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3.20.

오늘말. 사로잡다


모든 길은 그저 앞에 있습니다. 따로 열린눈으로 가거나 트인마음으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냥 가볍게 나아가면서 가슴을 폅니다. 어느 길이건 무엇을 배울는지 생각을 하면서 하나하나 짚는 동안 호젓이 넘나들어요. 애써 짐을 벗거나 얹지 않습니다. 무거우면 나누면서 홀가분하게 걷는 삶길입니다. 눈이 가는 쪽으로 먼저 갈 때가 있고, 누가 잡아끌지 않더라도 스스럼없이 갑니다. 사로잡아야 가지 않아요. 빠져들기에 쏠리지 않습니다.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듯 새롭게 배우고 익히면서 즐거울 삶인 오늘입니다. 아름답기에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시늉으로 호리려 들면 빙그레 웃으면서 넘어갑니다. 마음대로 하지는 않아요. 마음껏 하면서 마음꽃을 피웁니다. 멋대로 할 까닭이 없어요. 머드러기로 가다듬을 곳을 살피면서 머리와 마음과 몸에 고루 담으면서 날갯짓을 할 길을 헤아립니다. 내 눈과 네 눈이 모이면서 우리가 함께 바라보기에 온눈입니다. 외눈으로는 온눈빛을 못 이뤄요. 오롯이 사랑을 담으면서 어화둥둥 춤사위를 이룰 적에 비로소 혼넋이요 홀얼입니다. 날마다 눈부신 햇살입니다. 나날이 곱게 맺는 이슬입니다. 천천히 한 발 내딛어요.


ㅍㄹㄴ


열린마음·열린뜻·열린눈·열린숨결·트인뜻·트인눈·트인숨결·트인마음·가볍다·가슴펴다·넘나들다·날개·날갯짓·날개펴다·활개·활갯짓·활개치다·마음대로·멋대로·어깨펴다·뜻·마음·마음꽃·생각·온눈·온눈길·온눈빛·온눈꽃·제뜻·짐벗이·짐을 벗다·호젓하다·혼넋·혼얼·홀넋·홀얼·홀가분하다 ← 자유의지, 자유의사


사로잡다·이끌리다·끌다·끌리다·끌어당기다·당기다·달갑다·반하다·마음에 들다·마음이 가다·눈길을 끌다·눈이 가다·넘어가다·빠지다·빠뜨리다·빠져들다·빨아들이다·빨다·빼앗다·앗다·사랑·사랑스럽다·어화둥둥·잘·잘되다·잘 듣다·잘 받다·잘팔리다·잘하다·잠기다·잡아끌다·잡아당기다·즐겁다·즐기다·폭 빠지다·폭 잠기다·풍덩·돋보이다·눈부시다·멋지다·아름답다·곱다·호리다·후리다 ← 매혹(魅惑), 매혹적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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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9.

숨은책 1026


《농업기술 100호》

 김인환·이재용 엮음

 농촌진흥청

 1974.4.



  헌책집에 다니면서 마주하는 숱한 묵은책을 놓고서 “수집가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을 책”이라고 여기는 분이 꽤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수집가’가 아닐 뿐더러, ‘책모으기’를 안 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책수집가’인 분들은 묵은책을 값싸게 모아들여서 국립도서관·대학도서관·박물관 같은 데에 웃돈을 얹어서 파는 줄 압니다. 사잇장사를 하는 셈인데, ‘사잇장사·책수집가’는 으레 “돈 좀 있는 글바치”가 헙니다. 《농업기술 100호》는 용케 사잇장사 손에 안 넘어갔습니다. 이 얇은 나라책(국가홍보물)은 제법 흔하거든요. 1974년에 100걸음째 나온 《농업기술》을 펴면 ‘뒷그루’나 ‘가온씨’처럼 우리말을 살려쓴 보기를 곳곳에서 엿봅니다. 다만, 몇몇 낱말은 살려쓰되, 이 낱말을 뺀 글결은 모조리 일본말씨입니다. 이때에 한참 생각해 봅니다. 낱말 몇몇을 살려쓰면 아름다울까요? 몇 낱말은 살려쓰되 통째로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라면 그저 얄궂은 민낯으로 여기고 끝내야 할까요? 살려쓴 몇 낱말을 고이 아끼되, 통째로 얄궂은 일본말씨를 하나하나 가다듬고 털어내는 길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땅에 죽음거름(화학비료)을 들이부어서 더 많이 뽑아내려는 ‘푸른물결(녹색혁명)’은 오히려 시골에도 서울에도 이바지하지 않았습니다. 알맞게 거두어 알맞게 나누어야 쌀값이 제자리를 찾고, 누구나 ‘아름쌀’을 누리면서 ‘아름나라’로 피어난다고 봅니다.


- 총화유신의 해

- “쌀 3000만석 돌파, 녹색혁명 완수”

- 보리 뒷그루

- 벼 가온씨(中生種) : 벼가 자라는기간은 품종에따라 각각 다르지만 대체로 올씨, 가온씨 및 늦씨로 구분할 수 있다. (3쪽)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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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9.

숨은책 1025


《캔디♡캔디 7》

 이가라시 유미꼬 글·그림

 김두순 옮김

 일신사

 1979.9.15.



  어릴적에 모든 그림꽃(만화)을 그냥 다 보았습니다. 어른들이 보는 새뜸(신문)은 온통 한자투성이였으나 한칸이나 네칸짜리 그림꽃은 그냥 그림만 보아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그림(순정만화)은 순이끼리 보아야 하거나, 놀이그림(소년만화)은 돌이끼리 보아야 한다고 금을 긋는 또래가 많아요. “넌 남자가 왜 순정만화를 봐?”라든지 “왜 여자가 소년만화를 봐?” 하고 나무라거나 놀립니다. 《캔디♡캔디》이든 《유리가면》이든 누구나 읽으면서 마음을 나눌 노릇일 텐데, 더구나 온누리는 ‘순이끼리만’ 살지 않고 ‘돌이끼리만’ 살지 않습니다. 온누리는 순이돌이가 함께 땀흘리고 마음쓰고 사랑을 기울이는 바탕이기에 아름답게 흐릅니다. 배움터나 일터뿐 아니라 마을에는 으레 순이돌이가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서로서로 무엇을 즐기고 어떤 이야기로 즐거운지 스스럼없이 빗장을 열고서 만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누구끼리 보는’ 글이나 그림이 아닌, ‘누구는 넘보지 않아야 할’ 글이나 그림이 아닌,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고 살피는 징검다리인 글과 그림과 책이지 싶습니다. 1979년에 나온 《캔디♡캔디》는 책끝에 옮김이가 “대학교수를 쉬고서 살림꾼(가정주부)으로 일한다”고 밝힙니다. 살림꾼도 틀림없이 일(직업)입니다. 살림을 받치고 보금자리를 일구고 온누리를 가꾸는 아름일입니다.


역자 소개 : 이화여고 졸업. 이화여대 졸업. 이화여대 대학원 졸업. 이화여대 법정대학(법학) 교수를 지냄. 현재는 가정주부로 있음.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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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의 달인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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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19.

노래책시렁 484


《삼행시의 달인》

 박성우 글

 홍그림 그림

 창비

 2020.12.11.



  ‘일행·이행·삼행·사행·오행’은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한줄·두줄·석줄·넉줄·닷줄’입니다. 나이를 “한 살·두 살·세 살·네 살”로 세는 우리말씨입니다. “일 세·이 세·삼 세·사 세”는 그저 일본말씨입니다. 중국에서 들여오고 일본에서 퍼뜨린 ‘시(詩)’일 텐데, 이제 우리는 우리 아이들하고 두런두런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를 때입니다. 《삼행시의 달인》을 보면, “-의 달인”도 일본말씨입니다. 글쓴이가 처음부터 스스로 ‘달인’이라고 자랑하는 얼거리로 어린이한테 어떤 말씨(말씨앗)를 물려줄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모든 어른은 아이곁에서 어질고 슬기롭고 아름답고 참하고 착할 노릇입니다. ‘자랑’하거나 ‘잘하는’ 재주를 보이려 한다면, 어른이 아닌 꼰대입니다. 《삼행시의 달인》은 ‘석줄글’이라고 내세우는 얼개인데 막상 ‘석줄노래’만 담지 않아요. 두줄글이나 넉줄노래도 섞습니다. 아리송합니다. 그냥 석줄글만 엮으면 될 텐데요. 저라면 ‘하늘빛’이라는 낱말부터 석줄글을 열겠습니다. ‘하루를 살면서 / 늘 네 곁에서 / 빛나는 눈망울”처럼 쓰려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말장난 아닌 말놀이와 말노래를 나누어야 어른이요 이웃이며 동무입니다. 일부러 웃기려 하거나,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말아요. 어린이야말로 하늘이고, 우리 어른도 늘 아이빛이라는 숨결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꾸미거나 치레하지 맙시다. 언제나 오늘을 함께 하늘빛으로 바라보고 어깨동무하면, 모든 말씨는 어느새 노래로 피어나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그네 타러 갈까?

네, 지금 바로 가요! (그네/20쪽) 


사랑스러운 내 세뱃돈에 들어 있다 (신사임당/26쪽)


순식간에 나쁜 적을 무찌른 최고의 장수

신기한 배 거북선으로 적을 무찌른 우리의 영웅! (이순신/50쪽)


오, 하고 말하면 눈도 같이 오- 동그래져요 (오이/86쪽)


+


《삼행시의 달인》(박성우, 창비, 2020)


읽고 쓰는 건 신나고

→ 읽고 쓰면 신나고

5쪽


흔히 삼행시라고 하는

→ 석줄글이라고 하는

→ 석놀노래라고 하는

5쪽


우물 안의 개구리는

→ 우물개구리는

6쪽


박수를 치는 건 밥 먹은 물개

→ 박박 치는 밥 먹은 물개

→ 손뼉 치는 밥 먹은 물개

7쪽


지우개가 들어 있어

→ 지우개가 들었어

→ 지우개가 있어

14쪽


위에서 눌러 보고 아래서 들어 봐도

→ 위에서 눌러 보고 밑에서 들어 봐도

16쪽


네, 지금 바로 가요

→ 네, 바로 가요

20쪽


사랑스러운 내 세뱃돈에 들어 있다

→ 사랑스러운 내 절돈에 있다

26쪽


순식간에 나쁜 적을 무찌른 최고의 장수

→ 순 눈빛으로 무찌른 으뜸 어른

→ 확 나쁜무리 무찌른 빛나는 분

50쪽


오, 하고 말하면 눈도 같이 오- 동그래져요

→ 오, 하고 말하면 눈도 같이 오 등그래요

8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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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읽기의 혁명 - 비루한 삶도 고귀한 삶도 부활한다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4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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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19.

인문책시렁 390


《니체 읽기의 혁명》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4.10.25.



  한자말 ‘혁명’을 좋아하는 분이 많더군요. 좋아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만, 이제는 우리말로 나타내는 길도 살펴야지 싶습니다. 갈아엎든, 뒤엎든, 갈아치우든, 엎든, 뒤집든, 바꾸든, 고치든, 새로짓든, 어린이 곁에서 함께 나아갈 새길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갈아엎을 줄 아는 사람은 갈고닦습니다. 바꿀 줄 아는 사람은 바라봅니다. 뒤엎을 줄 아는 사람은 앞뒤를 살핍니다. 고칠 줄 아는 사람은 곱게 여밉니다. 새길을 찾는 사람은 멧새하고 나란히 노래하는 숲살림을 사랑합니다.


  안 바꾸는 사람이란 고인물이고, 고이는 물이란 썩는 물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갈아엎기를 바랄 적에는 여태까지 낡은 틀로 사람들을 옥죄던 수말(남성가부장권력용어) 가운데 하나인 ‘혁명’부터 끌어내릴 노릇입니다.


  《니체 읽기의 혁명》을 읽었습니다. 여러모로 보자면 “니체 새롭게 읽기”입니다. 낡은 굴레로 가두던 ‘읽기’가 아닌, 새나라와 새길과 새숲과 새사람을 바라보려는 ‘읽기’이니 “니체를 새롭게 잇는다”처럼 바라볼 수 있어요. 이으려면 먼저 읽습니다. 먼저 읽고서 익힐 적에 뜻을 이루게 마련이고, 이때에 가만가만 잇는 삶입니다.


  우리말은 ‘헌책’입니다. ‘고서’는 일본말입니다. 일본에서 쓰는 ‘고서’는 바탕이 ‘헌책’이고 ‘옛책’도 ‘고서’로 아우릅니다. ‘헌책집(고서점)’은 책만 팔거나 다루지 않아요. “책을 이미 읽은 사람 손길”이 만나고 이어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헌책집을 드나드는 모든 헌책과 옛책은 “책을 쓴 사람, 책을 펴낸 사람, 책을 사고파는 사람, 책을 읽은 사람”이라는 네 가지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꾸린 손빛이 흐르는 곳입니다.


  이런 얼거리를 느껴서, 저는 꽤 예전부터 ‘헌책(고서)’을 가리키는 다른 우리말로 ‘손길책·손빛책’이라는 낱말을 지어 보기도 했습니다. 헌책집에서 만나는 모든 책은 ‘헌책’이라는 ‘상품’이면서, ‘손길·손빛’이 닿은 ‘이야기’와 ‘삶’이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돈으로는 살 수 없지만, 돈으로도 고맙게 사서 누리는 우리 이웃 삶이야기까지 배우는 빛나는 이음꽃이라고도 느낍니다.


  ‘헌책’이라는 낱말에서 ‘허’는 ‘허허벌판’이라는 낱말에서 쓰는 ‘허’하고 맞닿고, ‘하늘’이라는 낱말에서 쓰는 ‘하’하고 나란합니다. 그래서 헌책이라는 읽을거리를 곰곰이 짚으면서 곱게 품을 줄 안다면, ‘헌책 = 한책(하늘책)’인 줄 깨닫습니다.


  독일사람이라기보다 ‘그냥 사람’인 니체라고 한다면, ‘그냥 사람’인 니체를 어떻게 느끼고 읽고 새겨서 이을 적에, 온누리를 새롭게 짓고 가꾸고 일구는 어진 눈빛일는지 처음부터 다시 살필 수 있어요. 그저 깨부수기만 해서는 깨닫지 않아요. 알을 깨고 나오듯, 하나씩 새롭게 알아가려고 할 적에 깨닫습니다. 오늘부터 한 걸음씩 의젓하게 내딛을 이웃님을 그립니다.


ㅍㄹㄴ


무릇 인식에 관점을 중시한 니체가 경고했듯이 누군가의 철학에 다가설 때 자신의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8쪽)


학계의 냉소와 비난에 초연해진 니체는 다시 책쓰기에 나섰다. (28쪽)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적바림한 자료들이 그만큼 풍부했다는 뜻이다. 거의 날마다 걸은 산책길에서 움튼 생각을 곧바로 수첩에 기록했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더 큰 공책에 옮겨 적었다. (43쪽)


은둔하며 고독을 즐긴 그에게 ‘고행 수도사’라거나 ‘염인주의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면서도 철학 교수들이 강단 철학으로 밥벌이를 하며 난삽한 용어로 대중을 현혹한다고 비판했다. ‘대학교에서 철학을 배우려는 것은 인생 낭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60쪽)


니체는 기독교 성직자들이 예수가 가르친 ‘사랑을 통한 구원’ 대신에 신앙을 통한 구원, 부활과 심판에 대한 종말론을 도입했다고 보았다. 더구나 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예수의 뜻을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95쪽)


니체는 물리적·물질적 힘의 추구만으로 극복인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창조적 힘’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164쪽)


니체는 거듭 “자기 자신을 참고 견뎌내기” 위해서 “건강한 사랑으로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새처럼 비상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270쪽)


+


《니체 읽기의 혁명》(손석춘, 철수와영희, 2024)


그의 곡진한 권유가 장엄한 우주론에 터하고 있어서다

→ 그가 드넓은 온길에 터하며 애써 얘기하기 때문이다

→ 그가 놀라운 온숲에 터하며 힘써 밝히기 때문이다

5쪽


스스로 생각의 근육을 키워가야 옳다

→ 스스로 생각힘을 키워가야 옳다

→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내야 옳다

8쪽


학문을 가르친다고 주장하는 강단에서도 내려오라는 모욕적인 비난까지 받았다

→ 배움길을 가르친다고 외치는 곳에서도 내려오라고 까대는 말까지 들었다

→ 배움꽃을 가르친다고 외치는 곳에서도 내려오라고 깔아뭉개는 말까지 들었다

27쪽


몸의 고통이 길어지면서

→ 오래도록 아프면서

→ 오래도록 앓으면서

29쪽


그의 철학에 고갱이가 될 영원회귀의 우주론을 착상했다

→ 그이 넋에 고갱이가 될 한꽃길을 떠올렸다

→ 그이 생각에 고갱이가 될 늘빛길을 찾았다

→ 그이 눈꽃에 고갱이가 될 온길을 그렸다

33쪽


조용히 눈길을 돌리겠다는 결기엔

→ 조용히 눈길을 돌리겠다고 당차니

→ 조용히 눈길을 돌리겠다고 다부져

34쪽


거의 날마다 걸은 산책길에서

→ 거의 날마다 걸은 길에서

43쪽


정신착락으로 입원한 뒤

→ 넋이 나가 들어간 뒤

→ 미쳐서 드러누운 뒤

47쪽


니체의 깊이를 실감할 매혹적인 물음이다

→ 니체가 깊다고 느낄 아름다운 말이다

→ 니체라는 깊이를 볼 눈부신 말이다

49쪽


인간은 신이 창조했고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다

→ 사람은 하늘이 지었고 홀가분하다

→ 사람은 하늘빛이 낳은 온눈이다

→ 사람은 빛으로 지은 혼넋이다

53쪽


팔리지 않아 파지가 될 수 있다고 면박을 주었다

→ 팔리지 않아 넝마가 될 수 있다고 꾸짖는다

→ 안 팔려서 헌종이가 될 수 있다고 쏘아댄다

58쪽


대가를 치러야 했다. 폐강이 그것이다

→ 값을 치러야 했다. 닫아야 했다

→ 값을 치러야 했다. 내려야 했다

59쪽


문제는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는 고통이 가장 큰 존재가 사람이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 사람은 뜻을 이루지 못할 적에 몹시 괴롭기만 하지 않다

→ 사람은 꿈을 펴지 못할 적에 더없이 힘들기만 하지 않다

67쪽


이 세계의 존속은 논리와 추론이 사라진 무리들의 방종한 행위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 온누리는 말과 생각이 사라진 무리가 멋대로 굴며 굴러간다는 뜻이다

→ 이 터전은 길눈과 생각이 사라진 무리가 마구잡이로 굴린다는 뜻이다

70쪽


잎의 죽음을 재촉하는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오고 있다

→ 잎을 떨구는 바람이 나한테 불어온다

→ 바람은 잎을 흔들며 나한테 불어온다

73쪽


그의 글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다

→ 그가 쓴 글에서 볼 수 있다

→ 그이 글에서 찾을 수 있다

75쪽


신비한 계시라는 이름 아래

→ 놀랍게 밝히는 말이라면서

→ 남달리 보인다고 이르며

→ 빛으로 깨우친다면서

97쪽


신의 죽음을 받아들여 더는 유일신을 믿지 않게 된 사람들은

→ 죽은 님을 받아들여 더는 하나님을 안 믿는 사람들은

→ 죽은 빛을 받아들여 더는 하늘빛을 안 믿는 사람들은

103쪽


“존재의 가장 내적 본성이 힘에의 의지”이기에 “누가 힘을 원하는가?”라는 물음은 “불합리한 질문”이라고 주장한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에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 “살아가자면 힘에 기대”기에 “누가 힘을 바라는가?” 하고 물으면 “옳지 않다”고 대꾸한다. “삶이란 힘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 “살려면 힘이 있어야 하”기에 “누가 힘을 비는가?” 하고 물으면 “알맞지 않다”고 말한다. “살며 힘을 쓰”기 때문이다

115쪽


오전 오후의 두 산책길에서

→ 아침낮으로 거닐면서

→ 아침과 낮게 걸으면서

121쪽


예술 경험의 효과를 삶의 진정제가 아니라 촉매제로 본 니체는

→ 니체는 멋빛이 삶을 다독이기보다 북돋운다고 보며

→ 니체는 꽃살림이 삶을 달래기보다 북돋운다고 보고서

136쪽


몸의 영원한 부활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부활이다

→ 가없이 살아나는 몸보다 가없이 살아나는 삶이다

→ 몸이 아닌 마음이 언제나 날아오른다

155쪽


창조적 힘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 새힘을 반드시 내야 한다

→ 반드시 새롭게 힘내야 한다

164쪽


그래야 새처럼 비상할 수 있다

→ 그래야 새처럼 날 수 있다

→ 그래야 새처럼 날아오른다

27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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