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조급하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마음 처방전, 10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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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3.14.

다듬읽기 258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와타나베 준이치

 정세영 옮김

 다산초당

 2018.4.10.



  ‘둔감(鈍感)’은 ‘둔 + 감’이고, ‘鈍’은 ‘무디다’를 뜻합니다. ‘무디다’는 ‘무뚝뚝·무겁다·무덤덤’으로 잇습니다. ‘뭉툭’으로도 나아가고요. 이다음으로는 ‘뭉떵·몽땅’으로 닿고, ‘뭉텅이·뭉치’에 ‘뭉치다·뭉개다’로 다다르기도 합니다. ‘무·모’로 잇는 결은 ‘몸·뭇·물’로 만나지요. 누구나 무엇이든 느끼게 마련이되,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는 물처럼 흘려보내면서 스스로 흐를 줄 안다면 몸부터 차분히 다스리고 마음을 가만히 다독일 만합니다. 몽땅 느끼고 누리되 모두 내보낸달까요. 마시는 바람을 고스란히 내쉬듯, 나날이 마주하는 모든 일을 스스럼없이 맞아들이고서 기꺼이 내려놓는 셈입니다. 이를테면, 돈을 움켜쥐기에 더 넉넉하지 않아요. 이름을 거머쥐기에 더 높지 않아요. 힘으로 휩쓸기에 더 즐겁지 않습니다. 이 같은 삶결을 헤아리면 누구나 알맞게 하루를 지어요.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우리 스스로 지나치게 붙잡는 굴레를 여러모로 짚는 듯싶지만, 어쩐지 알맹이에서는 좀 비껴간 듯합니다. “너무 매이지 말자”는 목소리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왜’ 마주하는지 바라보지 않거나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안 매일” 수 없어요. 언제나 모든 이 삶이 ‘무엇’인지 차분히 보고서 ‘왜’ 겪고서 다시 ‘무엇’을 배우는지 살핀다면, 걱정근심이란 가볍게 털 수 있어요. 일본에서는 ‘둔감력’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이라는데, “무딘 힘”이나 “무뚝뚝한 힘”으로는 삶을 보내지 못 합니다. “뭇는 기운”과 “물빛”으로 스스로 돌볼 수 있으면 이 삶이 느긋할 만합니다.


ㅍㄹㄴ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와타나베 준이치/정세영 옮김, 다산초당, 2018)


만일 누군가가 자신을 둔하다고 말한다면 대부분 불같이 화를 내지 않을까요

→ 누가 나를 굼뜨다고 말한다면 거의 부아나지 않을까요

→ 누가 나를 느리다고 한다면 으레 불나지 않을까요

17쪽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 나쁜뜻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 싫어하곤 합니다

17쪽


K는 회사 안에서 매우 평범한 편에 속합니다

→ ㄱ은 일터에서 매우 수수합니다

→ ㄱ은 일터에서 튀지 않습니다

19쪽


원고가 그대로 반송되기도 합니다

→ 글이 그대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24쪽


당시 우리 같은 무명작가에게 편집자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 그때 우리 같은 새내기한테 엮는이가 먼저 찾아오는 일은

→ 그즈음 우리 같은 병아리한테 엮는이가 먼저 묻는 일은

25쪽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했던 게 분명합니다

→ 피가 부드럽게 흘렀구나 싶습니다

→ 피가 잘 흐른 듯합니다

43쪽


조금만 혼나도 세상이 무너진 듯 충격을 받는 사람이

→ 조금만 꾸중해도 하늘이 무너진 듯 놀라는 사람이

→ 조금만 다그쳐도 나라가 무너진 듯 흔들리는 사람이

51쪽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즐길 때였습니다

→ 이야기를 하며 거닐 때였습니다

→ 이야기하며 걸을 때였습니다

69쪽


물론 사이비 종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문제가 있습니다

→ 다만 거짓절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얄궂습니다

→ 다만 속임절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걱정스럽습니다

95쪽


요즘 사람들의 저향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못 견디는지

→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못 배기는지

113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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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무사안일



 너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에 고생했다 → 네 탱자탱자 때문에 애먹었다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선언에 → 흥청질을 깨부수겠다는 말에

 무지와 무사안일로 인해 → 어리석고 흐느적거린 탓에 / 얼뜨고 얼렁뚱땅 탓에

 공무원의 무사안일이 심각한 수준이다 → 벼슬꾼이 너무 흐물흐물하다

 복지부동(伏地不動)하면 당연히 무사안일하지요 → 게으름 하면 마땅히 탱자질이지요


무사안일(無事安逸) : 큰 탈이 없이 편안하고 한가로움. 또는 그런 상태만을 유지하려는 태도



  한갓지거나 느긋하게 있되 걱정을 안 하면서 논다면, ‘흥청망청·흥청질·흥타령’ 같은 말이 어울립니다. ‘놀고먹다·탱자탱자·탱자질’도 어울리고 ‘걱정없이·생각없이’라 할 수 있어요. ‘아무렇게나·함부로·얼렁뚱땅’이라 하거나 ‘굼뜨다·꾸물꾸물·더디다·느리다’나 ‘흐느적거리다·흐물흐물·뺀질거리다’라 해도 되어요. ‘미루다·유들유들·게으르다’나 ‘기다·기어가다·잘 살다·잘 있다’라 할 수 있어요. ‘슥·쓱·슬쩍·슬며시’나 ‘살그머니·슬그머니·살짝·살며시’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늘 무사안일하에 지냈던 학생 시절

→ 늘 걱정없이 지냈던 어릴때

→ 늘 생각없이 지냈던 지난날

→ 늘 탱자탱자 지냈던 어릴적

→ 늘 흐느적대며 배우던 무렵

→ 늘 흐물흐물했던 배우던 때

《추억의 에마논》(카지오 신지·츠루타 겐지/정은서 옮김, 미우, 2012) 19쪽


그 자리만 무사안일주의로 넘겨보려는 토그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뺀질뺀질 넘겨보려는 수다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슬그머니 넘겨보려는 말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얼렁뚱땅 넘겨보려는 얘기만 늘어놓고!

《울어라 펜 4》(시마모토 카즈히코/이정운 옮김, 미우, 2024)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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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형제자매



 우리 형제자매들은 밤새 → 우리 언누이는 밤새

 각지에 살던 형제자매들이 모여 → 곳곳에 살던 한집안이 모여

 전부 형제자매로 수용했다 → 다 이웃으로 받아들였다


형제자매(兄弟姉妹) : 남자 형제와 여자 형제를 아울러 이르는 말



  한집안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를 가리킬 적에는 ‘한배·한동아리·한울·한울타리’나 ‘하나·하나꽃’이나 ‘한터울·함께·같이’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나란히·나란꽃·나란마을’이나 ‘언니동생·언누이·오누이’라 해도 되어요. ‘집또래·한또래’나 ‘한집·한집안·한집꽃·한지붕·한꽃집’이라 할 만합니다. 때로는 ‘동무·둘·두 사람·또래’나 ‘모두·모조리·몽땅·다·다들’로 나타낼 자리가 있어요. 수수하게 ‘아이·아이들’이나 ‘여러분·여러사람·여럿’으로도 나타냅니다. ‘옆마을·이웃·이웃사람·이웃마을’로 빗대는 자리도 있어요. ㅍㄹㄴ



야생의 형제와 자매들을 관찰해서 그들의 말을 잘 듣고, 항상 그들을 존경과 예의로 대하라

→ 들에 사는 언니동생을 살펴보며 들빛말을 잘 듣고, 늘 들또래를 섬기고 바르게 맞아라

→ 숲메 이웃을 살펴보며 숲말을 잘 듣고, 늘 숲메 이웃을 섬기고 곱게 마주해라

→ 푸른 언누이를 살펴보며 푸른말을 잘 듣고, 늘 섬기고 깎듯이 맞이해라

《벌거숭이 왕자 덜신》(C.W.니콜/서혜숙 옮김, 논장, 2006) 92쪽


꼭 형제자매하고 같이 잠자는 것 같은데

→ 꼭 언누이하고 같이 잠자는 듯한데

→ 꼭 모두하고 같이 잠자는 듯한데

《베로니카, 넌 특별해》(로저 뒤봐젱/김경미 옮김, 비룡소, 2008) 6쪽


친정의 형제자매끼리 소식을 나누고 지내는 조촐한 집도 있다

→ 엄마집 한터울끼리 얘기를 하고 지내는 조촐한 집도 있다

→ 옛집 언니동생끼리 이야기하고 지내는 조촐한 집도 있다

《사람, 참 따뜻하다》(유선진, 지성사, 2009) 92쪽


형제자매 중 유명한 아버지 때문에 가장 힘들어했던 사람이 누구냐고

→ 한집안 가운데 잘난 아버지 때문에 가장 힘든 사람이 누구냐고

→ 한지붕에서 이름난 아버지 때문에 가장 힘든 사람이 누구냐고

《암실 이야기》(귄터 그라스/장희창 옮김, 민음사, 2015) 223쪽


1999년부터 택배를 해온 형제자매와 다름없는 일월물류 식구들이 그 뿌리입니다

→ 1999년부터 짐나래를 해온 한또래와 같은 일월물류 사람들이 이 뿌리입니다

→ 1999년부터 짐날개를 해온 나란꽃과 같은 일월물류 분들이 이 뿌리입니다

《배달 일기》(최진, 한티재, 2016)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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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원격조작



 원격조작이 가능한 시대이다 → 먼손으로 하는 때이다

 보통 원격조작으로 작업한다 → 으레 먼손길로 일한다


원격조작(遠隔操作) : [정보·통신] 먼 곳에서 신호를 보내어 기계 장치를 조작하거나 조종하는 일. 공기압이나 유압을 사용하는 기계적 방법과 유선, 무선에 의한 전기적 방법이 있다 = 리모트컨트롤



  멀리 있으면서 다루거나 움직이곤 합니다. ‘먼손·먼손꽃·먼손길’일 테지요. 멀리 있어도 다 보고서 다룬다는 뜻으로 ‘먼눈·먼꽃·먼보기’나 ‘멀리보다·멀리보기’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원격조작으로 변경해야짓짜

→ 먼보기로 바꿔야짓짜

→ 멀리보기로 돌려야짓짜

《시끌별 녀석들 15》(타카하시 루미코/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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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2.

숨은책 1021


《고전만화시리즈 1 자연의 피리소리 莊子》

 채지충 글·그림

 김낙진 옮김

 눈

 1988.3.27.



  알아보는 눈이란, 이제까지 몰랐던 눈입니다. 알아보려는 눈이란, 아직 모른다고 받아들이는 눈입니다. 알아가는 눈이란, 즐거우면서 고맙게 배우려는 눈입니다. 알아보지 않는 눈이란, 여태까지도 몰랐고 앞으로도 안 알려는 눈입니다. 안 알아보는 눈이란, 나부터 마음빛을 안 들여다보면서 이웃 마음밭도 안 살피는 눈입니다. 《고전만화시리즈 1 자연의 피리소리 莊子》는 1988년에 나온 한글판입니다. ‘채지충 그림꽃’을 이때부터 옮겼으려나 싶은데, 좀더 일찍 눈여겨보거나 알아챈 분도 있을 테지요. 처음에는 “내가 이곳에 태어난” 줄 알아챕니다. 이윽고 “나를 낳은 어버이”를 알아챕니다. 어느새 “나랑 너(어버이)가 함께 숨을 쉬는 이 별”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나랑 너(모든 숨빛)로서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는 길”을 알아채고, 이제부터 삶이라는 나날을 알아채요. 사람은 나비를 지켜보면서 배우고, 나비는 사람을 살펴보면서 배웁니다. 누구나 서로 배우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문득 사랑을 가르칩니다. 작은씨 한 톨이 깨어나듯 눈을 뜨면서 마음을 틔웁니다.


책자취에 : 1987년 7월 기획을 시작하고, 1987년 11월 편집을 완료하다. 1988년 1월 순서에 따라 제작에 들어가, 1988년 2월 말 인쇄와 모든 과정을 거친 후, 1988년 3월 27일 초판 1쇄를 발행하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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