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31 : 매 순간 정말 운 좋 겁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매 순간 정말 운이 좋았다는 겁니다

→ 늘 길이 잘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 언제나 술술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일의 감각》(조수용, B Media Company, 2024) 20쪽


이 보기글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 -다는 겁니다”인 얼개인데, ‘것(겁니다)’을 붙인 끝자락을 통째로 털고서 “가장 먼저”도 덜어냅니다. 곰곰이 돌아봐요. 늘 술술 풀릴 수 있습니다. 언제나 길이 잘 풀리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으레 막히거나 자꾸 걸리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하늘이 돕거나 괴롭힌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뜻하기에 이루거나, 뜻하지 않았기에 못 이룬다고 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매(每) : 하나하나의 모든. 또는 각각의

순간(瞬間) : 1. 아주 짧은 동안 ≒ 순각(瞬刻) 2. 어떤 일이 일어난 바로 그때. 또는 두 사건이나 행동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

정말(正-) : 1.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임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을 강하게 긍정할 때 쓰는 말 4. = 정말로 5. 어떤 일을 심각하게 여기거나 동의할 때 쓰는 말 6. 어떤 일에 대하여 다짐할 때 쓰는 말 7. 어떤 사람이나 물건 따위에 대하여 화가 나거나 기가 막힘을 나타내는 말

운(運) : 1. = 운수(運數) 2. 어떤 일이 잘 이루어지는 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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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7. 귀제비



  고흥 곳곳에 귀제비가 산다. 귀제비는 제비하고 다르게 생겼고 다르게 날고 다르게 둥지를 짓는다. 사람도 다 다르니, 새도 다 다르게 마련이다. 제비하고 귀제비를 모르면, 제비집도 몰라보고 귀제비집은 아주 몰라본다.


  서울사람한테 귀제비집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바보일 수 있다. “제비집을 어찌 생각합니까?” 하고 묻는 일(여론조사)은 없지 싶다. 한 푼도 두 푼도 뒷돈은 뒷돈이요, 한 줄도 두 줄도 베끼기(논문표절)는 베끼기이다. 그렇지만 슬금슬금 넘어가려 한다. 제비가 사라지는 나라는 어찌 망가지는지 아예 어림조차 않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 이곳을 뒤흔든다.


  나라일꾼(국무총리·장관·기관장)쯤 맡으려면 50억 원이건 2억 원이건 200원이건 몰래 받는 일이 없이 ‘아이곁에서’ 살림을 짓는 참한 일꾼이어야 하지 않을까. ‘저놈’들은 더 많이 받아먹었다면서 나무랄 까닭이 없다. ‘저놈보다 적게 받아먹었’기에 잘못이 아니거나 없을 수 없다. ‘숙대 글베끼기(논문 표절)’를 따진 손가락으로 ‘칭화대 글베끼기(논문 표절)’을 나란히 따지고 나무랄 줄 알아야 이 나라가 발돋움을 한다. 글베끼기를 하는 사람은 책을 안 읽는다고 느낀다. 이들은 ‘훔칠’ 뿐이다. 배우지 않으니 훔치거나 베끼거나 등돌린다. 


  아이들은 갈수록 읽눈(문해력)이 떨어진다는데, 먼저 어른부터 읽눈이 바닥을 친다. 슥 훑고서 읽었다고 여기는 분이 너무 많고, 책이고 영화이고 고작 애벌만 훑고서 ‘읽었다’고 말하니, 그저 엉성할 뿐이다. 아이도 어른도 “한두 벌 말한다”고 해서 바로 알아듣지 않는다. 자꾸자꾸 말해야 천천히 알아차린다. 어느 책이든 곰곰이 짚으면서 두고두고 되읽어야 비로소 속뜻을 새긴다. 속뜻을 안 새기면서 겉훑기를 하는 물결이 높은 나머지, “우리말이 가장 어렵다”는 어이없는 말이 나오기까지 한다.


  언제나 우리말이 가장 쉽다. 쉬운 우리말부터 차분히 익히기에 숱한 새길을 내고 열고 가꾼다. 우리말이 아닌 “우리말 시늉”을 하는 겉치레를 치워야, 아이들부터 굴레(입시지옥)에서 벗어나고, 어른은 저마다 어질게 보금자리를 일굴 수 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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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유치원 길벗스쿨 그림책 19
우에하라 유이코 지음, 황진희 옮김 / 길벗스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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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7.2.

그림책시렁 1594


《산타 유치원》

 우에하라 유이코

 황진희 옮김

 길벗스쿨

 2020.11.30.



  2020년에 12800원으로 처음 나오고서, 2024년에 16800원으로 값을 껑충 올린 《산타 유치원》입니다. 처음 나오던 해에도 고개를 갸웃했고, 값이 오른 뒤에도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여느 어린이집’ 모습에 ‘산타’라는 앞머리만 슬쩍 붙인 얼거리입니다. 다만,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스스로 일하고 살림하고 배우고 놀고 어울리고 아끼고 돌보는 줄거리를 부드러이 잘 담는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너무 ‘귀엽게 짜맞춘 틀’에 가두는구나 싶어서 자꾸 아리송했어요. ‘귀엽지 않은’ 아이들이 있느냐고도 물을 만하지만, 아이는 ‘귀엽게 볼’ 작은몸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그저 신나게 뛰놀면서 마음껏 노래하는 하루를 누리면서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작은걸음입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또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고분고분 지내’기를 바라며, 이렇게 줄거리와 그림을 짠다고도 느낍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버이요 어른이라면, “우리집 산타”를 그려서 나눌 노릇일 텐데요? 우리집 엄마아빠가 산타요, 우리집 할매할배가 산타요, 우리집 언니동생이 산타인, “우리집 산타”라는 줄거리를 짜서 들려주고 나누려고 할 적에 제대로 섣달꽃 이야기를 함께 웃음잔치로 나눌 만하다고 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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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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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2.

까칠읽기 79


《어떤 어른》

 김소영

 사계절

 2024.11.13.



  사랑을 놓고서 “이런 사랑 저런 사랑”을 말할 수 없다. 사랑은 오직 사랑 그대로이다. 사람을 놓고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말하곤 한다. 겉모습이나 키나 몸무게나 몸매나 살빛이 다르기에 “여러 사람”을 말하는데, 막상 ‘사람’이란 무엇인지 밝히려고 하면, “어떤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람’이라는 빛만 바라볼 노릇이다.


  아이를 보건 어른을 보건 매한가지이다. “어떤 어른”이란 아예 없고, “어떤 아이”도 있을 턱이 없다. 그저 ‘어른’이 있고, 그냥 ‘아이’가 있다. 어른곁에서 느긋이 놀고 노래하며 소꿉을 하기에 아이요, 아이곁에서 넉넉히 일하고 살림하면서 사랑을 하기에 어른이다.


  《어떤 어른》은 앞서 나온 책보다 어쩐지 ‘자랑’이 더 많고 길다. ‘덜익은’이나 ‘설익은’이나 ‘안익은’ 모습이라고 느낀다. 어른이라는 사람은 그냥 ‘익은’ 사람이다.


  얼음새꽃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동박꽃을 반기는 사람이 있고, 벚꽃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느 꽃도 안 기다린다. 나는 모든 꽃을 지켜본다. 꽃이 피기 앞서 땅바닥에 조물조물 싹이 트는 앉은꽃을 지켜보고, 망울이 터지기 앞서 나무줄기나 나뭇가지에서 조금씩 부푸는 숨빛을 지켜본다. 첫여름에서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이맘때에는 대추꽃을 살펴본다. 우리집에는 대추나무가 없지만, 대추나무를 돌보는 이웃집 옆으로 지나갈 적에는 으레 “올해에도 대추꽃을 볼 수 있어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한다.


  대추꽃은 나무꽃 가운데 대단히 늦다. 이른바 ‘늦꽃·늦잠꽃’이다. 그런데 늦잠꽃이건 이른꽃이건 모두 꽃이다. 크가 크건 작건 누구나 아이요 어른이다. 《어떤 어른》을 읽는 내내 ‘다름(다양성)’이라든지 ‘섬김(존중)’이라는 글감을 내세우려고 하는 듯하면서도, 정작 ‘사람·사랑·아이·어른’이라는 ‘숨·숨결·빛·씨앗’이라는 길은 아예 못 건드리거나 안 다가선다고 느꼈다. 겉에서 빙그르르 맴돌다가 그친다. 아무래도 글님이 수다꽃(강연·수업)으로 너무 바쁜 나머지, 차분히 삶과 사람과 살림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듯싶다. 또한 여름에 땀흘리면서 더위를 누릴 겨를이 없어 보이고, 겨울에 오들오들 떨면서 추위를 맛볼 짬이 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누가 철이 들면서 어른으로 설까?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는 여름에 땀흘려 뛰논다. 아이는 겨울에 추위에 떨면서 뛰논다. 이러는 동안 더위와 추위로 온몸을 가꾸면서 천천히 철이 든다. 2025년 봄과 여름이 지나가는데, 봄을 봄답게 누리는 ‘어른아이’는 거의 못 본다. 여름을 여름답게 즐기는 ‘아이어른’도 거의 못 본다. 땀을 안 흘리고, 추위에 손이 곱지 않는다면, 무슨 ‘어진’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어떤 어른”이 아닌 “그저 어른”으로, 누구나 저마다 제자리(제 살림자리)에서 즐겁게 이 삶을 짓는 눈망울을 들려주고 들을 때라고 본다. 껍데기는 치우자.


ㅍㄹㄴ


《어떤 어른》(김소영, 사계절, 2024)


나도 좋은 것을 꽤 누리며 살아왔다

→ 나도 꽤 잘 누렸다

→ 나는 꽤 넉넉히 살아왔다

→ 나는 걱정없이 누려왔다

→ 나는 배부르게 누려왔다

23쪽


내 확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이었는지는 한 친구가 집 앞에 찾아온 어느 날 알게 되었다

→ 내 마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는 동무가 집 앞에 찾아온 어느 날 알았다

→ 믿은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는 동무가 집으로 찾아온 어느 날 알았다

47쪽


면담 비슷한 시간을 가졌다

→ 가볍게 만났다

→ 가볍게 이야기했다

63쪽


언어와 비언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 말과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 말씨와 몸짓을 생각해 보았다

82쪽


그게 또 어려우니까 어지간하면 참게 될 것입니다

→ 그런데 어려우니까 어지간하면 참습니다

→ 또한 어려우니까 어지간하면 참게 마련입니다

130쪽


지방 도시의 문화행사에 강연을 하러 갔다

→ 어느 곳 한마당에 이야기를 하러 갔다

→ 어느 고을 한잔치에 말꽃을 펴러 갔다

158쪽


지금 가는 ‘평등 토크’는

→ 오늘 가는 ‘나란수다’는

→ 이제 가는 ‘나너마당’은

→ 오늘 가는 ‘다솜놀이’는

→ 이제 가는 ‘들꽃얘기’는

206쪽


나이가 드는 건 좋은데 노인이 되는 건 두렵다

→ 나이가 들면 기쁜데 늙으면 두렵다

→ 나이가 드니 즐거운데 늙자니 두렵다

30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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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지방도시



 지방도시 출신이라고 괄시를 한다 → 작은고을내기라고 얕본다

 지방도시라서 차별을 받았다 → 시골이라서 따돌린다

 지방도시로 발령이 나오다 → 멀리 내려보내다 / 바깥으로 맡기다


지방도시 : x

지방(地方) : 1. 어느 방면의 땅 2. 서울 이외의 지역 ≒ 주현(州縣) 3.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도시(都市) :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지방도시(地方都市)’라는 일본말을 들여오면서 정작 뜻은 엉뚱하게 쓰는 우리나라입니다. 고을마다 고을빛을 살리려고 하기에 ‘마을빛·고을빛·고장빛’처럼 쓰는 이웃나라 일본이라면, 이 나라에서는 으레 ‘밖’이나 ‘멀다’나 ‘시골’로 여기곤 합니다. 이제는 ‘마을·고을·고장’으로 알맞게 손볼 만하고, 서울이 아닌 곳을 가리킬 적에는 ‘다르다·또다르다·여느’로 손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시골·실’이나 ‘곳·데·자리·쪽·즈음·쯤’으로 손봅니다. ‘땅·녘·골·께·밭’이나 ‘꼬마·꼬마나라·꼬마누리’나 ‘터·터전·판’으로 손보아도 돼요. ‘멀다·먼발치·멀리·먼곳·먼길’이나 ‘바깥·밖·바깥쪽·바깥자리·바깥길’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작은골·작은고을·작은고장’이나 ‘작은마을·작은말·작은곳·작은터’로 손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지방 도시의 문화행사에 강연을 하러 갔다

→ 어느 곳 한마당에 이야기를 하러 갔다

→ 어느 고을 한잔치에 말꽃을 펴러 갔다

《어떤 어른》(김소영, 사계절, 2024)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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