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28 : 점점 길어졌


숲이 점점 길어졌다

→ 숲길이 더 잇는다

→ 숲길이 더 나온다

→ 숲이 더 깊다

《늦여름》(호리 다쓰오/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 31쪽


“숲이 길어진다”고 하면 무슨 뜻일까요? 숲은 나무가 우거진 곳이기에 ‘길어질’ 수 없습니다. 숲은 ‘늘다’나 ‘퍼지다’나 ‘뻗다’로 나타냅니다. 숲이 늘거나 퍼지거나 뻗으면서 숲이 ‘넓’어요. 이 보기글에서 ‘길어졌다’는 ‘숲길’이 “더 나온다”를 나타낸다고 느낍니다. 이럴 적에는 “숲길이 더 나온다”나 “숲길이 더 잇는다”로 다듬어요. 또는 “숲이 더 깊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점점(漸漸) : 조금씩 더하거나 덜하여지는 모양 ≒ 초초(稍稍)·점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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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하나하나 가다듬어 (2024.9.27.)

― 부산 〈파도책방〉



  걸을 적마다 곧잘 한 발 두 발 셉니다. 몇 걸음 만에 닿는지 세지는 않습니다. 제가 내딛는 발걸음이 알맞게 뚜벅뚜벅 흐르는지 살핍니다. 어릴적에 썩 잘 달리지 못 했을 뿐 아니라, 잘 걷지 못 했습니다. 저더러 “너 참 이상하게 걷는다?”며 놀리는 동무나 언니가 수두룩했어요. 사람으로 붐비는 곳에 심부름을 가야 할 적마다 땀을 뺍니다. ‘다들 내 걸음새를 놀리지 않을까? 비웃지 않을까?’ 하고 조마조마합니다.


  막상 어느 곳에 가든 제 걸음결을 지켜보거나 놀리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무래도 한마을 동무나 배움터 또래는 유난히 지켜보면서 놀릴 뿐입니다. ‘나는 왜 툭하면 앓고, 걸음새도 다른 사람처럼 안 될까?’ 하고 한숨을 짓다가도 발걸음을 세기로 합니다. 바닥을 보며 하나둘셋넷 닷엿일여 이렇게 세며 스스로 맞춥니다. 여덟 열여섯 서른들 예순넷 차근차근 디디려 합니다.


  더구나 혀짤배기에 말더듬이라서 말까지 쭈뼛쭈뼛합니다. 둘레에서는 “왜 그리 먼길을 걸어가?” 하며 갸우뚱하지만, 일부러 걷고 또 걷습니다. 걸으면서 발걸음을 맞추려 하고, 왼발과 오른발이 알맞게 나아가도록 다스립니다. 아무도 없는 좁은 쇳길(철길)을 디디며 한나절 거닐며 혼자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합니다. 누가 안 보는 데라면 말소리도 잘 나오고 걸음걸이도 반듯합니다. 어린날 이렇게 열 해 남짓 보내면서 조금씩 다리매와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부산으로 찾아옵니다. 첫가을 낮나절은 후끈합니다. 다만 버스나 전철은 서늘합니다. 길은 덥고 쇠(교통편)는 춥습니다. 보수동에서 버스를 내려 〈파도책방〉으로 걸어갑니다. 여러 책집 곁을 스치기에 모든 책집지기한테 절을 합니다. 보수동 모든 책집지기를 아니까요.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 “네, 아주 부산사람이 되다시피 자주 옵니다.” “우리 집에는 안 들르나?” “네, 다음달에 오면 그때 들르겠습니다.”


  어떻게 우리말을 돌아보고 살피는 살림을 짓는지 곧잘 되새깁니다. 더듬거리는 말을 가다듬으려고, 왼오른발이 늘 헛나가는 매무새를 다듬으려고, 서툰 팔놀림과 손놀림을 추스르려고, 언제나 사람 아닌 깨비를 맨눈으로 마주하는 하루를 다독이려고, 늘 천천히 걸으면서 되새깁니다.


  말더듬이 어린날을 보낸 적 없으면 모를 테고, 고삭부리 어릴적을 치르지 않았으면 모르겠지요. 그러나 저도 모르는 일이 많기에 여러 이웃을 만나고 온갖 책을 읽습니다. 나를 읽고 너를 이으며 우리가 새롭게 서는 이 마을에서 살림하려고 합니다.


ㅍㄹㄴ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 33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윤동주, 미래사, 1991.11.15.)

- 청록서점

《물은 답을 알고 있다 2》(에모토 마사루/양억관 옮김, 나무심는사람, 2003.4.11.첫/2005.5.10.8벌)

《답사여행의 길잡이 5 전남》(한국문화유산답사회, 돌베개, 1995.7.15.첫/2000.6.10.10벌)

《병든 의료》(셰이머스 오마호니/권호장 옮김, 사월의책, 2022.6.10.)

《곰과 인간의 역사》(배른트 브루너/김보경 옮김, 생각의나무, 2010.4.7.)

《행동하는 양심으로》(김대중, 금문당, 1985.6.8.)

《もりのひなまつり》(こいで やすこ, 福音館書店, 1992.3.1.첫/2017.1.1.24벌)

- 숲에서 어린순이날

《星につたえて》(安東みきえ 글·吉田尙令 그림, アリス館, 2017.12.22.첫/2018.1.23.2벌)

- 별한테 속삭여

- 해파리랑 빗자루별

- 《별에게 전해줘》(안도 미키에 글·요시다 히사노리 그림/고향옥 옮김, 살림, 2022.3.30.)

《누구나 쉽게 가꾸는 건강채소 60종》(마츠키 게이코·기쿠치 히데오·나가도모 유우코/이광식 옮김, 동학사, 2001.3.23.첫/2003.1.18.3벌)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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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셀러리celery



셀러리(celery) : [식물] 산형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는 60~90cm이며, 잎은 우상 복엽이다. 6∼9월에 흰색 꽃이 피고 전체에 향기가 있어 식용으로 재배한다. 습지에서 저절로 나는데 북아프리카, 서아시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 양미나리

celery : 셀러리

セロリ(celery) : [식물] 셀러리, 산형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영어 ‘celery’는 그냥 이 소리대로 ‘셀러리’라 할 수 있되, 우리 나름대로 풀어내어 ‘굵은미나리’나 ‘굵미나리’라 할 만합니다. 참으로 미나리를 닮았으나 한결 굵고 크거든요. ㅍㄹㄴ



접시 위에 샐러리가 없다 싶더니 수프 안에 있었다

→ 접시에 굵미나리가 없다 싶더니 국에 있다

《늦여름》(호리 다쓰오/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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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3.9.

오늘말. 다짜고짜


그저 합니다. 다짜고짜 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지요. 아무렇게나 안 합니다. 수월히 맞아들여요. 어설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넉넉잡고 나눕니다. 어줍게 주거나 받지 않습니다. 답치기라면 사납습니다. 망탕으로 하니 철없습니다. 들이대지 말아요. 천천히 추려서 수수하게 걸으면 즐겁습니다. 남이 보면 내 몸짓은 바보 같을 만합니다. 누가 보면 참 멍청하게 군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러나 다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가볍게 흘려들으면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투박하게 일구는 두 손으로 굵고짧은 나무줄기를 살며시 토닥입니다. 섣부르게 내미는 손바닥에 앉는 새는 없습니다. 우격다짐으로 뻗는 팔에 다가오는 나비는 없습니다. 어정쩡하게 서지 말아요. 그대로 서요. 생각없이 굴지 말아요. 흔한 몸짓 같다지만, 나무 곁에서 나무처럼 고요히 서면 새도 나비도 우리 어깨에 내려앉습니다. 자그마한 마당에 서서 구름을 바라봅니다. 구름조각을 낱낱이 헤아립니다. 풀꽃나무를 잊기에 얼치기로 뒹굴고, 해바람비를 잃기에 좀스럽구나 싶습니다. 아이는 마냥 코흘리개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단출히 하늘빛입니다. 아이 곁에서 나란히 하늘숨을 마십니다.


ㅍㄹㄴ


그저·그대로·그냥·마냥·이냥·한낱·흔한·아무·아무렇게나·함부로·쉽다·수월하다·가볍다·수수하다·홑·낱·낱낱·하나·단출하다·깔끔하다·굵고짧다·추리다·간추리다·솎다·작다·줄다·줄줄이·짧다·어설프다·어수룩하다·섣부르다·어정쩡하다·너끈하다·넉넉잡다·넉넉하다·넋나가다·어줍다·얼간이·얼나가다·얼뜨기·얼치기·덮어놓고·무턱대고·다짜고짜·들이밀다·달려들다·답치기·덤비다·들이대다·치닫다·마구·망탕·막하다·비리다·바보·멍청하다·모르다·생각없다·설렁설렁·쑥·우격다짐·턱·탁·톡·툭·투박하다·졸때기·좀스럽다·쪼르르·코흘리개·처음·철없다·허술하다 ← 단순(單純), 단순화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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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3.9.

오늘말. 골목집


가난한 집이 모였으면 가난골이거나 가난마을입니다. 가난굴이기도 할 텐데, 돈이 적은 살림을 꾸리는 집집이 조촐히 모인 골목집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돈이 적은 살림이지만, 다른 눈으로 보면 돈보다 손길과 발걸음으로 가꾸는 골목길이라 할 만합니다. 나무 한 그루를 곁에 놓으면서 노래하는 마을입니다. 꽃씨와 나물씨를 심고서 꾀꼬리에 동박새에 박새를 부르는 고을입니다. 해와 바람을 고르게 나누면서 어울리는 골목이에요. 누구나 봄볕을 품에 안아요. 서로서로 돌보는 터전입니다. 마을사람도 쉬는 뜰이고, 나그네도 다리를 쉬는 마당입니다. 아무것이 없는 집이란 없습니다. 이 나무 한 그루를 봐요. 이 풀꽃 한 송이를 들여다봐요. 꽃잎을 쓰다듬는 손끝에서 꽃노래가 흐릅니다. 풀잎을 어루만지는 손바닥에 별빛이 부드러이 감돕니다. 너하고 나는 노래지기에 살림지기입니다. 나랑 너는 소리빛에 살림빛입니다. 돈더미나 돈덩이가 있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스스럼없이 아우르는 사랑씨 한 톨이 있기에 즐겁습니다. 이 쉼터로 마실을 합니다. 저 쉼뜰로 찾아갑니다.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사근사근 수다를 이룹니다.


ㅍㄹㄴ


골목·골목길·골목집·가난마을·가난골·가난골목·가난굴·테·테두리·우리·울·품·품속·품꽃·굴·굿·집·돌봄집·돌봄터·보살핌집·보살핌터·속터·숨은곳·숨은터·쉼땅·쉼뜰·쉼터 ← 게토(ghetto)


꽃노래꾼·꽃노래님·꽃노래지기·꽃노래빛·꽃노래별·노래꾼·노래님·노래지기·노래꽃님·노래꽃지기·노래별·노래꽃별·노래샛별·꾀꼬리·소리꽃·소리빛·소리별·소리꽃별·소리샛별 ← 계관시인(桂冠詩人)


것·거시기·거석·더미·덩어리·덩이·몬·무엇·뭣·뭐·아무·아무것·아무개 ← 비인칭(非人稱)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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