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차경 借景


 오래된 정원의 借景 → 오래뜰에 받아들인

 차경(借景)하는 듯한 정취를 풍기어 → 옮겨낸 듯한 빛을 풍기어


  우리 낱말책에 ‘차경(借景)’ 같은 일본말 ‘しゃっけい’를 실을 까닭이 없고, 다뤄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말로 ‘가져가다·끌어오다·넣다’나 ‘둘러대다·돌라대다·들이다’나 ‘받다·받아들이다·받아주다’라 하면 되어요. ‘빌리다·빌려쓰다’나 ‘빚·빚길·빚살림·빚내다·빚지다’라 할 수 있어요. ‘얻다·얻어들이다·얻어쓰다’라 해도 어울립니다. ‘옮겨쓰다·옮기다’나 ‘퍼가다·퍼나르다’라 해도 되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차경’을 둘 더 실으나 싹 털어냅니다. ㅍㄹㄴ



차경(借耕) : 남의 땅을 빌려 경작함

차경(差境) : 병의 차도가 있는 형편



한옥에서는 풍경도 빌려 쓰는 거라네요. 차경(借景)

→ 흙집에서는 빛도 빌려쓴다네요. 빈빛

→ 옛집에서는 터도 빌린다네요. 빌림터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손택수, 창비, 202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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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월요병 月曜病


 월요병을 극복하는 5단계 → 달날앓이 이겨내는 닷걸음

 고질병인 월요병 때문에 → 버거운 첫날앓이 때문에


  ‘월요병(月曜病)’은 “한 주(週)가 시작되는 월요일마다 정신적·육체적 피로나 힘이 없음을 느끼는 증상”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그냥 일본말입니다. 우리로서는 ‘달날앓이’나 ‘첫날앓이’로 나타낼 만합니다. ㅍㄹㄴ



월요병의 전조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보이기 시작해

→ 달날앓이는 해날 낮이면 보이고

《저절로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안성진, 타래, 2017) 190쪽


농부는 월요병 같은 거 없지?

→ 논밭꾼은 달날앓이 없지?

→ 논밭지기는 첫날앓이 없지?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서와, 상추쌈, 202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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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인형 人形


 인형을 껴안고 잔다 → 귀염이를 껴안고 잔다 / 둥이를 껴안고 잔다

 인형을 하고 어떻게 그런 짓을 → 사람꼴을 하고 어떻게 그런 짓을

 너무 귀여워 꼭 인형을 보는 것 같다 → 더없이 귀엽다 / 몹시 예쁘다

 인형 같은 아이를 안는 것만으로도 → 예쁜 아이를 안기만 해도


  ‘인형(人形)’은 “1. 사람이나 동물 모양으로 만든 장난감 2. 사람의 형상 3. 예쁘고 귀여운 아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4. [역사] 뼈, 돌, 진흙 따위로 사람의 얼굴이나 몸체를 본떠 만든 고대의 우상(偶像)”을 가리킨다지요. ‘사람꼴·사람낯·사람탈’이나 ‘장난감·귀염이’로 다듬습니다. ‘아이·아이들·사랑’이나 ‘곱다·예쁘다·아리땁다·사랑스럽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작은님·작은별·작은빛·작은이·작은나무’나 ‘둥이·나무·나무토막·나무도막’로 다듬어요. ‘고분고분·얌전하다·말없다’나 ‘꼭두각시·허수아비·망석중·심부름꾼’으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인형’을 넷 더 싣는데 몽땅 털어냅니다. ㅍㄹㄴ



인형(仁兄) : 편지글에서, 친구 사이에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인형(印形) : 도장을 찍은 형적 = 인발

인형(姻兄) : 1. 손위 누이의 남편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 = 매형 2. 편지글에서, 매제가 손위 처남을 높여 이르는 말

인형(鱗形) : 비늘과 같은 모양



지금 내가 ‘거렁뱅이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며 파리잡이 끈끈이 살 돈을 벌면 … 지금까지 에밀이 깎은 나무 인형 324개가

→ 오늘 내가 ‘거렁뱅이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며 파리잡이 끈끈이 살 돈을 벌면 … 이제까지 에밀이 깎은 나무 아이 324이

《에밀의 325번째 말썽》(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3) 19쪽


앞에서 인형과 작중인물의 유사성을 이야기했지만, 문학작품 속의 작중인물도 단순히 독자의 흥미에 얽매이기를 거부했을 때 비로소 개성이 발휘되는 법이다

→ 앞에서 귀염이와 글사람이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지만, 글에 나오는 사람도 한낱 재미에 얽매이지 않으려 할 적에 비로소 빛나게 마련이다

《판타지 책을 읽는다》(가와이 하야오/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2006) 112쪽


복화술사들은 모르는 人形의 얼굴로 매달려 있었지요

→ 방긋님은 모르는 장난감 얼굴로 매달렸지요

→ 벙긋님은 모르는 작은이 얼굴로 매달렸지요

《밤의 분명한 사실들》(진수미, 민음사, 2012) 118쪽


내 목적은 긴타 군 인형을 GET하는 거예요

→ 나는 긴타 꼬마를 얻으려 해요

→ 나는 긴타 귀염이를 낚으려 해요

《학교 선생님 4》(스야마 신야/허강미 옮김, 학산문화사, 2012) 6쪽


자투리 천으로 한복에 다는 동전들과 인형 옷을 만들어 주셨어요

→ 자투리천으로 우리옷에 다는 쇠돈과 귀염이옷을 지어 주셨어요

→ 자투리천으로 한옷에 다는 소꿉돈과 작은이옷을 지어 주셨어요

《처음 손바느질》(송민혜, 겨리, 2014) 2쪽


인형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 사랑한다

→ 작은님한테 마음을 주고 오롯이 사랑한다

→ 작은빛한테 마음이 있다고 여기면서 옹글게 사랑한다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서천석, 창비, 2015) 85쪽


엄마는 히나인형을 무척 동경했다고 해요

→ 엄마는 히나아이를 무척 꿈꿨다고 해요

→ 엄마는 히나놀이를 무척 바랐다고 해요

→ 엄마는 히나를 무척 좋아했다고 해요

→ 엄마는 히나를 무척 갖고 싶었다고 해요

《30점짜리 엄마 1》(다카기 나오코/박주영 옮김, artePOP, 2015) 61쪽


인형 화장시킬 때 집념이 느껴지더라니까

→ 귀염이 꾸밀 때 불꽃을 느꼈다니까

→ 꽃사람 꾸밀 때 불타오르더라니까

→ 꼭두각시 꾸밀 태 활활거리더라니까

《메종 일각 2》(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 155쪽


집에서 나온 것은 헝겊 인형인 코끼리와 기린과 사자였어요

→ 집에서는 헝겊 장난감인 코끼리와 기린과 사자가 나왔어요

→ 집에서는 헝겊 작은님인 코끼리와 기린과 사자가 나왔어요

《울보 꼬마》(이마무라 아시코·사카이 고마코/조혜숙 옮김, 책빛, 2020) 4쪽


허영적이고 인형적인 결혼은 결사 반대했다

→ 거품에 꼭두각시 짝맺기는 손사래쳤다

→ 겉치레에 귀염둥이 짝짓기는 내쳤다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이임하, 철수와영희, 2023) 60쪽


원래 지역 산업은 목각인형이니까요

→ 예부터 마을일은 나무둥이니까요

→ 워낙 마을에서 작은나무를 깎았어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4》(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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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종기 腫氣


 종기가 나다 → 뾰루지가 나다

 종기가 돋아나 있었다 → 부스럼이 돋았다


  ‘종기(腫氣)’는 “피부의 털구멍 따위로 화농성 균이 들어가서 생기는 염증 ≒ 종·종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고름·고름덩이·피고름’이나 ‘부스럼·붓다·부어오르다’로 손봅니다. ‘빨갛다·빨강이’나 ‘뾰루지·뾰두라지’로 손볼 만합니다. ‘생채기·아픈데·아픈곳·앙금’이나 ‘자국·칼자국·흉’으로 손봐도 되어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종기’를 셋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종기(宗器) : 집안에 전해 오는 가보(家寶)

종기(終期) : 1. 어떤 일이 끝나는 시기 2. [법률] 법률 행위의 효력이 소멸하는 기한 3. [생명] 유사 분열에서, 염색체가 두 극에서 휴지핵으로 돌아가는 시기 = 말기

종기(鍾氣) : 정기(精氣)가 한데 뭉침. 또는 그 정기



화산, 그것은 대지의 종기다

→ 불메는 이 땅에 고름이다

→ 불갓은 땅에서 뾰루지이다

《불새 1》(테츠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6쪽


종기가 하루 만에 없어지는 온천도 있어요

→ 부스럼이 하루 만에 녹는 포근샘도 있어요

→ 뾰루지를 하루 만에 푸는 푸근샘도 있어요

→ 고름을 하루 만에 없애는 따뜻샘도 있어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4》(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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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6.19.

숨은책 1064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

 정운현 글

 한울

 1995.10.2.첫/1996.1.10.재판



  처음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를 만나던 1995년 가을을 떠올립니다. 갈수록 싸움터(군대)가 나아진다고 하지만, 지난 2024년 5월 23일에 ‘여중대장 가혹행위 훈련병 살인(제12보병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이 나라가 차츰 어깨동무에 가깝게 가더라도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처럼, ‘묻지 마’ 주먹질에다가 ‘일부러’ 주먹질이 판칩니다. 저는 1995년 11월 6일에 싸움터에 들어가는 날을 앞두고서 하루하루 ‘끝말(유언)’을 적었습니다. 1995년은 길에서도 주먹떼(깡패·조폭)가 버젓이 날뛰었고, 배움터에서는 ‘사랑매’ 아닌 그냥 주먹질이 흔했습니다. 저는 싸움터에서 ‘상병 5호봉’까지 날마다 얻어맞아야 했고, 이 바보짓을 동생들이 안 물려받기를 바랐기에 ‘상병 6호봉’부터 혼자만 주먹질을 안 했습니다. 또래(입영동기)는 저더러 “야, 너 혼자 신선이야? 너 혼자 하느님이야? 네가 얘들을 안 때리니까 우리만 나쁜놈 같잖아? 여태까지 맞은 게 얼마인데, 넌 분통도 안 터져? 제발 너도 좀 같이 때려!” 하고 외쳤지만, 귓등으로 흘렸습니다. 중대장만 순이가 맡는대서 싸움터가 안 바뀝니다. 아예 싸움터를 없애야 하는데, 정 못 없애겠다면, 아이를 낳아서 돌본 아주머니가 중대장·연대장·사단장·국방부장관을 맡을 노릇입니다. ‘아이 아줌마’는 슬기로나 힘으로나 마음으로나 으뜸인걸요.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는 줄거리가 훌륭합니다. ‘일제유산’이라는 이름을 이 책이 비로소 이 나라에 퍼뜨렸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글님은 ‘큰것’만 보려고 했습니다. ‘작은것’, 이른바 수수한 사람이 살아간 곳에 깃든 ‘작은 일제유산’은 아예 안 쳐다보았다고 할 만합니다. 일본말씨하고 일본한자말도 ‘일제유산’일까요? ‘국민학교’는 이름을 바꿔도 모든 벼슬꾼(정치인)은 늘 ‘국민’을 섬기겠다고 외칩니다. ‘국민’이란 뭔가요? “일본우두머리를 섬기는 나라를 이루는 사람”이 ‘국민’이요, “일본우두머리를 안 섬기는 몹쓸 부스러기”를 ‘비국민’이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쪽이든 저쪽이든 ‘벼슬을 쥔 무리’를 섬겨야만 ‘국민’인 셈이고, 벼슬무리를 안 섬기면서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수수한 사람은 몽땅 ‘비국민’으로 여기는 끔찍한 일제유산이 아직도 온나라에 서슬퍼렇게 흐르는 판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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