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 - 나의 사회학 에세이
박대리 지음, 안다연 그림 / 영수책방 / 2021년 4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1.
인문책시렁 435
《우리는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
박대리 글
안다연 그림
영수책방
2021.4.22.
《우리는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는 이미 책이름에 줄거리하고 맺은말이 다 나온 셈입니다. 굳이 안 물어보아도 누구나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낱말을 하나만 돌려도 모든 곳에서 마찬가지인 줄 느낄 만합니다. “우리는 왜 학교 눈으로 이야기할까?”라든지 “우리는 왜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따를까?”라든지 “우리는 왜 나라가 시키는 대로 할까?”라든지 “우리는 왜 서울에 눌러앉아서 이야기할까?”처럼 되물을 노릇이에요.
어릴적부터 길듭니다. 어릴적부터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걷는 길이 익숙합니다. 어른이 보내니까 들어가야 하고, 남들도 다 하니까 따라가야 하고, 뒤처지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종이(졸업장·자격증)가 없으면 돈벌자리를 못 찾으면서 그만 굶어죽을 수 있다고 걱정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몸마음에 순이돌이(남녀)라는 빛이 나란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은 몸마음을 넋으로 돌보고 얼로 감쌉니다. 모든 사람은 몸마음에 삶을 담고서 살림을 짓는 동안 사랑을 스스로 깨달아 둘레에 넉넉히 펴는 하루입니다. 그런데 어릴적부터 길들고 물들고 젖어들면서 ‘나(참나·참다운 나)’를 잊고 잃어요. 오늘날 이 나라와 배움터와 마을과 책은 온통 “내가 나를 잊고 잃으면서 나라가 등을 떠미는 대로 톱니바퀴 노릇을 하는 서울살이”에 얽매이는 얼거리입니다.
아이를 길들여야 일자리를 얻어서 돈을 법니다. 아이를 길들여야 나중에 “길든 어른”으로 굳어서 “서울을 안 떠납”니다. 아니,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아예 싹트지 않아요. 아이를 길들이면서 아주 메마른 마음으로 바꾸어 놓거든요. 배움터에서 책읽기를 시키기는 하되, 다 다른 아이가 어느 책을 읽건 다 다르게 느껴서 다 다르게 사랑을 찾아나가도록 북돋우지 않아요. 모든 책을 온통 ‘독서지도’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똑같이 외워서 대학입시에 맞도록 옳아맵니다.
이미 어린이집과 배움터를 다니는 동안 “나라가 시키는 대로 길들”었기에, “열린배움터를 마치고서 일터에 들어갈” 적에는 아주 길든 쳇바퀴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고 건사하는 보금자리를 돌아보는 하루일 때라야 비로소 ‘나’를 알아보고서 ‘너’를 마주하는 ‘우리’라고 하는 푸른별 숨결을 되찾습니다.
ㅍㄹㄴ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동료에게 당당하게 할 수 있지? 저런 발언은 고리타분한 경영자쯤 되어야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대리, 과장 정도만 되도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언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16쪽)
절이 이상하다면 절을 고쳐 나가면 될 일인데 절은 바뀔 생각이 없고 선택의 몫을 중에게 맡긴다. (53쪽)
책마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고 책은 많이 읽는 것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할 텐데 그런 건 상관없단다. 단지 몇 권을 읽는지가 중요했고 많이 읽기만 하면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87쪽)
조직 안에 있는 건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다 보면 구조도 따라서 변할지 모른다. (196쪽)
+
《우리는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박대리, 영수책방, 2021)
역지사지의 가르침을 받아왔거늘 잊고 있었다
→ 거울을 배워 왔거늘 잊었다
→ 뒤집어보기를 배웠거늘 잊었다
9쪽
회사 동료 여럿과 술자리를 가졌다
→ 일동무 여럿과 술자리를 했다
→ 일벗 여럿과 술자리에 갔다
20쪽
어쨌든 결국에는 교육이 시작된다. 나는 너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 어쨌든 마침내 가르친다. 나는 너를 가르쳐야만 하니까
30쪽
위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누가 더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 이 말만 놓고 본다면 누가 더 버릇없는 사람이라고
→ 이 소리만 놓고 본다면 누가 더 건방진 사람이라고
37쪽
난 성실하다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내가 성실하지 않다고 한다
→ 난 애쓴다 여기는데 누구는 내가 애쓰지 않는다고 한다
→ 난 땀흘린다 보는데 누구는 내가 땀을 안 흘린다고 한다
8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