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8 : 자비 통하는 -었


자비는 따뜻한 땅에서나 통하는 말이었다

→ 사랑은 따뜻한 땅에서나 하는 말이다

→ 따뜻한 땅에서나 너그러울 뿐이다

→ 따뜻한 땅에서나 따사로울 뿐이다

《야성의 부름》(잭 런던/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 78쪽


따뜻한 땅에서 따뜻할 테지요. 날씨가 따뜻하니 마음도 말도 따뜻하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어떤 날씨이건 누구나 스스로 따뜻하거나 포근할 만합니다. 날씨는 따뜻한 고장인데, 사람들 마음은 오히려 차갑거나 메마르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어떤 말씨로 스스로 다스리면서 나누는 마음인지 돌아볼 일입니다.


자비(慈悲) : 1.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 2. [불교]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을 없게 함

통하다(通-) : 2. 말이나 문장 따위의 논리가 이상하지 아니하고 의미의 흐름이 적절하게 이어져 나가다 5. 어떤 행위가 받아들여지다 9. 마음 또는 의사나 말 따위가 다른 사람과 소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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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9. 눈감지 마라



  이른바 소설은 우리 삶하고 너무 동떨어진다 싶어서 1995년부터 안 읽기로 했으나, 몇 해 앞서부터 조금씩 주섬주섬 읽어 본다. 아직 삶을 다루는 흉내같은 소설이 많이 보이는데, 오늘 만난 책은 꽤 다르다. 글쓴이가 예전에 살던 모습일까? 들은 얘기일까? 어느 쪽이건 이만 하게 쓰는 소설이 있다면, 이제는 소설도 곧잘 읽을 수 있겠다고 느낀다.


  사람물결인 서울 같은 곳은 늘 놀라우면서 안 놀랍다. 14:40 고흥버스를 1시간째 기다리는 뒤에서 1시간 내내 아지매 아재 무리가 큰소리로 자잘수다잔치를 펴더라. “저쪽은 있잖아,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러워 얘기를 할 수 없어.” 그래서 어쩌라고? 이분들은 고흥도 장흥도 완도도 화순도 강진도 순천도 어디 붙은 줄 모르면서, 전남 두멧시골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는 ‘애먼 자리’에까지 굳이 몰려와서 떠든다. 시골로 가는 시외버스가 언제 들어오려나 하면서 하염없이 조용히 기다리는 시골내기를 꼭 쇳소리로 괴롭혀야 즐거울까?


  그런데 드디어 버스가 들어온 뒤에 짐을 메고 나갈 즈음에 이분들 쇳소리를 다시 알아챈다. ‘아! 나는 책에 마음을 쏟느라 이분들이 떠들든 말든 한 마디도 더 귀로 안 받아들이고 흘리면서 1시간을 보냈구나! 이기호 씨, 고맙습니다. 다른 소설도 읽어 볼게요.’ 바로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쇳소리를 처음 느낀 뒤부터 1시간 동안 이분들 쇳소리를 못 느꼈다니.


  이달부터 부산에서 ‘한달하루 배움모임’을 새롭게 느슨히 다섯걸음으로 꾸리기로 했다. 참말로 지난해랑 올해에는 거의 부산사람마냥 일한다. 고흥에서는 함께 배우자고 하는 말을 누구한테 해볼 수 있으려나. 그러나 우리집 두 아이하고 날마다 배우면 되지. 밖에 나가서 나누는 말은 모두 집에서 아이들하고 먼저 나눈 말이게 마련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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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9. 돌아가는 책



  읽은 책이 가득하고, 읽을 책이 너울친다. 고르고 추리고 솎아서 아주 조금만 장만한다. 이다음에 만나서 읽자고 여기는 책이 많고, 서서읽기로 내려놓는 책이 많다. 오늘은 서서읽기로 지나가지만, 다음에는 옆구리에 끼거나 등에 짊어질 수 있다.


  아침에 책을 더 보러 인천 배다리책거리로 갈는지, 용현동 골목집을 둘러볼는지 가늠하다가 책집마실로 길을 튼다. 책벌레이기도 하지만 골목내기이기도 한 터라, 둘 사이에서 으레 서성이는데, 아침에 경동 골목을 살짝 거닐었으니, 이만큼으로 기쁘게 여기자.


  집으로 이고 질 책에 흐르는 이야기란, 어제까지 배운 살림에 보태면서 앞으로 가다듬을 발걸음과 손끝일 테지. 긴긴 길에 읽고 쓰다가 보금숲에 닿을 저녁에는 넷이 둘러앉아서 두런두런 마음을 북돋우겠지. 첫여름볕이 반갑다. 새여름바람이 고맙다. 이른여름꽃을 바라보며 걷는다. 이제 짐을 다 내려놓고서, 인천서 서울로 넘어갈 쇳길에 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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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나한테 책이란



나한테, 어린 여덟 살 적에

책이란 뭔지 모를 반듯한 종이묶음

“저거 헌것(폐품)으로 내면 무게 나가겠다!”


나한테, 이제 열 살 적에

손수건 챙겨 곱게 읽는 동무를 만나

책이란 참 놀라운 꾸러미


나한테, 어느새 열여덟 살 적에

어른이란 먼발치에 없는 줄 알려주는

푸른숲이 고스란한 나무 한 그루


스무 살을 넘으면서는 이야기동무

서른 살을 지나면서는 살림이웃

마흔 살을 거치면서는 사랑씨앗

쉰 살을 만나면서는 내 발자국


2025.6.8.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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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책 좋아하나요? (2024.11.17.)

― 인천 〈삼성서림〉



  아침을 주안나루 둘레 길손집에서 엽니다. 안골목을 천천히 거닐며 늦가을빛을 헤아립니다. 골목마을 이웃은 마당이며 쪽틈에 풀꽃과 남새와 나무를 심어서 돌보면서 골목빛을 밝혀요. 이제 22번 시내버스를 타고서 도원동과 율목동이 만나는 기스락에서 내립니다. 햇볕을 그득히 누리면서 걷고 쉬고 둘러봅니다.


  저한테 “어떤 책이 좋은가요?” 하고 묻는 이웃님이 많습니다. 이때마다 “‘좋은책’ 말고 ‘책’을 곁에 두셔요. 둘레에서 ‘좋다’고 얘기하는 책은 되도록 안 읽어야 우리 스스로 빛나게 마련이에요. 어느 책이건 스스로 배우고 익히면서 이 삶을 짓는 길동무로 삼을 적에 누구나 ‘읽님’이자 ‘쓰님’으로 거듭나요.” 하고 여쭙니다. 그래서 “책 좋아하나요?” 하고 안 묻습니다. “새를 좋아하나요?” 하고도 안 묻습니다. “풀꽃나무와 들숲메바다를 좋아하나요?” 하고도 안 묻지요. 저는 언제나 “책을 사랑하나요?”나 “숲을 사랑하나요?” 하고 물어요.


  인천 배다리 〈삼성서림〉에 닿습니다. 늦가을이어도 한낮은 볕이 뜨끈뜨끈합니다. 갈겨울에는 한낮볕을 듬뿍 쬐면서 누구나 몸빛을 살립니다. 봄여름에도 한낮볕을 실컷 쬐면서 누구나 몸바탕을 북돋우고요.


  곰곰이 보면, 우리는 어떤 ‘외길(주의주장)’도 안 품을 적에 스스로 빛난다고 느껴요. 우리는 ‘길’을 가야 할 뿐입니다. 길을 안 가고서 ‘외길(주의주장)’을 품으면 ‘길들다’에 빠지더군요. ‘한길·한우물’이 아닌 ‘외곬’로 사로잡히면 그만 ‘물들다’가 되고 말아요. ‘길’을 갈 적에는 ‘기름진’ 흙이 풀꽃나무를 살찌우듯 ‘기운’이 우리 몸과 마음에 ‘깃’들어서 스스로 ‘기르’기에 빛나지만, 길들거나 물들 적에는 아무런 길도 물(냇물과 빗물과 바닷물과 이슬과 눈물)도 못 느끼거나 등지면서, 그만 ‘벼랑(주의주장)’이라고 하는 ‘틀(신념)’과 ‘굴레(패러다임)’에 사로잡히는구나 싶어요.


  좋아해서 읽는 책이라면, 그만 책굴레입니다. 좋아해서 먹는 밥이라면, 어느새 밥수렁입니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면, 시나브로 쳇바퀴입니다. 사랑으로 마주할 적에는 종이책도 바람책도 바다책도 품습니다. 사랑으로 맞이하기에 밥살림을 짓고, 사랑으로 일을 하기에 일꾼·일지기에 살림꾼·살림지기로 섭니다. 


  인천은, 여기도 저기도 마음에 닿지 않기에 미우면서도 미울 수 없는 터전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 다른 어느 곳에서도 못 느낄 알쏭달쏭한 기운이 감돌기에, 다른 어느 곳보다 골목빛이 아름다워서 골목숲을 이룹니다. 어릴적에 이 골목 저 골목에 사는 동무를 만나려고, 하루 내내 걸어서 오가던 하루가 떠오릅니다.


ㅍㄹㄴ


《그저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줬을 뿐입니다!》(만두 아빠, 미류책방, 2023.7.10.)

《女性解放의 理論과 現實》(이효재 엮음, 창작과비평사, 1979.7.30.)

《國語의 一般意味論的 硏究》(이을환, 숙명여자대학교출판부, 1980.8.10.)

《生의 한가운데》(김수현, 제삼기획, 1985.8.30.첫/1985.12.10.중판)

《도도새는 살아 있다》(딕 킹 스미스/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 2003.9.5.첫/2006.1.17.2벌)

《장화 신은 고양이와 10편의 옛이야기》(샤를 페로/김경온 옮김, 논장, 2001.11.20.)

《몽실 언니》(권정생, 창작과비평사, 1984.4.25.첫/1990.11.25.개정판)

《작은 책방》(엘리너 파전 글·에드워드 아디존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길벗어린이, 1997.1.30.)

《마르크스의 부인》(뷔노그라토스카야/탁인숙 옮김, 토지, 1989.5.1.)

《북한기행》(양성철·박한식 엮음, 한울, 1986.8.30.)

《내 땅이 죽어간다(공해문제의 인식)》(한국공해문제연구소 엮음, 일월서각, 1983.6.15.첫/1991.8.10.3벌)

- 재무부는 73년 1월부로 “인천 머큐로크롬공장의 공해는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다”라는 보사부의 판단에 따라 플랜트 도입을 허락했다 … 위와 같은 한일 양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도야마화학은 머큐로크롬의 대한수출을 중지하고 삼화화학은 1975년 2월에 공장 건설을 중지하게 되었다. (180, 181쪽)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유나영 옮김, 삼인, 2006.4.14.)

《豫言者와 弱者》(J.림버그/이군호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8.3.10.첫/1981.9.10.재판)

《豫言者와 想像力》(W.브루지만/김쾌상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81.11.25.)

《a life of Jesus》(Edgar J.Goodsped, Harper Torchbook, 1956.)

- 컨콜디아센터 22-5520.

- 74.3.15. 컨콜디아에서. 김명완

《茶藝叢書 1 東茶頌·茶神傳》(장의순/김두만 옮김, 태평양박물관, 1982.4.5.)

《民族主義란 무엇인가》(백낙청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1.7.15.)

- 본영당서점. 대구시 중구 사일동 14의1(신탁은행 앞) 44-7871. 45-7871. 대체구좌 544965번. 創立29周年

- 수록된 글의 개별적인 성격과 출전에 대해서는 매편에 짤막한 소개의 말을 붙였으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의 설명을 않기로 한다 (6쪽)

- 끝으로 이 책의 간행은 처음부터 여러 사람의 협동에 힙입은 것임을 거듭 밝히며 (9쪽)

《韓國學硏究入門》(이가원·이우성·정창렬·윤사순·임영택 엮음, 지식산업사, 1981.9.25.)

《달무리 목에 걸고》(유안진, 고려원, 1987.12.25.)

《우리 가슴에 그대를 묻고》(편집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초등지회, 1992.4.15.)

- 이상구·이석주 추모집

《사라지는 번역자들》(김남주, 마음산책, 2016.11.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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