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99 : 욕 기분


어떤 욕을 골라야 걔 기분이 더 나쁠까

→ 어떻게 할퀴어야 걔가 더 싫어할까

→ 어떻게 깎아내려야 걔가 더 아플까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김륭, 창비, 2018) 104쪽


동무나 또래를 할퀴려는 말이란, 동무나 또래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려는 말입니다. 남을 할퀴거나 괴롭히면서 즐겁다고 여기는 마음이란, 몹시 사납고 고약합니다. 남이 싫어할 말을 일부러 뱉는다니, 이렇게 모질고 끔찍할 수 있을까요. 모든 막말은 우리가 스스로 깎고 밟는 말이게 마련입니다. 남이 아프기를 바라는 못된 마음이니, 먼저 우리가 아프고 찌들고 나뒹굴어요. 스스로 나를 돌아보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으로 말 한 마디를 가리고 고르고 추스르기에, 나도 너도 함께 빛나는 하루를 누립니다. ㅍㄹㄴ


욕(辱) : 1. = 욕설 2. 아랫사람의 잘못을 꾸짖음 3. 부끄럽고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일 4. ‘수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

기분(氣分) : 1. 대상·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 기의(氣意)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3. [한의학] 원기의 방면을 혈분(血分)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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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30 : 피사체의 일면 게 전후좌우 아래 면 사진


피사체의 어떤 일면만을 찍은 게 아니란 말이다. 전후좌우, 위에서 아래까지 모든 면이 보이는 사진

→ 사람을 어떤 한 가지만 찍지 않는단 말이다. 앞뒤왼오, 위에서 밑까지 모든 빛이 보이는 그림

→ 숨빛을 어떤 하나만 찍지 않는단 말이다. 고루고루, 위에서 밑까지 모든 곳이 보이는 빛꽃

《내 집으로 와요 2》(하라 히데노리/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4) 234쪽


일본말인 ‘피사체’는 ‘사람·모습·빛·숨결·숨빛’으로 옮길 만합니다. 어느 한 가지만 찍거나 담지 않습니다. 고루고루 새기거나 얹습니다. 이모저모 살피면서 두루두루 남겨요. 곳을 가리킬 적에 ‘위아래’를 쓰기도 하되, 땅속이 아닌 머리 쪽과 발 쪽을 아우른다고 할 적에는 ‘위밑’을 써야 어울립니다. 빛을 어떻게 담아서 꽃피울는지 헤아립니다. ㅍㄹㄴ


피사체(被寫體) : 사진을 찍는 대상이 되는 물체

일면(一面) : 1. 물체나 사람의 한 면. 또는 일의 한 방면 2. 모르는 사람을 처음으로 한 번 만나 봄 3. 어떤 범위의 지면이나 바닥

전후좌우(前後左右) :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 곧, 사방(四方)을 이른다

면(面) : 1. 사물의 겉으로 드러난 쪽의 평평한 바닥 2. 입체의 평면이나 표면 3. 곱자의 양쪽 면에 새겨진 눈금 4. 무엇을 향하고 있는 쪽 5. 어떤 측면이나 방면 6. ‘체면(體面)’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7. 책이나 신문 따위의 지면을 세는 단위

사진(寫眞) : 1.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 2.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 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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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29 : 인간의 문제 정면대결 기피 것 역사의식의 결여 반증


인간의 문제와 정면대결을 기피한 것은 역사의식의 결여를 반증한다 

→ 사람과 맞닥뜨리지 않으니 살림길을 읽지 못하는 셈이다

→ 사람살이를 마주하지 않기에 삶자취를 모르는 꼴이다

《강운구 사진론》(강운구, 열화당, 2010) 70쪽


사람과 맞닥뜨릴 적에 살림길을 읽습니다. 사람살이를 마주하지 않으니 삶자취를 몰라요. “인간의 문제와 + 정면대결을 기피한 것은 + 역사의식의 결여를 + 반증한다”는 무늬한글입니다. “사람과(사람살이와) + 마주하지 않으니(등돌리니) + 살림길을(삶자취를) + 모르는 꼴(못 읽는 셈)” 같은 얼거리로 손질합니다. ㅍㄹㄴ


인간(人間) :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 상의 고등 동물

문제(問題) : 1.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2. 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3.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 4. 귀찮은 일이나 말썽 5.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

정면(正面) : 1. 똑바로 마주 보이는 면 2. 사물에서, 앞쪽으로 향한 면 3. 에두르지 아니하고 직접 마주 대함

대결(對決) : 1. 양자(兩者)가 맞서서 우열이나 승패를 가림 2. [법률]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를 마주 불러 놓고 심판하는 일

기피(忌避) : 1. 꺼리거나 싫어하여 피함 ≒ 위피 2. [법률] 법관, 법원 직원 따위가 한쪽 소송 관계인과 특수한 관계에 있거나 어떠한 사정으로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여겨질 때 다른 쪽 소송 당사자가 그 법관이나 직원의 직무 집행을 거부하는 일 ≒ 법관기피

역사의식(歷史意識) : 어떠한 사회 현상을 역사적 관점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하고, 그 변화 과정에 주체적으로 관계를 가지려는 의식

결여(缺如) :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빠져서 없거나 모자람 ≒ 결언·궐언·궐여

반증(反證) : 1.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 2. 어떤 사실과 모순되는 것 같지만, 거꾸로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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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716 : 안 일상적 것 심오 것 궤 다양 질문들


책 안에는 일상적인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궤를 달리하는 다양한 질문들로 가득합니다

→ 책에는 수수한 곳부터 깊은 데까지 결이 다른 여러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 책에는 여느 일부터 깊은 자리까지 테두리가 다른 여러 얘기가 가득합니다

《사주 인사이트》(하나사주, 혜윰터, 2025) 8쪽


우리가 읽고 쓰는 책에는 모든 이야기를 담습니다. 날마다 살림하는 하루를 수수하게 담고, 마음 깊이 돌아보고 헤아리는 꿈을 담아요. 궁금하게 여겨서 찾아보는 길을 담고, 아직 알지 못 하지만 이제부터 알려는 수수께끼를 담지요. 결이 다른 갖은 뜻을 담고, 골골샅샅 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모든 사랑을 차곡차곡 담아요. ㅍㄹㄴ


일상적(日常的) : 날마다 볼 수 있는

심오하다(深奧-) : 사상이나 이론 따위가 깊이가 있고 오묘하다

궤(軌) : x

다양하다(多樣-) :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로 많다

질문(質問) :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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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4.


《청춘의 독서》

 유시민 글, 웅진지식하우스, 2025.4.30.



노래를 쓰는 꾸러미 하나를 부산에 놓고 온 듯싶다. 노래꾸러미(시창작수첩)를 너무 많이 들고 다니는가 싶으나, 여러 갈래로 쓰자니 꾸러미가 달라야 글을 추스르기에 수월하다. 나래터(우체국)에 가려던 일을 쉰다. 이불을 볕에 말리고 빨래를 한다. 작은아이가 끓인 밥을 먹고서 쉰다. 조용히 해바라기를 한다. 꽃이 핀 돌나물을 훑는다. 마당과 뒤꼍을 둘러싼 멧딸기를 누린다. 쌓은 책을 읽는다. 《청춘의 독서》가 다시 나와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나는 책집에 서서 옛판을 두어 벌 읽은 적 있다. 굳이 안 읽어도 될 줄거리이지만, 유시민 씨를 좋아하는 이웃님이 많아서 ‘이웃님은 어느 대목과 어떤 글결을 좋아하나?’ 하고 마음을 나누려고 여러 벌 읽어 보았다. 열 몇 해째 드나드는 책집을 일구는 이웃님도 유시민 씨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 이러다가 새삼스레 깨닫는다. 유시민 씨는 “그냥 촉새”가 아닌 “촉새 흉내”로구나.


조금이라도 눈이 밝다면 “청춘의 독서”라는 책이름이 무늬만 한글인 “그냥 일본말씨”인 줄 안다. 유시민 씨가 아닌 ‘저짝놈’이 쓴 책에 이런 이름을 붙였으면 허벌나게 화살을 맞고 까였을 테지만, “촉새 흉내”인 유시민 씨가 쓴 책이라서 그다지 까이거나 화살을 맞을 일도 없다. 유시민 씨는 “친절한 척하지만 조금도 친절하지 않도록 ‘고전명작’이라 일컬을 책을 ‘나무위키’ 비슷하지만, 나무위키보다는 조금 ‘고상하게 대학입시 언어영역 문제풀이’를 닮은 글”을 선보인다.


우리집 곁님은 《백경》이라는, 또는 《흰고래 모비딕》이라는 책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집 곁님이 바라마지 않는 온갖 한글판 《백경》이며 《흰고래》를 손에 닿는 대로 살림돈을 탈탈 털어서 장만해서 바쳤다. 부산이웃님 한 분도 《백경》을 사랑하셔서 〈북카페 백경〉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책집을 차리셨는데, 책집지기 이웃님보다는 우리집 곁님이 먼저라서, 아주 드물게 겨우 만날 수 있는 《백경》은 언제나 곁님한테 사드린다.


스물 몇 해 앞서 서울에서 책동무 한 분이 “최종규 씨라면 나중에 짝을 맺어서 아이를 낳을 텐데, 그럼 아이한테 읽힐 《머나먼 시리즈》를 사셔야겠는데?” 하고 불쑥 말씀했다. 《반지의 제왕》으로 널리 읽히는 톨킨 님이 남긴 책인데, ‘동서문화사 에이브문고’에서는 ‘머나먼’을 붙인 꾸러미로 냈다. 어느새 200자락 넘게 이웃책을 한글로 옮기는 책동무는 “나? 난 이미 이 책이 있지. 그런데 최종규 씨 책읽기 버릇으로 보면 이 책은 아직 안 샀을 듯해. 오늘 마침 아주 깨끗한 판으로 나왔으니까, 다른 책은 사지 말고 이 책부터 들여놔. 나중에 알 거야. 오늘 안 사면 아마 20년 뒤에 후회할걸?” 하더라.


책동무 말대로 나는 ‘동서문화사 에이브문고 머나먼 시리즈’를 거의 열다섯 해 동안 아예 한 쪽조차 안 펼쳤지만, 먼지가 앉을세라 틈틈이 닦고 털면서 건사했는데, 참말로 우리집 큰아이가 톨킨 책을 바라셔서 건네었더니, 다시 읽고 또 읽고 거듭 읽으면서 마르고 닳도록 아껴 주신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촉새 흉내”를 내는 유시민 씨는 《흰고래 모비딕》이나 《반지의 제왕》이라는 꾸러미를 놓고서 느낌글을 적으면서 이 나라 어른아이한테 읽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는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 꾸러미를 여러 벌 되읽고서 이 꾸러미를 오늘날 우리한테 읽으라고 들려줄 수 있을까?


나는 오늘날 이웃 젊은이한테 《미스 히코리》를 읽히고 싶다. 그림책 《생쥐와 고래》라든지 《펠레의 새 옷》을 읽히고 싶다. 그림책 《아기 물개를 바다로 보내 주세요》라든지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라든지 《닉 아저씨의 뜨개질》을 읽히고 싶다. 그리고 《영리한 공주》라는 동화책은 소리내어 100벌쯤 읽고 읽힐 노릇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유시민 씨는 제발 “촉새 흉내”가 아닌 ‘촉새’가 되기를 빈다. 그러니까 “들숲메와 마을 사이를 잇는 날갯길”이라는 ‘새’가 되기를 빈다. 말많은 흉내를 하면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려는 바보 ‘흉내’가 아니라, 가볍지만 야무진 깃으로 하늘과 땅 사이를 이으면서 노래를 베푸는 ‘새’가 되기를 빈다.


예순 살에 이르고도 나이만 먹으면서 ‘새’로 거듭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만 골(뇌)이 썩고 만다. 유시민 씨 스스로 외친 말씀이지 않은가? 새처럼 살아가지 않고, 새바라기를 하지 않으며, 새노래를 늘 부르는 사람으로 서지 않을 적에는, 나이 예순 살이 아닌 마흔이나 스물에도 그만 골이 썩거나 곪을 수 있다.


골이 썩지 않기를 바란다면 《80세 마리코》 같은 만화책을 읽고 널리 알리시기를 빈다. 골이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란다면 《우리 마을 이야기》나 《나츠코의 술》 같은 만화책이 다시 태어나기를 꿈꾼다고 외치시기를 빈다. 그리고, 드디어 한글판이 새로 나오는 《토리빵》을 이레에 걸쳐서 천천히 읽고서 눈물에 젖어 보기를 빈다. 만화책 《토리빵》을 읽으면서 눈물과 웃음이 나란히 피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골이 썩어문드러진 놈팡이라는 뜻이라고 본다.


젊은날에 할 책읽기란 ‘고전명작’이 아닌, ‘아름책’과 ‘사랑책’과 ‘숲책’이어야지 싶다. ‘고전명작·세계명작’은 나이 예순을 넘어설 무렵부터 “골이 안 썩도록” 곁에 두는 조그마한 꾸러미여야지 싶다. 젊은날에는 눈빛을 밝히면서 스스로 살림하고 사랑하는 씨앗 한 톨과 같은 책을 가슴에 품을 노릇이라고 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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