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6. 시골에서 시골로



  시골에서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건너가는 길이 멀다. 그저 멀다. 오늘날 눈길로 보면 대수롭잖을 테지만, 두다리로 걸어다니던 지난날에는 그냥 먼길이다. 마을끼리 만나거나 어울리는 길은 마냥 멀었고, 이 삶은 고스란하다. 이러다 보니 ‘울마을’과 ‘놈마을’은 남남이자 위아래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마을이 크면 조금이라도 마을이 작은 데를 ‘시골놈(촌놈)’으로 친다. 서울에서 보면 인천과 부산은 시골것(촌것)이다. 인천과 부산에서 보면 부천과 창원은 시골것이다. 또한 부천과 창원에서 보면 …… 끝이 없다.


  모든 사람은 그저 사람이다. 높낮이가 없다. 모든 사랑은 그저 사랑이다. 모든 사랑은 그대로 사랑이다. 모든 책은 그저 책이요, 모든 글은 그대로 글이다. 모든 별은 그저 별이고 모든 들숲메는 그대로 들숲메이다.


  무엇을 보는 어떤 눈인가. 어디에 서는 어떤 몸인가. 누구하고 이웃하는 어떤 마음인가.


  쓰고 읽는다. 읽고 쓴다. 함께놀기 함께살림 함께누리 함께사랑 함께마을 함께마음 함께하늘 …… 문득 하나하나 그려 본다. 함께걷기를 하기에 발맞추면서 노래가 흐른다. 이쪽 시골에서 저쪽 시골로 가서 이웃 시골아이를 만나고서, 저쪽 시골에서 이쪽 시골로 돌아오려고 읍내를 거쳐서 먼먼 길을 한참 돌고돌았다. 사람마을과 사람마을 사이는 멀다지만, 구름까지 솟구치며 노래하는 새는 두 마을과 두 고을과 두 나라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오가면서 싱그럽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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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열한·열둘



1985년 여름 어느 날

마을 귀퉁이에 있는

철조망으로 둘러친 보일러실이 있는데

동무들하고 철조망에 올라서

아슬아슬 걸으며 놀았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척척 잘 걸었는데

옆에서 부르는 아이를 보다가

그만 미끄러졌다

왼손등부터 왼어깻죽지까지 좍

찢어졌다 피도 잔뜩 났다

꿰맬 수 없다고 했는데

이듬해에 흉터 없이 사라졌다


2025.6.1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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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스탠드stand



스탠드(stand) : 1. 물건을 세우는 대(臺) 2. 음식점이나 술집 따위에서 카운터를 향하여 의자를 설치한 자리 3.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방구석 따위에 놓아서 그 부분을 밝게 하여 주는 이동식 전등 = 전기스탠드 4. 경기장의 계단식 관람석

stand : [움직씨] 1. 서다, 서 있다 2. 일어서다 3. (어떤 위치에) 세우다 4. (특정한 곳에) 서[위치해] 있다 5. (특정한 조건·상황에) 있다 6. (키·높이가) …이다 7. (수준·양 등이) …이다 [이름씨] 1.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태도[의견] 2. 저항, 반항 3. 가판대, 좌판 4. -대(전시회 등에서 전시·홍보용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해 만든 시설) 5. (…용) 스탠드[세움대] 6. (경기장의) 스탠드[관중석]

スタンド(stand) : 1. 스탠드 2. 대(臺). 작은 탁자 3. 매장(賣場). 판매대. 경음식점 4. (경기장 등의) 계단식 관람석 5. 전기 스탠드. 갓이 달린 조명기구 6. 일어섬. 일어남



영어 ‘stand’는 움직씨와 이름씨로 따로 쓰임새가 무척 넓습니다. 서른 가지 즈음 된다고 여길 만한데, 우리나라에서 쓰는 ‘스탠드’는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쓰임새라고 느낍니다. 이때에는 ‘디딤턱·다락턱·다랑턱’이나 ‘세우다·세움틀·서다·선자리’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불·불빛·불빛줄기’나 ‘불살·불줄기’로 고쳐쓰고, ‘빛·빛살·빛발·빛줄기’나 ‘책상불’로 고쳐쓰면 되어요. ㅍㄹㄴ



스탠드의 불을 켜자

→ 책상불을 켜자

→ 자리에 불을 켜자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곽재구, 문학동네, 2019) 78쪽


밤낮으로 태양 대신 낮은 스탠드 불빛 아래

→ 밤낮으로 햇빛 아닌 낮은 불빛에서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김상미, 문학동네, 202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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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댄디·댄디즘dandyism



댄디 : x

댄디즘(dandyism) : 겉치레, 허세 따위로 멋을 부리려는 경향. 문학에서는 정신적 귀족주의 경향으로 나타난다

dandy : 1. 멋쟁이 (남자), 멋을 많이 부리는 남자 2. 아주 좋은

dandyism : 치장, 멋부림

ダンディ-(dandy) : 1. 댄디 2. 멋쟁이 사내. 세련된. 멋을 내는

ダンディズム(dandyism) : 댄디이즘, 멋부림, 치레, 멋



우리 낱말책에 ‘댄디즘’이 나오는데 ‘겉치레·겉발림·겉옷’이나 ‘겉멋·겉짓·껍데기·겨’로 고쳐쓰면 되어요. 영어 낱말책과 일본 낱말책을 살피니 ‘멋부림·멋부리기’나 ‘멋내기·멋질’로 고쳐써도 되겠구나 싶습니다. 수수하게 ‘멋·옷’이라고만 해도 될 테고요. ‘반지르르·번드르르·말로·말뿐’이나 ‘눈가림·치레·흉허물’로 고쳐쓰고, ‘옷나래·옷날개·옷맵시·옷차림’이나 ‘옷꽃·옷빛·옷섶’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입성·입다·입으로·입만’이나 ‘차림·차림결·차림멋·차림빛·차림새’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제일 비싼 방에서 머무른 것은 무위도식을 표방한 그다운 댄디즘이지 않았을까

→ 가장 비싼 칸에서 머무르기는 놀고먹기를 내세운 그다운 겉멋이지 않았을까

→ 가장 비싼 칸에서 머무르기는 흥청망청을 내세운 그다운 겉치레이지 않았을까

→ 가장 비싼 칸에서 머무르기는 느긋이 놀기를 앞세운 그다운 멋이지 않았을까

→ 가장 비싼 칸에서 머무르기는 노닥질을 앞세운 그다운 멋내기이지 않았을까

《작업실 탐닉》(세노 갓파/송수진 옮김, 씨네북스, 2010) 33쪽


묘하게도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오면 가장 대신 멋진 댄디가 되어 나를 모른 체했다

→ 얄궂게도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오면 기둥 아닌 멋쟁이가 되어 나를 모른 체했다

→ 재밌게도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오면 들보 아닌 겉멋이 들어 나를 모른 체했다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김상미, 문학동네, 2022)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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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십 十


 십 주년 → 열 돌

 십 주 → 열 이레

 십 미터 → 열 길

 십 번 손님 → 열째 손님


  ‘십(十)’은 “1. 구에 일을 더한 수. 아라비아 숫자로는 ‘10’, 로마 숫자로는 ‘X’으로 쓴다 2. 그 수량이 열임을 나타내는 말 3. 그 순서가 열 번째임을 나타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열’이라 하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딸을 처음 본 것은 십 년 전이었다

→ 딸을 열 해 앞서 처음 보았다

→ 딸은 열 해 앞서 처음 보았다

《행운아》(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 눈빛, 2004) 23쪽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들보다 적어도 십 센티미터는 더 커요

→ 비슷한 나이인 할머니들보다 적어도 열 치는 더 커요

→ 나이가 비슷한 할머니들보다 적어도 열 치는 더 커요

→ 또래 할머니들보다 적어도 열 치는 더 커요

《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프랑크 비주/윤정임 옮김, 책그릇, 2007) 21쪽


벌써 몇 십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려

→ 벌써 여러 열 해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나쁜꿈에 가위에 눌려

→ 벌써 여러 열 해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 무서운 꿈에 가위에 눌려

《우리들의 7일 전쟁》(소다 오사무/고향옥 옮김, 양철북, 2011) 155쪽


앞치마만 거멓게 태워먹은 십 년 수절과부 소나무 엉거주춤 서 있는 모양새라니

→ 앞치마만 거멓게 태워먹은 열 해 홀몸 소나무 엉거저춤 선 매무새라니

→ 앞치마만 거멓게 태워먹은 열 해 홑살림 소나무 엉거저춤한 모습이라니

《빵 굽는 시간》(전태련, 문학의전당, 2015) 75쪽


10구째

→ 열공째

《콩고양이 3》(네코마키/장선정 옮김, 비채, 2016) 118쪽


십 년 동안의 습작 경력은 무용하고

→ 열 해 동안 쓴 글은 덧없고

→ 열 해 동안 쓴 글은 쓸데가 없고

→ 열 해 동안 글을 썼으나 부질없고

→ 열 해 동안 글을 썼어도 쓸모없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강민선, 임시제본소, 2018) 15쪽


10위 이내에 들어가겠어

→ 열째까지 들어가겠어

《여동생은 고양이 1》(센코/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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