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村伊兵衛昭和を寫す〈1〉戰前と戰後 (ちくま文庫) (文庫)
木村 伊兵衛 / 筑摩書房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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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찾기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25] 기무라 이헤이(木村伊兵衛), 《木村伊兵衛 昭和を寫す 1 戰前と戰後》(筑摩書房,1995)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어떤 나날인가를 돌아보면서 나눈 사진이 살포시 실린 사진책 《木村伊兵衛 昭和を寫す 1 戰前と戰後》(筑摩書房,1995)를 넘기면서 생각합니다. 소설 《스물네 개의 눈동자》에 나오는 쇼도지마섬 작은 학교 작은 아이들을 맡은 작은 교사는 스물네 눈동자를 맑게 빛나는 열두 아이하고 나란히 서서 사진 한 장을 찍습니다. 교사와 아이들은 사진 열석 장을 하나씩 나누어 갖고, 이 사진을 언제까지나 간직하면서 지난날을 그립니다. 일본 정부가 대동아전쟁이니 태평양전쟁이니 자꾸자꾸 일으키면서 아이들까지 ‘전쟁 바보’로 만들어 싸움터로 내몰아 죽고 죽이는 짓을 일삼도록 하지만, 작은 섬 작은 학교 작은 교사는 아이들한테 ‘충은 보국’이 아닌 ‘사랑과 믿음’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무렵 작은 섬 작은 학교 작은 교사 둘레에 ‘일본이 일으키는 전쟁이 얼마나 덧없으면서 나쁜가’를 함께 느끼면서 나무라는 이웃이란 없습니다. 초롱초롱 눈망울을 맑게 빛내던 열두 아이조차 저희 어버이가 ‘일본 정부가 시키는 제국주의 교육과 정책’에 젖어들며 저희를 키우기 때문에, 이러한 틀에서 쉬 헤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기무라 이헤이 님이 빚은 사진으로 엮은 《木村伊兵衛 昭和を寫す 1 戰前と戰後》는 어떤 사진이라 할 만할까요.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기 앞서’와 ‘전쟁을 끝마친 다음’에 보이는 모습이 담긴 이 사진책은 사진쟁이 어떠한 넋을 실었다 할 만할까요.

 사진이란 ‘기록하는 사진’일까요. 사진은 ‘기록하는 구실’을 하도록 만들었을까요. 사진이란 ‘예술하는 사진’인가요. 사진은 ‘예술하는 노릇’을 하자며 만들었나요.

 어쩌면, 사진을 처음 만들어 널리 퍼뜨린 사람들은 ‘기록하는 사진’과 ‘예술하는 사진’을 함께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여기에 ‘돈을 버는 사진’이라든지 ‘외치는 사진’이 차근차근 샘솟았다 할 만합니다. 그런데, 기무라 이헤이 님 사진은 이 가운데 어디 갈래에도 들지 않습니다. 《木村伊兵衛 昭和を寫す 1 戰前と戰後》에 담긴 사진은 ‘1920년대 일본’이나 ‘1940년대 일본’이나 ‘1960년대 일본’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기무라 이헤이 님이 찍은 사진을 그러모은 조그마한 사진책에는 ‘일본에서 살아간 사람들 나날’이 담길 뿐입니다. 기록도 증언도 인문지리도 아닙니다. 문화도 예술도 멋도 호사 취미도 아닙니다. 오직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사진으로 옮길 뿐이에요.

 원자폭탄을 맞아 송두리째 날아간 나가사키 천주교회당 사진을 보며 생각합니다. 나가카시 천주교회당과 천주교마을 이야기는 나가이 다카시 님이 쓴 《영원한 것을》이라는 이야기책에 잘 나왔습니다. 시골사람들이 조용한 시골자락에서 조용히 흙을 일구면서 천천히 일군 자그마한 마을 자그마한 예배당이 나가사키 천주교회당입니다. 남을 해코지하지 않고 남을 괴롭히지 않으며 역사가 오래된 물건이라서 섬기지 않을 뿐더러, 곁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옆에서 착하게 살아가는 이웃을 보살피는 믿음집이 나가사키 천주교회당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곳에도 원자폭탄은 떨어져 너나 가리지 않고 하루아침에 사라집니다. 2011년 봄날, 후쿠시마 작은 마을이 난데없이 사라진 일하고 엇비슷합니다. 착하게 살던 사람도 밉게 살던 사람도 곱게 살던 사람도 짓궂게 살던 사람도 똑같이 하루아침에 사라져요. 폭격기에서 떨구는 폭탄 때문에 죽든, 바닷물이 크게 불어 마을을 휘감으면서 죽든, 죽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 죽든, 차에 치어 죽든, 죽음은 사람을 고르지 않습니다.

 기무라 이헤이 님 손길을 거쳐 사진으로 옮겨진 삶이 그러모인 《木村伊兵衛 昭和を寫す 1 戰前と戰後》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다시금 헤아립니다. 바닷마을 사내들이 배를 바다에 띄우는 모습에서라든지, 바닷마을 아가씨들이 일손을 멈추고 쉬면서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에서라든지, 바나나송이를 이고 장마당을 걷는 뒷모습이라든지, 검불을 모으는 아이들 모습이라든지, 베틀을 밟는 젊은 여자와 늙은 여자 모습이라든지, 사진마다 이 사진에 깃든 사람들 이야기가 고스란히 어우러집니다. 돋보이고자 찍은 사진이 아니요, 내보이려고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무슨 인문지리 연구를 한다며 찍는 사진이 아니며, 가난한 여느 사람들 살림살이를 다큐멘터리로 보여주겠다는 사진이 아닙니다. 그예 나랑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차분히 마주하면서 이야기꽃 함께 피우는 사진입니다.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진은 무엇을 하면 아름다울까요. 사진으로 무엇을 하자며 사진길을 걸을 수 있나요. 사진으로 무엇을 하면서 아름다움을 서로 나누는가요.

 역사에 길이길이 남아야 좋은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져야 훌륭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교과서에 실린다거나 박물관 잘 보이는 자리에 걸려야 거룩한 사진이 되지 않아요. 웃음이 나게 이끌고 눈물이 나게 끌어당길 때에 사진입니다. 웃음이 나게 읽혀야 글이고, 눈물이 나게 보여져야 그림입니다. 웃으면서 부르는 노래요, 울면서 추는 춤입니다. 모든 삶은 모든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을 일구면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한국 사진쟁이는 어떤 길을 걷는지 궁금합니다. 2000년대에는 어떤 길을 걸었고, 1990년대에는 어떤 길을 걸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날은 어찌저찌 걸었을지라도 2010년대와 2020년대를 새롭게 걸을 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2030년대에는 2030년대대로 아름다운 꿈을 찾고, 2040년대에는 2040년대대로 아름다운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곁에 있습니다. 내 곁에 있는 사람한테는 내가 아름다운 님입니다. 아름다운 사진은 내 삶자리에서 찍습니다. 내 삶자리를 사랑할 때에 내 둘레에서 사진길을 걷는 사람은 나한테서 사랑스러운 빛을 느껴 고운 사진을 시나브로 이룹니다.

 아름다운 사진을 찾아 멀리 떠날 수 없고, 나 스스로 아름답게 살지 않는다면 가까이에서든 멀리에서든 무엇이 아름다운지 깨닫지 못합니다. (4344.7.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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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빨래


 집안에 넌 기저귀 빨래가 아주 금세 뻣뻣해지도록 마른다. 틈틈이 빨래를 해서 집안에 널어 둔다. 몹시 무더운 날, 이제 쉰 날을 살아낸 아이는 살이 접히는 데가 퍽 힘들 텐데, 장마철 사이에 날이 좋기 때문인지 하루하루 무럭무럭 잘 자란다고 느낀다. 도랑물 흐르는 소리와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는 마실을 자주 못하지만, 집안에 누워서도 들리는 뻐꾸기 소리와 바람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운 마음 고운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비손한다. 무더운 날씨라 하더라도 아이 오줌기저귀를 찬물로 빨고 나면 무척 시원하다. (4344.7.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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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바이 책읽기


 어릴 적 처음 오토바이를 타던 날을 떠올립니다. 동네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을 하나둘 오토바이에 태워 경인고속도로 들머리에 깃든 집부터 송도유원지까지 태워 주었습니다. 요즈음 이 길에는 신호등이 몇 군데 생겼으나 1980년대 끝무렵까지 송도유원지로 가는 길에는 건널목이고 신호등이고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송도유원지까지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갯벌이요, 이 바닷가에는 여러 겹으로 쇠가시그물을 세워 군인이 지키고 섰거든요. 자동차이든 자전거이든 사람이든 이 길에서는 멈추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동네 아저씨 오토바이에 얻어타며 송도유원지를 다녀오는 길에 눈을 뜨지 못합니다. 너무 빨라서 앞을 볼 수 없습니다. 아저씨는 오토바이를 몰며 어떻게 앞을 볼 수 있는지 놀랐습니다. 40, 60, 80, 속도계 바늘은 자꾸 올라가고, 바늘이 올라갈수록 눈을 감은 채 달려야 했으며, 머리카락이 뽑힐까 걱정스럽기까지 할 만큼 아팠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오르막을 오르막이라 느끼지 않으면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오르막에서도 시원하게 바람을 쐬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탈 때에도 이와 똑같겠지요.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은 오르막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 수 없습니다. 오토바이가 오르막을 땀 한 방울 안 흘리며 오를 때에는 배기가스를 더욱 짙고 구리게 내뿜습니다.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거나 두 다리로 오르막을 오르던 사람은 오토바이가 옆에서 지나갈 때에 숨이 막히면서 재채기가 납니다. 오르막을 오르는 자전거나 두 다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헉헉거리는데, 오토바이가 더 짙고 구리게 내뿜는 배기가스 때문에 숨까지 막히며 재채기가 나니 죽을맛입니다.

 오토바이는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에 이르면 더 빠르게 내달립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오르막에서 땀을 안 흘리며 시원하게 바람을 쐬고 내리막에서 내리막이 얼마나 고마우며 시원한가를 느끼지 않으면서 그냥 찬바람을 잔뜩 쐽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가 오토바이를 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오토바이를 함부로 얻어서 타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가 책을 더 빨리 많이 읽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남보다 책을 더 빨리 많이 읽기보다는, 아이 손에 굳은살이 더 단단히 박히고 아이 다리에 힘살이 더 튼튼히 오르면서, 이 땅을 씩씩하게 디딜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가 더 좋다 할 만한 책을 더 손쉽게 알아채거나 받아들이거나 물려받아 책읽기를 즐기는 삶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제 몸뚱이를 움직여 일하는 고단한 보람과 일을 마친 힘겨운 웃음과 눈물을 고이 받아들이면서 책 하나에 서리는 기쁨과 슬픔을 달콤하면서 쌉싸름하게 맞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4.7.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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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증보개정판
스테파니 케이브 지음, 차혜경 엮어 옮김 / 바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방접종은 우리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나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40] 스테파니 케이브,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책이름 :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 글쓴이 : 스테파니 케이브
- 옮긴이 : 차혜경, 유정미
- 펴낸곳 : 바람 (2005.12.10.)
- 책값 : 12000원



 (1)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까


 예방접종이 무엇인 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예방접종이 무엇인 줄 알면서 예방접종을 어떻게 마주해야 좋을는지를 생각하는 사람 또한 그다지 많지 않아요.

 예방접종이란, 이름 그대로 “예방하는 접종”이요, 병이 걸리지 않으려고 병원균을 따로 만들어 사람 몸속으로 집어넣는 일입니다.

 예방접종이 생겼기 때문에 병에 걸리는 사람이 줄어들었는지, 아니면 예방접종이 없었어도 병에 걸리는 사람이 줄어들었는지는 똑똑히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온누리 숱한 나라가 마련한 통계를 살피면, 예방접종을 놓았거나 안 놓았거나 ‘근대에서 현대로 접어들던’ 무렵에 돌림병에 걸리는 사람 숫자가 눈에 뜨이도록 줄었습니다. 예방접종을 널리 맞히는 오늘날에는 ‘병에 걸리는 사람이 줄거나 거의 사라졌던’ 흐름이 ‘병에 걸리는 사람이 다시금 느는’ 흐름으로 차츰 달라집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의사나 간호사 가운데 ‘예방접종을 맞혀서 병에 안 걸리는 확률’하고 ‘예방접종을 안 맞혀서 병에 안 걸리는 확률’하고 ‘예방접종을 맞혀도 병에 걸리는 확률’하고 ‘예방접종을 안 맞혀서 병에 걸리는 확률’이 어떠한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통계는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기까지 합니다. 예방접종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 길이란 없고, 예방접종 부작용이 어떠한가조차 알 노릇이 없습니다.


.. 우리 아이가 예방접종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최소한 예방접종 부작용을 부작용으로 알아차리기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우리 솔희는 첫 번째 DTaP 주사를 맞고 아토피가 생겼고, 두 번째 DTaP 예방접종 후에 경련을 시작했습니다 … 저는 한 번도 예방접종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 넘어진 줄에 계속해서 걸려 넘어지면서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 이제 우리가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제약회사가 수은·포르말린·페놀을 백신 속에 집어넣게 해서는 안 됩니다. 치메로살(수은)이 아무 문제없다고 외치던 제약회사가 엄마들이 수은 없는 백신을 찾자, 수은 없는 백신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포르말린 없는 백신을 찾으면 그들이 포르말린 없는 백신을 만들 겁니다 ..  (7∼9쪽/옮긴이 말)


 한국땅에서는 ‘농약을 친 먹을거리’가 사람 몸속에 쌓일 때에 어떻게 되는가를 알 길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새마을 운동’이니 ‘근대화’이니 ‘세계화’이니 내걸면서 온갖 화학첨가물 깃든 가공식품을 사람들한테 먹이고 나서부터 숱하게 생기는 갖가지 현대병이 앞으로 이 나라 아이들한테 어떻게 퍼질는지를 알 길조차 없습니다.

 ㅊ파이가 잘 팔리고 ㅅ라면이 잘 팔린다지만, ㅊ파이나 ㅅ라면은 ‘날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살아숨쉬는 먹을거리’가 아니에요. 첨가물과 조미료와 화학약품을 버무려서 혀끝에 감도는 맛이 좋도록 만든 먹을거리, 곧 ‘공장 가공식품’입니다.

 딸기이든 포도이든 능금이든 오얏이든 수박이든 참외이든 오이이든 버섯이든 …… 농약과 항생제와 방부제를 뒤집어쓰지 않은 열매란 한 가지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농약과 항생제와 방부제를 먹습니다.

 옛날 사람은 안 걸리던 아토피가 요즈음 아이나 어른 모두한테서 나타납니다. 아토피뿐 아니라 주의력결핍장애라든지 갖가지 현대병이 새로 나타납니다. 조류독감이라 하든 무어라 하든, 수많은 새 병이 끝없이 나타납니다. 수두나 풍진은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아토피나 주의력결핍장애가 무섭습니다. 에이즈라고 하는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이 무섭지, 비형간염이 무섭지 않아요.


.. 부작용이 아주 적더라도 부모는 당연히 그것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의사와의 면담 시간이 1∼2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 나라의 의료 현실에서는 그 권리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 우리 나라는 백신정보설명서도 배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의사에게 백신 제품설명서를 보자고 요구하기에는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식약청 홈페이지를 뒤져 봐도 치메로살의 함유량이나 발생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 의식 있는 의사들은 절대 치메로살이 함유된 백신을 권하지 않는다. 치메로살이 없는 백신이 있는데, 비용이 싸거나 무료라고 해서 아이에게 수은이 들어간 주사를 맞힐 수는 없는 일이다. 보건소에서는 여전이 치메로살이 함유된 독감백신을 사용한다 ..  (268, 269, 271쪽/옮긴이 말)


 아이들한테 아무 과자나 먹이면 안 되는 줄을 요즈음 어버이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제법 압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과자나 먹일 때에 수많은 아이들이 두드러기가 나거나 열이 나거나 앓거나 게우거나 하니까요. 왜냐하면 ‘아무 과자’이든 ‘이름난 회사에서 만든 광고 많이 나오는 과자’이든 공장에서 만든 먹을거리이거든요. 갖가지 첨가물과 화학약품과 화학조미료와 화학색소가 깃든 먹을거리이니까요.

 그런데, 아이들한테 아무 과자나 함부로 먹일 수 없는 줄 알면서, 막상 아이들한테 아무 예방접종이나 함부로 놓고 맙니다. 나라에서는 ‘예방접종 비용 국가 지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기까지 하는데, 예방접종을 거저로 놓는다 해서 아이들한테 도움될 일이란 없습니다. 예방접종이라는 이름으로 맞히는 주사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않고서 이 주사를 놓을 수 없어요.

 조그마한 과자이든 라면이든 겉에 ‘무엇을 넣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를 밝히도록 합니다. 물고기이든 콩나물이든 ‘원산지 밝히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예방접종 주사는 ‘어떤 성분’인지를 꽁꽁 숨길 뿐 아니라 ‘원산지 밝히기’를 하지 않아요. 게다가 의사나 간호사조차 예방주사 성분을 모르고, 이 성분이 일으킬 부작용은 거의 모릅니다.


.. 미국과 단순비교 하더라도 1년에 약 1900만 건 이상의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우리 나라에서 최소 1900건의 부작용이 신고되어야 한다 … 신고율이 0%에 가까운 이유는 부작용에 대해 부모들이 자세히 알면 백신접종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부작용에 대해 홍보하지 않는 백신 정책 때문이다 … 예방접종 때문에 피해를 봤어도 백신이 정상적으로 승인되고 유통됐다면 ‘피해 입은 사람이 재수 없었던 것’이라는 판결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도 제약회사나 의사·국가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모든 책임이 부모에게 돌아온다 ..  (272∼273, 274쪽/옮긴이 말)


 가만히 따지면, 의사나 간호사조차 예방주사 성분을 모른다 할 수 없습니다. 아예 눈길을 두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알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를 둔 어버이 또한 매한가지입니다. 어버이 스스로 알려고 애쓰면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저, 알아내려 하지 않을 뿐이며, 알아내고 나서도 ‘예방주사 안 놓다가 아이가 병에 걸리면 어쩌지?’ 할 뿐입니다.

 마땅한 노릇인데, 예방접종을 한대서 병에 안 걸리지 않습니다. 예방접종을 안 한대서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병에 걸릴 아이는 병에 걸립니다. 예방접종 때문이 아니라, 여느 날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으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아이가 병에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가 갈립니다. 아이가 여느 때에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가 여느 때에 어떠한 곳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예부터 몸이 아픈 사람한테는 꼭 한 가지를 시켰습니다. 몸이 튼튼한 사람은 약을 써서 나을 수 있을 테지만, 몸이 여려 늘 앓는 사람한테는 꼭 한 가지를 시켰어요. 바로, ‘시골로 보내기’를 시켰어요. 맑은 바람과 따순 햇살을 먹으면서 싱그러운 흙을 밟을 수 있는 터전에서 알맞게 땀을 흘려 일하면서 느긋하게 쉬며 걱정근심 없도록 하는 삶이 되어야, 비로소 몸이 여린 사람한테 깃드는 병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 BCG는 살아 있는 결핵균으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생백신과 마찬가지로 예방하려는 병, 즉 결핵에 걸릴 수 있다 ..  (279쪽/옮긴이 말)


 몸이 아픈 사람은 물과 바람과 햇살과 흙이 깨끗한 시골에서 자연을 품에 안아야 합니다. 몸이 안 아픈 사람 또한 물과 바람과 햇살과 흙이 깨끗한 시골에서 자연을 품에 안을 때에 언제나 튼튼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돈을 번대서 튼튼하거나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름이 높아야 튼튼하거나 즐겁게 살아갈 사람이 아니에요.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거나, 극장을 가까이에서 찾아갈 수 있거나, 큰회사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 삶이 아름다워지거나 좋아지지 않습니다. 누구한테나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과 따순 햇살과 고운 흙과 푸른 나무가 어우러진 터전이 가장 좋은 보금자리요 가장 사랑스러운 삶터입니다. 《하이디(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하이디가 괜히 스위스 알름산에서 살아갈 때에 어여쁘면서 씩씩하지 않습니다. 프랑크프루트에서 지내던 클라라가 괜히 끙끙 앓다가 스위스 알름산에서 몸이 나아지지 않아요.


 (2)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읽기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바람,2005)를 읽습니다. 첫째를 낳던 2008년에 한 번 읽고, 둘째를 낳은 2011년에 새롭게 읽습니다. 어쩌면, 우리 집에 두 아이가 찾아들지 않았으면 아버지로서 이 책을 두 차례 읽을 까닭이 없었을 테며, 이러한 책이 있는지 언제까지나 모르는 채 살았으리라 봅니다.

 책을 읽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예방접종 성분을 꼼꼼히 밝힐 뿐 아니라, 예방접종에 깃든 성분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가를 낱낱이 밝히는 책이 나오는데에도, 이러한 책을 읽으면서 달라지지 않는 어버이라면 아이 앞에서 어떤 어버이라 할 만한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책을 아예 손사래치거나 안 읽거나 눈을 감는다면, 이러한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떻게 다가서려는 마음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 부모들이 의사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예방접종은 꼭 해야 합니다.”라는 말뿐이다. 자폐증·경련·근육질환·뇌염과 같은 부작용에 대해 질문하면 이런 대답을 들어야 한다. “예방접종이 있는 시대에 태어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세요.” … 예방접종 유무를 부모들이 결정하면 안 될까? 예방접종에 대한 장점과 위험성을 알려주면, 부모들이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을까? 아이들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가 정부일까, 제약회사일까, 의사일까, 부모일까? 정부와 의사들은 예방접종이 부작용과 사망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왜 부모가 예방접종을 결정하도록 하지 않을까? … 나는 제약회사들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백신은 아주 큰 사업니다 … 항생제를 사용한 결과 내성을 가진 세균들이 더 늘어나거나,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질병도 늘어나고 있다 … 예방접종으로 생긴 면역은 대개 일시적이며, 자연스럽지 못하다. 주사를 통해 병원체가 몸에 들어오는 방식은 면역계의 방어체계를 혼란시킨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독석첨가물을 포함한 백신이 예고 없이 갑자기 우리 몸을 습격한 것이 된다 … 우리 몸은 백신에 포함된 화학첨가물과 갑자기 쳐들어오는 병원체를 이겨내야 하고, 면역계 세포가 과잉생산되는 스트레스도 겪어야 한다 ..  (22∼23, 25, 93, 113쪽)


 먼 옛날, 맹자 어머니는 당신 아이를 옳게 가르치려고 집을 세 차례 옮겼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옳게 가르치려고 어버이 되는 사람은 집을 옮길밖에 없습니다. 아이한테 옳은 밥을 먹이려고 어버이 되는 사람은 먹을거리 하나하나를 제대로 따지고 돌아볼밖에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인대서 아무것이나 먹일 수 없거든요. 형광물질 가득한 옷을 예쁘장해 보인대서 아이한테 함부로 입힐 수 없어요. 아이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여긴다면, 아이한테 무슨 밥을 먹이고 무슨 약을 먹이며 무슨 주사를 맞히려 하는가를 올바로 되새겨야 합니다. 아이한테 담배 내음이 나쁜 줄 안다면, 아이를 자가용에 태우고 돌아다닐 때에, 내 자가용이나 이웃 자가용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내 자가용에 천천히 스며들어 아이 허파에 천천히 파고드는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동차(자가용이든 택시이든 버스이든)를 탈 때에 어른보다 쉬 멀미를 하는 까닭은 배기가스를 마시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오래도록 길들여졌기에 덜 멀미를 할 뿐인데, 자동차를 오래 탔다가 내리면 어느 어른이든 머리가 맑아지거나 개운해지는 까닭이란, 이제 더 배기가스를 마시지 않으면서 ‘자동차에 탔을 때보다’ 맑은 바람을 쐬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예방주사 한 가지를 안 맞힌대서 아이 몸이 튼튼해지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가공식품이나 햄버거나 피자만 안 먹인대서 아이 몸이 튼튼해지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어버이라면 더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가 퍽 어릴 때부터 아이한테 이모저모 가르쳐서 머리에 집어넣는 수많은 지식들, 이를테면 영어나 한자나 시사상식이나 수학이 아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두 살 아이가 한글을 떼거나, 네 살 아이가 영어를 하거나, 여섯 살 아이가 한자를 외거나, 여덟 살 아이가 컴퓨터에 익숙하다면, 이러한 아이 삶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 알루미늄은 DTP, DTaP, B형간염 예방 백신에 주로 사용된다 … 백신에 들어 있는 액체 포름알데히드는 ‘포르말린’으로 불리며, 병원균을 불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 페놀은 장티푸스 등의 백신을 제조하는데 사용한다 … 치메로살은 수은이 갖는 맹독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치메로살은 수십 년 동안 거의 모든 백신에 사용되고 있다 … (에틸렌글리콜은) 부동액의 주요 성분으로 DTaP, 소아마비, Hib, B형간염 백신 등에 방부제로 사용된다 … 수은 없는 백신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많은 의사들은 수은이 들어 있는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 참치 통조림 하나에는 평균 17mcg의 수은이 들어 있고 소아용 B형간염 백신에는 12.5mcg이 들어 있다. “참치 통조림보다 적게 들어 있는데, 무슨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38∼40, 52∼53쪽)


 참치 통조림보다 수은이 적게 든 백신이기에 더 걱정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참치 통조림에도 수은이 들었구나 생각하면서 아이한테 참치를 먹이고 싶다 할 때에 걱정해야 올바릅니다. 참치 통조림에도 수은이 들었다면 다른 통조림은 어떠한가를 걱정해야 올바릅니다. 아이들한테 무언가를 먹일 통조림을 어떻게 만들고, 이 통조림에는 수은을 비롯해 몸에 나쁠 무엇이 얼마나 깃드는가를 걱정해야 올발라요.

 아이를 태울 더 좋은 자가용을 장만하는 일을 생각하기 앞서,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아이한테 얼마나 나쁠는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한테 아무 옷이나 입히지 않고, 아무 밥이나 먹이지 않듯, 아이한테 아무 약이나 주사를 주지 않아야 할 뿐더러, 아이한테 아무 지식이나 주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에 앞서 어른부터 좋은 밥과 좋은 옷과 좋은 집과 좋은 앎과 좋은 넋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어른 스스로 좋은 터전에서 좋은 이웃을 사귀며 좋은 땀을 흘리며 좋은 삶을 일굴 때에, 아이도 좋은 어버이를 만나는구나 생각하면서 태어납니다. 어버이가 될 어른 스스로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살아가려 할 때에, 아이들은 바야흐로 좋은 꿈과 좋은 이야기와 좋은 생각을 키웁니다.


.. 혼합접종은 아이들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예고 없이 화학첨가물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과 함께, 여러 종류의 병원체들이 아이들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혼합접종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혼합접종이 부모들의 돈과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아이들의 고통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가 돈과 시간을 조금 아끼기 위해서 아이들을 위험에 몰아넣길 바랄까? … 1965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부모들은 돌 이전이나, 태어나자마자 바로 자폐증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생후 6개월이나 1년 동안에는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다가 갑자기 자폐증이 생겼다고 보고하는 부모 숫자가 갑자기 두 배가 됐다 … 소아 기본예방접종의 시행이 철저히 시행된 몇 년 사이에 자폐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  (42, 70∼71쪽)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라는 책을 한글로 옮긴 두 사람 가운데 하나인 차혜경 님은 간호사이고, 아이를 둘 낳아 함께 살아가는 어머니입니다. 당신 스스로 간호사와 어머니 삶을 보내면서 예방접종이 어떠한가를 몸소 느꼈기에 이 책을 한글로 옮길 마음을 품었다고 합니다. 한국말로 된 마땅한 자료란 거의 없거든요. 차혜경 님은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안예모 www.selfcare.or.kr)’을 열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가 아이를 걱정없이 어여삐 돌보는 길을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책도 책이지만, 이런 누리집을 마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손쉽게 찾아보도록 마음을 써 주어 참으로 고맙다고 느낍니다.


.. 나는 백신이 없었던 때로 돌아가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의무적인 예방접종이 증가하면서 자폐나 발달장애, 면역질환이 유행처럼 증가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건강한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면 독감이 자연적으로 회복됐을 때 얻어진 독감항체를 얻을 수 없다. 의학자들은 독감합병증이 거의 없는 건강한 아이들은 독감에 걸려 자연적이고 영구적인 면역성을 갖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시행해 독감을 막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 (마국)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암 등의 질병뿐만 아니라, 클리미디어·음부포진·임질·유두종바이러스와 같은 성 전염성 질환에 대해 예방접종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시험 단계의 많은 백신들을 11∼12세의 아이들에게 접종하고 있다 ..  (123, 207, 223쪽)


 이제 책을 덮습니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잘 새기자고 다짐하면서, 나중에 아이가 커서 좋은 짝꿍을 사귀어 함께 살아갈 날에 물려주도록 알뜰히 간수하자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혼자 살아갔으면 찾아보거나 알아보지 않았겠다고 느낀 이 책을 일깨운 옆지기가 고맙습니다. 언제나 몸이 아파 집일을 하나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아이하고도 제대로 놀지 못하는 옆지기이지만, 몸이 아픈 나머지 여러모로 깊이 헤아리고 살피며 살아왔기에 이 책을 일찍부터 알아보면서 제 짝꿍한테 읽힐 수 있습니다.

 아픈 사람은 아프기에 더 몸을 생각하고 더 마음을 씁니다. 아픈 사람은 아픈 나머지 약이든 주사이든 더 돌아보면서 알아볼밖에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안 아프거나 ‘아프더라도 하루하루 벌이에 바쁘고 힘에 겨운 탓’에 예방접종이든 먹을거리이든 보금자리이든 자가용이든 아이키우기이든 제대로 못 돌아보는지 모릅니다.

 어쩔 수 없어요. 몸이 아프지 않고서야 느낄 수 없는 일입니다. 몸이 안 아플 때부터 내 삶을 바꾸어야 하는 일입니다. 옳은 삶을 생각하고, 옳은 일을 찾으며, 옳은 넋으로 옳은 사랑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옳은 길을 걷는 옳은 사람으로서 옳은 꿈을 옳은 터전에서 옳은 몸가짐으로 옳게 나눌 노릇입니다.

 예방접종은 믿을 수 없습니다. 자동차도 믿을 수 없습니다. 군대도 믿을 수 없고, 숱한 막개발도 믿을 수 없습니다. 더 많은 돈벌이와 물질문명도 믿을 수 없습니다. 오직 내 삶과 내 옆지기 삶과 내 아이 삶을 믿을 뿐입니다. 멧자락을 울리는 새 울음소리와 개구리 노랫소리를 믿을 뿐입니다. 햇살을 머금는 벼포기를 믿고, 사람 손을 타지 않아도 씩씩하게 자라는 푸나무를 믿을 뿐입니다. (4344.7.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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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7.2.
 : 담배꽃 언덕길



-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음성 읍내 장마당 마실을 나오려 하는데 빗물이 듣는다. 마당에 널었던 빨래를 바삐 걷는다. 빨래를 집에 넌다. 다시 바깥으로 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살짝 비치려 한다. 다시 마당으로 빨래를 내놓을까 하다가, 어쩌면 날이 활짝 개면서 무더울는지 모르기에, 빨래는 집에 둘 때가 한결 나으리라 생각한다.

- 여느 날처럼 헐떡이며 넘는 숯고개에 이를 무렵, 오른편 담배밭을 바라보니 담배꽃이 피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아이한테 “저기 봐, 담배꽃이 피었네.” 하고 이야기한다.

- 음성 읍내로 들어서기 앞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죽은 모습을 보다. 아이는 “고양이가 저기 누웠네.” 하고 말한다. 고양이 곁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가만히 들여다본다. “고양이 눈 없어.” 하는 아이 말. “아니야, 눈 있어. 차에 치여 죽어 그래.”

- 읍내에 닿아 먹을거리를 장만한다. 우리처럼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는 아이를 태운 아저씨를 한 사람 스치듯 만나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에는 인사를 하면서 수레를 태우고 다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과일집에 들러 수박이며 오얏이며 장만한다. 살구를 장만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들르는 단골집에는 살구가 없다.

- 아이한테 오얏 하나를 쥐어 준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얏을 냠냠 깨물어 먹는다. 빵집에 들러 조금 비싼 얼음과자를 사 준다. 아이는 얼음과자를 막대기까지 쪽쪽 빨며 먹는다. “얼음과자 맛있어?” “응, 맛있어.” 용산리를 지나 큰못 오르막에 들어서기 앞서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잠든다. 배가 고프다 하기에 찐빵을 하나 더 주었는데, 찐빵을 문 채 잠들었다. 찐빵은 살며시 빼내어 봉지에 담는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아이를 수레에 눕히기로 한다. 가장 느긋하게 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아이가 앉은 채 잠든 수레를 끌 때하고 아이를 눕힌 수레를 끌 때하고 사뭇 다르다. 아이를 눕히니 훨씬 힘겹다. 자전거 발판을 밟기 꽤 벅차다. 누우면서 무게가 뒤로 더 쏠려 이렇게 되는 듯하다. 그렇지만, 예전이든 앞으로이든 아이가 수레에서 흔히 잠들기 마련인 만큼, 이렇게 눕혔을 때에도 자전거 발판을 씩씩하게 잘 밟아야 한다. 기운을 내자. 다리에 더 힘을 주자.

- 숯고개 꼭대기에 닿으며 살짝 숨을 돌린다.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문지른다. 아이하고 살아가는 나날을 곰곰이 생각한다. 요즘은 여느 집마다 아이를 일찌감치 어린이집에 넣는다. 어린이집에서는 일찍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집에서도 여느 어버이들은 영어 그림책을 읽히고 영어 비디오나 만화영화를 보여준다. 초등학교에 들기 앞서 아이들은 영어를 꽤 쏼라쏼라 읊는다. 어린 나날부터 영어를 듣고 익히는 아이들은 앞으로도 영어를 여느 말마디에 쉽게 섞겠지. 자랑이나 뽐내기가 아니더라도 영어를 영어로 느끼지 않으면서 쓰겠지. 나는 우리 집에서 이 아이한테 영어를 가르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착하면서 더 쉽고 더 바른 말을 쓰도록 이끌려고 힘을 쓴다. 옆지기도 함께 힘을 쓴다. 그러나 우리 둘레 이웃이라든지 동무라든지 여느 어른들은 영어를 비롯해 말답지 않은 말을 너무 쉽게 쓰고야 만다.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자가용에 태우는 일도 나로서는 하나도 달갑지 않다. 아이는 뛰어놀아야 한다면서 왜 아이를 자가용에 태울까. 어른부터 스스로 자가용을 멀리하거나 안 타면서 아이한테 뛰어놀라 이야기해야 옳지 않을까.

- 숨이 턱에 닿은 채 집으로 돌아오다. 아이를 살며시 안아 집으로 들어간다. 자리에 눕히니 아이가 잠에서 깬다. 그냥 더 주무셔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저녁나절, 아이는 마당에 놓은 제 자그마한 자전거를 타면서 논다. 얼른 다리힘을 키우고 키도 크렴. 앞으로 몇 해 뒤에는 너 스스로 자그마한 자전거를 몰며 아버지 곁에서 함께 달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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