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7월 말, 아니면 8월 초. 미하엘이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무언가 한나를 옥죈다. 한나는 안간힘을 다해 그 압박에 저항한다.

 

한나는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느냐는 나의 질문에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때 나는 그녀에 대한 거부적인 감정과 함께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고립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위해 그녀 곁에 머무르면서 동시에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104)

 

한나는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느냐는 나의 질문에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때 나는 그녀가 나를 거부한다는 느낌과 함께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고립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위해 그녀 곁에 머무르면서 동시에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독일어 원문: Immerhin spürte ich nicht nur meine Zurückweisung, sondern auch ihre Hilflosigkeit und versuchte, für sie dazusein und sie zugleich in Ruhe zu lassen.

 

meine Zurückweisung = 내가 그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나를 거부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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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의 사진기자들

 

태국을 횡단해, 캄보디아 국경에 이른 프란츠 일행.

 

이 대장정을 기록하는 사진기자들.

 

나뭇가지 하나에 앉은 살찐 까마귀 떼처럼 일곱 사진작가가 강 건너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앉아 있었다.”(433)

 

한 그루 고독한 나무의 가지들 위에는 커다란 까마귀 떼처럼 일곱 사진작가가 강 건너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앉아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Sur les branches d’un arbre solitaire, semblables à une bande de grosses corneilles, sept photographes étaient assis, les yeux fixés sur l’autre 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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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과거의 행복에 대한 성찰. 

  

왜 그런 것일까? 왜 예전에 아름답던 것이 지나고 보니 그것이 추한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느닷없이 깨지고 마는 것일까? 상대방이 그동안 내내 애인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왜 행복한 결혼 생활의 추억은 망가지고 마는 것일까? 그러한 상황 속에서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우리는 행복했다! 행복이 불행으로 막을 내리면 때로는 행복에 대한 기억도 오래가지 못한다. 행복이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 때에만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고통을 잉태한 것들은 반드시 고통스럽게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 의식적인 고통이든 무의식적인 고통이든 간에? 그러나 무엇이 의식적인 고통이고 무엇이 무의식적인 고통인가?”(52-53)

 

왜 그런 것일까? 왜 예전에 아름답던 것이 지나고 보니 그것이 추한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느닷없이 깨지고 마는 것일까? 상대방이 그동안 내내 애인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왜 행복한 결혼 생활의 추억은 망가지고 마는 것일까? 그러한 상황 속에서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과거에는 행복했지 않았는가! 행복이 불행으로 막을 내리면 때로는 행복에 대한 기억도 오래가지 못한다. 행복이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 때에만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의식하지 못했든, 알지 못했든 간에 고통을 잉태한 것들은 반드시 고통스럽게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 그러나 의식하지 못했던, 그리고 알지 못했던 고통이란 무엇인가?”

 

독일어 원문: [...] Weil man in einer solchen Lage nicht glücklich sein kann? Aber man war glücklich! Manchmal hält die Erinnerung dem Glück schon dann die Treue nicht, wenn das Ende schmerzlich war. Weil Glück nur stimmt, wenn es ewig hält? Weil schmerzlich nur enden kann, was schmerzlich gewesen ist, unbewußt und unerkannt? Aber was ist unbewußter und unerkannter Schmerz?

 

핵심은 무지(無知) 상태―“unbewußt”, unerkannt”, 지나간 과거의 행복이 왜 현재 드러난 진실로 인해 지속될 수 없는가,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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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자와 어머니의 결별

 

테레자는 카레닌을 통해 사랑을 구분한다.

 

자발적 사랑과 타율적 사랑.

 

이를 통해, 생물학적 요인과 종교적 명령이 강요하는 타율적 사랑을 배제한다.

 

테레자가 어머니와 결별한 것은 어머니의 잘못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어머니와 인연을 끊지 못한 것은 어머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기 어머니였기 때문이다.”(483)

 

테레자가 어머니와 결별한 것은 어머니의 잘못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어머니와 인연을 끊은 것은 어머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자기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원문: Ce n’est pas la faute de sa mère si Tereza a rompu avec elle. Elle n’a pas rompu avec sa mère parce que sa mère était telle qu’elle était, mais parce que c’était sa mè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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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법정에서는 한나를 포함한 피고인들에 대한 기소장이 낭독된다.

 

낭독은 하루 반나절이 걸렸고, 반나절 동안 쉬지 않고 이루어졌다. 첫 번째 피고인은 ……했으며, 나아가서 ……했고, 또한 ……했으므로, 피고인은 이러이러한 조항의 범죄사실구성요건을 충족시켰고, 나아가서 피고인은 이러한 범죄사실구성요건과 저러한 범죄사실구성요건을 ……했으며, 피고인은 또한 법에 어긋나게 죄를 범하는 행동을 했다는 등등. 한나는 네 번째 피고인이었다.”(136)

 

낭독은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 하루 반나절, 확정적 진술이 아닌 추정적 독일어 화법(話法)을 쓰며. 첫 번째 피고인은 ……한 것으로 추정되며, 나아가서 ……한 것으로 추정되며, 또한 ……한 것으로 추정되며, 피고인은 이러이러한 조항의 범죄사실구성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추정되며, 나아가서 피고인은 이러한 범죄사실구성요건과 저러한 범죄사실구성요건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피고인은 또한 법에 어긋나게 죄를 범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나는 네 번째 피고인이었다.”

 

독일어 원문: Die Verlesung dauerte eineinhalb Tageeineinhalb Tage Konjunktiv. Die Angeklagte zu eins habe..., sie habe ferner..., weiter habe sie..., dadurch den Tatbestand des Paragraphen soundsoviel erfüllt, ferner habe sie diesen Tatbestand und jenen Tatbestand..., sie habe auch rechtswidrig und schuldhaft gehandelt. Hanna war die Angeklagte zu vier.

 

여기서, Konjunktiv는 접속법식을 말한다. 이 어법은 사태에 대한 확정적 진술이 아닌 인용, 또는 추정적 진술을 할 때 쓴다.

 

접속법이라는 독일어 문법용어를 독자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풀어서 번역하는 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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