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쇄).
반호프 거리, 한나의 집.
미하엘의 두 번째 방문.
“그 여자는 집에 없었다. [...] 현관문의 유리창을 통해 집 안이 들여다보였다. 현관에는 거울과 옷장, 시계가 있었다. 째깍째깍하며 시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그녀를 만나보기로 그리고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현관의 시계는 십오 분과 삼십 분 그리고 정각마다 종을 쳤다. 나는 시계의 나직한 째깍 소리를 좇아, 종을 친 후 다음 종을 칠 때까지 900초를 세려고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자꾸만 정신이 분산되었다.”(32-33쪽, 부분삭제 인용)
→ “그 여자는 집에 없었다. [...] 현관문의 유리창을 통해 집 안이 들여다보였다. 현관에는 거울과 옷장, 시계가 있었다. 째깍째깍하며 시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그녀를 만나보기로 그리고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현관의 시계는 십오 분과 삼십 분, 사십오 분 그리고 정각마다 종을 쳤다. 나는 시계의 나직한 째깍 소리를 좇아, 종을 친 후 다음 종을 칠 때까지 900초를 세려고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자꾸만 정신이 분산되었다.”
독일어 원문: [...] Die Uhr im Flur schlug zur Viertel-, halben und vollen Stunde. Ich versuchte, dem leisen Ticken zu folgen und die neunhundert Sekunden vom einen Schlagen zum nächsten mitzuzählen, ließ mich aber immer wieder ablenken.
괘종시계(卦鐘時計)는 종을 치는 횟수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 시간 당 1회 = 12:00
• 시간 당 2회 = 12:00, 12:30
• 시간 당 4회 = 12:00, 12:15, 12:30, 12:45
한나의 집에 있던 괘종시계는 마지막 유형.
그래서 미하엘이 15분, 즉 900초를 세면서 계속 괘종소리를 좇았던 것.
독일어 표현, ① ‘zur Viertel-, halben und vollen Stunde’는 ② ‘zu jeder Viertelstunde’와 같은 뜻으로 ‘매 15분마다’라는 의미이다.
즉, ①의 ‘zur Viertelstunde’는 15분과 45분을 동시에 가리킨다.
(부기[附記]: 1999년 <세계사>의 초판본을 읽을 때부터 늘 이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왜, 이 한나의 시계는 정각, 15분, 30분에만 종을 치고, 45분에는 치지 않을까?
어리석게도, 한때는 45분은 건너뛰고 시간 당 3번―정각, 15분, 30분―만 치는 괘종시계가 있나, 열심히 찾아본 적도 있다.
외국어란 어렵다. 그 표현을 모르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의 나랏말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인정하지만, 뭔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사태가 있을 경우 문제의식을 갖고 그 답을 계속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