 지어내는 물건이나 먹을거리는 아주 크게 줄어듭니다. 누구한테 무엇인가를 선물할 때에도 돈을 주고 살 뿐이지, 손수 마련하는 일이란 보기 드뭅니다. 떡국도, 만두도, 김치도 다 사서 먹으니까요.

 

 이렇게 돈으로 모든 일을 풀다 보면,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싹틀 수밖에 없고, 이러는 가운데 ‘물건도 돈으로 사고, 쓰레기도 돈으로 치우면 그만’이라는 버릇이 몸에 배어듭니다.


.. 값비싼 선물 공세를 펴는 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시간이 너무도 적다는 반증이 아닐까. 즉, 선물로 사랑의 표현이 부족한 것을 메꾸려 하는 것이다 ..  〈51쪽〉


 적잖은 사람들이 ‘옛날이 좋았어’ 하고 떠올리는 옛모습이란, 사람다운 마음, 이를테면 사랑과 믿음과 나눔이 있는 모습이라고 느낍니다. 콩 한쪽이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 사람과 온갖 목숨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마음쓰던 삶터, 대문이나 울타리가 없어도 도둑이 들지 않는 마을 문화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그리워하는 지난 옛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 까닭은, 돈으로 살아가는 도시 삶에서 빠져나오기 싫기 때문이지 싶어요. 자기부터 사랑과 믿음과 나눔을 사람들한테 펼치고픈 마음은 없이, 남들이 자기한테 사랑과 믿음과 나눔을 베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일 테고요. 자동차를 몰 때는 경적을 울리기만 할 뿐, 빠르기를 늦춰 다른 차가 먼저 가도록 마음을 쓴다거나, 자전거나 걷는사람이 먼저 가거나 마음놓고 다닐 수 있도록 눈길을 두는 일을 안 하기 때문이라고도 느낍니다.


.. 미래에는 산업생산품의 풍요가 아니라, 그런 걸 만들어내느라고 우리가 파괴해 버린 것들, 즉 자연ㆍ시간ㆍ공간ㆍ여유ㆍ건강ㆍ환경 등이 중요해진다. 이제 한적함과 고요함이 사치가 되어 버렸다. 그걸 얻으려면 매우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오늘날엔 시장을 보거나 자동차를 몰 때, 심지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조차 소란과 번잡을 참아내야 한다. 다세대 주택의 벽들은 너무나 얇아서 이웃들이 내는 별별 소리가 모조리 들린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너무도 자극을 받은 나머지 이제는 오히려 고독과 정적을 겁내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너무도 낯설어진 것이다 ..  〈27쪽〉


 장마가 걷히니 날이 푹푹 찝니다. 방 온도가 27도나 됩니다. 잠깐잠깐 집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쐽니다. 오랜 비가 내린 뒤끝이기 때문에 밤하늘 별이 대단히 잘 보입니다. 안경을 끼고 올려다보니 미리내도 얼핏 보일 듯합니다. 다른 별도 깨끗하게, 굵게 보입니다. 개 짖는 소리도 없고, 차 나다니는 소리도 없습니다. 개구리와 벌레 우는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제가 사는 산속은 사람이고 자동차고 들어올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저야 집이 이런 시골이니, 밤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느끼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분들은, 저 같은 사람들이 날마다 느끼는 모습을 보려고 시골로 휴가를 떠나시겠지요? 그러면 저는 맨날 ‘휴가를 즐기는’ 셈인지 모르겠네요. (4339.7.3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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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자연사박물관 1
백남극 / 지성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 책이름 : 뱀 - 지성자연사박물관 1
- 글쓴이 : 백남극, 심재한
- 펴낸곳 : 지성사(1999.3.3.)
- 책값 : 15000원


.. 뱀은 머리를 제외하고는 몸 전체가 땅에 닿기 때문에 다리가 필요치 않다. 좁은 빈틈을 지나갈 때는 다리가 없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또 다리가 없으니 앞다리를 받쳐 주는 어깨뼈도 당연히 있을 필요가 없다. 이것은 뱀이 큰 먹이를 삼키는 데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된다 ..  〈25쪽〉


 ‘뱀’이라는 짐승을, ‘쥐’라는 짐승을 굳이 알아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지난날은 거의 모든 사람이 시골에서 살았으니 뱀을 잘 알아야 했겠지만(뱀에 물려서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으니), 거의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요즘 같은 때, 뱀을 알아서 어디에 쓸까요. 아마도 그림책으로만, 또는 텔레비전 다큐멘타리로만 만날 뱀이라고 봅니다. 뱀 하면 곧바로 이어서 떠올릴 만한 개구리나 쥐도, 시골에서조차 하루하루 줄어듭니다. 도시에서는 더욱 자취를 감추겠지요. 그나마 ‘뱀’은 이렇게 자연생태 이야기책으로 다루어 주기는 하는데, ‘쥐’­를 자연생태 이야기책으로 다루어 줄는지는, ‘참새’나 ‘비둘기’를 자연생태 이야기책으로 다루어 줄는지는…….


.. 뱀 쪽에서 보면 독액 분출은 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시간을 버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  〈66쪽〉


 사람 아닌 목숨붙이 삶을 알아보거나 헤아리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왜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갈까요. 아이들은 왜 짐승 기르기를 좋아할까요.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는 왜 온갖 짐승들이 끊임없이 나오며, 야구니 축구니 농구니 뭐니 하는 운동선수단 상징물에 짐승이 많이 쓰일까요. 짐승들을 사랑해서? 짐승들은 우리 이웃이라서? 이 세상은 사람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터전이라서?


.. 이처럼 뱀의 천적들은 많이 있으나 자연계에는 먹이사슬이 잘 이루어져 있어 뱀의 생존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근년에 와서 인간들이 보신문화에 의한 상업주의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뱀을 잡아 생존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  〈56∼57쪽〉


 ‘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을 느끼고, ‘우리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다른 목숨붙이’를 받아들이는 데에, 뱀이고 쥐이고 다른 짐승이고 살피고 헤아리는 뜻이 있을까요. 때로는 동물실험을 한다면서 살피기도 하겠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살피기도 하겠지요. 이 모두를 넘어서 누구나 즐겁게 어울리고, 다 다르게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뜻이 있을까요.

 뱀도 쥐도 개구리도, 참새도 비둘기도 까치도, 지렁이도 바퀴벌레도 개미도, 모두 우리와 똑같은 목숨붙이고 소중한 자기 삶을 꾸립니다. 뱀한테도 하느님이 있을 테며, 개미한테도 하느님이 있지 싶습니다. 밥이 되어 준 쌀한테도, 반찬이 되어 준 배추와 무한테도 하느님이 있을 테지요. 우리가 《뱀》과 같은 자연생태 이야기책을 펴내고 찾아서 읽고 헤아리는 일은, 우리 둘레에 있으나 우리 스스로 제대로 못 느끼고 있는 하느님을 느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백남극, 심재한 님은 뱀을 사진으로 찍고, 뱀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 저는 헌책방을 사진으로 찍고, 헌책방과 책과 우리 말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 어쩌면, 백남극 님과 심재한 님은 뱀을 보며 세상을 읽고, 저는 헌책방을 보며 세상을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4339.8.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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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리펜슈탈, 금지된 열정
오드리 설킬드 지음, 허진 옮김 / 마티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레니 리펜슈탈―금지된 열정
- 글쓴이 : 오드리 설킬드
- 옮긴이 : 허진
- 펴낸곳 : 마티(2006.5.25.)
- 책값 : 20000원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나치 전범재판이 연달아 열렸으나 레니는 유대인 학살에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기어이 그녀의 작품 활동을 막았다. 레니는 결코 영화계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반세기 동안 수많은 다큐멘터리가 레니의 다큐멘터리를 부분적으로 인용했지만 그녀의 영화가 공개적으로 상영되거나 텔레비전을 통해 무삭제로 방송된 적은 없었다. 영화사의 그 어느 부분에서도, 심지어 여성의 업적을 다루는 부분에서도 리펜슈탈은 아예 언급되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언급될 뿐이었다. 리펜슈탈은 거의 전 세계적인 공모에 의해 역사의 각주로 쫓겨났다. 프로파간다와 예술을 구분할 방법이나 구분하려는 의지는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그것은 공평한 일이었을까? ..  〈35쪽〉


 저는 레니 리펜슈탈이라는 사람을 사진작가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레니 리펜슈탈-금지된 열정》이라는 책을 전주에 놀러가서 〈홍지서림〉을 구경하다가 반갑게 보고서 집을 때까지만 해도, 이이가 나치당을 선전하는 영화를 찍은 줄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기록으로 남기되 한낱 기록이 아니라 예술작품이 되도록 긴 영화로 찍은 줄도 몰랐습니다. 레니 리펜슈탈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손기정 님 마라톤 모습도 구경할 수 없었겠지요.

 

 이 책, 《레니 리펜슈탈-금지된 열정》이 나온 뒤 몇몇 신문에 길고 짧게 기사가 실렸고, 인터넷에서 살펴보니 이이를 놓고 여러모로 말이 많습니다. ‘나치의 핀업 걸’ 소리가 가장 많이 보이고, ‘악마한테 영혼을 판 천재’라는 말도 보입니다. 글쎄, 이런 말이 한편으로는 맞을는지 모르겠지만 102해라는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을 어느 한 마디로 잘라서 말할 수 있을까요?

 

 춤꾼(발레)으로, 영화배우로, 영화감독으로, 그러다가 사진작가로, 물속헤엄까지도 두루 거치면서 자기 안에 끓어오르는 뜨거움을 펼치며 살았던 레니 리펜슈탈이라고 하는 사람, 이 사람을 짤막한 한 마디로 내치는 일이란 아주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내쳐서 무엇이 남을까요.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박정희 독재 때에 외교관에 장관에 국회의원까지 두루 지낸 윤주영이라는 사람은 1979년에 정계에서 떠난 뒤 사진작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분이 지난날 걸어온 발자취를 생각한다면, ‘사진작가 윤주영’이 아닌 ‘독재권력 해바라기 윤주영’이라 해야 걸맞을 텐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레니 리펜슈탈과 윤주영을 똑같이 볼 수 없고, 두 사람이 걷는 길도 다르며, 두 사람이 찍은 사진감도 다릅니다. 그렇지만 레니가 받는 것은 푸대접과 찬웃음일 뿐, 이이가 이루어내는 온갖 일과 발자취는 ‘없어야 할 것인데 지저분하게 남은 것’처럼 여기거나 아예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비판할 대목은 틀림없이 비판해야 옳고, 찬찬히 돌아볼 대목은 찬찬히 돌아보아야 옳습니다. 칭찬할 일이라면 칭찬하고 꾸짖을 일이라면 꾸짖어야지요. 이도 저도 아닌 두루뭉술한 때려잡기라든지, 수박겉핥기처럼 대충 넘겨짚기를 하면서 레니 리펜슈탈을 입방아 찧는 이들은 《레니 리펜슈탈-금지된 열정》을 꼼꼼히 읽은 뒤에 자기가 한 말과 쓴 글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입방아꾼이야 책도 안 읽고 뇌까리는 사람들이고, 2006년 대한민국에서 《레니 리펜슈탈-금지된 열정》이 나온 까닭, 이런 책을 살피면 좋을 대목이 있다면, ‘우리 가슴속에 잠자고 있을 뜨거움’을 느끼고 ‘이 뜨거움을 어떻게 불태우면’서 ‘누구한테나 딱 한 번 주어진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는지를 살피는 데에 적잖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4339.8.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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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님의 "우스워진 늑대, 무서워진 인간..."

이한중 님은 환경책을 전문으로 옮기는 분입니다. 번역하여 선보이는 말도 퍽 깨끗하고 우리 말법도 잘 지키는 편이고요. <위대한 늑대들>에서는 파리 이야기가 나오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나라도 1960년대까지 깊은 산골에 범이 나타났다고 하니, 일제 강점기 앞서까지만 해도 "범과 여우와 늑대와 온갖 멧짐승과 함께 살던 족속" 가운데 하나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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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님의 ""주마관산"으로 뒤적이기 (16) : 레니 리펜슈탈과 "대물""

호~ 레니 사진책을 아주 좋은 값에 만나셨군요. 저는 여러 해 앞서, 그 사진책을 5만 원 주고 샀으니까요 ^^;;;; 엊그제 전주 헌책방 나들이를 갔다가, <홍지서림>에도 들렀는데, 이곳에서 <금지된 열정>을 사서 부지런히 읽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서 추방된 뒤 걸어갔던 사진길. 그 사진길도 `레니가 하면 다 나쁘다'는 투로 비방을 일삼는 사람이 많았다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102년을 살아간 일은 참 놀랍다고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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