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상책 上策


 처음부터 피해 가는 게 상책이다 → 처음부터 비켜 가야 낫다

 빨리 잊는 게 상책이다 → 빨리 잊어야 한다

 뒤에 가 보는 게 상책일 것 같았고 → 뒤에 가 보아야 좋을 듯했고

 달아나는 게 가장 상책이었다 → 달아나기가 가장 나았다


  ‘상책(上策)’은 “가장 좋은 대책이나 방책”을 가리킨다고 해요. 말뜻처럼 “가장 좋다”나 “가장 낫다”로 손봅니다. ‘좋다·낫다’나 ‘하다·되다·옳다·바르다’로 손보아도 되고, ‘훌륭하다·뛰어나다·으뜸’으로 손볼 만해요. ‘돕다·도와주다·이바지’나 ‘맞다·어울리다·알맞다’로 손보아도 되어요. 이밖에 닡말책에 한자말 ‘상책’이 두 가지 나오는데, 둘 모두 털어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상책(尙冊) : [역사] 조선 시대에, 내시부에서 책 관리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종사품 벼슬

상책(商策) : 상업에 관한 계책



그냥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냥 내버려두어야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냥 내버려두자고 생각했습니다

→ 그냥 내버려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적의 딸 로냐》(아스트리드 린드그랜/김라합 옮김, 일과놀이, 1992) 97쪽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이지

→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쪽이 낫지

→ 섣불리 움직이지 않아야지

《이누야샤 5》(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 69쪽


그것도 안 되면 삼십육계가 상책이다

→ 이렇게 안 되면 달아나야 한다

→ 이마저 안 되면 그냥 달아난다

《잉카의 웃음, 잉카의 눈물》(이기식, 작가, 2005) 46쪽


섣불리 겐쇼에 데려가지 않는 게 상책일 수도

→ 섣불리 겐쇼에 데려가지 않아야 할 수도

→ 섣불리 겐쇼에 데려가지 않는 길이 나을 수도

《책 속으로의 여행 2》(아마노 타카/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8) 117쪽


성가신 일에는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야

→ 성가신 일에는 엮이지 않아야 좋아

→ 성가신 일에는 엮이지 않아야지

《거짓말풀이 수사학 1》(미야코 리츠/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 15쪽


아버지의 인생을 통해 나는 진심이 담긴 경영이 상책임을 배웠다

→ 아버지 삶에서 나는 참이 담긴 살림짓기가 가장 낫다고 배웠다

→ 아버지 삶을 보며 나는 참다이 꾸려야 가장 옳다고 배웠다

→ 아버지 삶에 비추어 나는 참답게 가꾸어야 한다고 배웠다

《자전거 타는 CEO》(킹 리우·여우쯔엔/오승윤 옮김, OCEO, 2017) 148쪽


그럴 때는 재빨리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 이럴 때는 재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 이럴 때는 재빨리 비켜야 합니다

《생명을 보는 눈》(조병범, 자연과생태, 2022)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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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국조 國鳥


 국조(國鳥)로 선정된 조류이다 → 나라새로 뽑혔다

 나라의 국조(國鳥)를 결정하려고 → 나라새를 세우려고


  ‘국조(國鳥)’는 “나라를 대표하는 새. 일반적으로 국민과의 친근성·고유성 따위를 고려하여 선정하는데, 1782년 미국 의회에서 흰머리독수리를 국조로 정한 것이 처음이다. 1960년에 개최된 국제 조류 보호 회의의 결의로 각국은 정식으로 국조를 정하였는데, 우리나라는 까치, 영국은 울새, 일본은 꿩이다”처럼 풀이를 하는데, 나라를 밝히는 새라면 ‘나라새’라 하면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국조’를 넷 더 싣습니다만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국조(國祖) : 나라의 시조

국조(國祚) : 나라의 복록

국조(國租) : 나라에서 거두는 조세

국조(國朝) : 1. 자기 나라의 조정(朝廷) 2. 당대(當代)의 조정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에서 정한 새(國鳥)가 없습니다

→ 그러니까 나라에서 돌보는 새가 없습니다

→ 다시 말해 나라새가 없습니다

《생명을 보는 눈》(조병범, 자연과생태, 2022)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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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8.


《한 달의 고베》

 한예리 글, 세나북스, 2025.4.30.



나는 2025년에도 2015년과 2005년과 1995년에도 ‘걷는읽기’를 했다. 1985년에는 구름바라기와 비바라기와 해바라기와 풀꽃바라기를 하며 걸었고, 둘레에 책은 많지 않았고, 짐(숙제)이 끝없어서 책을 손에 쥘 틈이 너무 밭았다. 부천나루 길손집에서 아침에 길을 나서며 책짐을 질끈 동여매어 걸으면서도 책을 읽는다. 디딤돌을 걸어서 오르내릴 적에도, 전철을 기다리거나 타거나 갈아탈 적에도, 복판마을(센트럴시티)에 닿아서 2시간 40분 동안 고흥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책을 읽는다. 길에서 스친 사람물결이 2000이, 아니 5000이 훨씬 넘을 텐데, 하나같이 멋스러이 빼입은 서울사람일 뿐, 손에 책을 쥔 이웃은 한 사람도 못 본다. 그렇구나 하고 여기면서 《한 달의 고베》를 어느새 다 읽는다. 《한 달의 고베》는 한달살이로 이웃나라 이웃마을을 느끼고 누빈 줄거리를 다룬다. 이웃을 느끼려면 걸어서 오갈 노릇이다. 동무로 사귀려면 걸어서 만날 일이다. 안 걷는 사이라면 이웃이나 동무가 아니라고 느낀다. 나라지기를 뽑는 철이 다가오면, 그들은 꼭 이때에만 걷는 시늉을 한다. 그들은 ‘읽는 시늉’조차 없이 손을 흔들고 웃다가 벼슬자리를 얻더라. 그렇지만 이제는 ‘걷는읽기·걷는쓰기’로 거듭나면서 스스로 삶을 갈무리할 때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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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7.


《비행운》

 김애란 글, 문학과지성사, 2012.7.18.



서울에서 아침길은 사람물결이다. 서울은 하룻내 사람바다이되, 아침저녁은 섣불리 탈거리 곁에 있지 말아야 하지만, 까치산나루에서 〈라이브러리 두란노〉로 가자면 이 물결에 섞여야 한다. 새벽에 쓴 노래 ‘봄끝’을 옮겨적는다. “이곳은 골짜기야. 이 길은 구름길이야. 나는 별빛을 타고서 걸어.” 하고 속으로 왼다. 오늘은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놓고서 어떻게 가싯길을 꿈길로 돌려놓는 글씨앗을 여미면서 우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는가 하고 짚는다. 바퀴걸상을 타는 푸름이하고 낮밥을 먹으려고 상도동 어느 밥집에 들렀는데 그곳은 ‘아기수레·바퀴걸상’ 모두 들이면 안 된다고 한참 목소리를 높인다. 비좁은 밥집도 아니요, 아기수레나 바퀴걸상은 ‘또다른 발’이라는 대목을 밥집일꾼은 하나도 모르더라. 늦은낮에 부천 〈용서점〉으로 건너간다. ‘숨은사람찾기 1 로자 파크스’ 이야기를 편다. ‘떠도는 말’이 아닌, ‘작은사람이 한 일과 걸은 삶’을 놓고서 무엇을 보고 헤아릴 노릇인지 짚는다. 《비행운》을 읽고서 한참 갸웃했다. 글쓴이는 무슨 말을 하고 싶기에 붓을 쥐었는가. ‘마음을 읽어서 담는다’고 하는 길을 걸으려면, 어린이랑 푸름이 곁에 어떻게 서야 하는가. 가난하든 가난하지 않든, 아프든 아프지 않든, 먼저 눈을 감고서 넋부터 마주할 노릇이라고 본다.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가난하게 살지 않는 채 ‘예전에 가난한 적 있던 일’을 실마리로 잡아서 글을 쓸 적에는 으레 구름에 붕 뜨게 마련이다. 몸을 입고서 살아가는 숨결한테 몸이란 무엇일는지 고즈넉이 돌아보는 붓끝으로 거듭나기를 빈다. 글치레를 안 하기를 빈다. ‘문학’이 아닌 ‘나와 너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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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6.


《하느님,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

 구드룬 파우제방 글·에듀아르트 슈프랑어 그림/김라합 옮김, 우리교육, 2008.5.16.



아침해가 돋을 즈음 아이들한테 “집살림을 즐거이 여미면서 하루를 새롭게 배우고 놀면서 보내기를 바라요.” 하는 말로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선다. 고흥읍에 닿아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맨뒤 바로앞 자리에 앉아서 미닫이를 살짝 연다. 바람을 쐬며 숨을 돌리는데, 미닫이가 갑자기 탕 닫힌다. 뒤는 틀림없이 빈자리인데 어느 아재가 내 뒤로 슬쩍 옮겨앉아서 닫네. 아재는 멀미가 나서 뒤로 옮겼는데 왜 춥게 여느냐고 따진다. 어이없어서 “맨뒤는 멀미 나는 사람이 가볍게 미닫이를 열고서 가는 데입니다. 여긴 아재 자리가 아닌데 왜 여기로 와서 닫나요? 저쪽 다른 빈자리로 가셔요.” 하고 다시 연다. 서울에 닿아서 자양동 〈도토리책방〉에 깃든다. 건국대 둘레는 술집거리가 매캐한데, 안골목에 조촐히 자리를 잡은 마을책집은 놀랍다. 저녁에 화곡동 〈악어책방〉으로 건너가서 ‘마음글쓰기’ 두걸음을 뗀다. ‘가는 소리’하고 ‘창피하지만’을 놓고서 쪽노래를 쓴다. 《하느님,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는 매우 잘 나온 글꽃이라고 느낀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꿈을 그리며 두다리와 온몸으로 삶을 맞닥뜨리는 참하고 착한 마음을 잘 담았다. 그렇지만 이 글꽃을 알아보거나 눈여겨보는 손길은 적은 듯싶다.


#GudrunPausewang #Ich geb dir noch eine Chance Gott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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