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손으로 쓰고 말하는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서 부천으로 왔다. 등짐이 아직 가볍기도 하지만, 그냥 못 본 척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수북하다. 그러나 더 보다가는 무거워서 못 걸을 수 있기에, 오늘밤에 읽을 만큼만 고르고서, 이다음달에 마실해서 사읽자고 생각한다.


  요 이레 사이에 쓴 손글하고 두어 달 앞서 쓴 손글을 문득 올려놓고서 들여다본다. 즐겁다. 나는 손수 짓는 사람이로구나. 다리로 걷고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느끼고 귀로 받아들이고 살갗으로 배우고, 마침내 사랑으로 품고 풀 길을 곱씹는다.


  우리는 누구나 먼먼 아스라이 머나먼 옛날 옛적부터 손수짓기에 손수빚기에 손수살림으로 아이들한테 물려주고서 노래했다. 손발을 쓰고 나누기에 사람으로서 산다. 손발을 잊고서 잃기에 사람빛을 나란히 잊고서 잃는다. 서로 온마음과 온몸으로 만나면 넉넉하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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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잔소리 큰소리



  잔소리란 무엇일까 하고 오래오래 곱씹어 보았다. 나는 쉰 해라는 나날을 “잔소리 듣는 자리”에 서는데,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느낀 적이 아예 없다. 이와 달리 큰소리를 들으면 흔들리고 아찔하고 어지럽더라.


  이레쯤 앞서부터 두 소리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잔소리란 작은소리이다. 자잘하게 짚고서 작은곳부터 가다듬자고 들려주기에 잔소리이다. 자분자분 말하고, 자그맣게 알려주면서 조금씩 바꾸거나 가꾸어 가자고, 함께 이 길을 가자고 낮게 속삭이며, 늘 곁에서 사근사근 다가서려는 소리이기에 잔소리이더라.


  이와 달리, 큰소리란 호되게 꾸짖으면서 와락 허물려는 소리이다. 이제 이대로는 너랑 같이 안 하거나 못 하니까 확 뜯어고치라고, 안 뜯어고치면 “난 너를 떠날래!” 하고 마지막으로 울부짖는 피맺힌 소리이다.


  숱한 사내는 잔소리를 껄끄러워하거나 싫어하거나 귀찮아한다. 이러다가 왈칵 큰소리만 치려고 한다. 늘 하나씩 씨앗을 심고서 돌보듯 작게 조용히 넌지시 가볍게 늘 사랑으로 나아가려는 길을 등지기에 “잔소리가 싫게 마련”이로구나 싶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와락 바꿀 수 있고, 날마다 하나씩 돌보며 사랑할 수 있다. 잔소리를 들려주는 사랑이란, 아주 작은 데까지 지켜보며 “너하고 늘 한마음이란다.” 하고 빙그레 웃는 마음이라고 본다. 으레 큰소리를 내며 꾸짖거나 악에 받칠 적에는 이제 미움과 불길이 걷잡을 수 없는 나머지 “나 죽게 생겼어! 언제까지 잔소리를 안 들으며 아무렇게나 구니? 내가 죽는 꼴을 그렇게 보고 싶어?” 하고 외치는 피눈물이라고 본다.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고마운 줄 알 노릇이다. 오롯이 사랑이기에 잔소리를 한다. 사랑이 사라지고 말아서 불길이 타오르니 큰소리가 판친다. 큰소리만 치는 숱한 사내는 스스로 사랑을 잊고 등진 바보이다. 가시내가 마침내 큰소리를 터뜨릴 때까지 잔소리를 두 귀로 다 흘린 사내는 그저 머저리에 멍텅구리에 얼간이라고 하겠다.


  잔소리란 “작은씨앗소리”이다. 잔소리란 “작은숲소리”이다. 잔소리란 “사랑소리”이다. 잔소리를 안 들으려는 버릇을 바로잡아야 비로소 온누리와 보금자리가 아늑하고 아름답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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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3.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로빈 월 키머러 글·존 버고인 그림/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5.27.



아침길을 나설 적에 세 사람 배웅을 받는다. 간밤부터 비가 온다. 시원하게 씻고 달랜다. 부산 사상나루에 닿아서 보수동 〈대영서점〉을 찾아간다. 책짐을 이고 지고 안으면서 〈책과 아이들〉로 온다. 책짐을 내려놓고서 땀을 헹구고 빨래를 한다. 저녁에 “내가 짓는 내 사전” 두걸음을 편다. 오늘은 ‘놈·읽다·우리’ 세 낱말을 다룬다.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를 읽는 내내 글결과 옮김말씨가 걸거친다. 글쓴이는 들숲메바다에 온몸을 뛰어들지 않았구나 싶고, 옮긴이는 들숲메바다를 품는 터전이 아닌 서울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로구나 싶다. “숲이 셈하지 않는다”니, 터무니없다. 숲은 늘 셈(헤아리다·생각)을 한다. 생각하지 않는 들숲메라는 씨앗이 싹틀 수 없고 자랄 수 없으며 푸른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더구나 이 책은 워낙 《The Serviceberry》 아닌가? ‘들딸’이나 ‘멧딸’ 이야기이다. 또는 ‘들벚(들버찌)’이나 ‘멧벚’ 이야기이다. 사람도 들숲메도 돌바람흙도 언제나 하나부터 온까지 셈(생각)을 그린다. 그리기 때문에 몸(몬·모두)을 이루고, 서로 만나서 새롭게 어울린다. 들숲메에서 들딸과 숲딸과 멧딸이 언제 익는가? 들딸꽃은 언제 피는가? 한겨울에도 딸기넝쿨은 안 시든다. 겨울에 눈을 소복하게 맞으면서 찬겨울빛을 품기에 새봄에 하얗게 꽃물결을 이루고서 늦봄에 달콤히 열매를 베푸는 숲빛을 헤아리려면 “숲은 들 헤아리”는 줄 알아보아야 한다.


#The Serviceberry #RobinWallKimmere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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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2.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

 마츠무시 아라레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2.28.



무자위 꼭지(단자)가 또 나간다.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 철물점에 닿는다. 새로 장만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짙구름 깔린 들길을 달리면서 흰새를 마주한다. 흰새를 가만히 바라보면 훅 날아가고, 흰새를 못 본 척하면 얌전히 있는다. 서로 지켜보는 셈이다. 저녁나절에 함께 〈티처스 2〉을 본다. 넷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한 시간 남짓 흐르는 풀그림을 놓고서 거의 한나절(4시간)에 걸쳐서 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나눈다. 이야기란, 높낮이 없이 나란히 서서 마음을 잇는 말소리를 가리킨다. 이야기가 흐르는 집과 배움터와 나라일 적에만, 비로소 누구나 홀가분히 날갯짓을 한다.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를 읽고서 이내 다음걸음으로 간다. “내가 짝을 만날 만큼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근심걱정을 하나씩 씻고 털고 지우면서 “나는 나를 나답게 나로서 마주하는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 줄거리로 한 올씩 풀어간다고 느낀다. 다만, 이 삶을 돌아보면 ‘풀리는 길’보다는 ‘엉키는 길’이 더 많아 보이지만, 언제나 수렁에 잠겨서 헤매더라도 ‘풀어갈 길’을 그리고 말하고 바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할 적에 비로소 풀잇길을 스스로 찾아나선다고 본다. “눈이 높은가 낮은가” 쪽이 아닌 “어떤 눈인가” 하고 살필 일이다.


#自轉車屋さんの高橋くん #松蟲あら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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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 - 나의 사회학 에세이
박대리 지음, 안다연 그림 / 영수책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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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1.

인문책시렁 435


《우리는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

 박대리 글

 안다연 그림

 영수책방

 2021.4.22.



  《우리는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는 이미 책이름에 줄거리하고 맺은말이 다 나온 셈입니다. 굳이 안 물어보아도 누구나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낱말을 하나만 돌려도 모든 곳에서 마찬가지인 줄 느낄 만합니다. “우리는 왜 학교 눈으로 이야기할까?”라든지 “우리는 왜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따를까?”라든지 “우리는 왜 나라가 시키는 대로 할까?”라든지 “우리는 왜 서울에 눌러앉아서 이야기할까?”처럼 되물을 노릇이에요.


  어릴적부터 길듭니다. 어릴적부터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걷는 길이 익숙합니다. 어른이 보내니까 들어가야 하고, 남들도 다 하니까 따라가야 하고, 뒤처지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종이(졸업장·자격증)가 없으면 돈벌자리를 못 찾으면서 그만 굶어죽을 수 있다고 걱정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몸마음에 순이돌이(남녀)라는 빛이 나란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은 몸마음을 넋으로 돌보고 얼로 감쌉니다. 모든 사람은 몸마음에 삶을 담고서 살림을 짓는 동안 사랑을 스스로 깨달아 둘레에 넉넉히 펴는 하루입니다. 그런데 어릴적부터 길들고 물들고 젖어들면서 ‘나(참나·참다운 나)’를 잊고 잃어요. 오늘날 이 나라와 배움터와 마을과 책은 온통 “내가 나를 잊고 잃으면서 나라가 등을 떠미는 대로 톱니바퀴 노릇을 하는 서울살이”에 얽매이는 얼거리입니다.


  아이를 길들여야 일자리를 얻어서 돈을 법니다. 아이를 길들여야 나중에 “길든 어른”으로 굳어서 “서울을 안 떠납”니다. 아니,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아예 싹트지 않아요. 아이를 길들이면서 아주 메마른 마음으로 바꾸어 놓거든요. 배움터에서 책읽기를 시키기는 하되, 다 다른 아이가 어느 책을 읽건 다 다르게 느껴서 다 다르게 사랑을 찾아나가도록 북돋우지 않아요. 모든 책을 온통 ‘독서지도’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똑같이 외워서 대학입시에 맞도록 옳아맵니다.


  이미 어린이집과 배움터를 다니는 동안 “나라가 시키는 대로 길들”었기에, “열린배움터를 마치고서 일터에 들어갈” 적에는 아주 길든 쳇바퀴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고 건사하는 보금자리를 돌아보는 하루일 때라야 비로소 ‘나’를 알아보고서 ‘너’를 마주하는 ‘우리’라고 하는 푸른별 숨결을 되찾습니다.


ㅍㄹㄴ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동료에게 당당하게 할 수 있지? 저런 발언은 고리타분한 경영자쯤 되어야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대리, 과장 정도만 되도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언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16쪽)


절이 이상하다면 절을 고쳐 나가면 될 일인데 절은 바뀔 생각이 없고 선택의 몫을 중에게 맡긴다. (53쪽)


책마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고 책은 많이 읽는 것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할 텐데 그런 건 상관없단다. 단지 몇 권을 읽는지가 중요했고 많이 읽기만 하면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87쪽)


조직 안에 있는 건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다 보면 구조도 따라서 변할지 모른다. (196쪽)


+


《우리는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박대리, 영수책방, 2021)


역지사지의 가르침을 받아왔거늘 잊고 있었다

→ 거울을 배워 왔거늘 잊었다

→ 뒤집어보기를 배웠거늘 잊었다

9쪽


회사 동료 여럿과 술자리를 가졌다

→ 일동무 여럿과 술자리를 했다

→ 일벗 여럿과 술자리에 갔다

20쪽


어쨌든 결국에는 교육이 시작된다. 나는 너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 어쨌든 마침내 가르친다. 나는 너를 가르쳐야만 하니까

30쪽


위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누가 더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 이 말만 놓고 본다면 누가 더 버릇없는 사람이라고

→ 이 소리만 놓고 본다면 누가 더 건방진 사람이라고

37쪽


난 성실하다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내가 성실하지 않다고 한다

→ 난 애쓴다 여기는데 누구는 내가 애쓰지 않는다고 한다

→ 난 땀흘린다 보는데 누구는 내가 땀을 안 흘린다고 한다

8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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