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그림책을 보는 (2024.6.12.)
― 서울 〈문화온도 씨도씨〉
그림을 담기에 그림책이라면, 글을 싣기에 글책입니다. 하늘을 이야기하면 하늘책이고, 사랑을 노래하면 사랑책입니다. 사람을 이야기하면 사람책이고, 숲을 들려주면 숲책이요, 마을을 가꾸는 길을 밝히면 마을책입니다.
글씨를 죽 훑는 일은 ‘훑기’입니다. ‘읽기’라 하지 않습니다. 그림이 멋지거나 놀랍거나 대단하거나 훌륭하거나 남다르기에 ‘그림책’이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림하며 살아가는 하루를 담아내기에 그림책입니다. 사람은 얼굴이 예쁘거나 잘생겨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돈이 많거나 이름이 높아야 하지 않습니다. 넋이 빛나고 얼이 반짝이는 숨결이기에 사람입니다.
‘틀(표준)’이나 ‘자(규칙)’를 쓸 때가 있되, 모든 곳에 틀과 자를 들이대는 길이라면 삶하고 멉니다. 모든 곳에서 ‘나’하고 ‘너’가 ‘우리’로 만나면서, 틈을 내는 틀과 잣나무 같은 자로 헤아릴 적에 비로소 이 별이 반짝여요.
서울마실을 하면서 〈문화온도 씨도씨〉를 찾아갑니다. 함께 가꿀 이야기를 헤아리면서 어떤 그림책을 새로 빚어낼 만한지 생각을 나눕니다. 같이 걸어갈 하루를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그림책을 어떤 눈으로 들여다볼 만한지 생각을 주고받습니다. 나란히 돌보고 지을 살림을 짚으면서 오늘 이곳에서 차근차근 가꿀 그림책 씨앗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 짓습니다. 서로 손길을 모두어서 짓습니다. 이제까지 태어난 풀싹을 둘러보면서 앞으로 깨어날 풀꽃을 그립니다. 멋지거나 뜻깊다는 줄거리를 담은 그림책도 나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아이어른이 함께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면 넉넉합니다.
사랑을 아름다이 담은 책을 읽고 새기고 물려줄 적에 제대로 빛나지 싶어요. 숲에서 자란 나무숨결을 붓끝으로 옮길 적에 반짝이지 싶어요. 뚜벅뚜벅 걸어가는 오늘을 바람 한 줄기랑 나란히 바라볼 적에 즐거울 테고요. 바느질을 하는 손으로 한 땀씩 여밉니다. 집안일을 보살피는 손으로 두 땀을 엮습니다. 아이랑 손을 잡고 거니는 눈망울로 새록새록 추스릅니다.
사랑은 파랑이라는 빛깔로 나타냅니다. 빨강은 불(분노·전쟁)을 나타내요. 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바람과 바다를 담아내려는 숨결일 적에 비로소 사랑인 줄 알아차립니다. 뜨겁게 불타오를 적에는 그만 활활 불태우고 말아 잿더미로 치닫는 줄 알아볼 노릇입니다. 활짝 열어젖히면서 환하게 틔우는 불빛이라면 따뜻합니다. 훨훨 날아오르듯 활활 활개를 펴는 몸짓이라면 홀가분하고요.
《여름, 제비》(구윤미·김민우, 노란상상, 2023.6.8.)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강재훈, 한겨레출판, 2024.1.3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