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따뜻하지 않아서 2025.6.3.불.



따뜻하지 않아서 싫을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네가 둘레를 덥힐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추울 수 있어. 따뜻하지 않아서 네가 둘레를 품을 수 있어. 바꾸려면 먼저 느껴야 하지. 가꾸려고 할 적에도 먼저 느끼고 알 노릇이란다. 먼저 느끼고 알아보고 헤아리기에, 바꿀는지 가꿀는지 가릴 수 있거든. 어쩐지 내키지 않거나 못마땅한 나머지 처음부터 내내 등돌리거나 눈감다 보면, 느낄 일부터 없고, 넌 아무것도 스스로 못 바꾸고 못 가꿀 뿐 아니라, 안 배우고 고이면서 곪다가 죽어가게 마련이란다. “나쁠 삶(경험)”이란 없어. “좋을 삶(체험)”도 없지. 모든 삶은 ‘좋음·나쁨’이 아닌, “네(내)가 느끼기를 기다리면서 찾아오는 일”이란다. 너는 처음에는 그저 느끼고 바라보면서, 이 일을 넌지시 스쳐 보낼는지, 네가 풀거나 녹여서 없앨는지, 알맞을 곳으로 띄워 보낼는지, 네 나름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바꾸거나 가꿀는지 가누면 돼. 넌 네 몫대로 하면 되거든. 넌 네가 못할 만한 일을 구태여 끌어안거나 붙잡아야 하지 않아. 넌 네가 마주하는 일을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보고 느끼면서, “자, 그러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을 그릴 노릇이야. 너(나)는 생각하려고 몸을 입은 넋인 빛이거든. 그저 빛으로 온누리를 흐를 적에는 빛 그대로 모두 밝히는 길이야. 빛으로 그대로 모두 밝히는 길로 있다가, 네가 새롭게 씨앗을 일으켜서 심고 싶은 마음이기에, 몸을 입고서 사람으로 태어나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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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여름숲 2025.6.4.물.



‘여름숲’이라고 해도 ‘첫여름숲’과 ‘한여름숲’과 ‘늦여름숲’이 달라. ‘첫여름숲’에서도 ‘앞·첫여름숲’과 ‘가운·첫여름숲’과 ‘뒷·첫여름숲’이 다르지. 곰곰이 보면, 한 해를 이루는 365라는 날마다 숲결이 달라. 사람도 날마다 다르지. 늘 배우는 사람은 늘 배우는 매무새를 나아가며 달라. 배우고 익혀서 새로 펴는 사람은, 늘 배우고 익혀서 새로 펴는 길대로 살아가며 달라. 안 배우고 안 익히는 사람은 쳇바퀴로 힘쓰느라 낡고 늙어서 죽어가는 빛이 새삼스럽도록 다르지. 넌 똑같이 생긴 구름을 본 적 있니? 넌 똑같이 내리는 비나 눈을 본 적 있니? 해와 별도 어느 하루조차 안 똑같아. 모두 늘 움직이고 숨쉬면서 새로 나아가는 빛이란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살림빛’으로 걸어가는 삶이 있고, ‘죽음빛’으로 물드는 굴레가 있어. 그저 똑같이 곧거나 반듯하기만 한 하루라면, 배울 수도 익힐 수도 바꿀 수도 가꿀 수도 없어. 그저 똑같으니 ‘새’가 없어서 ‘샘물’도 ‘생각’도 없거든. 여름숲을 눈여겨보면, 닮지만 다른 잎빛이 어떻게 짙푸르게 물드는지 알 수 있어. 새봄에 갓 돋는 잎빛은 나무마다 다른데, 새여름 잎빛도 나무마다 달라. 새가을에 물드는 잎빛도 다를 뿐 아니라, 새겨울에 앙상한 가지빛까지 나마무다 다르단다. ‘철갈이’를 하는 푸른옷마냥, 사람은 ‘철들기’를 하면서 마음을 갈고닦으면서 몸을 가다듬어. 천천히 물이 들면서 찬찬히 빛이 번지는 숲은, 바로 풀과 나무가 이루는데, 사람은 마음에 온갖 생각을 반짝반짝 빛숲으로 이룬단다. 네(내) 빛숲이 자라는 길을 보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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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냄비 2025.6.5.나무.



네가 사는 나라에서는 ‘솥’을 썼어. 묵직하고 커다란 살림이란다. 너희 이웃나라에도 솥이 있는데, 가볍고 얇은 솥인 ‘냄비(なべ)’를 즐겨썼어. 너희 나라 사람들은 묵직하고 큰 솥은 다루거나 씻거나 나르기 힘들다고 여기면서 어느새 ‘솥’을 버리고서 ‘냄비’라는 ‘일본 얇은솥’으로 바꾸었단다. 그런데 가만히 짚어 보렴. 끓이는 살림이라면, 크기나 빛깔이나 모습을 바꾸어도 ‘솥’이지 않아? 왜 말까지 덩달아 버릴까? 모든 벌레는 다르지만 ‘벌레’라는 이름이고, 모든 꽃은 다르지만 ‘꽃’이란 이름이야. 너희 나라하고 아주 먼 나라에서 들여와도 그저 ‘나무’라는 이름이지. 그러니까 이름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해. 왜 어느 이름은 그대로 가는데, 어느 이름은 슬그머니 바꿀까? 더 들여다보면 요사이는 ‘플라워’나 ‘보태니컬’처럼 대놓고 바깥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쓰기도 하고, 이런 이름이어야 멋스럽거나 뜻있다고 여기기도 해. 비닐을 덮는 시골사람조차 ‘덮기’가 아닌 ‘멀칭’이라는 영어 이름을 쓴 지 한참이야. 들숲에 돋는 풀을 왜 ‘풀’이라 하지 않고서 ‘잡초·약초·야생초’나 ‘식물’이라고 할까? 풀을 ‘풀’이라 하지 않을 적에는, 사람들 스스로 풀빛과 풀내음과 풀살림을 잊다가 잃어. 솥을 ‘솥’이라 하지 않을 적에는, 바로 너희 스스로 밥살림과 집살림을 다 잊고 잃는 굴레로 나아간단다. 이름을 잊거나 버릴 적에는 ‘임·있음’을 잊거나 버려. “내가 나로 있는 이곳”을 잊고 잃는단다. 너는 무엇을 보겠니? 너는 어디로 가겠니? 너는 어떻게 있겠니? 너는 어떤 ‘임’으로 서겠니? 너는 살림을 짓고 이루겠니? 아니면 살림시늉으로 가겠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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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예스24 좀먹이 (2025.6.13.)

― 부산 〈대영서점〉



  나라에서 날씨를 알리면서 벌써 장마라고 하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날씨알림을 왜 들어야 할까요? 예부터 날씨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느끼고 짚고 헤아릴 뿐 아니라, 들숲메바다를 살펴서 어떤 바람결로 흘러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아직 장마이기는 멉니다. 첫여름에는 해가 넉넉히 비추고서 한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에 장마가 덮을 적에 비로소 들숲마을이 푸르게 피어날 만합니다.


  날씨알림을 듣기에 안 나쁩니다만, 날씨알림에 기대면 스스로 좀먹습니다. 밭에 씨앗 한 톨을 심으면서 남(전문가)이 알려주는 틀대로 할 수 없어요. 손바닥에 씨앗을 얹고서 땅을 바라보는 누구나 스스로 씨앗하고 땅하테 속삭일 일입니다. “자, 이제부터 즐겁게 자라렴.”에 “자, 이제부터 씨앗을 돌봐주렴.” 같은 말을 들려주면서 흙살림을 짓게 마련입니다.


  새뜸(언론)에서 널리 알리는 책을 사읽어도 안 나쁘되, 누구나 스스로 책집마실을 하면서 책집시렁을 찬찬히 짚을 적에 눈길을 틔웁니다. 낯선 책부터 낯익은 책까지 죽 훑다가, 이제부터 우리 마음을 새롭게 북돋우고 살찌울 이야기가 감도는 꾸러미를 손에 쥐면 되어요. 남(사회·대중)이 널리 읽기에 나까지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남이 읽든 말든 나로서 내가 읽을 이야기꾸러미라서 책입니다.


  아침에 길을 나서서 낮에 부산에 닿습니다. 사상나루에서 시내버스를 타니 붐빕니다. 등짐을 바닥에 내려놓고서 눈을 감습니다. 고즈넉이 쉬면서 보수동까지 갑니다. 빗방울은 들을 동 말 동합니다. 〈대영서점〉 앞에 섭니다. 바깥시렁에 놓은 책부터 헤아리고서 골마루로 들어섭니다. 한 줌만 장만하고서 전철길에 읽자고 여기는 마음은 이내 바뀝니다. 두 줌을 넘고 석 줌에 이릅니다. 넉 줌째에 이르니 안 되겠습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야 더 안 고르겠지요.


  눈앞에 보이는 책을 안 사서 안 읽기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다 사지는 않습니다. 얕구나 싶은 몇 가지 조각만으로 짜맞추는 책은 슥 넘기고서 내려놓습니다. 너무 얕구나 싶은 책을 오히려 사기도 합니다. 어느 대목이 어떻게 얕은가 하고 차근차근 따져야 할 책이 있어요. 글쓴이도 펴낸이도 엮은이도 읽는이도 이 터전을 싱그럽게 새여름 푸른잎빛으로 돌보는 눈길을 살리기를 바라거든요.


  지난 6월 9일에 ‘yes24’가 와락 좀(해킹)에 걸렸다지요. 덩치는 우람하게 키우면서 속살을 고이 보듬는 길하고는 먼 민낯을 보여주었다고 느낍니다. 지난날 교보문고는 ‘교보북로그’를 멋대로 없앴고, yes24는 ‘예스블로그’를 말없이 갑자기 바꿨습니다. 이들은 ‘막짓(갑질)’을 일삼으면서 마냥 몸집만 불려왔습니다.


ㅍㄹㄴ


《日本語そして言葉》(丸谷才一村, 集英社, 1984.5.10.)

《みえ(三重)》(편집부, 三重縣觀光連盟, 1981.3.5.)

《사후 세계의 철학적 분석》(T.페넬름/이순성 옮김, 서광사, 1991.11.20.)

#TerencePenelhum #SuvivalAndDisembodiedExistence

《부산의 지사(地史)와 정관》(윤선·장두곤, 부산라이프신문사, 1994.10.15.)

《천상의 바이올린》(진창현/이정환 옮김, 에이지21, 2007.3.5.)

《나가사키의 노래》(폴 글린/김숭희 옮김, 바오로딸, 2005.6.15.첫/2012.4.20.22벌)

#PaulGlynn #ASongofNagasaki

《현의 노래》(김훈, 생각의나무, 2004.2.10.첫/2004.3.29.5벌)

《카모메 식당》(무레 요코/권남희 옮김, 푸른숲, 2011.3.3.)

#かもめ食堂 #群ようこ

《陽文文庫 R-9 89 가난한 사람들》(도스또예프스키이/이동현 옮김, 양문사, 1960.4.15.첫/1961.12.3.재판)

- 옮긴이 : 육군사관학교 교관

《好樂音樂文庫 4 토스카니니의 生涯와 藝術》(호와아드 타우보맨/김창섭 옮김, 호락사, 1960.6.20.)

#Taubman #MaestroToscanini

《대학교양 총서 11 빛은 있어야 한다》(김제완, 서울대학교출판부, 1981.10.30.)

《正音文庫 91 抗日義兵將列傳》(김의환, 정음사, 1975.7.30.)

- 정음문고 도서목록. 애독자통신

《中央新書 69 黃眞伊와 妓房文學》(장덕순, 중앙일보사, 1980.4.20.)

《中央新書 88 韓國의 口傳 童·民謠》(김소운 엮음, 중앙일보사, 1981.2.10.)

《文藝文庫 47 詩學》(아리스토텔레스·호라티우스/천병희 옮김, 문예출판사, 1977.2.25.)

#Peri Poitiks #Aristoteles

《교양국사총서 29 한국 복식의 역사―고대 편》(이은창, 1978.10.30.)

- 남포동 지하도 앞 종로서적 (22-4634)

《韓國科學史》(박성래, 한국방송사업단, 1982.4.1.)

- KBS TV 公開大學시리즈 5

- 第一書籍, 대구직할시 중구 동성로3가 32-1 (46-0802) 중앙파출소 앞. 데일서적은 좋은채과 독서인을 섬깁니다.

《會話와 作文을 爲한 中國語虛詞用例集》(송재록, 문제와연구사, 1980.5.15.첫/1981.8.23.재판)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동진, 예담, 2017.6.15.첫/2017.6.30.2벌)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호사카 유지, 자음과모음, 2005.4.4.)

#保坂祐二

《완변한 승부(일명 슈퍼 마담) 1》(진검무, 성산사, 1991.4.25.)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2》(백선엽, 중앙일보, 2011.1.3.)

《인숙 만필》(황인숙, 마음산책, 2003.5.1.)

《월간 펀치라인 92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1.8.1.)

《월간 펀치라인 9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1.9.1.)

《월간 펀치라인 100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2.4.1.)

《월간 펀치라인 10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2.10.1.)

《월간 펀치라인 109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3.1.1.)

《월간 펀치라인 11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3.5.1.)

《월간 펀치라인 13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1.1.)

《월간 펀치라인 142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7.1.)

《월간 펀치라인 139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10.1.)

《월간 펀치라인 155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6.10.1.)

《월간 펀치라인 15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6.11.1.)

《월간 펀치라인 168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7.12.1.)

《월간 펀치라인 21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91.12.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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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13. 논틑밭틀



  고흥살이 열다섯 해를 돌아보니, 버스때를 앞두고서 늘 밭게 움직였다. 오늘도 밭게 길을 나선다. 논틑밭틀로 걸으려다가 그냥 큰길을 따라서 걷는다. 시골 큰길이란 두찻길이지. 이 만해도 크다. 이 만한 길에도 뱀과 개구리와 새와 사마귀와 지렁이와 들고양이와 들개와 고라니와 멧돼지와 나비와 벌과 갖은 이웃이 뻥뻥 치여죽는다.


  간밤에 내린 비는 길주검을 달래었을까. 짙구름을 올려다보며 질빵을 조이고서 달린다. 옆마을 버스나루에 닿아서 숨을 고른다. 땀을 훔치고서 노래 한 자락을 쓴다. 시골버스에 타고서 마무리한다. 두 꼭지를 새로 쓰고서 가만히 눈을 감는다. 미닫이를 열고서 들바람을 쐰다.


  오늘 시골제비는 어떤 노래와 춤으로 배웅하려나. 읍내 버스나루에서 부산버스를 기다린다. 부산에 닿으면 어느 곳을 들러서 〈책과 아이들〉로 걸어갈는지 헤아려 본다. 요즈막에 사들인 책이 집에 자꾸자꾸 더미를 이루지만, 부산마실을 하는 길에 책집마실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 부산버스에서는 꽃글(동화) 한 자락을 매듭지으려나. 오늘 매듭을 못 짓더라도 신나게 쓰자. 새벽에 길을 나설 즈음에, 우리집 앵두나무에 맺힌 이슬이랑 빗물 한 방울을 아침밥으로 삼았다. 옆마을로 달려가는 길에 쐰 새벽바람 한 줄기로 낮밥을 삼으련다. 곧 해가 나면서 날이 개려나 싶다. 다시 비를 뿌릴 수도 있지. 어떠한 하늘이어도 반갑다. 씩씩하게 걷고 달리고 쉬고 쓰고 읽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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