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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 세상을 바꾸다
조르주 상드 지음, 와이 그림, 이인숙 옮김 / 계수나무 / 2009년 1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5.13.
맑은책시렁 346
《멍텅구리, 세상을 바꾸다》
조르주 상드 글
와이 그림
이인숙 옮김
계수나무
2005.4.5.
프랑스말 ‘그리부이(gribouillis)’를 고스란히 이름으로 받은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 아이를 낳은 두 어버이는 빼앗고 가로채고 훔치면서 웃는 나날이라지요. 두 어버이가 낳은 다른 아이들은 두 어버이하고 똑같은데 막내만 달랐다지요. 그래서 두 어버이는 아이더러 늘 ‘멍텅구리’라고, ‘바보’조차 아니라고, 얼뜨고 덜된 녀석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때리고 괴롭힌다고 합니다.
조르주 상드 님은 《멍텅구리, 세상을 바꾸다》를 이녁 아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로 썼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프랑스 물결’을 이룬 발걸음을 짚으면서, 이 물결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물려받아서 새터를 일굴 적에 아름답게 사랑인가 하고 속삭이려는 뜻이었다고 느낍니다.
오늘 우리는 이런 글을 어른으로서 쓸 수 있을는지 스스로 물어볼 노릇입니다. ‘문학·동화’라는 허울을 내세우지 말고, 어버이와 어른으로서 아이곁에 앉아서 조곤조곤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깜냥과 슬기와 눈썰미를 스스로 가꾸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남한테서 안 빼앗거나 못 빼앗으면 ‘바보조차 아닌 멍텅구리’라고 손가락질하며 때리는 어버이란, ‘서울에 있는 더 높은 대학교에 더 높은 값(점수)’을 받아내어 들어가지 못 하면 닦달하고 괴롭히는 우리 모습하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왜 굳이 ‘서울대학교’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나 ‘서울에 안 있어도 이름난 대학교’에 아이를 밀어넣어야 할까요? 우리는 아이가 아이답게 뛰놀고 자라면서 아름답게 사랑을 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을 함께 살피며 생각할 노릇이지 않나요?
몹쓸 우두머리 몇몇을 끌어내리기에 나라가 바뀌지 않습니다. 얼뜬 우두머리와 벼슬아치와 먹물꾼을 걷어치우거나 사슬터에 가두었어도, 우리가 스스로 사랑으로 아름답게 살림을 가꾸지 않는다면 도루묵이에요. 얼치기가 벼슬이나 이름이나 돈을 거머쥐지 않을 만한 틀도 세울 일이되, 먼저 우리부터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어진 어버이와 어른으로 일어설 노릇입니다.
이른바 ‘바보·멍텅구리(그리부이)’는 풀꽃나무와 벌나비와 들숲메한테서 삶을 배웁니다. 이윽고 스스로 살림을 일굽니다. 삶과 살림을 하나로 품는 동안 천천히 사랑에 눈을 뜹니다. ‘바보·멍텅구리(그리부이)’는 ‘숲엄마’한테 물어봐요. “어머니, 저는 온마음을 다하여 사랑하는 삶만 배웠는걸요?” 하고요. 그러나 사랑이 무엇이고 사랑을 어떻게 하는가를 배운 ‘바보·멍텅구리(그리부이)’이기에, 온누리를 낱낱이 새롭게 바꾸는 씨앗 한 톨을 심을 수 있습니다.
ㅍㄹㄴ
그리부이는 난처했습니다. 부르동의 성에 있는 것 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모든 것이 너무 화려하고 멋있어서, 감히 욕심을 내어도 안 될 것 같았습니다. (31쪽)
“네, 어머니. 어머니가 원하시는 일은 뭐든지 하겠어요. 그런데 누가 제게 마법을 가르쳐 주나요?” “여기에 있는 모두가 너를 가르치게 될 거야. 나의 모든 지혜와 지식을 모두에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모두들 나와 똑같이 지혜롭단다.” (78쪽)
“그리부이야, 쓸데없이 스스로를 원망하지 마라. 네가 깨우친 것이 없다니! 그렇지 않아. 네 마음속을 한번 들여다보렴. 넌 보통 사람들은 결코 깨닫지 못한, 아주 중요하고 신비스러운 진리를 알고 있단다.” “슬프게도, 제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깨달은 것은 온마음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는 것뿐인걸요?” (95쪽)
그러나 못된 사람들은 기뻐했습니다. 돈을 무시하고 착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우기는 멍텅구리는 감옥에 갇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착한 사람들은 그리부이가 곁에 없는 것을 알게 되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끔찍한 전쟁이 시작되었지요. 온나라가 불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부르동 왕은 매일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도 화를 가라앉혀 줄 그리부이가 없기 때문에, 착하게 행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적들을 잡으면 똑같이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그리부이는 날마다 감옥 속에서 비명 소리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괴로웠지요. (113쪽)
#GeorgeS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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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 세상을 바꾸다》(조르주 상드/이인숙 옮김, 계수나무, 2005)
언제나 대환영이야
→ 언제나 반가워
→ 언제나 모실게
→ 언제나 기뻐
33쪽
영리한 아이로 만들어 주겠지
→ 밝은 아이로 가르쳐 주겠지
→ 똑똑하게 가르쳐 주겠지
45쪽
푸른 옷의 수호천사는 어디로
→ 푸른옷 꽃님은 어디로
→ 푸른옷 빛님은 어디로
68쪽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달콤한 잠에 빠졌답니다
→ 시원한 그늘에서 달콤하게 잤답니다
→ 그늘이 시원한 곳에서 달콤하게 잤답니다
73쪽
넌 나의 수양아들이란다
→ 넌 내가 받은 아이란다
→ 넌 내가 맞은 아이란다
→ 넌 우리 든아들이란다
74쪽
모두가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아끼고
→ 모두가 서로를 언니동생처럼 아끼고
→ 모두가 서로를 나란히 아끼고
→ 모두가 서로를 한배로 아끼고
77쪽
각 나라마다 하나의 부족만 살아야 한다는 법이 있단다
→ 나라마다 겨레 하나만 살아야 한단다
→ 나라 하나에 겨레 하나만 살아야 한단다
85쪽
어머니는 지금 너를 시험하시는 거야
→ 어머니는 바로 너를 알아보려 하셔
→ 어머니는 바로 너를 살펴보려 하셔
98쪽
그리부이의 나라 사람들은 식물의 여왕의 보살핌 아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그리부이 나라 사람들은 풀꽃님이 보살피면서 즐겁게 살았습니다
→ 그리부이 나라 사람들은 풀꽃지기가 보살피며 기쁘게 살았습니다
12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