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무한성

 

프란츠는 빛과 마찬가지로 어둠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꼈다. 요새는 정사를 위해 불을 끄는 것은 웃기는 짓으로 통한다. 이것을 아는 그는 침대 머리에 조그만 램프를 켜 두었다. 하지만사바나의 몸에 진입하는 순간 그는 눈을 감는다. 그를 사로잡는 관능이 어둠을 예고했던 것이다. 이 어둠은 순수하고 총체적이다. 이 어둠에는 이미지도 환영도 없으며, 끝도 경계선도 없다. 이 어둠은 우리들 각자가 내면에 품고 있는 무한성이다.(그렇다. 무한한 것을 찾고자 하는 자는 눈만 감으면 된다!)”(160-161)

 

프란츠는 빛과 마찬가지로 어둠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꼈다. 요새는 정사를 위해 불을 끄는 것은 웃기는 짓으로 통한다. 이것을 아는 그는 침대 에 조그만 램프를 켜 두었다. 하지만사바나의 몸에 진입하는 순간 그는 눈을 감는다. 그를 사로잡는 관능이 어둠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 어둠은 순수하고 총체적이다. 이 어둠에는 이미지도 환영도 없으며, 끝도 경계도 없다. 이 어둠은 우리들 각자가 내면에 품고 있는 무한성이다.(그렇다. 무한한 것을 찾고자 하는 자는 눈만 감으면 된다!)”

 

프랑스어 원문: Comme par la lumière, il est attire par l’obscurité. De nos jours, éteindre pour faire l’amour passe pour ridicule ; il le sait et laisse une petite lumière allumée au-dessus du lit. A l’instant de pénétrer Sabina, il ferme pourtant les yeux. La volupté qui s’empare de lui exige l’obscurité. Cette obscurité est pure, entière, sans images ni visions, cette obscurité n’a pas de fin, pas de frontières, cette obscuritè est l’infini que chacun de nous porte en soi (oui, qui cherche l’infini n’a qu’à fermer les yeu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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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반호프 거리, 한나의 집.

 

미하엘의 두 번째 방문.

 

“그 여자는 집에 없었다. [...] 현관문의 유리창을 통해 집 안이 들여다보였다. 현관에는 거울과 옷장, 시계가 있었다. 째깍째깍하며 시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그녀를 만나보기로 그리고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현관의 시계는 십오 분과 삼십 분 그리고 정각마다 종을 쳤다. 나는 시계의 나직한 째깍 소리를 좇아, 종을 친 후 다음 종을 칠 때까지 900초를 세려고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자꾸만 정신이 분산되었다.”(32-33쪽, 부분삭제 인용)

 

그 여자는 집에 없었다. [...] 현관문의 유리창을 통해 집 안이 들여다보였다. 현관에는 거울과 옷장, 시계가 있었다. 째깍째깍하며 시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그녀를 만나보기로 그리고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현관의 시계는 십오 분과 삼십 분, 사십오 분 그리고 정각마다 종을 쳤다. 나는 시계의 나직한 째깍 소리를 좇아, 종을 친 후 다음 종을 칠 때까지 900초를 세려고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자꾸만 정신이 분산되었다.”

 

독일어 원문: [...] Die Uhr im Flur schlug zur Viertel-, halben und vollen Stunde. Ich versuchte, dem leisen Ticken zu folgen und die neunhundert Sekunden vom einen Schlagen zum nächsten mitzuzählen, ließ mich aber immer wieder ablenken.

 

괘종시계(卦鐘時計)는 종을 치는 횟수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시간 당 1= 12:00

시간 당 2= 12:00, 12:30

시간 당 4= 12:00, 12:15, 12:30, 12:45

 

한나의 집에 있던 괘종시계는 마지막 유형.

 

그래서 미하엘이 15, 900초를 세면서 계속 괘종소리를 좇았던 것.

 

독일어 표현, ‘zur Viertel-, halben und vollen Stunde’zu jeder Viertelstunde’와 같은 뜻으로 15분마다라는 의미이다.

 

, ‘zur Viertelstunde’15분과 45분을 동시에 가리킨다.

 

 

(부기[附記]: 1999<세계사>의 초판본을 읽을 때부터 늘 이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 이 한나의 시계는 정각, 15, 30분에만 종을 치고, 45분에는 치지 않을까?

 

어리석게도, 한때는 45분은 건너뛰고 시간 당 3정각, 15, 30만 치는 괘종시계가 있나, 열심히 찾아본 적도 있다.

 

외국어란 어렵다. 그 표현을 모르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의 나랏말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인정하지만, 뭔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사태가 있을 경우 문제의식을 갖고 그 답을 계속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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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어린 시절과 청춘 시절에 병석에 누워 있는 시간은 정말 마법의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 고열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감지력을 떨어뜨리고 상상력을 날카롭게 하여 병실을 하나의 새로운, 친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괴물들은 커튼과 벽지의 문양들 속에서 흉측한 얼굴들을 내보이고, 의자들과 테이블들 그리고 서가들과 책장들은 우뚝 솟아올라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 또는 배가 된다. 긴 밤 시간 내내 교회 탑시계의 종소리와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부르릉 소리와, 사방의 벽과 지붕을 더듬으며 반사되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환자와 동행한다. 이때는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불면증의 시간은 아니다. 즉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충만의 시간이다. 동경, 회상, 불안, 욕망 등이 미궁을 만들어놓아 환자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고 또다시 찾았다가 또다시 잃곤 한다. 이때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다.”(28, 부분삭제 인용)

 

어린 시절과 청춘 시절에 병석에 누워 있는 시간은 정말 마법의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 고열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감지력을 떨어뜨리고 상상력을 날카롭게 하여 병실을 하나의 새로운, 친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괴물들은 커튼과 벽지의 문양들 속에서 흉측한 얼굴들을 내보이고, 의자들과 테이블들 그리고 서가들과 장롱들은 우뚝 솟아올라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 또는 배가 된다. 긴 밤 시간 내내 교회 탑시계의 종소리와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부르릉 소리와, 사방의 벽과 천장을 더듬으며 반사되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환자와 동행한다. 이때는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불면증의 시간은 아니다. 즉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충만의 시간이다. 동경, 회상, 불안, 욕망 등이 미궁을 만들어놓아 환자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고 또다시 찾았다가 또다시 잃곤 한다. 이때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다.”

 

독일어 원문: [...] Monster zeigen in den Mustern des Vorhangs und der Tapete ihre Fratzen, und Stühle, Tische, Regale und Schrank türmen sich zu Gebirgen, Gebäuden oder Schiffen auf, zugleich zum Greifen nah und in weiter Ferne. Durch lange Nachtstunden begleiten den Kranken die Schläge der Kirchturmuhr, das Brummen gelegentlich vorbeifahrender Autos und der Widerschein ihrer Scheinwerfer, der über Wände und Decke tast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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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인 체류

 

미술 애호가이자 후원자.

 

사비나를 시골 별장으로 초청해, 그림을 그리도록 지원하는 노부부.

 

이 매력적인 노인네들 집에서 체류하는 것은 잠정적으로 간이역에 머무르는 것에 불과했다. 늙은 신사는 중태이고 그의 부인은 홀몸이 되면 캐나다에 사는 아들 집에 갈 것이다.”(414-415)

 

이 매력적인 노인네들 집에서 체류하는 것은 잠정적으로 머무는 것에 불과했다. 늙은 신사는 중병을 앓고 있고 그의 부인은 홀몸이 되면 캐나다에 사는 아들 집에 갈 것이다.”

 

프랑스어 원문: Son séjour chez ces charmants vieillards n’est qu’une halte provisoire. Le vieux monsieur est gravement malade et sa femme, quand elle se retrouvera sans lui, ira chez son fils au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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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락(7)

 

그래서 온천 도시에서 협동 농장 조합장과 마주쳤던 그날, 테레자는 눈앞에서 전원의 이미지(한 번도 살아 본 적 없는 시골)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서 황홀해했다.”(479)

 

그래서 온천 도시에서 협동 농장 조합장과 마주쳤던 그날, 테레자는 눈앞에서 전원의 이미지(한 번도 살아 본 적 없는, 알지 못하는 시골)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서 황홀해했다.”

 

프랑스어 원문: Ainsi, le jour où Tereza rencontra dans la ville d’eaux le président de la coopérative, vit-elle surgir devant ses yeux l’image de la campagne (de la campagne où elle n’avait jamais vécu, qu’elle ne connaissait pas) et elle en fut ravie.

 

그녀는 목욕물을 받았다. 그녀는 뜨거운 물속에 누워 자신이 일생 동안 자신의 허약함을 빌미로 토마시를 이용해 먹었다고 생각했다.”(502)

 

그녀는 집에 돌아와서 목욕물을 받았다. 그녀는 뜨거운 물속에 누워 자신이 일생 동안 자신의 허약함을 빌미로 토마시를 이용해 먹었다고 생각했다.”

 

프랑스어 원문: Elle rentra et se fit couler un bain. Elle était étendue dans l’eau brûlante et songeait qu’elle avait, toute la vie durant, abusé de sa propre faiblesse contre T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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