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엄마와 딸
정호선 글.그림 / 창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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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20.

그림책시렁 1581


《우리는 엄마와 딸》

 정호선

 창비

 2014.7.31.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가 제법 있으나,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는 거의 못 봅니다. 없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고 하겠지요. “아이곁에서 살림을 지으면서 꿈길을 그리는 어머니”를 들려주는 그림책이 태어날 수 있기에 ‘즐겁게 노래하는’ 줄거리를 포근히 심는다면, “아이곁에서 사랑을 가꾸면서 살림길을 펴는 아버지”를 들려주는 그림책도 이제부터 선보인다면 ‘기쁘게 춤추는’ 줄거리를 따뜻이 심을 만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엄마와 딸》은 여러모로 잘 빚었다고 느낍니다. 다만, 서울에서 떠날 마음은 없어 보이는 엄마와 딸이요, 서울에서 어떻게든 일자리와 배움터를 이어가야 한다고 여기는 뜻이 짙습니다. 서울살이가 나쁠 일이란 하나도 없습니다만, “서울에서 더 바쁘게 뛰어다니고 돈벌고 가게마실을 하는 틀”만 다루는 데에서 그친다면, 오히려 “서울로 안 가면 안 되겠네” 하는 마음을 심는 셈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엄마와 딸” 이야기를 그리는 동안 “엄마로서 마음을 달래고, 딸아이를 다독이는 손”을 나눌 수 있습니다만, 거꾸로 “아빠는 아무 일을 안 해도 되나? 아빠는 살림을 등져도 되나?” 하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아빠는 뭘 해야 아빠답고 어버이다우면서 어른다운”지 함께 그려낼 때에, 비로소 엄마살림도 기지개를 켜고, 아빠도 스스로 바꾸는 틈을 낼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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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9. 해를 바라보며



  부산마실을 하면서 깃새글꽃(상주작가) 한해살림을 보내기로 하니, 뜻밖에도 책집마실을 할 틈이 밭고, 책을 사읽을 겨를뿐 아니라, 겨우겨우 조금 산 책을 들출 짬마저 거의 없다. 하루일을 마치면 드러누워서 곯아떨어지기 바쁜 사흘이었다.


  문득 돌아본다. 나는 우리 보금숲에서 일할 적에는 고단하거나 힘들 적마다 집안일을 하며 쉬었고, 아이들하고 배우며 나누는 말마디가 새롭게 북돋았다. 숨돌리려고 두바퀴(자전거)를 몰거나 시골버스를 타고서 저잣마실도 하고 나래터를 다녀오기도 한다. 이와 달리 깃새글꽃으로 지내자니 집안일도 두바퀴도 누릴 수 없네. 그나마 해바라기를 하며 기운을 차린다.


  부산서 고흥 돌아가는 길은 얼추 8시간이다. 이동안 하루글도 쓰지만, 책을 일곱 자락 읽었다. 나는 길바닥이 책숲(도서관)이다. 길에서 읽고 길에서 쓴다. 걸으며 해를 바라보고 새를 돌아보고 나무를 살펴보고 바람을 헤아리면서, 내가 나답게 사랑하는 길을 익힌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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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9. 조잘거리는



  즐겁게 나누는 말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살린다. 주절주절 떠드는 말이라면, 스스로 주접을 떨면서 뒹군다. 새롭게 배우는 말이라면, 조그마한 말씨 한 톨을 조촐히 살린다. 그저 익숙한 대로 되풀이하는 말은, 좁쌀마냥 조그맣게 구는 조바심으로 갇힌다. 넌 어떻게 말하니? 난 어떻게 들을까? 우린 어떻게 주고받으면서 함께 피어날까?


  부산에서 사흘을 보낸다. 깃새글꽃(상주작가) 첫길을 폈다. 이제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가서 곁님과 아이들하고 생각과 마음을 돌아보는 자리를 누려야지. 나는 배우려고 가르친다. 나는 익히면서 살림한다. 나는 짓고 쓰고 나누면서 노래한다. 나는 들려주면서 듣고, 나는 사랑하면서 너하고 마주본다.


  남 뒷말을 버스와 전철과 길에서 조잘거리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갉는 사람들은 아무도 안 웃고 안 운다. 나무에 앉거나 바람을 타면서 조잘거리는 새는 언제나 푸른말을 들려주고 가르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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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5.11. 물밑에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는 우리말을 참으로 모르면서도 멀쩡하게 말을 주고받습니다. 이를테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처럼 첫머리를 여는 노래가 있는데, 그야말로 틀린말입니다. “그늘 아래”란 ‘땅속’입니다. 삽을 들고서 파야 하는 땅속이 “그늘 아래”입니다. “자, 나무 아래를 파 보시게.” 하고 말합니다.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을 누리려면 “나무 밑”에 설 노릇이고, “나무 곁”에 있어야 합니다. ‘밑’하고 ‘아래’를 제대로 가릴 줄 모른다면, 참말로 우리말을 모르는 셈입니다.


  낱말책을 엮거나 짓는 사람은 늘 물밑에서 일합니다. 물밑인걸요. 낱말책이 이따금 불티나게 팔릴 수 있습니다만, 어쩐지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려고 하는 이웃님이 아직 드문 듯싶습니다. 어린배움터와 푸른배움터와 열린배움터 모두, 언제나 말글을 다루면서 가르치고 배우기는 하는데, 정작 제대로 엮은 낱말책을 곁에 두면서 배움길과 익힘길을 다스리지는 않는군요.


  이리하여 낱말지기는 더더욱 물밑에서 일합니다. 울밑에 선 봉숭아처럼, 밤새 일하느라 시커먼 눈밑처럼, 그저 물밑에서 조용히 일하고, 바다밑에서 가만히 바다노래를 들으면서 일합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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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자연분만



 자연분만으로 그 시간 안에 낳도록 → 보금낳기로 그동안 낳도록

 산모한테도 자연분만이 도움이 된다 → 엄마한테도 푸른낳기가 낫다


자연분만(自然分娩) : [의학] 제왕 절개 수술 따위의 인공적인 도움 없이 임산부의 자연적인 분만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출산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한자말씨인 ‘자연분만’입니다만, 우리는 예부터 ‘낳다’라는 낱말로 아기를 맞이했습니다. 집에서 누구나 스스로 푸근하고 푸르게 낳는 길에라면, ‘보금낳기’라 할 만합니다. ‘스스로낳기·그냥낳기’나 ‘푸른낳기·포근낳기·아늑낳기’라 해도 어울려요. ㅍㄹㄴ



자연분만을 시도하던 나는 진통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 푸른낳기를 하던 나는 배아픈 막바지에

→ 보금낳기를 하던 나는 배앓이 막바지에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이계은, 빨간소금, 2024)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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