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0. 입틀막 하는 자유화



  서울에서는 예전 대통령이 ‘올라오시’면서 한껏 잔치판이라 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사유화로 거머쥐려는 이들은 도종환 씨도 옆구리에 끼고서 활짝 웃는다. 이분들은 ‘도서전 사유화 반대’라는 작은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고서 ‘관변단체’라거나 ‘출판노조’ 쪽 아니냐고 지청구를 한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출판노조 사람이 어떻게 관변단체와 손을 잡지? 말이나 되는가? 예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꾼을 거느려서 기념사진을 쏟아내어 새뜸(언론)에 뿌리는 이들이야말로 관변단체이지 않은가?


  작가와 출판단체라면, 누구를 지지하건 말건 누가 뽑히건 말건, 책잔치 자리에는 정치인과 지자체장은 그저 손님 하나로만 받아야 할 뿐, 기념사진도 기념사도 안 해야 마땅하다. 관변과 금을 그어야 책과 말이 제자리이지 않은가?


  책잔치 임자(주인공)는 유명작가나 대형출판사가 아니며, 이분들일 수 없다. 책잔치에는 예전 대통령이나 정치꾼이 찰칵찰칵 찍으면서 웃음마당을 벌이는 곳이 아니며, 이럴 수도 없다. 모든 글지기와 책지기와 책집지기와 책손, 이렇게 넷이 어깨동무로 너나없이 어울릴 노릇인 책잔치여야 맞고 마땅하다.


  ‘도서전 사유화(서울국제도서전·부산국제아동도서전)’가 거리끼지 않다면 ‘수다판(자유토론)’을 나라 곳곳에서 벌여야 마땅하다. 뒤(밀실)에서 기자들한테 밥사주고 모시면서 보도자료만 내는 일이야말로 관변단체 모습이라고 느낀다.


  ‘도서전 사유화 반대 이야기마당’을 막으려는 그들은 무엇이 구려서 숨겨야 하기에 안절부절을 못 하는지, 그야말로 딱하다. 반대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출판인 아닌가? 반대 목소리를 찍어누르려는 그대들은 관변일 뿐 아니라 독재라고 느낀다. 누가 입틀막을 하겠는가? 참(진실)이 두려우니 뒤에서 수군거리는구나 싶다. 참낯이 드러날까 싶어서 들숲을 모두 불태우려고 하는구나.


https://blog.naver.com/no_priv_sibf/22389659050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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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2. 로자 파크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는지 모르지만, “모두 알아볼 수 없다”기보다는 “모두 알아보려는 마음이 없기에 알아보지 못 한다”고 해야 알맞다고 느낍니다. 먼저 마음부터 활짝 열면서 생각해 봐요. 마음을 닫으니 옆에 누가 있는지 모릅니다. 마음을 닫아걸기에 둘레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풀꽃나무와 새와 벌나비를 하나도 모릅니다. “너무 많”아서 못 알아본다고 느끼지 않아요. 마음이 없거나 마음을 닫은 탓에 안 알아볼 뿐이지 싶습니다. ‘로자 파크스’라는 미국사람이 있습니다. ‘버스 보이콧’으로 ‘민권운동’을 지폈다고 알려진 분인데, 막상 이분은 ‘어깨동무(민권운동)’을 1930년대부터 했습니다. 또한 1955년에 온마을 이웃하고 함께 ‘걷기(버스 보이콧)’를 하면서 담벼락(흑백차별) 가운데 하나를 허물고 나서도, 2005년에 숨을 거두는 날까지 꾸준히 어깨동무(민권운동)라는 길을 걸었어요. 어릴적에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배운 살림을 고스란히 품었고, ‘얼뜬 흰살갗’만 있지 않고 ‘눈뜬 흰살갗’도 많은 줄 알아본 로자 파크스 님이라지요. 살갗이 희거나 검기 때문에 얼뜨지 않다고,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고 배우면서 살림길을 익히려 하지 않기에 ‘어느 살갗이든’ 눈뜨거나 얼뜨다고 밝히는 걸음걸이였어요. 어깨동무로 나아가자는 검은살갗도 숱하게 목숨을 잃고 고되었고, 이 길을 나란히 걸은 숱한 흰살갗도 따돌림과 가난을 견디었을 뿐 아니라, 목숨을 잃어도 어깨동무를 이었다고 합니다. 함께 걸으면서 함께 눈뜨는 살림빛입니다.



로자 파크스 Rosa Parks 1913∼2005


땅 한 뙈기에 심으면

나무도 풀도 남새도 자라

땅 한 자락서 거두면

너도 나도 우리도 먹어


아버지 곁에는 어머니

할머니 곁으로 할아버지

작은새 둘레로 큰새 큰숲

작은꽃 포근히 큰들 큰벌


아이가 힘들면 어른이 안아

이웃이 지치면 서로 거들어

어른도 고단하니 앉고 싶지

동무랑 나란히 걸으며 수다


손으로 가꾸고 빚고 지어

다리로 다니고 잇고 선다

눈으로 살피고 보고 알아

꿈으로 만나고 살고 그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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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19. 사진을 받으면



  예전에는, 1993년까지 푸른배움터를 다니는 동안, 누구한테 찍히는 일은 매우 드물고 ‘내 사진’이 적었는데, 그나마 나는 조금은 있었다. 사진 한 자락 없는 동무가 수두록했다. 졸업사진에 처음 찍히고 주민등록증 받으려고 비로소 찍히는 동무가 흔했다.


  나는 1998년에 내 찰킥이를 장만해서 마을책집을 찍되 내가 나를 찍는 일은 참으로 드물다. 필름사진이 저물면서 비로소 내 사진을 얻는다. 더없이 고맙다.


  우리는 사진이 가볍고 넘치는 만큼 밥도 자가용도 대중교통도 학교도 이모저모 다 가볍고 넘친다. 굳이 무거워야 하지는 않다. 가벼운 만큼 누구나 누리며 살림길을 북돋우면 아름답고 즐거울 텐데, 어쩐지 자꾸 몇몇 손아귀에 붙들리는 돈벌이 굴레가 늘어난다고 느낀다.


  책을 왜 읽고 글을 왜 쓰나? 대학교를 왜 다녀야 하고, 입시학원에 아이를 왜 밀어넣어야 하나?


  가볍게 누릴 수 있는 터전이지만 정작 함부로 펴면서 스스로 빛을 잊고 잃지 싶다. 어느 책이든 읽으면 되고, 무슨 글이든 쓰면 되는데, 아무 책이나 읽으면서 아무 글이나 쓰지는 않는가? ‘아무 책’과 ‘아무 글’이란, “서울에서 돈과 이름과 힘을 얻는 길을 돕는 책과 글”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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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베지테리언vegetarian



베지테리언 : x

vegetarian : 채식주의자, 고기[생선]를 안 먹는 사람

ベジタリアン(vegetarian) : 베지테어리언, 채식주의자



풀밥을 누리는 길이라면 ‘풀밥·풀을 먹다’처럼 나타낼 만합니다. ‘풀밥살이·풀밥살림·풀밥차림’이라 할 만하지요. ‘풀살림·풀살이·풀꽃살림·풀꽃살이’나 ‘풀즐김이·풀사랑이’ 같은 이름도 어울립니다. ‘풀밥꾼·풀밥이·풀밥둥이·풀밥지기·풀밥바라기’라 하면 되고, ‘숲밥·푸른밥’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ㅍㄹㄴ



베지테리언이세요? 저도 채식에 관심이 있거든요

→ 풀사랑이세요? 저도 풀밥에 마음이 있거든요

→ 풀살림이세요? 저도 숲밥에 마음이 있거든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4》(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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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01 : -의 만들


별의 가장자리를 만들었다가

→ 별 가장자리를 지었다가

→ 별가를 엮었다가

→ 별기슭을 빚었다가

《비밀의 크기》(김세희, 상상, 2025) 72쪽


‘-의’를 붙이는 모든 자리는 군더더기라고 할 만합니다. 언제나 그저 ‘-의’를 덜 노릇입니다. “별의 가장자리”라면 ‘별가’처럼 쓸 수 있습니다. “별에 가장자리”라 할 수 있고, 별에 있는 가장자리라면 ‘별기슭’이나 ‘별귀퉁이’나 ‘별끝’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어느 자리를 새로 내놓으려고 무엇을 할 적에는 ‘만들다’가 아닌 ‘짓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또는 ‘엮다·여미다’나 ‘빚다’를 씁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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