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4 : -ㄴ 태양 아래 -고 있


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익어 가고 있어요

→ 나는 햇볕이 뜨거워 이글이글 익어요

→ 나는 해가 뜨거워 몸이 타들어 가요

《나는 해파리입니다》(베아트리스 퐁타넬·알렉상드라 위아르/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 18쪽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무늬만 한글인 옮김말씨입니다. “햇볕이 뜨거워”나 “해가 뜨거워”로 바로잡습니다. “익어 가고 있어요”도 옮김말씨예요. “익어요”로 고쳐씁니다. 햇볕이 뜨거워서 몸이 익는다면 “이글이글 익다”처럼 꾸밈말을 붙일 만합니다. 또는 “몸이 타들어 간다”처럼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태양(太陽) : 1. 태양계의 중심이 되는 별 2. 매우 소중하거나 희망을 주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5 : 위 수놓인 학


주머니 위에 수놓인 학을 가만가만 만져 보았습니다

→ 주머니에 덧붙인 두루미를 가만가만 만져 봅니다

→ 주머니에 박은 두루미를 가만가만 만져 봅니다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 창비, 2007) 9쪽


무늬나 땀은 천이나 옷이나 주머니에 놓습니다. ‘위’는 천이나 옷이나 주머니가 아닌 ‘하늘’을 가리키니, 이곳에는 무늬나 땀을 못 박습니다. 찬찬히 무늬를 놓은 두루미를 만집니다. ㅍㄹㄴ


수놓다(繡-) : 1. 여러 가지 색실을 바늘에 꿰어 피륙에 그림, 글씨, 무늬 따위를 떠서 놓다 2. 색실로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다

학(鶴) : [동물] = 두루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0. 나락서점



  인천에서 나고자라고서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지내던 2003년 여름 무렵까지는, ‘나락’이라고 하면 으레 한자말 ‘나락(那落)’부터 떠올렸습니다. 2003년 가을부터 시골에 깃들면서 일터와 삶터를 바꾼 뒤로는, 누가 ‘나락’이라고 하면 ‘씨나락’이며 ‘나락베기’부터 떠올립니다. 살아가는 터가 다르면, 살아가는 말이 바뀝니다. 살림하는 자리가 어디에 따라서, 살림을 그리는 말이 다릅니다. ‘나락’은 ‘낟알’을 가리킵니다. ‘낱’으로 있는 ‘씨알’이라서 ‘낟알’이요 ‘나락’입니다. ‘씨나락’은 올해에 거두어서 이듬해에 심을 ‘볍씨’로 삼는 알입니다. 또는 지난해에 거두어서 올해에 심을 볍씨인 낟알입니다. 부산에 마을책집 〈나락서점〉이 있습니다. 왜 ‘나락’이라는 이름일는지 아직 여쭈지 않았습니다만, 벼랑끝에서 아슬아슬하거나 힘겹거나 두려운 누구나 이곳에서 나긋나긋 마음을 달래면서 품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고 곱씹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시골내기로 살아가는 터라 ‘나락’을 ‘낟알·씨나락’으로 느껴요. 올 한 해 푸짐하게 누리는 들빛인 낟알처럼, 이듬해에 새롭게 심어서 돌볼 낟알마냥, 우리는 누구나 씨앗 한 톨이니, 스스로 마음에 책이라는 낟알 한 톨을 심으면서 새롭게 피어나고 깨어나는 길을 찬찬히 나아갈 수 있다는 뜻으로 헤아려 봅니다. 책집지기님은 다른 뜻과 숨결로 책집에 이름을 붙였을 테지요. 나중에 책집마실을 새롭게 하면 그때 여쭈기로 하고, 부산 문현동 마을책집을 그리고 기리는 글을 끄적끄적 적습니다.



나락서점 (부산)


벼랑끝에 서면 무서워

그러나

네가 날 벼랑끝으로 몰면

나는 늘 별밭을 바라본다


낭떠러지 옆은 두려워

그런데

내가 널 낭떠러지로 밀면

넌 으레 나긋이 웃더라


벼락치는 밤에 눈 번쩍 떠

쭈뼛쭈뼛 머리카락 설 때면

비바람에 그저 춤을 추는

가늘며 곧은 벼포기 떠올려


볍씨 한 톨은 한몸 내놓고는

숱한 낟알 푸지게 이루더라

씨나락이란 살리는 씨알같아

나무처럼 나로 서는 낱인걸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해파리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5.

그림책시렁 1588


《나는 해파리입니다》

 베아트리스 퐁타넬 글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7.30.



  해파리는 해파리입니다. 거북은 거북입니다. 말미잘은 말미잘입니다. 나무는 나무이고, 벌은 벌이며, 굼벵이는 굼벵이입니다. 모든 숨붙이는 다 다른 몸과 마음과 빛입니다. 다 다른 숨붙이는 다 다른 머리와 가슴이 있습니다. 사람하고 모기가 똑같은 머리나 가슴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불가사리하고 문어가 사람하고 똑같은 머리나 가슴일 까닭이 없습니다. 해파리는 해파리라는 몸에 맞게 머리·골과 가슴·염통이 있습니다. 《나는 해파리입니다》를 보면, “내 속에는 뇌가 없어요. 심장도 없고요(6쪽)”라 나오는데, 아주 틀렸습니다. “사람하고 다르”기 때문에 “나(해파리)는 사람하고 다른 골과 염통이에요.”처럼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이 책에는 ‘과학저술가 이지유’ 씨가 책끝에 군말을 붙이는데 그야말로 군더더기입니다. 이런 군말은 말끔히 지우고서 ‘해파리를 해파리로 마주하는 사랑눈빛’을 짚는 글을 실어야 하지 않을까요? 뜻있구나 싶은 그림책이지만 옮김말씨도 아쉽습니다. ‘옮김말씨’가 아닌 ‘우리말씨’로 가다듬기를 바라요. “한 소녀”도 “숙녀”도 “그녀”도 우리말씨하고 너무 멀어요. 그저 ‘아이’요 ‘어른’이며 ‘사람’입니다. 해파리한테 ‘머리’가 없다면 못 움직일 뿐 아니라, 사람을 못 알아봅니다. 해파리한테 ‘가슴’이 없다면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서 바닷가를 더럽히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이를 반가이 맞이하면서 춤을 출 수 없습니다.


#JeSuisLaMeduse #BeatriceFontanel #AlexandraHuard


ㅍㄹㄴ


《나는 해파리입니다》(베아트리스 퐁타넬·알렉상드라 위아르/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


내 속에는 뇌가 없어요. 심장도 없고요

→ 내 몸에는 골이 없어요. 염통도 없고요

→ 나는 머리가 없어요. 가슴도 없고요

6쪽


저런! 한 소녀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 저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 저런! 아이가 울어요

8쪽


나는 해변의 구경거리가 되고

→ 나는 바닷가 구경거리가 되고

15쪽


지겨워졌는지 하나둘씩 자리를 떠요

→ 지겨운지 하나둘 자리를 떠요

→ 지겨운듯 하나둘 자리를 떠요

16쪽


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익어 가고 있어요

→ 나는 햇볕이 뜨거워 이글이글 익어요

→ 나는 해가 뜨거워 몸이 타들어 가요

18쪽


나는 그녀를 위해서 춤을 춥니다

→ 나는 이이 곁에서 춤을 춥니다

→ 나는 이 아이랑 춤을 춥니다

2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망소녀 히나타짱 9
쿠와요시 아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6.5.

책으로 삶읽기 1020


《할망소녀 히나타짱 9》

 쿠와요시 아사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5.4.15.



《할망소녀 히나타짱 9》(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5)을 읽었다. 이미 끝맺어도 될 만한 줄거리인데 굳이 더 잇는구나 싶다. 다만, 이 그림꽃은 줄거리를 더 이을 수 있을 만하다고도 본다. 쳇바퀴일 수 있는 삶을 다룬다면, 쳇바퀴가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 그리는 결대로 나아가는 삶을 짚는다면, 모든 숨빛은 언제나 하나이면서 다 다르다는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이 별에서 잇고 맺고 엮는 모든 삶은 좋거나 나쁘지 않은 그저 사랑이라는 길로 나아가려는 몸짓이라는 대목을 살핀다면, 얼마든지 줄거리를 이어도 된다. 그러나 이렇게 삶을 짚는 줄거리가 아니라, 어영부영 늘어뜨리려는 줄거리라면 부디 끝맺어 주기를 빈다.


ㅍㄹㄴ


‘그래, 그때 칭찬받은 건. 몇 살이 되든 칭찬을 받는 건 기쁘군.’ (52쪽)


“사다오는 그냥 잠만 자도 나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난 우리 사다오 돌보는 게 사는 낙이라.” (84쪽)


“그건, 나와 친구라 기쁘단 소리지? 이 인연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길 바라는 걸로 생각해 두마.” (110쪽)


‘그렇군. 듬직한 오빠는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구먼.’ (130쪽)


+


타로 점에 자신이 있거든

→ 별빛그림 보기 잘하거든

→ 별꽃그림 잘 짚거든

63쪽


히나랑 사다오 오빠의 사랑의 행방은 과연?

→ 히나랑 사다오 오빠는 사랑길이 앞으로?

→ 히나랑 사다오 오빠가 나아갈 사랑은?

64쪽


과연 뭔가가 보일까

→ 참말 뭐가 보일까

70쪽


피로 회복에 아주 탁월하단다

→ 기운을 아주 잘 살린단다

→ 몸을 아주 풀어준단다

124쪽


다리가 부러져서 입원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모양이야. 다리 골절

→ 다리가 부러져서 누웠지만, 목숨은 안 다친 듯해. 다리 부러짐

154쪽


이 오지라퍼

→ 이 오지랖꾼

→ 이 오지랖이

155쪽


왠지 두근두근거린다

→ 왠지 두근두근하다

→ 왠지 두근거린다

15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