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7 : 신중 것 -의 특징이었


신중한 것은 벅의 특징이었다

→ 벅은 꼼꼼하다

→ 벅은 빈틈이 없다

→ 벅은 차분하다

《야성의 부름》(잭 런던/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 53쪽


차분히 짚으면 옮김말씨나 일본말씨가 끼어들지 않습니다. 서두르거나 바쁜 탓에, 멋을 부르거나 잘 보이려고 하면서 얄궂게 마련입니다. “신중한 것은 + 벅의 특징이었다”를 보면, 임자말하고 풀이말이 어긋납니다. 우리말씨로는 임자말을 “벅은”으로 놓고, 풀이말을 “꼼꼼하다·차분하다(←신중)”로 놓습니다. “벅의 특징”하고 “신중한 것”은 일본말씨예요. “벅은 차분하다”라든지 “벅은 꼼꼼하다”라든지 “벅은 가만히 짚는다”라든지 “벅은 곰곰이 본다”로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신중(愼重) : 매우 조심스러움

특징(特徵) : 1. 다른 것에 비하여 특별히 눈에 뜨이는 점 2. [역사] 임금이 벼슬을 시키려고 특별히 부르던 일 3. [음악] = 토리 4. [북한어] [논리] ‘필요충분조건’의 북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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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8 : 자비 통하는 -었


자비는 따뜻한 땅에서나 통하는 말이었다

→ 사랑은 따뜻한 땅에서나 하는 말이다

→ 따뜻한 땅에서나 너그러울 뿐이다

→ 따뜻한 땅에서나 따사로울 뿐이다

《야성의 부름》(잭 런던/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 78쪽


따뜻한 땅에서 따뜻할 테지요. 날씨가 따뜻하니 마음도 말도 따뜻하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어떤 날씨이건 누구나 스스로 따뜻하거나 포근할 만합니다. 날씨는 따뜻한 고장인데, 사람들 마음은 오히려 차갑거나 메마르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어떤 말씨로 스스로 다스리면서 나누는 마음인지 돌아볼 일입니다.


자비(慈悲) : 1.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 2. [불교]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을 없게 함

통하다(通-) : 2. 말이나 문장 따위의 논리가 이상하지 아니하고 의미의 흐름이 적절하게 이어져 나가다 5. 어떤 행위가 받아들여지다 9. 마음 또는 의사나 말 따위가 다른 사람과 소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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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9. 눈감지 마라



  이른바 소설은 우리 삶하고 너무 동떨어진다 싶어서 1995년부터 안 읽기로 했으나, 몇 해 앞서부터 조금씩 주섬주섬 읽어 본다. 아직 삶을 다루는 흉내같은 소설이 많이 보이는데, 오늘 만난 책은 꽤 다르다. 글쓴이가 예전에 살던 모습일까? 들은 얘기일까? 어느 쪽이건 이만 하게 쓰는 소설이 있다면, 이제는 소설도 곧잘 읽을 수 있겠다고 느낀다.


  사람물결인 서울 같은 곳은 늘 놀라우면서 안 놀랍다. 14:40 고흥버스를 1시간째 기다리는 뒤에서 1시간 내내 아지매 아재 무리가 큰소리로 자잘수다잔치를 펴더라. “저쪽은 있잖아,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러워 얘기를 할 수 없어.” 그래서 어쩌라고? 이분들은 고흥도 장흥도 완도도 화순도 강진도 순천도 어디 붙은 줄 모르면서, 전남 두멧시골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는 ‘애먼 자리’에까지 굳이 몰려와서 떠든다. 시골로 가는 시외버스가 언제 들어오려나 하면서 하염없이 조용히 기다리는 시골내기를 꼭 쇳소리로 괴롭혀야 즐거울까?


  그런데 드디어 버스가 들어온 뒤에 짐을 메고 나갈 즈음에 이분들 쇳소리를 다시 알아챈다. ‘아! 나는 책에 마음을 쏟느라 이분들이 떠들든 말든 한 마디도 더 귀로 안 받아들이고 흘리면서 1시간을 보냈구나! 이기호 씨, 고맙습니다. 다른 소설도 읽어 볼게요.’ 바로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쇳소리를 처음 느낀 뒤부터 1시간 동안 이분들 쇳소리를 못 느꼈다니.


  이달부터 부산에서 ‘한달하루 배움모임’을 새롭게 느슨히 다섯걸음으로 꾸리기로 했다. 참말로 지난해랑 올해에는 거의 부산사람마냥 일한다. 고흥에서는 함께 배우자고 하는 말을 누구한테 해볼 수 있으려나. 그러나 우리집 두 아이하고 날마다 배우면 되지. 밖에 나가서 나누는 말은 모두 집에서 아이들하고 먼저 나눈 말이게 마련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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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9. 돌아가는 책



  읽은 책이 가득하고, 읽을 책이 너울친다. 고르고 추리고 솎아서 아주 조금만 장만한다. 이다음에 만나서 읽자고 여기는 책이 많고, 서서읽기로 내려놓는 책이 많다. 오늘은 서서읽기로 지나가지만, 다음에는 옆구리에 끼거나 등에 짊어질 수 있다.


  아침에 책을 더 보러 인천 배다리책거리로 갈는지, 용현동 골목집을 둘러볼는지 가늠하다가 책집마실로 길을 튼다. 책벌레이기도 하지만 골목내기이기도 한 터라, 둘 사이에서 으레 서성이는데, 아침에 경동 골목을 살짝 거닐었으니, 이만큼으로 기쁘게 여기자.


  집으로 이고 질 책에 흐르는 이야기란, 어제까지 배운 살림에 보태면서 앞으로 가다듬을 발걸음과 손끝일 테지. 긴긴 길에 읽고 쓰다가 보금숲에 닿을 저녁에는 넷이 둘러앉아서 두런두런 마음을 북돋우겠지. 첫여름볕이 반갑다. 새여름바람이 고맙다. 이른여름꽃을 바라보며 걷는다. 이제 짐을 다 내려놓고서, 인천서 서울로 넘어갈 쇳길에 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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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나한테 책이란



나한테, 어린 여덟 살 적에

책이란 뭔지 모를 반듯한 종이묶음

“저거 헌것(폐품)으로 내면 무게 나가겠다!”


나한테, 이제 열 살 적에

손수건 챙겨 곱게 읽는 동무를 만나

책이란 참 놀라운 꾸러미


나한테, 어느새 열여덟 살 적에

어른이란 먼발치에 없는 줄 알려주는

푸른숲이 고스란한 나무 한 그루


스무 살을 넘으면서는 이야기동무

서른 살을 지나면서는 살림이웃

마흔 살을 거치면서는 사랑씨앗

쉰 살을 만나면서는 내 발자국


2025.6.8.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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