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5.31. 네 곁에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숲종이(도서관 소식지) 〈책숲 1019〉을 어찌해야 하나 망설였으나, 곁님과 두 아이가 들려준 말을 헤아리면서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다만, 부산으로 깃새지기(상주작가)를 하러 오가느라 글붓집에 찾아가서 종이를 뜰 겨를은 5월 21일이 아닌 5월 29일에 겨우 났고, 큰아이가 낮부터 일손을 도운 끝에 한나절 만에 드디어 다 손질하고서 나래터로 들고 가서 부쳤습니다.


  온누리 모든 어린이와 푸름이를 지켜보면 누구나 다르게 대견하고 의젓합니다. 저마다 손씨(솜씨)와 손길과 손끝이 다를 뿐입니다. 저도 어릴적에 우리 어머니 곁에서 서툰 손씨에 손길에 손끝으로 이모저모 집안일을 돕거나 거들면서 일손을 나누었습니다. 마침내 어머니가 일을 마칠 즈음에 “제가 썩 잘 돕지 못해서 죄송해요.” 하고 말씀을 여쭈는데, 어머니는 으레 “아니야! 혼자 다 했으면 언제 끝났겠니! 고마워!” 하셨습니다.


  부산에 자주 깃들어 밤낮과 아침저녁을 보내는 길에 돌아봅니다. 서울이건 부산이건 큰고장은 몹시 시끄럽습니다. 새소리나 벌레소리나 개구리소리는 아예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기울여서 부르면 어느새 크고작은 새가 이쪽으로 날아앉아서 가볍거나 우렁차게 노래를 베풉니다.


  우리는 부산과 서울이라는 큰고장 한복판에서 개구리노래를 만날 수 있을까요? 동박새 춤짓과 꾀꼬리 노래마당과 제비 곤두박춤과 고니 날갯짓을 지켜볼 수 있을까요? 큰고장 한복판에서 개구리가 떼노래를 베풀고 풀벌레가 나란히 떼노래를 들려주는 숲빛살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참말로 ‘민주·자유·평등·평화·진보·보수·연대’라는 이름을 쓰려면, “나하고 다른 너”를 “나하고 다르기에 나랑 나란히 놓고서 숨결을 바라볼” 노릇이면서, “나하고 다른 너”를 비아냥대거나 비꼬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을 때라야 참답고 바르고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네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낱낱이 따지는 일은 안 나쁘지만, 정작 “우리가 ‘민주·자유·평등·평화·진보·보수·연대’를 참답게 이루려는 길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짚고서 이야기할 노릇입니다.


  앞으로는 ‘선거운동 일체금지’를 하면서 ‘투표일 그날’까지도 ‘방송국 정책토론’을 ‘끝장수다’로 펼 노릇이라고 봅니다. ‘투표일 그날’에도 ‘당사에서 개표방송 시청’ 따위를 하지 말고, ‘후보자 모두’ 방송국에 한자리로 모여서 “앞으로 누가 나라지기로 뽑히든, 나라일을 어떻게 이끌고 다스리면서 펼쳐야 이 나라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며 자랄 터전으로 거듭날는지”를 놓고서 밤새도록 생각을 주고받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개표결과’에 목매달지 않아야 할 노릇입니다. 우리는 ‘정책토론’을 지켜볼 노릇입니다. ‘개표방송’ 따위마저 안 해야 합니다. ‘개표중계’는 하되, ‘개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후보자와 비서와 실무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이 나라 새길을 놓고서 머리를 맞대는 정책토론마당”을 밤새도록 끝없이 이야기하면서 가장 나은 실마리를 찾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누가 나라지기로 뽑히든, 나라살림을 올곧게 가꾸는 틀을 세울 수 있다고 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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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내 신



맨발로 서울 북한산을 오르고

고무신으로 제주 한라산을 오르면

발바닥으로 이곳 땅빛을 느껴


여기는 흙냄새가 이렇구나

이곳은 흙빛이 이러하네


맨손으로 바람을 쓰다듬으면

맨손 맨발로 나무를 타면

나는 저 하늘 매랑 나란히

바람과 나무 이야기를 듣지


2025.6.1.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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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곁님이 내 앞으로 오면서

여태 얼마나 눈감은 바보였는지

새롭게 돌아보았다


큰아이를 맞이하며 함께 놀면서

내가 스스로 노래를 잊고

나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알아보았다


작은아이가 찾아와 같이 살면서

내가 나를 사랑할 적에

보금자리를 이루는구나 싶었다


나는 나를 보려고 너를 마주본다


2025.6.1.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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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73 : 일단 대화 나누면 상대방 편안하게 만들


일단 대화를 나누면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지

→ 뭐 얘기를 해보면 서로 느긋하지

→ 어쨌든 얘기를 하면 그쪽도 아늑하지

《소녀의 마음》(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2004) 241쪽


“나누는 말”인 ‘얘기·대화’이기에 “일단 대화를 나누면”은 “뭐 얘기를 해보면”이나 “어쨌든 얘기를 하면”으로 바로잡습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지”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예요. 우리는 서로 ‘만들’지 않습니다. 서로 어떤 일이나 말을 ‘할’ 뿐인데, 이 대목에서는 “서로 느긋하지”나 “그쪽도 아늑하지”나 “함께 포근하지”로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일단(一旦) : 1. 우선 먼저 2. 우선 잠깐 3. 만일에 한번

대화(對話) :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상대방(相對方) : 어떤 일이나 말을 할 때 짝을 이루는 사람 = 상대편

편안(便安) : 편하고 걱정 없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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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74 : 산속 -게 되었


줄곧 이 산속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 줄곧 이 멧집에 머무른다

→ 줄곧 이 멧골집에 머문다

《산기슭에서, 나 홀로》(우에노 지즈코/박제이 옮김, 청미, 2025) 10쪽


‘속’을 붙이는 자리가 있다면, ‘속’을 안 붙이는 자리가 있습니다. 메(사)에 집을 짓거나 마련해서 살아갈 적에는 ‘멧집’이라고만 합니다. 이미 메에서는 “메라고 하는 터에 폭 안기듯 스며서 살아간다”고 여깁니다. 옮김말씨인 ‘-게 되었다’는 털어냅니다. ㅍㄹㄴ


산속(山-) : 산의 속 ≒ 산내·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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