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6.17.

오늘말. 키재기


따질 수 있고, 견줄 만합니다. 재 보거나 어림으로 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꾸 세다 보면 스스로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는 마음이었는지 그만 잊기 일쑤예요. 생각을 할 적에는 길미를 안 봅니다. 생각이 아닌 셈속에 셈평이라서 키재기를 합니다. 서푼짜리라서 고개를 젓는다면 무슨 일을 하려나요. 남는장사에만 눈이 간다면 사람을 돈으로 보는 굴레에 갇힙니다. 돈이 되기에 쓸 글이 아닌, 마음을 나누면서 생각을 지필 글을 쓸 노릇입니다. 샘을 내거나 밥그릇을 거머쥐는 글이 아니라, 알랑거리는 마음이 눈녹듯 스러질 글을 쓰면 되어요.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길에 바로 어버이 스스로 사랑으로 서야 하는 줄 알아봅니다. 돈을 더 벌어야 집안을 잘 꾸리지 않습니다. 돈벌이가 가장 좋을 수 없어요. 한집안을 이루는 모든 사람이 서로 살피면서 북돋우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고 늘 짚을 줄 알기에 포근하고 따사롭습니다. 밥을 먹다가 남길 수 있어요. 밥숟가락을 왼손으로 쥘 수 있어요. 눈이 덮는 한겨울에 눈덩이를 굴리며 놀 만합니다. 겨울에는 눈꽃공으로 놀고, 여름에는 비처럼 쏟아지는 땀방울을 누립니다.


ㅍㄹㄴ


따지다·견주다·재다·치다·세다·셈하다·헤아리다·생각·어림·여기다·값·셈·셈속·셈평·길미·키재기·깃·끈·날찍·서푼·한몫·몫·모가치·돈·돈값·돈닢·돈셈·돈어림·돈푼·값싸다·남는장사·단돈·눈비음·싸구려·싸다·솔찮다·쏠쏠하다·좋다·꿍꿍이·꿍꿍이셈·꿍꿍이속·꿍셈·알량거리다·돈으로 따지다·돈으로 보다·돈으로 셈하다·돈이 되다·벌다·벌잇감·돈벌다·남기다·밥술·밥숟가락·밥줄·밥그릇·샘·샘빛·샘꽃·샘나다·샘하다·샘바르다·샘바리 ← 타산(打算), 타산적


눈덩이·눈더미·눈덩어리·눈뭉치·눈가루공·눈공·눈꽃공 ← 스노볼(스노우볼snowball)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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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13. 열두걸음



  걷거나 달릴 적에, 처음에는 “하나둘!” 하고 센다. 이윽고 “셋넷!”을 센다. 이제 “일고여덟!”을 거쳐서 “열다섯열여섯!”을 센다. 발걸음이 자리를 잡으면 “서른둘!”로 건너고 “예순넷!”을 지나서 “온스물여덟!”을 헤아린다. 이렇게 차츰 곱셈으로 이으면 팔다리에 온몸을 곧게 펼 만하다.


  어릴적에는 두 무릎이 안 붙었다. 이런 다리는 못 고치거나 돌봄터에 몸을 맡겨서 오래오래 다듬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나는 “나는 곧게 펴는 몸과 뼈야.” 하는 말을 여덟 살부터 읊었다. 열세 살에 이르러도 등과 몸과 뼈는 썩 안 바뀐 듯했다. 그러나 말부터 나를 다독이면서 날마다 팔다리에 등허리에 손발과 손발가락에 끝없이 주무르고 쓰다듬었다.


  열다섯 살에 힘살질(근력운동)을 너무 모질게 하다가 외려 갈비뼈가 주저앉으면서 밑쪽이 톡 불거지듯 튀어나왔다. 문득 내가 스스로 바보같아서 불길이 솟았지만, 처음부터 새로 다스리기로 한다. 이렇게 스무 살을 넘기고 서른 살을 넘나들면서 두 무릎이 닿고, 어려서 휜 채 나온 등뼈를 폈다. 갈비뼈는 아직 지켜보는데, 굽은어깨도 어느새 폈고, 종아리랑 팔뜩은 ‘등짐힘살’과 ‘두바퀴힘살’과 ‘걷기힘살’과 ‘아기안기힘살’이 붙었다. 어릴적에는 “넌 팔뚝도 다리도 젓가락 같네. 그렇게 뼈만 있어서 어떻게 걸어?” 같은 놀림말을 늘 들었으나, 이제는 아예 들을 일이 없다.


  나는 내 몸을 늘 새로 짜맞추려고 등짐을 지고서 걷거나 두바퀴를 굴린다. ‘걷는읽기’와 ‘걷는쓰기’도 스스로 몸을 되찾으며 살리려는 몸짓이다. 손빨래를 서른 해 남짓 잇는 살림살이도 스스로 살리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길이다.


  열두걸음에 맞추어서 열두꽃 이야기를 쓴다. 한 꼭지만 쓰려다가 어느덧 열한 꼭지에 이른다. 마지막 섣달꽃은 새해로 넘어가는 길목꽃이다. 한 달에 한 가지 꽃 이야기만 적을까 싶다가, 그달그달 모든 풀꽃나무를 적을까 하다가, 굳이 이러지 말자고 생각한다. 철빛을 풀어내는 달빛을 녹여내어 날빛과 하루빛과 오늘빛을 노래하면 넉넉하다고 본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살리거나 스스로 죽인다. 안 서두르면, 아니 내가 나를 나로서 바라보며 사랑하면 된다. 누구나 스스로 사랑하기에 스스로 살린다. 누구나 스스로 안 사랑하기에 스스로 죽인다. ‘스스로 좋아하’니까 오히려 스스로 목을 조인다. 좋고싫음이나 좋고나쁨으로 자꾸자꾸 가르는 탓에, 언제나 스스로 조이고 좁히고 조르고 졸졸 좇다가 그만 우리 숨결을 스스로 쫓아내기까지 한다.


  오늘도 책등짐이며 저잣등짐을 묵직하게 지면서 걷고 달리고 선다. 팔뚝과 어깨에까지 책짐에 저잣짐을 얹고서 읽고 쓰면서 걷는다. 바깥일과 저잣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두 아이가 마을앞에 마중을 나온다. 마중을 안 나오는 날에는 집에서 다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오순도순 논다. 반짝이는 여름걸음을 쉬고서 등허리를 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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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비행깃 飛行-


 비행깃이 아직 짧다 → 깃이 아직 짧다

 비행깃이 나는 장면을 포착하여 → 날개깃이 나는 모습을 붙잡아


  낱말책에 없는 한자말씨 ‘비행깃(飛行-)’입니다. 없을 만하지요. 우리말로는 그저 ‘깃·깃털’이거든요. 따로 낱말을 여미어야 한다면 ‘날개깃·날개털’이라 하면 됩니다. ㅍㄹㄴ



1년에 한 번씩 비행깃을 완전히 새것으로 갈고

→ 해마다 깃을 새롭게 갈고

→ 해마다 날개깃갈이를 하고

《생명을 보는 눈》(조병범, 자연과생태, 2022) 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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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구옥 舊屋


 오래되고 불편한 구옥을 → 오래되고 거북한 옛집을


  ‘구옥(舊屋)’은 “1. 지은 지 오래된 집 = 고가 2. 예전에 살던 집 = 옛집”을 가리킨다는군요. ‘낡은집·낡집’이나 ‘손길집·손빛집’으로 손질합니다. ‘예전집·옛집·옛날집·옛적집’이나 ‘옛터·옛날터·옛적터’로 손질할 만합니다. ‘옛자리·옛날자리·옛적자리’로 손질하고, ‘오래집·오랜집’이나 ‘허름집·헌집’으로 손질해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구옥’을 셋 더 싣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ㅍㄹㄴ



구옥(句玉) : 예전에, 옥을 반달 모양으로 다듬어 끈에 꿰어서 장식으로 쓰던 구슬 = 곡옥

구옥(臼玉) : [공예] 아래위를 편평하게 깎아 내어 북 모양으로 만든 옥 = 북옥

구옥(球玉) : [공예] 끈에 꿸 수 있게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작은 공 모양의 둥근 옥(玉). 수정·마노·유리 따위로 만들었으며, 신석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쓰인 가장 보편화된 구슬 형식이다 = 구슬옥



오래된 구옥 20여 채가 모여 있는 작은 동네였다

→ 오래된 집 스무 채 즈음 모은 작은 마을이다

→ 옛집이 스무 채 즈음 모인 작은 마을이다

《눈감지 마라》(이기호, 마음산책, 2022)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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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일자 一字 ㄱ곧게


 일자 기와집 → 곧은 기와집

 일자로 굳게 다문 입 → 주르륵 굳게 다문 입

 단조로운 일자 거리를 지나갔다 → 심심한 줄줄 거리를 지나갔다


  ‘일자(一字)’는 “‘一’ 자의 모양 ≒ 일자형”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고르다·곧다·곧바르다’나 ‘바르다·반듯하다·입바르다’로 손봅니다. ‘줄줄이·줄줄·줄줄줄·졸졸이·졸졸·졸졸졸’이나 ‘주르륵·조르륵·쭈르륵·쪼르륵’이나 ‘주룩주룩·조록조록·쭈룩쭈룩·쪼록쪼록’으로 손볼 만합니다. ‘쪼르르·쪼르륵·쪼르륵쪼르륵·조르르·조르륵·조르륵조르륵’이나 ‘쭈르르·쭈르륵·쭈르륵쭈르륵·주르르·주르륵·주르륵주르륵’으로 손보아도 되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일자’를 여섯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일자(一字) : 1. 한 글자라는 뜻으로, 아주 적은 지식을 이르는 말 2. 한 마디의 글

일자(一者) : [철학]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비롯하며 궁극적으로 돌아가는 것. 절대자에 대한 이름으로, 로마의 철학자 플로티노스의 용어이다.

일자(日子) : 날의 개수 = 날수

일자(日子/日字) : 1. 어느 날이라고 정한 날 = 날짜 2. 어느 해의 어느 달 며칠에 해당하는 그날 = 날짜

일자(日者) : 며칠 전 = 일전

일자(日者) : 1. [역사] 삼국 시대에, 천문 관측을 맡아보던 벼슬아치 2. 날의 길흉을 점치는 사람

일자(逸字) : 있어야 할 글자가 빠져 있음. 또는 그 글자



돌담 아래에 일자로 쪼르륵 달려 있는 꽃밭이었다

→ 돌담 밑에 쪼르륵 달린 꽃밭이다

→ 돌담 곁에 쪼르륵 있는 꽃밭이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이연희, 봄날의책, 2022) 52쪽


쇼트커트에 일자 핏 청바지와 새하얀 면 티를 입고 백팩을 둘러멨다

→ 깡동머리에 곧은바지와 새하얀 소매옷을 입고 등짐을 들러멨다

→ 몽당머리에 곧바지와 새하얀 소매옷을 입고 등구럭을 들러멨다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은유, 읻다, 2023) 19쪽


일자로 길게 당겨

→ 곧고 길게 당겨

→ 조르르 길게 당겨

→ 주르륵 길게 당겨

《비밀의 크기》(김세희, 상상, 2025)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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