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꽃 . 



곁님이 내 앞으로 오면서

여태 얼마나 눈감은 바보였는지

새롭게 돌아보았다


큰아이를 맞이하며 함께 놀면서

내가 스스로 노래를 잊고

나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알아보았다


작은아이가 찾아와 같이 살면서

내가 나를 사랑할 적에

보금자리를 이루는구나 싶었다


나는 나를 보려고 너를 마주본다


2025.6.1.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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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73 : 일단 대화 나누면 상대방 편안하게 만들


일단 대화를 나누면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지

→ 뭐 얘기를 해보면 서로 느긋하지

→ 어쨌든 얘기를 하면 그쪽도 아늑하지

《소녀의 마음》(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2004) 241쪽


“나누는 말”인 ‘얘기·대화’이기에 “일단 대화를 나누면”은 “뭐 얘기를 해보면”이나 “어쨌든 얘기를 하면”으로 바로잡습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지”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예요. 우리는 서로 ‘만들’지 않습니다. 서로 어떤 일이나 말을 ‘할’ 뿐인데, 이 대목에서는 “서로 느긋하지”나 “그쪽도 아늑하지”나 “함께 포근하지”로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일단(一旦) : 1. 우선 먼저 2. 우선 잠깐 3. 만일에 한번

대화(對話) :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상대방(相對方) : 어떤 일이나 말을 할 때 짝을 이루는 사람 = 상대편

편안(便安) : 편하고 걱정 없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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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74 : 산속 -게 되었


줄곧 이 산속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 줄곧 이 멧집에 머무른다

→ 줄곧 이 멧골집에 머문다

《산기슭에서, 나 홀로》(우에노 지즈코/박제이 옮김, 청미, 2025) 10쪽


‘속’을 붙이는 자리가 있다면, ‘속’을 안 붙이는 자리가 있습니다. 메(사)에 집을 짓거나 마련해서 살아갈 적에는 ‘멧집’이라고만 합니다. 이미 메에서는 “메라고 하는 터에 폭 안기듯 스며서 살아간다”고 여깁니다. 옮김말씨인 ‘-게 되었다’는 털어냅니다. ㅍㄹㄴ


산속(山-) : 산의 속 ≒ 산내·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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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75 : 산 좋은 점 화목 난로 것


산에 살아서 좋은 점은 화목 난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 멧골서 살면 나무를 땔 수 있어서 즐겁다

→ 멧집에서는 불을 땔 수 있어서 신난다

→ 멧골에서는 나무로 불을 때니 포근하다

《산기슭에서, 나 홀로》(우에노 지즈코/박제이 옮김, 청미, 2025) 39쪽


나무를 때어 따뜻하게 하는 살림을 한자말로 ‘난로’라 하고, 땔감이나 땔나무를 한자말로 ‘화목’이라 하니, ‘화목 난로’는 겹말입니다. 이 보기글처럼 “화목 난로를 쓸” 같은 자리라면 “나무를 땔”이나 “불을 땔”로 손볼 만합니다. 군더더기 ‘것’은 덜어내고, “산에 살아서 좋은 점은”은 “멧골서 살면”이나 “멧골에서는”처럼 수수하게 손봅니다. ㅍㄹㄴ


산(山) : 1.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 2. 뫼가 있는 곳 = 산소

점(點) : 5. 여러 속성 가운데 어느 부분이나 요소

화목(火木) : 땔감으로 쓸 나무

난로(暖爐/煖爐) : 1. 난방 장치의 하나. 나무, 석탄, 석유, 가스 따위의 연료를 때거나 전기를 이용하여 열을 내어 방 안의 온도를 올리는 기구이다 ≒ 스토브 2. 난로에 피워 놓은 불 = 난롯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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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너에게
유모토 가즈미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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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1.

그림책시렁 1587


《다시 시작하는 너에게》

 유모토 가즈미 글

 하타 고시로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21.3.30.



  “네가 어른이 될 때”를 뜻하는 “あなたがおとなになったとき”일 텐데, 왜 책이름을 뜬금없이 바꾸었는지 알쏭달쏭한 《다시 시작하는 너에게》입니다. “어른이 될 때”하고 “다시 해보는”은 달라도 아주 다릅니다. 아니, 줄거리도 이야기도 얼거리도 그저 다릅니다. 우리는 밤에 잠들어 이슬이 돋는 사이에 꿈길을 누리다가 새벽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침을 환하게 맞이합니다. 밤낮이 흐르는 길이란, 날마다 새롭게 열고 닫으면서 스스로 다시 태어나는 삶입니다. 모든 사람은 날마다 새마음과 새몸을 맞이합니다. 모든 이웃숨결도 날마다 새빛과 새얼로 깨어납니다. 어른이란, 나이만 먹는 길이 아닌, 철이 들면서 속으로 무르익는 하루를 품은 사람입니다. 아이란, 나이를 따라거나 좇는 길이 아닌, 철빛으로 물들면서 속으로 노래하고 놀이하는 오늘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억지로 가르침(교훈)을 밀어넣지 않기를 빕니다. 그저 언제나 “아이곁에서 어른으로 서”면, 아이도 나란히 “어른곁에서 아이로 웃”는 하루를 함께 일굽니다. 말 한 마디를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하느냐에 따라서 어른스러울 수 있고, 철없을 수 있습니다. 마음 한 자락을 어떻게 다스리고 다독이느냐에 따라서 어질 수 있지만, 어리석을 수 있습니다.


#湯本香樹實 #はたこうしろう

#あなたがおとなになったとき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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