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5.


《에세이 글쓰기 수업》

 이지니 글, 세나북스, 2024.5.9.



해날을 맞이한 오늘은 집에서 쉬며 국을 끓이고 밥을 짓는다. 작은아이는 멧딸기를 곳곳에서 훑어서 “같이 먹어요.” 하고 내민다. 마당을 함께 치우고 쓸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멧새소리는 누구일는지 어림해 본다. 축축한 어제는 빨래가 덜 말랐지만, 햇볕이 넉넉한 오늘은 다 마른다. 낮에 새로 빨래를 하는데, 저녁에 빨랫감이 또 나온다. 네 사람 살림살이인 만큼 일거리도 꾸준하게 수북수북하다. 이제 감꽃이 피고 콩꽃도 핀다. 앵두알이 빨갛게 익으면서 후박알도 짙푸르게 여문다. 《에세이 글쓰기 수업》을 읽었다. 글쓰기를 다루는 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나온다. 가만히 읽어 본다. 우리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뜻이라면, 오직 하나이다. 마음을 나누려고 말과 글을 한다. 마음나눔이라는 하루를 멀리하면서 글꾸미기에 얽매인 줄거리라면 어느 누구한테도 이바지를 못 한다. 글을 쓰고 싶다면 〈The Secret Of Kells〉나 〈메리 포핀스〉 같은 그림빛을 보시라고 여쭙는다. 100벌쯤 보시라고 덧붙인다. 멧숲에 가만히 깃들어 꾀꼬리노래가 아니어도 수수한 멧새노래에 온마음을 맡기라고 여쭙는다. 골짝물이 흐르는 소리에 온몸을 맡기면서 새롭게 피어나 보시라고도 여쭙는다. 우리는 삶을 스스로 사랑하려고 말하거나 글쓴다.


+


미국은 이런 대목에서 대단하구나. 우리나라는 무엇을 할까? 우리나라는 이렇게 아이들을 곁에 두거나 앞에 두면서 나라일을 지켜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보면서 몸소 겪도록 이끌 수 있을까? 이렇게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물어보고, 어른들이 차근차근 짚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백악관 자녀 직장 방문의 날(Take Our Sons and Daughters to Work Day)

https://www.youtube.com/watch?v=DY7XBiUYHX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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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4.


《나사와 검은 물》

 쓰게 요시하루 외/한윤아 옮김, 타이그래스 온 페이퍼, 2022.8.



집에서 포근히 하루를 맞으며 일하다가 저녁나절에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어쩌다 보니 해날을 빼고는 거의 모든 날을 집밖으로 다녀와야 한다. 이럴 때도 있게 마련이라고 여긴다. 곁님이 큰아이를 배고 작은아이를 밸 적에도 날마다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수박을 날랐고, 미역을 장만했고, 모든 날을 쉬잖고 보냈다. 작은아이가 열두 살 즈음 이르자 ‘하루 여섯 시간 잠’을 누린다. 일이 많으면 잠을 조금 줄이되, 예전처럼 ‘하루 두어 시간 잠’을 보내지는 않는다. 이만큼으로도 등허리가 가뿐하다. 《나사와 검은 물》을 읽었다. 그림꽃(만화)을 다루는 책이기에 장만했지만, 그림님을 지나치게 추켜세우는구나 싶다. 왜 추켜세워야 할까? 왜 ‘개척자·영웅’으로 모셔야 할까? 그러지 말자. 그저 이야기와 그림과 삶과 붓끝을 바라보자. 목소리만 앞세울 적에는 텅빈 하늘에 맴도는 부릉부릉 쇳소리로 그친다. 우리는 붓 한 자루로 글이건 그림이건 다 담아낼 수 있지만, “다 담는다”는 “아무렇게나 담는다”이지 않다. “다 담는다”란, “마음을 다하여 사랑으로 다가서는 길을 짓는 손길과 눈빛을 담는다”일 노릇 아닐까? “내가 옳다!”고 외치되 “넌 안 옳아!” 하고 자르는 칼끝에는 아무 사랑이 없다. 사랑이 없으면 붓이 아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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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3.


《어느 날, 마녀가 된 엄마》

 김주미 글, 글이, 2022.8.8.



오늘은 진주 〈형설서점〉에 들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이제 12시 지나서 여시는 듯하다. 합천에서 어린이·푸름이하고 글살림을 여미는 이웃님하고 한참 이야기를 한다. 어쩐지 안 되거나 막히거나 힘들면, 안 하거나 쉬거나 놓으면 된다. 모든 일을 그곳에서 바로 해야 할 까닭이 없다. 순천과 고흥읍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시외버스에서 ‘집안일·호박씨·돈벌이’ 따위를 굳이 큰소리로 버스에서 떠벌이는 분들은, 손전화를 끄면 이 시골에 흐르는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느낄 틈이 날 테지만, 이미 마음이 찌들었겠지. 《어느 날, 마녀가 된 엄마》를 읽었다. 글님은 2025년 5월에 부산 골목마을에 작은책집을 여셨다. 엄마하고 딸로서, 스스로 어른이자 아이로서, 이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돌아보는 줄거리가 알뜰하다.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누구나 “살림짓는 눈결로 속빛을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어른이다. 훌륭하거나 뛰어난 ‘다른 어른’에 안 기대어도 된다. 나부터 어른으로 서면서, 나부터 사랑으로 바라보고, 나부터 살림꾼으로 보금자리를 돌볼 적에, 온누리가 찬찬히 환하게 깨어난다고 느낀다. 작은책과 작은책집과 작은글과 작은마음과 작은씨가 깃드는 너른숲을 그린다. 모든 숲은 작은숨결을 넉넉히 품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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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진영논리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있는 사고로는 → 안담에 파묻힌 머리로는

 극심한 진영논리는 중지해야 한다 → 갈라치기는 끔찍하니 멈춰야 한다

 진영논리에 충실한 인물이다 → 고분고분 무리짓는 놈이다


진영논리 : x

진영(陣營) 1. 정치적·사회적·경제적으로 구분된 서로 대립되는 세력의 어느 한쪽

논리(論理)’는 “1.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2. 사물 속에 있는 이치. 또는 사물끼리의 법칙적인 연관 3. [철학] 바른 판단과 인식을 얻기 위한 올바른 사유의 형식과 법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 논리학



  어느 켠만 바라보면서, 어느 쪽만 감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느 모로는 ‘나란하다·나란한길·나란한빛·나란한북·나란한꽃·나란한풀’이나 ‘나란길·나란빛·나란북·나란꽃·나란풀’로 여길 수 있습니다. ‘나란살이·나란살림·나란삶’에 ‘나란금·나란누리·나란마을’이에요. 또한 ‘하나·한·하나꽃·하나같다·한동아리’나 ‘한울·한울타리’일 텐데, 곰곰이 보면 ‘한통·한통속’이곤 합니다. 저희끼리는 ‘같다·똑같다·마찬가지·매한가지’라 할 얼거리라서, “개나 소나·가재나 게나”나 ‘가르다·갈라내다·갈라치다’로 나타낼 만합니다. 이때에는 ‘금긋다·무리질·무리짓다·끼리끼리·-만’입니다. ‘짝·쪽·쪽가르기·쪽나누기’이지요. ‘닮다·닮은꼴·닮은짓·비금비금·비슷비슷·어슷비슷’이라 할 사람만 모이기에 ‘담·담벼락·돌담·돌담벼락·돌울·돌울타리’입니다. ‘우리·울·울타리’를 ‘숨은담·숨은담벼락·숨은굴레·숨은돌·숨은바위·숨은것’으로 움켜쥔달까요. ‘안담·안담벼락·안울·안울타리’에서 저희만 쥐락펴락하는 틀이니, ‘윗담·윗담벼락·윗굴레’요, ‘하얀담·하얀담벼락·하얀굴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ㅍㄹㄴ



온몸에 체화된 습관이요 신앙이다. 진영 논리라고도 부르는 이분법은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해득실 차원에서 세상을 보고 판단한다

→ 온몸에 길든 믿음이다. 무리짓기라고도 하는 갈라치기는 저희 쪽 길미로만 온누리를 보고 따진다

→ 온몸에 들러붙은 믿음이다. 숨은담이라고도 하는 금긋기는 저희가 좋으냐 나쁘냐로만 보고 잰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20)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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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승자독식



 승자독식 구조를 철폐하기 위하여 → 혼자쥐는 틀을 허물려고

 승자독식은 이분법과 일심동체이다 → 혼차지는 금긋기와 한몸이다

 승자독식이 가속화되는 구조이다 → 더 휘어잡는 얼개이다


승자독식 : x

승자(勝者) : 싸움이나 경기 따위에서 이긴 사람. 또는 그런 단체 ≒ 승리자

독식(獨食) : 1. 혼자서 먹음 2. 성과나 이익 따위를 혼자서 다 차지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긴 이가 혼자 차지한다면, 이 말 그대로 ‘혼자차지·혼자쥐다·혼자잡다’나 ‘홀로차지·홀로쥐다·홀로잡다’라 할 만합니다. ‘홑차지·홑쥐다·홑잡다’나 ‘혼차지·홀차지·홑일·홑짓기’라 할 수 있고, ‘홀로하다·홀일·홀일꾼·홀로일·홀로일꾼’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혼자 ‘쥐락펴락’하기에 ‘으뜸힘·으뜸하나’입니다. ‘잡다·쥐다·휘어잡다’나 ‘거머잡다·거머쥐다·검잡다·검쥐다’로 나타낼 만하고, ‘움키다·움켜잡다·움켜쥐다’라 할 만하지요. ‘사재기’나 ‘오르다·오름질·올라가다·올라서다·올라앉다’라 할 때도 있습니다. ㅍㄹㄴ



승자독식을 기반으로 하는 이 모델에서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반감을 느끼거나 더 증오하는 ‘최악最惡’의 정당을 응징하기 위해 ‘차악次惡’의 정당을 선택하는 투표를 한다

→ 혼자쥐는 이 틀에서 사람들은 더 꺼리거나 미워하는 ‘가장 몹쓸’ 무리를 뭉개려고 ‘덜 몹쓸’ 무리를 고르려고 찍는다

→ 휘어잡는 이 얼개에서 사람들은 더 밉거나 싫어하는 ‘가장 나쁜’ 놈을 밟으려고 ‘덜 나쁜’ 놈을 뽑으려고 한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20)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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