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왜 그랬을까? 글로연 그림책 36
이셀 지음 / 글로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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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3.17.

그림책시렁 1557


《코끼리는 왜 그랬을까?》

 이셀

 글로연

 2023.11.25.



  그림책 《코끼리는 왜 그랬을까?》를 읽는 내내 “코끼리를 빗대어 왜 이렇게 그릴까?” 싶더군요. 굳이 코끼리를 빗대지 말고서, ‘사람’으로 그리면 됩니다. 사람을 그리기가 어렵다고 여기는 분이 많은데, 사람을 이야기하려면 사람을 그려야 맞습니다. 애꿎게 코끼리를 끌어들여서 ‘코끼리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까닭이 없습니다. 코끼리는 힘으로 고지식하게 밀어붙이는 숨빛이지 않습니다. 코끼리는 힘이 아닌 ‘두레사랑’으로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푸근빛’을 밝히는 짐승입니다. 어느 짐승이든 다 웃고 웁니다만, 코끼리는 뭇짐승 가운데 눈물을 매우 굵고 짙게 흘릴 줄 알아요. 코끼리는 커다랗고 묵직한 몸집이라고만 여기는 분이 많지만, 코끼리는 가볍게 하늘을 날 줄 아는 짐승이기도 합니다. 코끼리를 그리려 하면, 코끼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고, 왜 웃고 울며, 사람 곁에서 어떤 숲빛과 보금살림을 가르치고 보여주는지 가만히 짚을 일이라고 느낍니다. 오늘날 우리는 ‘두레’를 까맣게 잊는 서울굴레이면서, ‘사랑’을 모르는 채 ‘사랑시늉’에 갇힌 쳇바퀴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잔뜩 모여야 ‘두레’를 이루지 않아요. 너랑 나, 이렇게 ‘둘’부터 둥그렇게 동무를 이루기에 ‘두레’입니다. 사랑이란, 아기를 낳을 씨앗을 몸에 품은 줄 깨달으면서 숲빛으로 철들어서 너랑 나를 잇는 숨결을 어깨동무로 나눌 적에 피어나는 ‘사람길’입니다.


ㅍㄹㄴ


불확실함 속에서도 코끼리처럼 우직한 순수함을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 깜깜해도 코끼리처럼 반듯하게 걷기를 바라며 이 책을 지었습니다

→ 갈팡질팡해도 코끼리처럼 곧게 살기를 바라며 이 책을 그렸습니다

1


풀 속에도 없고 구석진 곳에도 없네

→ 풀밭에도 없고 구석진 곳에도 없네

6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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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의젓하기도 하셨네 - 엄마 어릴 적 마음을 담은 시
박희정 지음 / 꿈꾸는늘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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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3.17.

그림책시렁 1558


《엄마는 의젓하기도 하셨네》

 박희정

 꿈꾸는늘보

 2024.4.



  엄마는 아이를 낳은 뒤에 비로소 얻는 이름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스스럼없이 푸근하게 안고 달래며 노래하는 사랑을 펼 적에 이웃 아이들이 ‘엄마’라고 불러 줍니다. 아빠는 아이를 함께 낳아야 드디어 얻는 이름입니다. 아이를 안 낳더라도 스스로 살림빛을 밝혀서 늘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보살피려는 손길과 매무새려 설 적에는 마을 아이들이 ‘아빠’라고 불러 줍니다. 《엄마는 의젓하기도 하셨네》는 엄마한테서 그리 사랑받지 못 했다고 느끼는 마음이라서 살짝 섭섭하고 서운하지만, 어느새 엄마 나이를 지나가는 ‘나’를 돌아보면서 “지난날 우리 엄마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엄마는 아이한테 사랑한다고 들려주는 말”을 즐겁게 펴기 힘들었겠구나 하고 되새기는 줄거리를 편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 엄마’도 예전에는 ‘아이’였을 텐데, 우리 엄마는 어릴적에 ‘엄마네 엄마’한테서 어떻게 사랑받았을까요? 엄마네 엄마를 낳은 엄마는 어떠셨을까요? 이렇게 차근차근 짚고 살피면서 헤아린다면, 우리 엄마이든 이웃 엄마이든, 엄마한테 섭섭하거나 서운할 일이란 없다고 봅니다. 누구나 스스로 ‘나부터’ 바라볼 일이되, ‘나만’ 보며 맴도는 탓에 ‘나부터’ 제대로 못 보고, 엄마아빠도 엄마와 아빠대로 제대로 못 보느라 서먹서먹하거나 아쉽다고 느낄 수밖에 없구나 싶습니다.


ㅍㄹㄴ


《엄마는 의젓하기도 하셨네》(박희정, 꿈꾸는늘보, 2024)


꿈꾸는 늘보의 새 책으로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기뻐요

→ 꿈꾸는 늘보가 새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기뻐요

→ 꿈꾸는 늘보가 새책으로 다시 절할 수 있어 기뻐요

6쪽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란 나의 유년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 제대로 돌보는 어른이 없던 제 어린날은 무척 아쉽습니다

→ 찬찬히 돌보는 어른이 없던 제 어릴적은 참 아쉽습니다

7쪽


재봉일은 엄마가 가장 오랫동안 하신 부업이에요

→ 엄마는 바늘일을 곁일로 가장 오랫동안 하셨어요

→ 엄마는 옷짓기를 틈일로 가장 오래 하셨어요

8쪽


엄마는 지금도 나보다 수줍음이 많은데

→ 엄마는 요새도 나보다 더 수줍은데

→ 엄마는 아직 나보다도 수줍은데

17쪽


남의 발에 밟히는 걸 숙명처럼 여기다가

→ 남한테 밟혀도 그러려니 여기다가

→ 남이 밟아도 그저 받아들이다가

21쪽


자기 몸은 조금씩 닳아지고 없어지고

→ 내 몸은 조금씩 닳고 없고

→ 이 몸은 조금씩 닳고 없고

21쪽


친구들 편히 놀다 가게 할 거야

→ 동무들 놀다 가라 할래

→ 동무들 느긋이 놀라 할래

23쪽


나도 방 하나만 있으면 좋겠어

→ 나도 칸 하나만 있기를 바라

23쪽


공손히 알려주는 표지판입니다

→ 얌전히 알려줍니다

→ 가만히 알립니다

27쪽


추석이 기다려지는 건

→ 한가위를 기다려

→ 한가위 기다리는데

31쪽


저 눈도 예고없이 사라지겠지

→ 저 눈도 말없이 사라지겠지

→ 저 눈도 소리없이 사라지겠지

46쪽


저는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힘있는 작가도 빼어난 필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명 작가도 못 됩니다

→ 저는 앞에서 힘차게 뛰는 힘있는 그림지기도 빼어난 붓심으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꽃얼굴도 아닙니다

→ 저는 마루에서 빛나게 그리는 힘있는 사람도 빼어난 붓끝으로 이웃 마음을 사로잡는 이름꽃도 아닙니다

5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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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마을의 목공소 웅진 세계그림책 171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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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3.17.

그림책시렁 1405


《도토리 마을의 목공소》

 나카야 미와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2018.1.29.



  오늘날에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자꾸 줄어듭니다. 왼켠에 서려는 분은 ‘노동’을 하고, 오른켠에 서려는 분은 ‘근로·근무’를 하고, 멋(문화·예술)을 하는 분은 ‘작업’을 하고, 벼슬을 쥐려는 분은 ‘업무’를 합니다. 요사이는 둘레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좀처럼 못 봅니다. 《도토리 마을의 목공소》는 그림님이 꾸준히 선보이는 ‘일자리’ 꾸러미일 텐데, 사람을 도토리에 빗대어 북적거리는 마을 한복판에 있는 여러 가게를 다룹니다. 여러 일자리를 보여주는 일이 나쁘지 않다고 여기지만, 어쩐지 ‘돈을 버는 자리’에 좀 치우칩니다. ‘돈벌자리’가 나쁘지는 않되, 굳이 어린이한테 일찍부터 ‘일살림’이 아닌 ‘돈벌자리’로 차리는 가게만 보여주어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무엇보다도 ‘일’이라 한다면, 집에서 엄마아빠 곁에서 살림을 가꾸는 길부터 짚을 노릇입니다. 이다음에는 ‘우리집 밭일’을 다룰 노릇이에요. 이러고서 ‘언니동생하고 어울리는 소꿉놀이’라는 일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이 셋을 바탕으로 삼을 때라야 비로소 온누리 온갖 일거리를 헤아릴 만하지 않을까요? 몇몇 ‘돈벌자리’를 귀염귀염 동글동글 그림결로 보여주는 틀로 꾸러미를 여미면서 오히려 그림맛과 그림멋까지 빛이 바랜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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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11.


《나는 마리 안에 2》

 오시미 슈조 글·그림/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5.11.30.



고흥군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마을쉼터에서 나눠준다고 한다. 아침 10시에 나간다. 면사무소 일꾼 두 분이 앉아서 한 사람 앞에 ‘고흥사랑상품권 30만 원어치’를 종이자루에 담아서 건넨다. 요즈음 살림돈이 바닥으로 가는 길이었다. 지난 2016년에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내려고 막바지 여러 달을 글손질로 보내며 바깥일을 쉬느라, 언니하고 여러 이웃님한테서 살림돈을 빌리며 어찌저찌 버티었다. 요 몇 달은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막판 끝손질을 하느라 다른 일은 쉬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무척 고맙다. 《나는 마리 안에 2》을 돌아본다. 이 그림꽃은 몇 자락 나오다가 훅 사라졌다. 조용히 자취를 감춘 여러 그림꽃을 돌아본다. 벼랑끝으로 치닫는 줄거리를 그릴 수도 있으나, 살림자리를 천천히 보듬으면서 마음씨앗을 고즈넉이 심는 줄거리를 그린다면, 붓끝도 눈길도 차분히 다독일 수 있을 테지. 사람도 짐승도 풀꽃도 헤엄이도 ‘가두리’로 몰아넣으면 머리가 돌고 괴롭고 지친다. “가두는 우리”가 아닌 “바람이 흐르는 하늘(한우리)”일 적에 같이 웃고 같이 숨쉴 수 있다. 오늘은 해가 환하다. 저물녘으로 넘어가면 서늘하다. 그야말로 봄이다. 낮밤이 확 갈리는 새철이다.


#ぼくは麻理のなか #押見修造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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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으뜸재주와 고을빛 (2025.3.15.)

― 부산 〈카프카의 밤〉



  서울이 ‘으뜸고을’일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많고, 일도 많고, 펴냄터와 책집도 많습니다. 그러나 으뜸고을 한 곳만으로는 나라가 굴러가지 않아요. 숱한 작은고을과 시골이 밑바탕을 이룰 노릇이요, 여러 큰고을이 기둥으로 설 노릇입니다.


  비오는 저녁에 부산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이오덕 읽기모임) 11걸음’을 뗍니다. 오늘은 ‘이오덕·윤이상’ 두 분이 부산에서 맺고 얽힌 이음고리를 짚으면서 “걷고 다시 걷고 또 걷는 멧숲길에서 지은 노래”를 이야기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부산은 이 땅에서 “품고 북돋우며 살리는 고을빛”이 아름다워요. 텃사람이든 아니든 살림꽃을 빛내는 즐거운 고을인데, 고을지기는 잘 모르는 듯해요.


  온누리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재주있는(유능)’ 매무새라고 느낍니다. 다 다르게 재주가 있을 뿐, 높은재주와 낮은재주로 가르지 못 한다고 느껴요. 나라(사회·정부)는 자꾸 높은재주를 섬기거나 내세우려 하지만, 우리 스스로 “다 다른 사람한테서 다 다른 빛”을 헤아릴 적에 “재주가 아닌 마음으로 빚고 짓고 가꾸는 살림길”을 읽고 이을 만하다고도 봅니다.


  지난날에는 아이가 “아직 재주는 조금 밭다고 하더라도, 마음씀을 헤아려서 철들어 가는 빛이 대견하구나 싶을” 적에 “훌륭한 아이(어린이·푸름이)”라는 말씨로 추키려는 뜻을 나누려고 했어요. 임금님이 조금 어리숙하더라도 온나라를 너그럽고 넉넉히 헤아리면서 곧은길과 살림길을 펼 적에도 “훌륭한 임금님”이라 일컬었습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엉뚱하게 “재주있는 사람”한테 “훌륭한 재주”처럼 쓰곤 하는데, ‘재주’라면 “남다른 재주”나 “유난한 재주”나 “튀는 재주”나 “빼어난 재주”처럼 써야 알맞은 말씨일 텐데 싶습니다.


  ‘사랑매’라든지 “사랑해서 그랬어”라는 말씨는 아주 틀렸다고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랑이라면 때리거나 칠 수 없거든요. ‘살섞기(성관계)’는 “살을 섞는 몸짓”일 뿐, 사랑이 아닌데, 요즈음에는 ‘연애·애정행각’까지 자꾸 ‘사랑’이라고 뒤집어씌우기도 합니다. 말을 말답게 쓰지 않을 적에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길이 막히고, 말을 말답게 쓰려 할 적에는 마음을 스스럼없이 펴고 나누면서 살림짓기로 잇는다고 느껴요.


  재주를 너무 앞세운 탓에 마음이 뒤틀리거나 뒷짓·몰래짓으로 돈·이름·힘을 크게 벌면 그냥그냥 봐주기까지 하는데, 앞으로 이 땅을 아이들이 물려받아서 새롭게 가꿀 노릇이니, 이제부터는 마음씨를 살피고 말씨를 가다듬는 하루로 바꿀 일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교수대의 비망록》(율리우스 푸치크/김태경 옮김, 여름언덕, 2012.6.16.)

#Reportaz psana na opratce (1947년)

《타락한 저항》(이라영, 교유서가, 2019.3.22.첫/2019.5.17.2벌)

《볼륨디카시선 1 독창》(강미옥과 아홉 사람, 커뮤니케이션볼륨, 2024.9.9.)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5.3.28.)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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